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설과 추석에는 많은 가정에서 차례(茶禮)를 지냅니다.
특히 가을의 한복판에 맞는 추석 차례는 갓 수확한 곡식과 과일 등을 조상께 맨 처음 드리는 의미가 강하지요.
햅쌀로 송편을 빚고 나물과 과일 등을 차례상에 올려 조상을 기리는데
이런 전통은 가정마다 수백년씩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애초 차례는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사당에서 조상에게 차를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 때부터는 설과 단오, 추석과 동지 등 특정 절기에만 각각 차례를 지냈는데
오늘날에는 그 회수가 줄어든 반면 차례상은 제사상에 준할 정도로 풍성해졌습니다.
일제가 1930년대 가정의례를 간소화한 이후
차례는 설과 추석 두 차례 지내는 게 일반화됐습니다.
그런데 풍성한 차례상이 조상에 대한 후손의 도리인 양 잘못 계승되다 보니
1960~70년대에는 그 어렵던 시절에도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청댈 정도로 온갖 음식을 만들어 차례상에 진설(陳設)하는 게
마치 미덕처럼 여겨졌던 겁니다.
며칠 전 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 온 성균관이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성균관의 ‘차례상 표준안’에 따르면 차례상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이고,
육류와 생선, 떡을 곁들이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네요.
기름기 흥건하게 전(煎)을 부쳐 차례상에 올릴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홍동백서’, ‘좌포우혜’, ‘어동육서’, ‘두동미서’, ‘조율이시’ 등과 같은 진설 예법도 과거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것이 아니라
양반의 후손이라는 신분을 과시하고픈 현대인들이 만들어 낸 가짜 예법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차례상을 차릴 때 음식은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성균관은 밝혔습니다.
요즘에는 건강 등을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참에 차례상 자체를 비건(채식주의) 음식으로만 차리는 가정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인터넷과 유튜브 등에는 비건 차례상과 관련한 콘텐츠가 넘쳐 납니다.
차례가 끝나면 차례상 음식은 식구들이 나눠 먹기 마련인데
채식주의자 가족이라면 구태여 육류나 생선 등을 차례상에 올려 음식쓰레기로 내버릴 필요가 있을까요?
아내와 같이 어제 농협파머스마켓에 나가서 제수를 이것저것 마련해왔습니다.
지난 오일장보다도 많이 올아있는 가격표에 깜짝 놀랐습니다.
사과3개, 배 3개, 대추 1봉지. 고등어 한 손, 조기 한 마리, 소고기 한 근만 구매했습니다.
각자 시댁에서 차례르 모신 뒤에 친정에 다녀가겠다는 딸래미아 사위를 맞으려니
송편도 빚어두고 문어도 한 마리 사오긴 했네요.
고구마도 저희들 먹을만큼 캐서 가라고 해야겠지만...
모두 풍성하고 넉넉한 추석 명절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