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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 베스티즈
유연석이 응답하라 1994 종영 하고나서 며칠간 언론사 인터뷰를 쫙 돌았는데
보면 드라마 캐릭터(칠봉)에 대한 질문도 많아서 배우가 어떤 생각으로 연기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데다
(응사 칠봉이 아직 못 잊은 드라마 혹은 칠봉이 팬들한테 위로가 될 듯 나또한 그랬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기했는지 배우 생각을 알게 되니까 캐릭터에 대한 짠함도 살짝 가시는 기분이 들더라고ㅠㅠ)
그 밖에 연기 생활에 대한 내용도 같이 있어서 여태껏 그리고 앞으로 어떤 마인드로 연기했는지, 할건지 알 수 있고
요즘 뜨는 배우라서 본인 상황에 무슨 생각이 들지 궁금들 할텐데
여기에서 딱 지금 시기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겠다 싶어서 가져왔어
참고로, 한 언론사 인터뷰가 아니라 종영 후 인터뷰 여러 군데 짜깁기 한거
Q. 대본을 보지 않고도 <응답하라 1994> 출연을 결심했다고 들었는데.
유연석 : 대본이 없는 상태였지만,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님께서 ‘우리는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모든 캐릭터가 빛날 수 있는 드라마를 할 거고 너무나 좋은 재능들을 갖고 있지만 빛을 발산하지 못했던 배우들의 빛을 발산할 수 있게 해줄 거다. 좋은 작품이 나올 거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믿음이 갔다. 내가 전작 <응답하라 1997>을 굉장히 재밌게 본 팬이었던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사실 대본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한다는 것이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제작진과 몇 번 얘기를 나누다 보니 믿음이 갔다.
Q. <응답하라 1994> 에필로그 1편에서 제작진과 첫 미팅 당시 “상처받은 캐릭터나 핸디캡 있는 역할에 동정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마디만으로는 끝내기 아쉬운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 달라.
유연석 : 처음 영화 했을 때 <혜화, 동>(감독 민용근) 한수라는 친구도 동정이 갔고, <늑대소년> 지태도 사랑을 제대로 못 받고 자란 아이라고 생각하니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서 그렇지 순이(박보영 분)를 사랑하는 마음은 굉장히 간절한 걸로 봤는데 오해가 쌓이면서 결국 죽음까지 맞고. 안타까웠어요 저는. 또 시청자 분들, 관객 분들도 핸디캡 있는 캐릭터에 동정과 연민을 느끼는 것 같아요. 칠봉이도 가족의 부재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음에도 긍정적으로 행동하려 하고 항상 웃으려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그런 아이가 힘들어하고 사랑에 아픔을 느끼는 데 감정이입해서 응원하시는 분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멋지고 위화감 느껴질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완벽한 캐릭터들보다 뭔가 결핍이 있고 핸디캡이 있어서 측은하게 바라봐지고 동정이 가는, 그런 캐릭터에 제가 호기심을 느끼는 것 같아요.
Q. 다시 칠봉이로 돌아간 듯 지나간 장면을 돌이켜보자.
유연석 : 나정이와 작별 인사를 나눈 야구장 신에서 나정이에게 했던 ‘거기까지만’ 이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겼던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더이상 가까이 할 수 없는…. 웃으면서 떠나보내야 했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아 NG를 많이 냈어요. 나정이가 햄버거를 싸들고 야구장에 찾아왔던 일, 관중석에서 나정이가 웃어 준 일, 야구공을 나정이에게 던져 줬던 일…. 하나씩 머릿속을 스쳐 갔어요. 짝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행복했던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게 슬펐죠.
Q. 칠봉이가 첫사랑을 통해 얻은 것은.
유연석 : 패배를 모르는 야구 선수지만 사랑 앞에서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했어요. 나정이를 곁에 두는 것만이 이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떠났죠. 또 아픈 상처를 딛고 새로운 사랑을 해 나간 것, 그게 바로 성장이었어요. (사랑 못지않은 값진 우정도 얻었다며) 토크쇼에 나가서 하숙집 친구들 이름을 하나씩 부르던 장면은 대본을 보면서도, 촬영한 화면을 보면서도 울었어요. 혼자 일본에 가서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Q. 신촌 하숙집 식구들 모두 방황 끝에 첫사랑과 이뤄지는 결말에서도 칠봉이만 7년간의 짝사랑을 가슴에 묻었다.
유연석 : 저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용기 있게 떠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비록 사랑을 이루진 못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둔다고 해서 최선은 아닌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남편이 누군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누가 남편이 돼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칠봉이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이 칠봉이에 대한 마음을 공감하셔서 다행이다.
Q.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칠봉이를 결국 성나정은 무참히 차지 않았나. 나 같으면 그 정도로 좋아했다가 차였다면 다신 안 봤을 거다.
유연석 : 칠봉이는 하숙집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나정이와도 서먹해지는 걸 바라지 않았을 거다. 나정이도 그런 걸 원하지 않았을 테고, 그렇게 됐다면 행복하지 못했을 거다. 칠봉이는 나정이를 위해서 용기 있게 떠나주는 게 진짜 멋진 남자가 아닐까 생각했을 거다. 어설프게 계속 집착하고, 미련을 보이고, 만나도 모른척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았을까. (웃음)
Q. 좋다. 다시 친구로 지내는 건 그렇다 치고…전세값을 5천만 원이나 깎아주는 건 너무했다. 요즘 ‘전세대란’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게다가 서울 상암동이면 꽤 노른자위 땅이다. 이걸 두고 일부에서는 ‘칠봉이가 호구다’라는 말도 하더라.
