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레바논 파병이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지원하기 위해서 파병한다고 하여 깜짝 놀라게 만들더니, 이 번에는 “비교적 치안이 안정된 티레”로 파병지역을 결정했다고 하면서 저를 놀 라게 만드는군요.
먼저 “치안이 안정된 티레”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레바논에서 치안이 가장 불안한 지역은 바로 베이루트입니다.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느껴질 만큼 삼엄한 헤즈볼라의 치안유지를 위한 노력으로 레바논 남부지역의 치안은 외견상 안정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레바논 정부군이나 유엔의 역할이 전혀 없었음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헤즈볼라의 이러한 노력은 치안유지와 함께 이스라엘의 재침공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대단히 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양의 외신 기자로 위장한, 혹은 레바논 의 민간인으로 위장한 이스라엘의 첩자들이 아직도 남부 레바논에서는 공공연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티레는 이번 이스라엘 침공 때 레바논의 수자원을 탐내는 이스라엘이 점령 목표로 삼았었던 리타니 강의 남부지역에 위치한 도시로 레바논 남부지역에서는 가장 큰 도시입니다. 즉 만약 이스라엘의 재침략이 이뤄진다면 가장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수 있는 도시입니다. 외견상 안정되어 보이는 치안의 뒷면에는 이런 현실이 숨어있습니다 .
그리고 그간 주둔하고 있던 레바논의 유엔 잠정군을 대부분의 레바논 사람들은 이 스라엘의 앞잡이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 새롭게 파병된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유엔군에 대한 인식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이 역시 유엔군에 대 한 근본적인 신뢰라기 보다는 서양에 대한 사대주의 분위기 때문에 보이는 유럽에 대한 호감 이상의 감정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티레는 시아파 주민들이 모여살고있는 대부분의 다른 남부지역 도시와는 달 리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뒤섞여 살고 있는 도시입니다. 이스라엘의 재침공 뿐 아 니라 정파간 내전이 재발했을 때 역시 극심한 혼란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 리고 주지하듯이 레바논의 현재 상황은 극히 혼란스럽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군은 파병을 위해 방한하는 이스라엘의 외무장관과 한국군의 안전을 위한 논의를 한다고 합니다. 레바논 사람들 역시 모두 눈과 귀가 있을진 대 이러한 한국의 움직임을 모를 리 없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모니터하고 있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외무장관의 방한을 놓칠 리 없고 여기 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를 모니터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그리고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는 정부보다 강한 권력입니다. 물론 이러한 권력은 레 바논 정부와는 달리 주민들과의 연대에서 나옵니다.
만약 이스라엘의 재침공이 이뤄진다면 한국군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는 보지 않아 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일전에 메일로도 말씀드린 바 있었지만, 한국군의 유엔 파병은 “비폭력”이 라는 기본 입장과 “현지 주민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저의 활동 원칙 이 부딪치면서 고민을 하도록 만들었던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파병을 위한 한 국정부의 행보를 보면서 다른 나라의 유엔군 파병은 몰라도 이러한 자세를 갖고있 는 한국의 파병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말을 바꾸기는 했지만,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천명했던 한국군이 레바 논 파병을 의논하기 위해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는다는 이야기를 듣 고서, 레바논에서의 한국군은 레바논을 위해서 혹은 충돌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서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미국의 입장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파병이라는 의혹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는 레바논 주민들 뿐 아니라 한국군 자신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 다.
저는 터키에서 레바논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이스탄불로 나와 있습니다. 레바논에 들어가는 대로 현지의 변화된 분위기들을 여러분들게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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