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최고의 선수라는 것에는 아마 동의하실겁니다. 정미란은 파워와 기술을 겸비했으며 공수에 걸쳐 특별히 단점을 찾아볼 수 없는 선수죠. 작년 청소년대표와 올해 영위민대표에 뽑혔습니다.
정미란의 3번 포지션 적응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신데, 제가 볼땐 3번까지는 가능합니다. 지난 영위민대표팀때 박정숙 선생님께 제가 "대표팀에 1번이 없는데 누구에게 볼운반을 맡기실 계획이십니까?"라고 여쭙자, 선생님께서는 "미란이가 스피드도 좋고 패스도 잘하기 때문에 미란이에게 맡기겠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셨고,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실제로 자신이 볼운반을 맡았습니다. 3번을 맡으려면 3점슛 정확도를 더 높여야겠지만, 3번이 전혀 불가능한 선수는 아닙니다. 곽주영과의 콤비플레이로 금호생명은 정미란으로 인해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정선화 (국민은행, 185cm, C/PF)
- 올해 드래프트된 선수 중 발전가능성은 최고라는 평을 받습니다. 정선화는 뛰어난 신체조건과 탄력을 지녔기 때문에 프로에서 적응기간만 마치면 뛰어난 4~5번이 될 것입니다. 특히 박스아웃에 대한 마인드가 확실하고 몸싸움을 즐겨하는 타입이며 가끔은 속공전개도 할 만큼 패싱력도 괜찮은 수준입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타점높은 미들점퍼와 함께 포스트에서의 다양한 공격옵션을 개발하고 프로에 걸맞는 수비능력을 갖춘다면, 김계령을 이을 국가대표 센터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물론 홍현희가 있기 때문에 주전을 넘보기는 힘들겠지만, 워낙 발전가능성이 높기에 언젠가는 홍현희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3. 최윤아 (현대, 170cm, PG)
- 시야가 상당히 넓고 패싱센스가 뛰어나, 특히 골밑으로 찔러주는 노룩패스는 거의 예술의 경지에 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깨가 넓고 상대적으로 얼굴이 작아 실제 키보다는 커보이며, 경기당 5~8리바운드까지 해줄만큼 탄력과 파워도 뛰어난 편입니다. 하지만 3점슛과 자유투에서 아직 많이 모자라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최윤아의 그림같은 노룩패스가 과연 프로에서도 통할 것이냐는 겁니다. 고교무대에서는 수비가 약한 편이라 노룩패스가 잘 먹혔지만, 고교보다 몇 배로 뛰어난 프로의 수비를 뚫고 그런 킬패스를 해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분명 충분한 적응기를 거쳐야지만 최윤아의 진가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4. 신혜인 (신세계, 185cm, SF)
- 가장 화제거리가 되고 있는 선수죠. 올해 여고부 최고의 선수라는 평과 전혀 그렇지 않다는 평이 엇갈리고 있는데,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신혜인은 미완의 대기입니다. 즉 현재로서는 "뛰어난 선수"라고 할 수는 없구요. 대신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입니다.
먼저 장점으로는... 포지션에 비해 신장이 큽니다.(185cm, SF) 신장이 큰데도 불구하고 포인트가드 출신이어서 볼핸들링이 좋죠. 시야도 넓은 편입니다. 패싱센스도 좋은 편이구요. 여기에 대해 신혜인 본인은 "제가 보통 매치업상대(보통 가드들)에 비해 키가 크니까 동료들의 움직임을 더 잘 볼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외곽에서의 패스 말고도 포스트에서 자신에게 수비가 붙었을때 비어있는 동료에게 빼주는 패싱력도 수준급이죠.
주 공격루트는 페너트레이션 후 레이업인데, 이때 파울이 많이 나서 자유투로 많은 득점을 합니다. 자유투 성공률은 80%를 상회할 정도로 상당히 정확한 편이구요. 그리고 오펜스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도 신혜인에게 많은 득점상황을 제공합니다. 또한 포스트에서의 피벗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 센터의 블록슛을 피해 간단하게 골밑슛으로 마무리합니다. 올해 여고부 경기에서는 경기당 평균 20~25득점 8~10리바운드 6~9어시스트 정도를 해줍니다.