유연석 : 에이. (웃음) 나정이와 칠봉이가 거의 20년지기 친구 아닌가. 또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면 수백억 원의 수입이 있었을 테니까. 매매도 아니고 전세로 5천만 원 빼주는 건 칠봉이에겐 일도 아니었을 거다. (웃음)
Q. 남자에게 첫사랑이라는 게 그런 건가. 전세값 5천만 원 정도는 아무렇지 않은…? (웃음)
유연석 : 아무래도 첫사랑이라는 게, 여운이 많이 남지 않을까. 여자라고 다를 것도 없을 것 같다. 첫사랑의 추억은 모두 다 갖고 있는 것 아닌가.
Q. 그래도 마지막 회 칠봉이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거라는 암시가 있었다. 치킨을 사가던 칠봉이가 카메오로 출연한 정유미와 부딪히는 장면 말이다.
유연석 : 그 장면은 앞으로 칠봉이가 과거에 매여 살지 않고,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있다는 정도의 ‘열린 결말’을 던져주는 거였다. (나정과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인데 나정을 바로 잊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남자가 그렇지 않나 싶다. 첫사랑의 추억도 갖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랑을 기대하는…. 그런 걸 다 보여준 게 바로 이 장면이었다. (칠봉이가) 말을 건넸던 것도 아니고 그저 눈빛만으로 바라봤다 피식 웃고 마는 장면이었는데, 제작진이 그 안에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만든 것 같다.
Q. <응답하라 1994> 최고의 로맨티스트 칠봉이의 연애사는 에피소드는 커녕, 칠봉이의 아내가 정유미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방송에선 그려지지 않았지만 ‘칠봉이’ 유연석이 생각하는 칠봉이의 미래 러브스토리는.
유연석 : 정유미 씨와 부딪히고 나서 이후 전개될 에피소드는 시청자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제 생각에는 만약 또 한 번의 인연이 있었다면 칠봉이가 커피라도 한잔 하자고 했을 것 같아요. 서로 부딪혔을 당시에는 (정유미 씨가) 슬리퍼 찾기에 바빴을 테고요. (웃음)
Q. 칠봉이를 ‘성나정의 남편’으로 응원했던 수많은 시청자들은 칠봉이의 바보같은 짝사랑에 속이 탈대로 타들어갔다.
유연석 : 칠봉이를 응원해 주셨던 분들이 칠봉이의 외사랑에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시다 보니 남편이 아니라는 사실이 공개됐을 때 저보다 더 상실감이 크셨던 것 같아요. 다들 작가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컸다고 하시던데요. (웃음) 제 생각에는 칠봉이가 외사랑만 했기 때문에 더 사랑해 주신 것 같아요.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잖아요. 사랑하고 멋있게 이별하고 용기있게 떠나주고. 사랑을 억지로 곁에 두려고 하지 않고 떠나보낼 줄 아는 칠봉이의 모습이 현실에서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응원해주신 것 같고요. 짠한 게 칠봉이의 매력이에요. 연민을 일으키는 그런 모습이 어쩔 수 없이 칠봉이한테 마음을 가게 하는 매력인 것 같은데요. 짠하면 짠할수록 칠봉이의 팬들은 칠봉이한테 더 끌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웃음)
Q. 연기자로서 그런 인물(칠봉)을 연기하는 즐거움도 있었을까.
유연석 :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 저렇게 순애보적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인물인데, 그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참 영광이지. 하지만 칠봉이 같은 인물이건, 악한 인물이건 캐릭터의 접근 방식은 사실 비슷하기 때문에 연기로서의 즐거움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그 인물의 과거를 고민해보고 습관이 무엇일지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일지 고민한다. 그러면서 말투나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구축하는 그런 것들.
Q. 본인이 보기에 칠봉이는 어떤 과거를 가졌기에 지금 성격을 갖게 된 거 같나.
유연석 : 가족에 대한 부재 때문에 자라오면서 사람 냄새 나는 곳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자신을 엄마처럼 챙겨주는 사람에게 끌리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이 그의 성장과정에서의 큰 포인트라고 본다. 또한 그럼에도 운동 경기를 하는 선수이니 승부 근성도 있고 페어플레이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아닐까. 그래서 드라마의 결말에서도 용기 있게 상대방의 마음을 인정하고 떠날 수 있었을 거고.
Q. 그것이 나정이를 사랑하게 된 계기라고 본 건가.
유연석 : 나정이가 굉장히 밝고 소탈하지만 또 어질러 있는 걸 치우고 아픈 아이 챙겨주고, 공부 못하면 가르쳐주는, 엄마처럼 나를 대해주는 모습에 끌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Q. 그렇다면 칠봉이가 가진 가족애에 대한 결핍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을 텐데.
유연석 : 그래서 초반에 공중전화에서 엄마에게 삐삐 음성 남기는 장면을 신경 써서 촬영했다. 그 장면에서 보여주는 칠봉이의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부재가 결국에는 나정이와 하숙집 친구들에게 끌리는 가장 큰 요인이니까. 평소에도 칠봉이가 많이 웃는 건 가족에 대한 부재를 항상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럴수록 아무렇지 않다고 웃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려 하지. 칠봉이는 많이 웃는다, 애써. 마지막에 나정이랑 헤어질 때도.
