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수업마친
점심 쉬는 시간~
텅 빈 묵향뜨락에서
흔들흔들 움직이면서
나의 숨 고르기를 지켜봐주는
고마운 시계는 주워 온 것이다.
뭘 주워오거나 중고를 사면 딸들이
질색팔색이다
주워오는 물건은 동티도 날 우려도 있건마는
요긴하면 경비아저씨 허가받고 들고오고
아자마켓은 단골이 되어버렸다
새 터전에 이사온 지
이년 남짓 된다.
이 공간에서 절로 많이 쳐다 보게 되는건
시계이다.
아파트에 누군가 버려
쓰레기 고물 속에 있었다가
내 눈길을 끌어
내 손을 잡고 하얀 벽 한 가운데 올려져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몇 달에 한번 건전지를 바꾸는
전자시계와 다르게
이년 째 멈추지 않고 고맙게 잘 간다
나의 애정을 듬뿍 받길래
행복한 시계일지도 모른다.
이사선물이라고
년월시분초가 반짝거리는
디지털시계도 생겼지만
목욕탕 사우나에 어울릴듯 한것 같아
선물 준 사람 정성
살펴보지 않고
그대로 누군가에게 나누었다.
선물을 주신 분은
그 시계를 내가 걸지 않아
서운하셨던 것 같았는지
한 다리 건너 시계의 안부를 궁금해 했고
뒤늦게
나는 아차~~하였고
따스한 식사대접을 하며
서운함을 풀어 드렸다
버림받은 원목 시계를 주워
애정담아 잘 쓰고 있지만
누가 이 멀쩡한 시계를
버렸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은 않는다
나 또한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물온 새 시계를 마치
혹 떼어내듯 그렇게 버렸으니
똑 같은 것이리라~~
새해 우편물로 선물이 왔다
요긴하게 쓰라고
갤럭시 워치 신상을 보내온 것인데
뜯어보고 대략 난감이다.
시간뿐 아니라
문자.카톡온것도 알려주고
걷기.심박수.수면의 질도
체크해준다는 편리한 건강시계라지만
본능적으로
내 안에서 도리도리 치며
거부반응을 보인다.
이 시계팔자는
다른 사람 손목으로 가야할 운명이다
디지털시대의 편리속에서
고맙게 살아가면서
아날로그의 감성에 지배당하는
이 모순이란~~~
카페 게시글
삶의 이야기
시계팔자
늘 평화
추천 4
조회 284
23.01.07 13:00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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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져요. 시계처럼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벽걸이 시계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는 듯 너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네요.
동작도 건강하게 잘 한다는데 늘평화님 눈에 안 띄었다면 그냥 폐기처분 될 뻔 했네요.
시계 윗부분이 상투 튼 머리 같습니다. ㅎ
눈이 보배입니다.
신혼 선물로 받았던
시계를 똑딱똑딱 그 소리가 싫어서
버렸던 48년 전 생각나고
17년 전 이곳으로 오면서
시계 없이 살겠다고
멀청한것 모두 버렸는데
늘 평화님 글은 여러면 되새겨
깨닫게 합니다.
므찐걸요 ㅎㅎ
우린어차피 아나로그 시대 사람이니 그게 편하니까요 ㅎ
좀 불편하지만
낭만감성을 갖고 사는게
좋아요 ㅎ
난 그냥 편한대로 디지털
각자 취향대로 사는거지요
평온한 밤되세요~^^
벽걸이 시계.
맨위에 십자가 가 붙어 있는것을 보니 처음부터 늘평화님 것이었던것 같습니다 ^^
저도 빠르게 변하는 것들이 감당 안되는 사람 입니다~~
선물들어온 갤럭시 워치는
딸들 다 갖고 있다 해서
사돈 드리려구요~^^
토끼해는 거북이되어
느리게 느리게 가고 싶어요
ㅎㅎ집안에 시계 두개 다 멈춰 있어요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느라 시계 태엽 가는 걸 나몰라라 해서 우리 집 시계는
자신이 왜 걸려 있는지 의문이 들거예요 ㅎㅎ
넘 웃겨요
운선님네 시계는
마나님덕분에 목하 장기 휴가중~^^
홈패트 위에 전자 시계 다는게 유행이래요 기사가 와서 벽을 둟고 작업 해야는디
해 ? 말어 ? 결정을 못 하고 있어요
벽에 못 하나 안치고 살아요
못 치면 안 좋다해서 ㅋㅋ
엔틱한 느낌 시계 구입 잘 했어요
갑장댁에 어울려요
요즘
손목시계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잇네요
벽시계는 그래도 제자리에 잇고요
저렇게 좋은걸 왜 버렸을까요.
아까운데 진정한 주인을 만나 다행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