하지만 신혜인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외곽슛입니다. 특히 3점슛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돕니다. 그래서 상대팀 수비수들은 신혜인의 외곽슛을 아예 막지 않습니다. 연습때 그리고 자유투가 상당히 좋은걸로 봐서는 심리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외곽슛이 없기 때문에 공격루트도 비교적 단순한 편입니다. 또한 갑자기 커진 키 때문에 자세가 높습니다. 고교무대에서는 위력적인 신장 덕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프로에서는 통하기 힘들다는게 중론입니다. 또한 드리블 방향이 한쪽(오른쪽)으로만 시도하는 것도 단점이라고 할 수 있죠.
수비에서는 큰 키를 이용한 세로수비는 위력적인데, 가로수비에서 약간의 문제점을 드러냅니다. 또한 체력이 약하고 파워가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포스트에서 몸싸움 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죠.
하지만 팀(숙명여고)의 에이스 역할을 확실하게 해줬고, 경기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으며 기본적으로 농구센스가 뛰어나기 때문에 발전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그리 잘하는 선수라고 할 수 없지만, 앞으로가 매우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어쩌면 한국여자프로농구 최초의 포인트포워드가 탄생할지도 모르니까요.
5. 정안나 (우리은행, 182cm, SF/PF)
- 신혜인과 함께 올해 고교무대에서 가장 뛰어난 포인트포워드로 활약했습니다. 정안나 또한 포인트가드 출신으로 넓은 시야와 뛰어난 패싱감각을 자랑합니다. 또한 3점슛을 비롯해 외곽슛도 정확한 편이고 돌파를 즐겨할만큼 공격루트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큰 키에 비해 포스트에서의 능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리바운드는 고교무대에서도 경기당 평균 2~3개 정도 밖에 못해줄 정도로 심각하죠. 또한 체력과 수비도 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1~3번 중 어느 포지션을 맡기더라도 제몫은 충분히 해 줄 선수입니다. 박명수 감독이 미래를 내다보고 정안나의 정확한 포지션을 정해줘서 그에 알맞게 키웠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6. 이미화 (삼성생명, 174cm, SG)
- 작년 청소년대표와 올해 영위민대표에 뽑혀 여자농구계에서는 제법 이름을 알린 선수죠. 원래 3점슛으로 유명했으나 최근에는 강력한 수비가 이미화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습니다.
이미화의 수비는 다른 백코트진의 수비와는 차이가 납니다. 대부분 선수들의 외곽수비는 자신의 매치업 상대가 가지고 있는 공을 뺏으려 들기 때문에 파울도 많이 나고 순간적으로 자신의 매치업 상대를 놓치기도 하지만, 이미화는 공을 뺏으려고 하는 수비가 아니라 드리블과 패스길을 차단하는 수비이기 때문에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피곤한 선수입니다. 또한 체력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경기시작때 보여준 수비를 경기종료까지 거의 같은 수위로 압박합니다. 수비와 궂은일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던 삼성으로서는 제대로 걸린거죠. 예전부터 삼성은 이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했었습니다.
7. 김태경 (삼성생명, 181cm, SF)
- 공격력으로만 따지자면 이번 드래프트 선수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태경은 3점슛을 비롯해 돌파에 이은 레이업, 속공마무리, 하이포스트에서의 미들슛 등 다양한 공격루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선일여고 특유의 달리는 농구에 익숙하기 때문에 신장에 비해 스피드도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정안나와 마찬가지로 리바운드와 수비, 체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부상에서 갓 회복되어 경기를 뛴 전국체전에서 변방팀 한일여고에 덜미를 잡히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는데, 비교적 높은 순위로 프로팀에 지명을 받은 만큼 약점을 최대한 보완해서 약한 삼성밴치에 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8. 홍보라 (우리은행, 174cm, PG/SF)
- 올해 영위민대표에 뽑혔지만, 연습경기때는 그다지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에서는 신혜인을 제치고 많은 기회를 잡으며 괜찮은 스탯을 보여줬습니다.
