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어떻게든 줄여봤습니다. 그래봐야 부제뺀거지만.....
3 : 유희
"위이잉~ 콰콰쾅. 두두두두. 으아아악"
갑자기 왠 이상한 효과음이 들리는지 알고 싶은가? 바로 로비. 그녀가 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다.
와이번 축소 모형을 가지고 놀며 '위이잉'이라는 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리를 내며 와이번을
허공에 휘두른다.
그러다 와이번의 위에 올라타던 마법사 축소형이 메테오를 시전하고 그와 동시에 기사들이 말을 타고
적진을 향해 돌진을 한다.
"그게 그렇게 재밌냐?"
"응!!!"
어릴 때 가지고 놀지 못했나 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보기 싫진 않다. 내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모습
이기에, 그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나의 순수함 그 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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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와서, 장난감이란 것을 처음 만져보게 되었다.
어릴 땐 오직 로드라는 아버지 밑에서 미움을 받고 수련 아니면 혼나는 시간,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그
저 구석에 쪼그려앉아 홀로 공상에 잠기는 등의 행동을 했다.
그러나 장난감을 만져보며 내가 했던 것들이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던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곤 다
신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계속해서 듀스의 얼굴을 보며 이 곳에 살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언젠가 이 곳을 떠나야 하는 것을, 그리고 여기서 지냈다는 것을 로드라는 작자가 알
게된다면 그나마도 구덩이 속에서 로드라는 작자의 발을 잡던 나의 손은 이미 그 로드라는 작자가 내줬
던 발에 의해 처절히 짓밟히고 구덩이 속으로, 영원한 나락으로 빠지게 될 것을...
"야, 그만 하고 좀 놀자."
"우씨, 싫어. 장난감 좀 더 가지고 놀자!! 이제 언데드 군단이 거의 죽어간단말야! 아크 리치 우르! 나 '늑
대 기사 단장' 슈리가 명하노니 내게 목을 바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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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흡."
작명 센스가 참 뛰어나다. 정말 '소설 제작기'와 같은 그녀다. 이번 주제는 슈리가 이끄는 '늑대 기사
단'과 아크 리치인 '우르'라는 자가 이끄는 언데드 군단인가 보다.
"그만 하고 놀자니까."
어지간히도 심심했던 내가 조르자 로비는 잠시 물끄러미 '슈리'라 불린 기사 모형을 바라보았다.과연,
그녀가 단장으로 뽑을 만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노란색에 삐죽삐죽 선 머리에 자기 키보다 더 큰 투 핸드 소드, 그리고 삐까뻔쩍한 갑옷. 다른 이들과는
차별화되는 기사 단장이었다.
나도 어릴 때 저 놈을 대장으로 삼아 많이 놀았으니 이해가 갔다.
어쨌든 그녀는 갑자기 '우르'라는 아크리치를 톡 건드렸고 우르는 그대로 쓰러졌다.
"우하하! 우리 늑대 기사단은 최고다!!! 나 슈리는 이 날 이후로 '울프 제국'을 세울 것이다!! 와아아아!!!"
울리는 소리까지 정확히 표현해내는, 그녀는 분명 '소설' 쪽 뿐만 아니라 '연극' 쪽에도 소질이 있어 보
였다.
어쨌든 우리 둘은 그 자리에 있던 장난감을 모두 치우기 시작했다.
"후우.. 내가 왜 이것까지 치워야 하는지."
"니가 꺼내 줬잖아."
"... 그러면 치워야 하는거야...?"
"응."
그녀완 말이 통하지 않기에 나는 결국 묵묵히 정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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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날아간다."
'마족화'란 특유의 권능을 지닌 우리 진혈족은 날개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나 역시 그러고 있으며 그
녀를 업고 날기엔 내 근력은 충분했다.
참 오랜만에 외출. 나는 그녀가 '나가 놀자'란 말에 잠시 나가서 놀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아버지가 아셨을 때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뭐해. 빨리 안 날아가구."
"알았다고."
나는 씨익 웃어보이며 톡 뛰어내렸다.
바람이 내 얼굴을 간지럽힌다. 점점 그 바람은 '간지럽히는' 정도에서 '때리는' 정도가 되었고 날개가 어
느 정도의 바람을 받았을 때 나는 발을 허공에 튕겼다.
그리고 창공을 가르는 내 몸은 어느새 하늘 속에 하나의 점이 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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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마을이다. 저기서 놀까? 폴리모프."
