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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감동의 시작.
- 사흘 전 열렸던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아시아 지역 예선 최종전을 끝으로, 아시아에서 리틀 월드컵에 참가하는 4개 국가가 확정되었다. 한국, 일본, 중국, 이란이 바로 그들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같은 조에 속하면서 떨어졌고, 예상외의 강호였던 오만은 일본과 같은 조에 속하면서 떨어졌다. 그리고 4개 국가가 확정되는 동시에, 유럽 대륙을 제외하고 모든 대륙에서 리틀 월드컵에 출전할 국가들이 확정되었다. 남아메리카에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와 우루과이가 출전하며, 페루는 호주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쳐 진출 여부가 확정된다. 북아메리카에서는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가, 아프리카는 카메룬과 가나, 말리, 나이지리아가 출전하게 된다. 한국은 전력이 상당히 향상되었음을 볼 수 있었으며, 리틀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정몽준 회장은 밝혔다. -
“흐음...역시, 월드컵이라니까 리그도 중단되고, 국가에서도 쓸만한 선수는 다 모았구만. 브라질도 원래 떨어졌었는데, 쯧.”
차범근은 세계의 내로라하는 강호들이 대거 탈락했던 올림픽 예선대로 되기를 희망했었지만, 아니었다. 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했던 강호들은 이번엔 와일드카드도 세계적 톱스타들을 사용하고, 리틀 월드컵 대표팀에도 온 전력을 다 투입하는 등 첫 리틀 월드컵의 우승자가 되고자 매우 노력하는 듯 했다. 차범근은 툴툴거리면서 일간지를 쭉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겼을 때, 그의 눈에 딱 들어오는 글자가 써 있었다.
- United Kingdom, 재탄생!! -
"유나이티드 킹덤. 대영제국이잖아? 그러면, 뭐야. 잉글랜드랑 스코틀랜드랑 합쳤단 소리? 그 어마어마한 자만심으로 꽉 차있던 놈들이?”
차범근은 화들짝 놀라며 계속 신문을 읽어 간다.
“여제인 8월 1일, 영국 축구협회 UKFC는 분할되어 있던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축구 합방’을 선언했다. 전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의 스카우터였던 로버트라는 사람이 앞장서서 잉글랜드 축구협회, 스코틀랜드 축구협회,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축구협회에 축구 합방을 주장했으며 피파에서도 ‘좋은 현상’이라며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로버트라는 인물의 가상한 노력 끝에 네 국가는 ‘United Kingdom'이라는 이름으로 유럽 에선에 참가하게 되었으며, 전부터 합방이 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였던 선수 선발에 관해서는 오직 감독에게 맡긴다는 방침이다. 영국의 새로운 감독은 아직 물색 중이며, 전 잉글랜드 감독이었던 요한 에릭손 감독은 비서와의 성행위 스캔들 파문으로 사임한 상태이다.”
차범근은 자기 입으로 기사를 읽고도 깜짝 놀랐다. 도대체 로버트란 인물은 누구이기에, 갈등과 오해의 실타래로 얽히고설켰던 네 국가의 오랜 분쟁을 해결한 것일까. 차범근은 깊이 생각해봤다. 자신이 직접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할 적에도 영국의 축구 분쟁은 너무도 심각해 타국인 독일에서도 그 실정을 손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도 그 심각함을 잘 알고 있었는데, 이렇듯 며칠 만에 그 전쟁이 끝나 버리다니. 차범근은 적잖이 당황했지만 당장 급한 건 영국의 축구 합방이 아니었다. 당장 나흘 앞으로 다가온 홈 친선경기가 문제였다. 한국에서 리틀 월드컵이 열리다 보니 한국에게 여러 강호들의 친선경기 요청이 쇄도했다. 그러나 최성국의 발목도 완쾌 상태가 아니고, 권집의 발목은 리틀 월드컵 출전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이다. 추가 선수 소집을 해야 하는가. 차범근은 오늘 아침부터 생각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 괜히 혼자 툴툴대며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을 즈음, 문이 열리더니 포마스키가 들어온다.
“감독님, ‘한건’이란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음…….어? 한건? 누구지…….? 모르는 사람인데.”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들여보내겠습니다.”
“응.”
차범근은 의자에 바로 앉았다. 한건이라…….누굴까. 조금 있자니 저벅저벅하는 발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한건이란 사람이 차범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갓 35살이 된 듯한, 아니 어쩌면 35살도 채 되지 않은 듯한 젊은이였다.
“누구신지……?”
차범근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한건은 날카로운 인상이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어리버리한 인상도 아니었다. 얼핏 봤을 때도 친근감을 가지게 하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차범근에게 한건의 인상만큼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제 이름은 박한건입니다. 또한 제 직업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터이구요.”
“아…….맨체스터의 스카우터?”
“네. 여기 명함입니다.”
한건은 혹시라도 차범근이 자기를 믿어 주지 않을까봐 명함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차범근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술술 잘 받아 주었다. 맨체스터의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 경과는 다른 스타일이었다. 퍼거슨 경은 그야말로 매서운 호랑이 스타일이고, 이 차범근 감독은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이 묻어나는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한건은 왜인지 차범근 앞에서 웃음 지으며 태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자, 일단 앉으시죠. 중요한 얘기를 하러 오신 것 같은데.”