홍보라는 원래 3번으로 출발했지만 팀(수원여고) 사정상 1번을 봐왔습니다. 팀 동료의 잠재력 특히 공격력을 이끌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합니다. 이는 넓은 시야와 뛰어난 패싱감각에서 비롯된 것이구요. 팀 공격이 막혔을때 자신이 이를 뚫어주는 해결사 역할도 했습니다. 우리은행에 지명됐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미래를 봤을때 1번으로 키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네요.
9. 한미라 (신세계, 172cm, PG)
- 신혜인만큼은 아니겠지만 한미라도 깔끔한 외모로 주목을 받은 선수입니다. 한미라의 장점은 차분한 게임리딩과 공수에 걸쳐 특별한 단점이 없다는 것이죠. 제가 법성상고와 온양여고의 경기만 보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평은 못해드림에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10. 김보현 (현대, 172cm, SG)
- 프로진출을 위해 1년을 쉬었을만큼 집념이 강한 선수입니다. 올해 현대의 선택을 받음으로써 한채진과는 동갑내기 라이벌이 된거죠.
김보현의 장점은 빠른 슛타이밍과 좋은 슛셀랙션입니다. 특히 슛타이밍은 고교에서 가장 빨랐습니다. 아마농구에서만 따진다면 성신여대 박은정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죠. 게다가 슛셀랙션이 좋기 때문에 정확도도 상당히 높습니다. 또한 리바운드와 수비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은 성실함과 볼이 없을때의 움직임이 좋아, 김보현의 경기모습을 볼때면 "정말 부지런하게 뛰어 다닌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11. 임현지 (금호생명, 174cm, PG/SG)
- 김태일 감독이 "우리 금호생명은 2라운드에서 숙명여고의 임현지를 지명하겠습니다"라고 했을때, 저 또한 한동안 멍해져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임현지냐...'라는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봤을때, 임현지도 그다지 나쁜 카드는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임현지가 금호생명이 원하는 타입의 가드가 아니라는 것이죠. 금호생명이 필요로 하는 가드는 게임리딩이 확실하고 슛이 좋은 선수입니다. 하지만 임현지는 수비가 좋은 가드죠. 다른 팀이었으면 모를까 금호생명과의 궁합은 저도 장담하기 힘드네요.
12. 박은혜 (우리은행, 183cm, PF/C)
- '왜 박연주가 아닌 박은혜일까?'라는 생각을 했던 12순위였습니다. 센터가 필요했다면 박은혜보다 5cm나 큰 박연주가 나을꺼라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박명수 감독은 박연주의 키보다 박은혜의 기본기에 더 큰 점수를 준 듯 합니다. 하지만 "네 실력은 늘일 수 있어도 네 키는 크게 할 수 없다"는 말이 저의 귓전에 맴도는 이유는 뭘까요...
13. 정지문 (우리은행, 172cm, SG/SF)
- 작년 최설아에 이어 올해 우리은행이 뽑아 든 연고지 선수입니다. 춘천여고에는 강헌이라는 에이스가 있지만 박명수 감독은 정지문의 운동능력에 더 큰 점수를 준 듯 합니다. 레이업이 올라간 상태에서 상대 블록슛을 피해 몸을 틀어 던지는 일종의 더블클런치는 정지문의 트레이드 마크죠. 박명수 감독은 정지문의 이같은 운동능력에서 발전가능성을 점친것 같네요.
14. 이자행 (우리은행, 174cm, SG/PG)
- 정말 아쉬운 선수입니다. 이자행은 1번보다 2번에 가까운 선수이긴 하지만 금호생명이 그나마 필요로하는 선수가 아니었나 싶네요. 우리은행에서는 얼마만큼의 기회를 잡을지 미지수입니다. 이자행은 공격력은 매우 뛰어나나 실책이 많은 것이 흠입니다. 가드치곤 스피드가 빠른 편도 아니구요. 하지만 파워가 좋고 공격옵션이 다양해 밴치멤버로서는 상당히 기대할만한 선수죠.
이상 올해 드래프트에 뽑힌 14명의 장단점을 말씀드렸습니다. 한미라를 제외한 모든 선수의 경기모습은 다 지켜봤지만, 저의 경기보는 눈이 절대적인 시각이 아님은 당연합니다. 지금까지 선수들에 대한 특징설명은 어떻게보면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다른 의견 있으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댓글 달아주셨으면 합니다. ^^
첫댓글 오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