Q. 그런 디테일한 탐구가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때의 쾌감이 있을까.
유연석 : 배우가 생각하고 느끼는 만큼 시청자도 느끼고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가 캐릭터에 임하는 자세도 중요하고. 내가 아는 만큼 전달이 되는 거지. 항상 급하게 돌아가는 현장이라 해도 어떤 것들을 항상 생각하고 표현하려 한다. 전에는 그걸 전하는 방식이 서툴렀다면 조금씩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 같다. 스킬이 많아지는 거랑은 좀 다른 건데, 시청자나 관객과 소통하는 연결고리가 조금씩 두터워지면서 조금씩 나아진다고 본다.
Q. 타인과 소통하려면 그 이전에 본인 스스로 인물에 대해 납득하는 과정이 중요할 텐데.
유연석 : 가령 칠봉이의 경우, 나도 그런 짝사랑을 해봤고 그걸 고백하고 나서 고맙다는 얘기가 나오더라. 그래서 드라마의 대사들도 참 공감이 됐다. 물론 간혹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경우들도 있겠지만 그 인물이 뭔가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간절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악한 캐릭터가 나쁜 짓을 할 때도 얘가 왜 그럴지를 고민해야지.
Q. 가령 <늑대소년>의 지태 같은 미운 인물의 경우에도?
유연석 : 나는 그 친구에게 동정이 갔던 게, 아마도 어릴 때 엄마 없이 자라며 아버지 밑에서 잘못된 사랑을 지켜보며 자란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랑을 제대로 온전하게 받아보지 못한 아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말하는 방식을 잘 모르는 거다. 나 스스로 생각한 설정은, 모두가 지태를 미워하고 싫어할 때 처음 따뜻한 관심을 보여준 사람이 순이(박보영)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건데, 잘못된 사랑의 방식을 보고 자라서 돈과 힘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봤다. 그게 맞는 건줄 아는 거지. 때문에 나 역시 연기를 할 때는 이게 틀린 게 아니라 맞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럴수록 관객들은 그 캐릭터를 더 나쁘게 느낀다고 봤다.
Q. 또 짝사랑이었잖아요. 대본보면서 딱 알게 된 순간의 1차적 느낌이 궁금해요.
유연석 : 또? 하는 생각은 했었죠. 그런데 이번엔 어떻게 해야할까, 방해꾼이 되어선 안될텐데, 이번엔 이뤄질까? 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번에도 짝사랑이긴 하지만 꼭 이뤄져야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사람은 누가 남편이냐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거죠. 짝사랑하는 칠봉이의 진심이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그 캐릭터가 어떻게 잘 마무리될 수 있을까. 그게 사실 더 중요하게 와 닿더라고요.
Q. 보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유연석 : 안타까웠을 거예요. 그런데 솔직한 마음으로 제가 남편이 됐어도 그게 꼭 좋은 결말일까 하는 생각은 해요. 지금 결말도 마음에 들어요.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을 내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내 옆에 있어서 힘든 모습을 보면서 용기 있게 떠날 줄 아는 모습도 사랑이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마무리가 좋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도 열어주니까요. 어쨌든 그럴수록 칠봉이에 대한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네요.
Q. 공들인 칠봉이는 극 중반부에서 일본으로 훈련을 떠나는 등의 상황과 함께 소위 ‘TV 속의 TV’로 등장하는 것 외에 얼굴조차 보기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몇 화에 걸친 방송 동안 자신의 모습을 찾기 힘든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법도 한데.
유연석 : 분량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매 장면마다 시청자 분들이 정말 관심 있게 보시기 때문에 많은 장면에 나오기보다 한 장면 한 장면 ‘얼마만큼 칠봉이의 진심이 담길 수 있게끔 표현하느냐’가 먼저였어요. 한 장면을 나오더라도 어떻게 비쳐지는지가 중요한 작품이었던 거죠.‘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엄청나게 많은 분이 기억해주시고 명장면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사실 그날 방송분에서 저는 거의 그 장면밖에 안 나왔어요. 그런데도 그 장면만 기억해주시는 걸 보면 분량이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Q. 칠봉이는 나정이를 잃었지만 유연석은 대한민국 여심을 얻었다.
유연석 : 짝사랑하는 캐릭터의 매력인 것 같아요. 시청자 분들은 애가 타지만 애가 타는 것 자체가 칠봉이에 감정이입 돼 있고 공감한다는 얘기로 들려서 감사했죠. 그만큼 칠봉이를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짝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짝사랑 캐릭터에 사랑을 쏟게 되고 연민을 느끼니까요.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여운을 더 많이 느끼게 되는 듯 해요.
Q. 앞선 전작들과 <응답하라 1994> 칠봉이는 평생 평행선 양끝을 지킬 만한 극과 극 캐릭터다.
유연석 : 제 장점 중 하나인데 눈매가 어떻게 보면 선하고 어떻게 보면 매서워 보여서 그런 걸 잘 살리고 싶었어요. 나쁜 놈 같지 않은 사람이 나쁜 놈처럼 할 때의 재미들이요. 다행히 그런 역할들을 했던 게 잘 살아서 지금 칠봉이처럼 착한 캐릭터가 인상 깊게 남은 것 같아요. 앞선 캐릭터의 레이어가 쌓이니까 착한 역할이 더 부각된 거죠. 일부러 악역을 해야겠다기보다 그 작품이 좋았고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한 건데 공교롭게 악역한 작품이 잘 되다 보니까 그 기억이 많이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악역도 그 친구가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간절한 동기가 있다. 그 마음이 진정성 있게 다가갔을 때 악해 보일 수도, 선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간절함과 진정성을 잘 표현하려 노력했었다.
