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가 철저하게 양당구도로 전개되면서 제3의 야당이자 충청권 맹주를 자처하는 자유선진당마저도 충북에서 반쪽 선거를 치를 전망이다. 충북지사도, 청주시 등 3개 도시의 시장 후보를 내는 것도 녹록치 않을 정도다.
노무현 정신 계승이 모토인 국민참여당도 기대했던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데다, 이른바 5+4 또는 4+4로 대변할 수 있는 야당의 후보연대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충북지사 출사표를 던졌지만 완주 여부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글쎄요’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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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구도 속에서 당은 종용하지만 승산이 없으니… | 모함(母艦)인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가 결국 한나라당이라는 항구에 정박하면서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한 ‘미래연합’은 이제부터 전열을 정비해 6.2 상륙작전에 나서야하지만 뭍에 닿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는 미지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양당구도 선거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강력하게 원했던 바고 민주당도 ‘이렇게 된 바에야’라며 반사이익을 노리는 상황이 됐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일단은 지방자치가 20년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날이 갈수록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정치구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충북의 경우 이번 지방선거 최고의 쟁점은 세종시 원안수정을 둘러싼 찬반여론이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난해 9월 세종시 수정 카드로 정운찬 총리를 임명하면서 불거진 이 문제는 지난 1월11일 정부의 수정안 발표를 정점으로, 지난 3월까지 지역의 핫이슈였다. 여권은 결국 세종시 수정안을 4월 국회에 상정했지만 지금은 지방선거 이후로 처리를 미루자는 흐름이 대세다.
흐름을 바꾼 것은 3월26일 천안함 침몰이었다. 지역의 한나라당 정치인은 “천안함 침몰로 정부 책임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또다시 세종시 문제로 여권이 분열돼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칫 국민들에게 ‘괘씸죄’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며 세종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천안함이 세종시 외에도 지방선거 쟁점과 함께 침몰한 상황에서 4월 정가는 대규모 정당행사는 물론이고 정치인들의 출마선언까지 미뤄야했을 정도로 선거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단연 불리한 것은 군소정당과 정치신인들이다. 심지어 일부 군소정당들은 ‘지방선거용’이라는 냉담한 반응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삭줍기에 방중거사 끌어내기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한 것이 자유선진당이다. 3월말까지 1차 공천신청을 마감한 결과 모두 46명이 신청했는데, 현역 군수 3명이 버티고 있는 남부 3군을 포함해 시장·군수 신청자가 7명, 도의회 10명, 시·군의회 29명이다.
인물난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시장·군수와 도의회 신청자 가운데 복수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누군가를 놓고 고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적격 여부만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선거구제인 시·군의회도 신청자 29명 중에 무려 25명이 보은·옥천·영동에 몰려 이용희 파워에 힘입은 ‘남부3군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특히 충북지사 후보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앙당에서 지사 출마를 종용받고 있는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당에서는 자꾸 나가라는데 판 자체가 철저한 양당구도이고 내가 나가면 정우택 지사에게 좋은 일 아니겠냐”며 출마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용희 의원의 3남으로,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민주당 이시종 도지사 후보와 이용희 의원의 ‘李-李 지방선거연대’가 물밑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李-李 연대’란 자유선진당이 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고 민주당은 남부3군에서 선진당과 경쟁하지 않는 것이다.
청주, 충주시장 공천신청자가 없고 제천시장 신청자도 마뜩치 않은 선진당은 청주시장 후보를 내기 위해 오효진 전 청원군수를 접촉하고 있으나 이 역시 가능성이 희박하다.
오 전 군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가 오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거 다 잊어버렸다. 불 난 집은 심각하겠지만 멀리서 바라보니 우습기만 하다. 봉급이 없어서 섭섭하지만 쌀이 있으니 밥은 먹고 애경사 외에는 돈 들어갈 일도 없다”며 정치판에 다시 나설 일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 전 군수는 고향인 청원군 현도면 중척리에 칩거 중이다.
“당을 생각하면 나가야 하지만…” 이재정 지사 후보의 완주 여부가 불투명한 국민참여당은 청원군수 후보로 정균영 청원·청주통합 군민추진위 집행위원장을, 단양군수 후보로 김광직 도당위원장을 밀고 있다. 야당의 후보연대가 순조롭게 추진됐더라면 도지사 후보가 하차하면서 군수후보 한 명이라도 참여당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가능했겠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정균영 집행위원장은 “당에서는 나가라지만 군수선거를 준비했던 것도 아니고 만약에 출마했다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통합추진의 의미도 훼손될까 두렵다”며 장고했지만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음을 내비쳤다. 정 위원장은 다만 “청주시장이건 청원군수든 세종시 원안고수와 통합 조기 마무리에 대한 비전을 가진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이에 대한 공동서약을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국민참여당은 후보연대가 진일보하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이재정 카드가 좌초되면 김광직 도당위원장의 단양군수 출마도 탄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도당 관계자는 “일단 도지사 캠프를 꾸리는 것까지는 논의가 됐다. 그러나 5+4협상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참여당의 자존심을 고려할 때 민주당 공천탈락자를 이삭줍기해서 지방의회 진출을 모색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의 본류가 한나라당에 합류하고 남은 미래연합은 앞날이 더 불투명하다. 김준환 미래연합 도당위원장은 청주시장 출마를 종용받고 있다. 김준환 위원장은 “미래희망연대가 한나라당과 합당했지만 윗선만 움직였을 뿐 80~90%는 미래연합에 남았다. 다른 후보자들(지방의회)도 나오고 하니까 중앙당에서는 청주시장 출마를 권하고 있는데 확정된 것은 없다”며 자의에 따른 출마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래연합은 시·도당 창당을 서두른 뒤 10여일의 공고를 거쳐 후보물색에 나서게 된다. 자유선진당과 미래연합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를 긴급 수혈해서 진용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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