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구 25% 빈혈로 고통
진단 및 치료분야 경쟁 치열
폰사진으로 진단가능한 앱
혈액없이도 정확도 매우 높아
年 8조원 규모 빈혈치료 분야
GSK 등 R&D경쟁 속속 진입
국내제약사, 문턱높은 美대신
日.中거점으로 시장 선점의지
전 세계 20억명 빈혈 인구의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를 위한 연구개발(R&D)이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면서 원격 진단 앱부터 혁신 신약, 바이오시밀러(복제약)에 이르기까지 기술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보간기구(WHO)에 따르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결핍으로 인한 빈혈 증세를 겪고 있는 인구는 20억명으로 추산된다.
세계 인구 중 4분의 1 이상이 빈혈로 크고 작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빈혈 증상을 신속히 진단하기 위해 최근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대 연구진은 이달 초 스마트폰으로 찍을 손톱 사진을 분석해
빈혈을 감지하는 앱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실험실에서 혈액을 채취해 헤모글로빈 농도를 측정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손톱 밑 살(네일 밴드)의 이미지만으로 헤모글로빈 수치를 측정해 쉽고 간편하게 빈혈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다.
위버램 에모리대 교수에 따르면 이 앱은 참가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기존 진단 도구와 견줄 만한 정확도를 입증했다.
램 교수는 '아직 채혈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지만, 특수한 장비나 숙련된 인력이 없어도 1분 안에 원격으로 빈혈 모니터닝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0우러에도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혈액에 화학처리를 하지 않고 빛의 흡수 현상을 이용해
헤모글로빈 농도를 알아내는 휴대용 기기(고아학분석기)를 개발한 바 있으나
혈액 한 방울 없이도 진단이 가능한 방법이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단뿐 아니라 전세계 연 8조원 규모로 알려진 빈혈 치료 분야에서 R&D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그 중에서도 만성 신장병 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신성 빈혈 치료 신약 개발에 GSK 등 다국적 제약사가 앞다퉈 나서고 있다.
GSK는 내년에 일본에서 진행 중인 신성 빈혈 치료제 '다프로두스타트'의 임상 3상을 마치는 대로 하반기에 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호기이다.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도 이런 경쟁에서 예외는 아니다.
신약 개발에 뛰어든 JW중외제약은 내년 1월부터 차세대 신성 빈혈 치료제 'JTZ-951'의 임상 3상을 개시한다.
지난달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3상을 최종 승인 받았다.
이 신약 후보물질은 2016년 일본 제팬타바코에서 도입해 국내 임상과 판권을 확보한 것으로,
철분 대사 발현에 관여해 적혈구 생산을 늘리는 새로운 개념의 '혁신 신약(first-in-class)'이다.
현재 많이 쓰이는 2세대 치료제와 달리 주사가 아닌 먹는 약 형태라 복용 편의성도 높였다.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은 156명을 대상으로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등 18개 기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2020년 임상 완료가 목표'라며
'현재 약 800억원 규모인 국내 신성 빈혈 치료제 시장에서부터 상품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 기업 제넥신도 지난 3월 식약처에서 신성 빈혈 치료제 'GX-E2'의 임상 3상을 승인 받고 현재 임상을 준비 중이다.
기존 빈혈 치료제들이 주 1~3회 투여해야 하는 것과 달리 GX-E2는 월 2회만 투여하면 되는 지속형 신약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약 개발 대신 기존 2세대 치료제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바이오시밀러를 상용화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연 8조원 시장 중 약 3조원을 차지하고 있는 빈혈 치료제 '메스피' 바이오시밀러가 대표적이다.
네스피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내년 8월에 이 제품 특허가 만료되는 연 5000억 규모의 일본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4년까지 특허가 존속돼 진입 문턱이 높다 보니 일본이나 중국을 근거지로 삼고
글로벌 빈혈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국내 빈혈 치료제 시장이 800억원 규모이다 보니 더 큰 일본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동아에스터와 종근당, CJ핼스케어가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에스터와 종근당은 각각 지난해 9월 말과 10월 초 일본 후생노동성에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DA-3880'과 'CKD-11101'에
대해 판매 승인을 신청하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CJ-40001'을 일본 YL바이오로직스에 기술 수출한
CJ헬스케어도 현재 진행 중인 임상 3상을 마치는 대로 일본 후생노동성에 판매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통상 일본 후생노동성의 판매 승인에 걸리는 시간이 12개월 내외인 만큼 특허 만료와 함께
일본에서 네스프 '퍼스트 무버'의 이점을 누리려는 격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원효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