Q. 줄곧 악역을 맡았던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 선한 얼굴을 가지고 있음에도 악역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보는 내내 유연석 하면 칠봉이가 머릿속에 완벽히 매치됐다. 칠봉이를 연기할 때 시청자가 위화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유연석 : 이전에는 강한 역할들을 주로 맡다 보니 제가 오히려 어색했어요. 그런데 ‘응사’를 찍으면서 작가님과 감독님이 ‘네 원래 모습을 보고 캐스팅했으니 네가 친구들한테 하듯이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주셔서 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어요. 촬영 전엔 (고)아라랑 과거 경험들을 이야기하며 추억을 공유하곤 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짝사랑했던 적이 있는데 문득문득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는 장면들이 있었죠.
Q. 칠봉이가 대사를 할 때면 중간에 여백이 많았다. 특히 나정이에게 뭔가를 얘기하는 호흡 같은 데서도 그렇고. 일부러 그렇게 한 건가? 아니면 평소 습관인가?
유연석 : 음…. 사실 감정이라는 건 대사가 아니라 대사와 대사 사이의 호흡과 여백으로 전달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간 중간 간격을 두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실제로 말 할 때도 뜨문 뜨문 얘기하기도 하고 좀 어눌할 때도 있다. (웃음)
Q. 유연석이 보는 ‘칠봉이’는 어땠을까.
유연석 : 자기감정에 충실한 친구예요. 그리고 그 마음을 책임질 줄도 알죠.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그 사람이 나 때문에 힘들다면 용기 있게 떠날 줄도 아는 멋있는 캐릭터죠. 실제로 짝사랑을 해 본 적이 있어요. 그때 겪었던 아픔이 순간순간 칠봉이로 인해 떠오르더군요. 나중에는 칠봉이의 감정과 동화돼 연기하기에 편했어요.
Q. ‘칠봉이’를 떠나보내야 하는데.
유연석 : 드라마는 끝났지만, 저는 ‘칠봉이’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틈틈이 취미 생활을 즐기며 조금씩 ‘비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사진을 찍고 운동을 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어요. 밤에는 화초에 물을 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털어내죠.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안 나옵니다. 최대한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갖고 연기해서 그런가 봐요. 원래 제 말투도 칠봉이처럼 조금 어눌한 편이거든요, 하하. 오늘도 ‘칠봉이’를 이야기하며 그를 비워냈네요. 칠봉이의 마지막 대사로 끝인사를 전할게요. ‘해피 뉴 이어’
Q. 캐릭터 표현도 표현이지만, 각 역에 따라 외형이 굉장히 잘 변하는 것 같다. 지태가 비열한 느낌이었다면 MBC <혼>에서는 서늘한 악역이었고, <혜화, 동>의 한수는 찌질해 보이고.
유연석 : 처음에는 개성 강한 얼굴이 아니라는 게 배우로서의 콤플렉스였는데 이제는 이걸 해도 그럭저럭 잘 어울리고 저걸 해도 그럭저럭 어울리는 외모라는 게 장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외적인 요소를 결정할 때 신경을 많이 쓴다. 의상이나 소품 준비하는 분들은 피곤하실 수도 있다. 안경만 해도 뿔테냐 반무테냐, 다리 위치가 위에 있느냐 아래 있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가령 <혼>이나 <건축학개론> 때는 반무테 안경을 썼다. 그러면 눈매가 날카롭게 강조되면서 비호감 캐릭터가 된다. 좀 더 인텔리처럼 보이고 싶으면 뿔테나 메탈을 쓰고.
Q. 심지어 <혜화, 동>의 한수 같은 경우에는 잘생겨 보이지도 않는데 (웃음) 칠봉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잘생긴 모습을 기대하지 않을까.
유연석 : 칠봉이가 외형적으로 멋있었다기보다는 특유의 긍정적이고 건강한 모습을 좋아해주셨다고 본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좀 심심하게 생긴, 꽃미남과는 거리가 있는 배우다. 그리고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칠봉이 하나만으로 나를 좋아해주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응답하라 1994>를 보고 나를 처음 알게 된 분들도 예전 작품을 다시 보고 이 배우가 이런 것도 했구나, 하며 나를 좋게 보고 칭찬해주시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칠봉이와는 다른 찌질한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왜 저런 걸 하느냐고 생각하진 않을 거다. 그보다는 이 배우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걸 더 좋아하실 테니까. 다만 내가 얼마나 연기를 잘해서 보는 이들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지는 걱정이지.
Q. 또 다시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줄 생각인 건데, 실제로 상당한 다작 배우다.
유연석 : 나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집중해나가면서 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를 잊게 된다. 오히려 공백이 생기면 잔상이 남을 수도 있고. 사실 나 스스로는 다작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이 작품 끝난 뒤에 다음 캐릭터를 또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그 제안에 감사해 하며 참여했던 거지. 평소에도 배우고 경험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Q. 하지만 그러는 동안 정작 자연인 유연석으로서 경험할 시간은 줄어들지 않나.
유연석 : 다행히 작품 하는 중에도 짧게나마 남는 시간을 잘 활용하기 때문에 자연인으로서의 나를 포기하며 일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로서 촬영하는 것 자체도 내 삶이고 내 경험이지 않나. 남의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Q. 일하는 것 자체가 즐겁나.