내 창백한 피부는 좀더 생기가 돌기 시작하고 날개는 사라졌다. '뱀파이어'의 특성은 찾아 뵐 수가 없었
다. 오히려 '죽은 자의 냄새'마저도 거의 주교급 신관이 아니라면 못 맡을 정도, 또는 고위 네크로맨서가
아니면 못 맡을 정도가 된 내 폴리모프 모습.
그러나 내 모습은 뱀파이어였을 때보다 훨씬 못생겨졌다. 아마 이 정도도 인간들 사이에서는 '꽃미남'으
로 불리는 모양이지만...
현재 내 모습은 완전히 짙은 흑발이며 머리가 짧아졌고 백옥의 피부를 지녔으며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흑빛 눈동자를 지니면서 입술과 볼엔 살짝 홍조를 띈, 그런 모습이었다.
뱀파이어였을 때는 핏빛이 도는 흑발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 너무나도 창백하지만 허약해보이진
않고 오히려 더 없이 차가워보이는 인상을 불러 일으키며 핏빛의 눈동자를 지니고 검은 날개가 마치 망
토처럼 내 몸을 감싸고 있을 때와는 달리 폴리모프를 한 내 모습은 오히려 따뜻해 보이는 인상을 불러일
으켰다.
착.
안전하게 착지를 한 난 로비를 톡 내려놓았다.
"우웅.. 벌써 다온거야?"
그녀는 잠이 들었는지 눈을 비비곤 약간 짜증나다는 소리를 내며 물었다.
"인간 마을."
"인간 마을?"
정적이 흐른 뒤 그녀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자신이 인간이 아니란 것을 들킨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아... 마을! 와아, 오랜만이다..."
애써 태연하러 했지만 그 말투는 살짝 더듬는 끼가 있었다.
"니가 날 안내해 줘야되."
"....."
크크큭, 더더욱 재밌어지겠는걸?
나의 '전투'완 다른 목적으로 첫 외출 상대는 인간마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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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헤레네'인가? 과연, '노을의 마을'이라 불릴 만큼 장관이로다."
"저, 혀..혀... 형제님. 여기서 많이 머무를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수도로 가야..."
노을의 마을이라 불리는 '헤레네'에 들어선 신관들이 입는 순백의 신관복을 입은 한 노인과 한 청년은
주변 경관을 보며 감탄을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 노인만 그랬다. 청년은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지 땀을 뻘뻘흘리며 '형제님'이
라 부르는 것을 여지없이 불편해 하는 것 같았고 노인은 청년과는 달리 너무나도 여유로웠다.
"응?"
노인의 눈에 들어온 선남선녀 여행자 둘. 하나는 짙은 흑발에 짧은 머리,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마치
'흑수정'과 같은 눈동자를 지니고 백옥의 피부를 지닌 이였다.
그의 백옥같은 피부의 볼과 입술에 홍조가 살며시 띄워진 모습은 그를 더없이 따뜻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또 여인은 은발의 단발머리로 활동이 편해보였으며 눈동자 역시 은색이었다. 그녀의 머리칼과 눈동자
에는 '핏빛'이 감돌았으나 자세히 보아도 눈치를 잘 못챌 정도였다.
그녀 역시 우윳빛 피부에 홍조가 띄워진 모습은 활동적인 그녀의 모습에 '귀여움'을 첨가해주는 역할을
했으며 쫙 빠진 몸매 역시 그녀를 '성숙'보다는 '청순'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다 선남선녀로 불리긴 하지만, 노신관의 눈에는 그들의 모습이 살짝 다르게 보였다.
남자는 '뱀파이어', 그리고 여자는 무엇일지는 모르지만 본연의 모습이 얼핏 비춰졌다.
"... 인간이... 아니야."
"그렇죠..? 인간같지 않은 아름다움."
"내 말은 그 것이 아니야. 두 사람 모두, 인간이 아니야."
잠시 청년은 노인의 말에 의문을 품었지만 곧 포기했는 듯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건 그렇고 빨리 수도로 가셔야죠!"
그러나 노인의 눈엔 둘 밖에 보이지 않았으므로 청년의 말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다음이야기에-
첫댓글 와 이 신관할아버님은 누굴까요... 글씨체 괜찮네 ^^ 음... 그건 그렇고 히히 벌써 들킬 위기? ㄷㄷㄷㄷㄷㄷㄷ 어쨌든 수고욤 ^^ ㅋ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