박민경
최근 원정 경기, 원정 훈련, 원정 골프, 원정 출산, 원정 도박처럼 '멀리 떠나서 OO를 한다'는 뜻을 가진 새로운 단어가 생겼습니다. 바로 '원정 백신'입니다. 중국인들에게 큰 화제인데요. 백신을 맞으러 멀리 떠난다니, 대체 무슨 말일까요?
■ WHO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폭증 사태는 낮은 백신 접종률 때문"
들불처럼 번진 '백지 시위'에 놀란 중국은 이달 7일부터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의 기조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상시 PCR 전수 검사 등 강도 높은 방역정책을 폐지한다는 정부의 발표에 기뻐하던 것도 잠시, 중국인들은 최근 폭증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을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무증상 감염자 통계 발표도 중단한 상태로, 15일로 예정됐던 중앙경제공장회의까지 연기했습니다. 이 회의는 매년 12월에 열리는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최고위 정책 결정자들과 지방정부 고위 관료 그리고 국영기업 대표 등 수백 명이 참석해 이듬해 중국의 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이런 회의까지 연기할 정도로 수도인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중국의 확진자 폭증의 이유를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보다 낮은 백신 접종률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은 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는 걸까요?
■ "나는 코로나19 백신 맞으러 마카오 갑니다"
중국인들의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마카오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과 결제까지 한 뒤 마카오의 과학기술대학교 의과대학을 방문해서 백신을 맞는 건데요. 대체 왜 멀리까지 가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할까요?
이유는 특정 코로나19 백신이 중국 본토에서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이 마카오에 가는 것은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메신저 리보핵산 다시 말해 mRNA 백신을 맞기 위한 겁니다. 마카오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단독 개발한 mRNA 백신 '푸비타이'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의 백신과 달리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학습시키는 방식의 활성화 백신을 말합니다.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푸비타이는 물론 화이자 백신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 "중국산을 어떻게 믿어?"…중국인들도 안 믿는 '중국산 백신'
여기에 중국이 자체 개발한 불활성화 백신인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이 mRNA 백신보다 효능이 낮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까지 발표되자, '중국산 백신'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신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SNS상에는 이미 마카오 원정 백신을 맞았다는 사람부터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사람, 부스터 샷으로는 중국산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을 맞고 싶어 하는 사람, 중국 본토에서도 활성화 백신이 하루라도 빨리 허용되길 기다리는 사람까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도 중국산 백신만 고집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 지원 및 번역 : 최민주 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