유연석 :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인데, 내가 만약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수단으로 원치 않는 직업을 선택한 거라면 하기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과정 자체가 삶의 일부분이고 즐거움이기에 할 수 있다. 촬영하며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스스로에 대한 짜릿함도 있고, 수개월 동안 준비한 영화와 캐릭터를 관객에게 선사하고 그들이 즐거워하거나 감동할 때 정말 행복하지. 드라마는 촬영이 바쁘지만 또 즉각적인 반응을 보고 소통할 수 있으니 피곤해도 즐겁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어서 좋다.
Q. 대중의 피드백이라는 점에서 <응답하라 1994>처럼 반응이 뜨거운 경우도 있지만 <혜화, 동>이나 <열여덟, 열아홉>처럼 영화는 좋아도 반응은 적은 경우도 있는데.
유연석 : 단순히 내가 연기한 캐릭터를 많은 분들이 봐주고 많은 피드백을 준다고 그에 비례해서 좋은 것 같지 않다. 단 한 분이라도 내 연기를 보는 내내 즐거웠다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혜화, 동>의 경우 관계자들과 영화인들이 매우 좋게 봐준 작품인데, 대중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작품과 인기는 적어도 좋은 기억을 남긴 작품이 주는 만족감은 큰 차이가 없다. <혜화, 동>의 경우 관객 만 명 돌파 파티를 했는데 그때의 즐거움과 <늑대소년> 500만 파티를 할 때의 즐거움은 비슷하다.
Q. <응답하라 1994>로 작품과 캐릭터 모두 큰 인기를 끌었는데 다시 그걸 경험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유연석 : 10년 동안 작품을 하다 보니 많은 분에게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많이 봐줬다고 좋아하고 아니라고 실망하는 일희일비하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지금 <응답하라 1994>가 잘 되어서 너무 기쁘지만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을 거다. 이후에 내가 하는 걸 마음에 안 들어 하실 수도 있고, 반대로 지금 보다 더 좋아하실 수도 있고. 나는 그저 끊임없이 했던 대로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의 캐릭터를 보여드리는 게 내 의무고 대중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달라질 건없다.
Q. 스스로 으쓱해지는 걸 경계하는 걸까.
유연석 : 굳이 경계하기보다 계속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그런 사람이 된 것 같다. 이제 지켜보는 시선이 많아졌으니 더 마음을 다잡게 되기도 하고. 올해 내 목표는 이거다. 했던 대로 하자.
Q. 데뷔한 지 10년 만에 얻은 큰 성과에 ‘해냈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유연석 : ‘내가 해냈구나’라는 성취감보다도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는 책임감이 더 느껴진다. 그전까진 그저 어떤 캐릭터와 조우하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 작업하는 게 즐거웠지만, 이제는 더 책임감을 느끼고 신중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주목을 받는 만큼, 여태껏 했던 대로 변하지 않고 나가려 한다.
Q. ‘하던 대로 하겠다’는 대답이 흥미롭다. 혹자는 ‘이걸 기회로 더 잘해야지’라는 욕심을 품을 수도 있고, 또 혹자는 인기를 믿고 ‘스타병’에 걸리기도 하지 않나.
유연석 : 무언가를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보다는 했던 대로, 변하지 않고 가는 게 더 중요하다. 더 잘하겠다고 무언가를 더 한다거나,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팬들도)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여러 캐릭터로 변화해 가며 연기해왔던 게 층층이 쌓여 지금 빛날 수 있었으니까. 또 <응답하라 1994> 한 작품으로 내가 반짝 뜬 것도 아니고, (인기에는) 어느 샌가 초연해진 부분이 있다. 많은 사랑에는 감사하고 어떻게든 보답하려 노력하겠지만, 여태껏 했던 대로 변하지 않고 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특히 요즘 더 그런 생각을 한다.
Q.작품을 고를 때 중점으로 생각하는 게 ‘변화’인 것 같다.
유연석 :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좋다. 계속 도전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를 다 소화할 순 없겠지만 여태껏 해왔던 걸 답습하는 캐릭터보다는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 호기심이 생기는 캐릭터를 하게 된다. ‘유연석’을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어떤 작품 속 캐릭터를 떠올리면서 ‘그게 유연석이었어?’라는 말을 들을 때가 기쁘다.
Q. 인기는 실감하나.
유연석 : 얼마 전 명동에서 프리허그를 했다. 그 때 예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이벤트를 어쩔 수 없이 중단해야했다.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줄 상상도 못했다. 그때 인기를 실감했다. 사실 그날 부모님도 현장에 계셨다. 인파가 몰린 걸 보고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셨다. 결국 모교(세종대학교 대학원 연기예술학과)에서 300분과 프리허그 이벤트를 다시 열었는데 그때 한 분 한 분 안으면서 뭔가 뭉클했다. 남자들도 있었고, 해외에서 오신 분도 있었다. 또 아기를 안고 오신 분도 있었다. 신기했다.
Q. 최종화가 방송되기 전 “시청률 10% 돌파 시 유니폼을 입고 명동에서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했다. 프리허그를 결심한 시점은 시청률 10% 돌파보다 앞서 있었는데.
