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이 다가오면 나는 어김없이 열병을 앓는다. 이런 병을 얻은지 26년이나 되었다. 1994년 당시 학력고사가 수능으로 변신할 때 눈속임하지 말라고, 그것은 또 다른 이름의 학력고사일 뿐이라고 소리칠 때부터 얻은 병이다. 누군가는 고독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지만 나는 해마다 수능때가 되면 열병을 앓으면서도 용케도 살아왔다.
긴 얘기할 것 없고 나는 18세 청년이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올 때 어떤 형태의 시험도 국가의 이름으로 치뤄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흉금속에 태산을 무너뜨릴 기개를 담은 얼굴명함 하나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주도의 시험은 어떤 명분을 드리대더라도 국가의 만용이자 월권이고 횡포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그가 대학에 가서 무엇을 얼마만큼 배울지도 모르면서 그 자격을 측정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오해했는지 모르지만 국가는 한개인의 사회진출에 아무런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시민사회의 영역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처럼 대학진학의 기준은 대학이 정하면 그만이고 대학이 나설 일이다. 그럼에도 수능 26년동안 국가가 나서서 대학입학요강대강을 제시하고 거기에 맞춰 대학들이 알아서 기는 행위가 반복되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틀에 갇혀 몸부림치다가 등짝에 낙인을 찍히고 좌절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열병을 앓는다. 그리고 좌절한다.
첫댓글 오늘 수능일이네요 선생님, 아이들을 향한 뜨거운 마음 잘 모아서 변화의 동력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좌절하지 마시고요. 또 다른 희망을 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