“네. 흠흠.”
“포마스키, 차 세 잔 따라서 들어와.”
차범근은 한건을 자리에 앉히고 자기는 전화로 포마스키에게 지시했다. 차범근은 한건이 온 이유가 선수의 스카우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일은 포마스키가 전문이었기 때문에, 차도 마실 겸 해서 포마스키를 부른 것이다.
“흠흠. 며칠 전에 경기장에서 직접 아랍에미리트 전을 봤습니다. 인상적이더군요.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포마스키를 기다리는 동안의 어색함을 깨고자 한건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유, 별 말씀을. 아랍에미리트가 워낙에 약체고, 뭐 선수들 컨디션이 좋았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아닙니다.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이 상당히 향상되었던데요. 예전 김호곤 감독이 올림픽팀을 맡을 때와는 천지차이입니다.”
“아니, 아니에요. 김 감독이 워낙에 선수 조련을 잘 시켜 놓으셔서, 전 거기에 맞춰서 애들 체력 단련이나 시켜준 것 밖에 없죠, 뭐.”
차범근과 한건이 이례적인 말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포마스키가 들어왔다.
“어, 앉아. 이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터래.”
“아, 그러세요? 안녕하십니까, 전 수석코치 기오르고스 포마스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스에서부터 명성이 자자하셨죠.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잘 부탁드리죠.”
“무슨 말씀을…….하하.”
셋은 몇 분 동안 아무말 없이 차만 마셨다. 결국 한건이 먼저 나섰다.
“오늘 제가 여기 찾아온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네…….말씀하시죠.”
“먼저, 선수 스카우팅에 관해서입니다. 저희 맨체스터는 정조국 선수와 권집 선수를 원하고 있습니다.”
차범근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며칠 전에도 첼시의 스카우터라는 자가 와서 정조국에 대한 구체적인 오퍼 사항까지 남겨두고 간 터였다. 정조국 개인과 상담할 일이지만, 일단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듯 했다. 어쩌면 차범근에게 정조국을 설득해 달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사실, 스카우트는 구단과 상의할 일이지 대표팀 감독과 상의할 게 아니지 않은가. 그 때, 한건이 말을 잇는다.
“권집 선수에 대해서는 수원 삼성측에 자세한 오퍼를 보내 놓았습니다. 차범근 감독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어떻게 생각하기는요. 일단 유럽에 가면 좋긴 하겠죠.”
한건은 되물었다.
“그게 다입니까?”
“음…….일단 유럽 진출은 장려해 주고 싶지만, 글쎄요. 당장 빅리그의 최정상급 팀으로 가면 경기에 나올 수나 있을는지 궁금하군요.”
“짐작하셨을 겁니다만, 일단 맨체스터에서 당장 정조국과 권집 선수를 데려가는 것 중에 가장 큰 목표는 한국에 맨체스터가 있음을 알리는 겁니다. 팀의 이득에 시너지 효과를 보자는 것이죠. 하지만 정조국 선수와 권집 선수가 실력이 없으면 데려가지 않을 겁니다.”
한건은 여기까지 말하고 한번 가볍게 한숨을 쉰 뒤 말을 잇는다.
“저는 저번 경기에서 정조국 선수와 권집 선수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정조국 선수는 팀 동료에 맞춰 들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며, 발재간과 헤딩력이 고루 좋은, 해외에서도 아주 드문 선숩니다. 그런 능력은 해외에서도 드물다는 거죠.”
“으음…….”
차범근은 '으음‘이라는 긴 소리로 긍정을 대신했다. 한건은 그게 긍정이라는 것을 금세 았다.
“권집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이면서도 테크닉이 아주 좋습니다. 기록을 살펴보니 독일에서 뛴 경험이 있더군요. 아직 체구가 조금 왜소해서 유럽에 가면 당장은 몸싸움과 파워에 밀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맨체스터에서 1,2년만 선수들과 직접 부딪쳐 보면 부족한 점은 반드시 보완될 겁니다.”
“잠시 말씀드리죠. 차 감독님은 대표팀 감독이시지, 구단의 감독이 아닙니다. 이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구단측에 가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포마스키는 직접적으로 한건에게 물었다. 어쩌면 능력을 시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겠죠. 하지만 전 차범근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은 겁니다.”
“내 생각...?”
“생각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이적’이 아닌, ‘선수’에 관한 생각 말입니다. 정조국 선수와 권집 선수, 그리고 한국의 모든 선수들에 대한 생각이요.”
“스카우터라면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일은 이적이실 텐데.”
한건은 차범근의 말을 듣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곤 차를 몇 번 들이켰다. 아직 차가 식지 않아 조금 뜨거웠지만, 한건은 참았다. 그리곤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 질문을 하신 김에, 여기서 제가 여기 온 두 번째 이유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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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화끈하게 연참하렵니다. 코멘 남겨주신 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아자 첫 리플!! 열심히쓰세요 ㅎㅎ 화이팅!
역시 잼있네여...ㅎ
루이시온님, 세계최강수원님 꼬리말 감사드립니다^^
두번째 이유가 멀지 궁금하네요 ㅎ
와-_- 긱스의 월드컵출전이 드디어 이루어지는가~
그럼 유나이티드 킹덤이 강력한 우승후보군요... 잉글랜드 자체도 우승후보지만..시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