유연석 : 종영을 앞두고 있고 시청률 10%가 안 될 수도 있는데 수치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고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보답할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종영 후에도 인터뷰 등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그때가 아니면 언제 시간을 낼 수 있을지 고민이었고요. 애초에 프리허그 공약을 세웠을 때부터 시청률 10%가 넘든 안 넘든 ‘이 사랑을 어떻게든 표현해야겠다’는 마음에 프리허그를 진행할 생각이었고, 12월 28일로 정하고 보니 우연찮게 시청률 10%가 넘었더라고요. <응답하라 1994>가 여러가지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Q. 프리허그 당시 명동은 매서운 추위에도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유연석 : 월드컵 때처럼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감격스럽고 감사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일단은 명동 장소에 진입할 수가 없어서 만반의 준비에도 사람이 몰리니까 인력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급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추운 날 아침부터 기다리신 분들께 너무 죄송하고 아쉬웠어요. 한 분 한 분 안아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어떡할까, 다른 날이라도 준비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지방에서 와주신 분들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고요. 그렇게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실내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학교가 떠올라서 지원요청하게 된 거예요. 제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상황이고, 막상 그런 순간이 되니까 기댈 수 있는 곳으로 모교가 생각나더라고요. 직접 교수님께 연락드렸더니 장소를 할애해 주셔서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죠.
Q. 작품을 전후해 사뭇 달라진 주변의 인기와 관심에 대해서.
유연석 : 많은 분들이 그런 걱정을 한다.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고, 위치도 변했을 테니 태도도 곧 변하지 않겠냐고…. 난 지금의 반응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기 보다는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쌓여서 완성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인기가) 변했지만, 노력하는 자세나 태도는 변하지 않겠다.
유연석 : 과분하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 말고는 달라진 건 없어요. 한때는 초조함과 조바심을 가졌던 적도 있지만 언제부턴가는 내가 만들어가는 캐릭터를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해요. 작품을 하다 보면 좋은 반응을 얻을 때도 있고 관심을 받지 못할 때도 있는 거잖아요. 사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게 고민이에요. 사람이다보니, 또 마음이 약해질 수도 있다보니 제가 변하지 않을까 하는거요. 학교에 가는 것도 스스로 채찍질하고 되돌아보기 위해서예요. 열정을 가진 배우들이 모여있는 공간이다보니 항상 반성하게 되고 긍정적 에너지를 받게 되거든요.
Q. <응답하라 1994>를 만나기 전에도 유연석을 응원해온 팬들은 항상 존재했다. 오래된 팬들은 알 만한 사람들끼리만 공유하던 진흙 속의 진주 유연석이 잘 되자 판이하게 뒤바뀐 판도에 기쁨만큼 아쉬움이 남을 만도 하다.
유연석 : 그런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신 분들도 결국엔 응원해 주세요. ‘얘는 나만 알고 있어’라는 것이 깨질 순 있겠지만 제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다 아시기 때문에 <응답하라 1994>가 잘 됐을 때 시기나 우려보다 응원과 칭찬을 전해주신 분이 많아서 감사함이 커요.
Q. 칠봉이의 20대가 야구와 사랑이었다면, 유연석의 20대의 8할은 연기였다.
유연석 : 제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면 진짜 열심히 살았어요. 저는 앞으로 연기만 꾸준히 잘하면 돼요. (웃음) 군대도 다녀왔고 좋은 작품도 많이 했어요. 특히 장르와 배역을 가리지 않고 다 했던 점에서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어요. 팬들이 저에게 '소'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기분이 참 좋아요. 배우로서 열심히 사는 것이 제가 원했던 길이니까요.
Q. <올드보이>에 등장하는 유지태의 아역이 바로 유연석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아역 연기자가 어느덧 성인이 되어 자신의 기량을 펼쳐 보이고 있는데.
유연석 : 초등학교 때 학예회를 하면서 연극을 했었는데, 그 때 처음 연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리고 서울에 올라와서 연기 공부를 하고 대학에 들어가서 만났던 작품이 <올드보이>예요. 이후에는 외부 활동들보다 연기 공부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군대를 다녀오고 활동을 시작하다 보니 <올드보이> 이후에 공백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공백이었지 제게는 스스로를 채우는 과정이었어요.
Q. 본격적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유연석은 단 한번의 휴식기도 없이 다작을 하며 달려왔다. 다만 <응답하라 1994>로 갑자기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게 된 것도 사실이다.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유연석 : 저는 사실 작품을 만날 때마다 매번 똑같은 자세로 임했어요. 어떤 작품도 들어가기 전에는 흥행여부를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응답하라 1994>도 마찬가지였어요. 평소에 하던 대로 했는데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 뿐이거든요. 제가 달라진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예전의 제가 했던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차기작에서도 제 안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발견해서 다시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응답하라 1994> 촬영 막바지에 차기작을 결정했다.
유연석 : 예전에도 작품 끝나기 전에 차기작을 늘 고민하고 결정해 왔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거죠. 매번 그렇게 해왔고 이번에도 똑같고요. 제가 보여드리지 못했던 또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결정했어요. 쉬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새로운 캐릭터와의 만남이 기대가 되고 재밌어요. 스스로 행복해서 결정하는 작품들이니까요. 새로운 캐릭터를 연구하고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집중도 잘 되고, 작품하고 있을 때가 좋아요.
Q. 밤샘촬영에 몸매관리까지, 아무래도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였을 것이 당연한데.
유연석 : 누가 강요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즐겁다. 어떤 작품을 하게 되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느냐. 그런 과정들이 재밌으니 조금 피곤해도 끊임없이 일하게 되는 것 같다. 이제 해봐야 10년인데 <꽃보다 할배>보면 난 명함도 못 내민다. 배우가 연기생활을 하는 것이 수명도 길고, 한도 끝도 없다 보니 이제 막 뭔가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Q. 남다른 작품인 <응답하라 1994>, 하지만 포상휴가를 함께하지는 못했다.
유연석 : 다 같이 너무 가고 싶었는데 잠시 접어뒀다. 조금 아쉽고 쉬고 싶고 놀고 싶지만 많은 사랑을 준 팬들에게 인사드리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 인터뷰부터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스태프와 배우들은 지금이 끝이 아니다. 너무 정이 많이 들어서 또 따로 볼 거다. 틈틈이 쉬면서 만날 것 같다. 그래서 종방연 날도 나 혼자 늦게까지 남았다. 스태프들이랑 회포를 풀었다.
Q. 후속작에 대한 부담감은.
유연석 : <응답하라 1994> 속 칠봉이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다보니 그런 모습을 또 보고 싶어하는 기대감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 캐릭터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절 좋아해 주는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캐릭터를 연구하겠다.
Q. 작품이 끝나고 다른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이전 캐릭터를 씻어내야 하잖아요. 그 과정이 어떤가요?
유연석 : 어떤 분들은 그것때문에 일정기간 휴식기를 가진다고도 하는데 전 그냥 다른 캐릭터를 만나고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돼요.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그런데 칠봉이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저랑 너무나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얼마나 잘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Q. 화이나 무서운 이야기같은 강한 역할들, 이런 캐릭터는 몰입해 있는 동안 힘들지 않나요?
유연석 : 저는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선 그래요. 제가 그런 악역을 연기하고 있을 때 일상생활 속에서도 짓는 표정들이 무섭대요. 웃을 때도 입 한쪽 꼬리만 올라가고 쳐다볼때도 좀 섬찟하다고. 제가 그 캐릭터를 계속 생각하면서 지내다보니 일상에도 나타나나봐요. 그럴 땐 취미활동을 하면서 정서를 ‘순화’시키려고 노력하죠.
Q. 어떤 취미요?
유연석 : 여행도 가고 사진도 찍고 2년 전부터는 가구 만드는 취미도 생겼어요. 제가 집에서 독립한지 2년 좀 안됐는데 집에 있는 가구를 직접 다 만들었어요. 무대 세트 만들면서 배워놨던걸 본격적으로 써먹었죠. 나무를 잘라서 못질하고 페인트칠하고 빼빠질하고 그러다보면 다른 잡념을 잊게 돼요.
Q. 칠봉이와 전혀 다른 의외의 모습이다.
유연석 : 가구를 만들고, 화장품도 만들어 썼다. 가장 최근에 만든 건 대학원 수업 받으면서 만들었던 선반이다. 대학교 시절 세트를 만들고 했던 게 (이런 취미를 갖는데) 도움이 됐다.예전에 촬영하다가 몸도 지치고, 먹는 것도 대충 먹고, 화장품도 아무거나 쓰고 이러다 몸이 완전히 축난 적이 있다. 그때 건강책도 찾아보고 좋다는 화장품도 다 써봤다. 그러다 천연 화장품을 알게 됐고, 방부제 없이 쓰면서 (피부가) 진정이 됐다. 지금도 천연 오일로 만든 비누 정도는 직접 만들어 쓴다. 낚시를 가곤 하는데, 그 곳에서 회를 직접 떠서 먹기도 한다. 혼자 산지는 2년 정도지만, 고등학교 때 상경해 형이랑 둘이서 자취하다 시피한 게 10년이다. 웬만한 요리 정도는 혼자 만들어 먹을 정도는 된다.
Q. 현재 학부 후배들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는데.
유연석 : 세종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석사 과정 중에 워크숍 공연을 하며 조명 디자이너로도 일했다. 그렇게 하면서 학부 후배들에게 연기 코치와 멘토링 수업을 하고 있다. 활발하게 연기활동을 하는 선배가 와서 직접 가르쳐주니 더 잘 따르고 좋아해 준다. 학부에 이어 대학원까지 다니고 있는 만큼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제가 공부를 잘해놔야 후배들을 잘 가르쳐줄 수 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겠다.
Q. 그야말로 모범생이다. 시간을 쪼개서 학교도 가고.
유연석 : 즐기고 열정을 느끼니까 하는 거지 누가 시켰으면 못했을 거예요. 출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공부를 하는 거니까. 잠을 줄여가면서 했어요. 이런 제 모습에 어떤 분이 존경한다는 하신 적이 있어요. 그걸 보고 정말 고마운 거예요. 팬들이 이만큼 나를 신뢰하고 있구나. 그러니까 더 열심히 살아야지. (웃음)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더 열심히 살죠? 물론 사람인데 너무 쉬고 싶다. 그런데 너무 큰 사랑을 주셔서 작품 기다리는 중이라도 인터뷰 먼저 하면서 팬들에게 보답하려고 한다. 개인적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건 제시간 짬 내서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Q. 팬들 사이서는 소처럼 일한다고 불린다.
유연석 : 팬들의 글을 보는데 칭찬인 것 같다. 팬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에 반성한다’, ‘배우에게 존경하는 마음은 처음’이라는 글을 보고 ‘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마음을 먹는다.
Q. 향후 일정은.
유연석 : 상반기에만 영화 <제보자>를 시작으로 <상의원>과 <은밀한 유혹>까지 일정이 잡혀있다. 대학원(세종대 영화예술학 연기실기 석사과정)에서 논문을 준비하는 등 학기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많이 바쁘지만 마음만 있으면 다 하게 되더라.
Q. 칠봉이 이후에 맡게 되는 역할은 뭔가요?
유연석 : 상의원이라는 사극이랑 은밀한 유혹이라는 작품. 상의원에선 왕을 연기하게 돼요. 왕의 옷을 짓는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인데 이야기의 중심에 왕이 있죠. 저도 왕은 처음 해보는거라 왕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왕을 표현할 수 있을 지 호기심도 생기죠. 은밀한 유혹은 여자 주인공에게 흔들릴 수 있는 제안을 하는 역할이에요. 남자배우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돼서 연기적으로 욕심이 났어요.
Q. ‘배우 유연석’이 이름 석자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싶은지, 어떤 믿음을 주고 싶은지 욕심을 가져본다면요?
유연석 : 기대감을 주는 배우였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지금까지 저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신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겠죠. 지금까지 했던 역할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게 없고 다 행복하고 좋았거든요. 어떤 팬분들은 저에게 열심히 사는 모습이 존경스럽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그런 말씀이 너무 감사하면서도 저를 채찍질하죠.
Q. ‘짝사랑 전문배우’라는 인식에 대해.
유연석 : 하나에만 전문적인 배우가 되기 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게 대부분 연기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도 잘하지만 다른 것도 잘하는 게 원하는 바다. 어떤 캐릭터를 만날 때 ‘이건 짝사랑이니까 안 할 거야. 악역이니까 안 할 거야’라는 기준으로 역할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좀 잘 이어지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는 싶다. 그렇다고 어떤 캐릭터를 특정 취향으로 좋아하고 거부하지는 않는다.
Q. 나이도 이제 서른, 연애나 결혼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한데.
유연석 : 아직 여자친구는 없다. 지금은 그럴 생각이 간절하지는 않다. 이제 딱 10년 된 해에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이 정말 기다렸던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은 작품 활동을 좋게 해나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개연애는 돼 봐야 알겠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글쎄. 잘 모르겠다. 상황에 따라 공개연애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것도 같다. 그것은 당해봐야 알 것 같다.
Q. 그렇다면 ‘짝사랑 전문배우’의 연애는 어떤 스타일일까.
유연석 : 솔직하게 말하자면 MBC <구가의 서>부터 연애는 안하고 있어요. 배우라고 사랑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결혼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냥 전 일반 사람들이랑 똑같이 특별할 것 없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공개연애요? 닥쳐봐야 알겠네요. 공약처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하하.
Q.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유연석 : 지금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무언가 하나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쪽을 쫓아갈까봐 일부러 마음을 비웠다. 계속 비워두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빨리빨리 비워나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적 자세를 만들어놓으려 한다. 하나로만 단정짓지 않으려 한다.
Q. 짠내 나는 역할을 했으니, 팬들에 기대에 부응해 ‘진한 멜로’는 어떠냐.
유연석 : 짠내 한 번 진하게 풍겼으니 이제 단내나는 것도 한 번 찾아봐야죠.(웃음)
Q. 끝으로 자신을 많이 사랑해 주는 팬들에게 훈훈한 새해인사를 전해달라.
유연석 : 많은 사랑줘서 고맙고, 2014년에도 소처럼 끊임없이 작품 해나갈테니 계속 지켜봐 주고 기대해 달라. 팬 여러분들도 2014년도에는 원하고 소망하는 모든 일들 잘 됐으면 좋겠다.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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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항상 인터뷰 같은거 보면서 느끼는게
누군가의 생각을 묻고 그에 대한 답을 듣는다는건 정말 재밌는 일 같아
특히 인터뷰어들이 인터뷰이에 대해 비교적 잘 알아보고 질문하면 배로 흥미진진하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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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늑대소년 다운받았는데 본의 아니게 이 인터뷰에서 스포어택당함ㅋㅋㅋㅋㅋㅋㅋㅋ 퓨ㅠㅠㅠ아직 안봣는데ㅠㅠㅠㅠ칠봉ㅇ앙
상의원헐..사극 존나 내가 사극 조아하는거 어케알고..하 비쥬얼 존나 내취향이야ㅠ
나는 처음부터 나레기가 될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서 칠봉이랑 나정이가 안된거는 별로 아쉽지않았는데 그냥 칠봉이 캐릭터가 한없이 짠내나서 짜증났음ㅡㅡ 마지막까지 나정이를 닮은 여자랑 잘될것처럼 이어지는것도 짜증남ㅡㅡ
사랑행
칠봉...칠봉...유연석...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 유연석 더더더 흥해라 멘탈 좋고 성실하고 더 잘됐으면 좋겠어.
왕?!?!?!! 대박!!!
사투리도 잘쓰고 멘탈도 건실해...! 오빠 짱
오빠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빠 힘내 사랑해♥
택시 나온거보니까 진짜 멘탈 짱인거같더라 ㅠㅠㅠ 앞으로 계속 흥했으면!!!!
(유연석인터뷰) 어파♥♥♥♥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2222222딱 내이상형 외모도 성격도 취미도.. 사진찍는거조아하는게 유연석도 사진좋아하고 여시말처럼 건강하고 실용적인취미 정말 좋음!!!!
은근아기자기하고 가정적일꺼같아
말그대로 진짜 열심히 사는거같음..참 본받을 점이 많은 사람인거 같은데 이런거 따지고 생각하다보면 내 인생의 회의감을 느끼고 앞으로의 미래에대해 나는 얼마나 지금 더 열심히 해야할까 저런 사람도 자기 꿈을 위해서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노력하는데..내 자신이 참 초라해진당..ㅠㅠ..팬으로서 유연석 좋아하지만 인생 선배로서? 진짜 본받을 점이 많은거 같음 ㅠㅠ 여러가지 다방면으로 도전해보려는 의식이랑 참 부러움!!!!!! 오빠 부럽습니당!! ㅠㅠ
인텁 하나하나 읽어보다보니까 드라마로 상처받은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는느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