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처럼 타고 다니던 자동차, 94년 1월식 뉴엘란트라(경기1초7388/경기32나1511), 10 년 넘게 나랑 소중하고 깊은 사연이 많다. 나 혼자도 타고, 가족도 타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탔다.
나는 너를 아끼지 못하고 이리저리 몰고만 다녔다. 말이 애마이지 가꾸고, 닦고, 조이고, 기름칠을 못하였다. 제 때 제 때 수선을 못하였다. 영양 결핍하는 사람 모양으로 운행하기 힘들어 했다. 잘 먹이지 못하고 몰기만 하니 병이 안 날까. 수술비가 적잖이 들어가고, 그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하였다. 내가 내 몸을 가꾸지 못하고 부리고, 쓰기만 하였듯이 재 수술, 재삼, 제사 수술, 환후는 점점 깊어 갔다.
170키로미터 꼬불고불 강원도 인제 가는 길, 주말 집에 오는 길, 강원도 용두휴게소, 신남휴게소, 인제 교원 관사, 원통중학교 운동장, 이천고등학교, 분당 한솔고등학교, 광주고등학교, 경원대학교, 파주 법원리, 수원 출장, 너는 나를 여기저기 데려다 주었다. 강원도에서 마지막으로 인제 기린고등학교 가던 길, 곤지암, 퇴촌, 인덕원, 양당초등학교 운동장, 정자동 백궁역, 남한산성, 수락산, 검단산, 운길산, 천안, 청주, 태전리, 판교, 정몽주 묘소, 백운호수와 율동공원 운행 연습 등 가지가지 사연, 설악산 여행, 포천 백운 계곡, 장거리 운행하다 쉬는 겸 퇴촌 고개마루 오줌 눟던 곳, 광주 실촌 삼거리 수아 오줌 뉘던 곳이 특히 생각난다. 용문산 갔다 갑자기 불어난 계곡 물, 소나기 내려 집으로 돌아올 때, 쪼끄만 애기이던 지아 녀석이 숨 넘어 가도록 자지러지게 울어 지금 에버랜드 가는 길, 오포 어떤 슈퍼에서 우유 사다 먹이니 뚝 그친 울음, 늦은 밤, 빗물이 넘치는 다리를 지나느냐, 마느냐로 아찔한 순간, 건너지 못하고 한참 있다 모험 운행하던 일, 요즘 물 난리에 휩쓸려 간 다른 가족 사고 소식을 들어 보면 그 운행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난 그 때 위험을 무릅쓰고, 가족의 생명을 담보로 어쩌자고 그렇게 하였나. 나는 미련하였으나 하느님이 보우하사 아무렇지 않게 건너기는 하였다. 정말 두고두고 아찔해서 생각난다.
소중한 추억으로 나의 애마에서 만난 이, 태워다 준 이, 빌려 준 이, 영업소에서 좁은 골목에 주차해 둬 나갈 때는 후진하다 맨처음 운행하다 사고 난 일, 그 때 처음 눈 한 쪽이 애꾸되고 수술받아 소생했다. 이마는 까졌다. 왕초보 때 신흥동 성당에서 축성 받은 일, 비상 깜박이 켜 처음 운행하며 성당 가는 길,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 고갯 마루, 밤에 날아온 돌에 코 깬 일, 음주 운전자의 추돌 사고. 갑자기 달려든 사람에게 운전석 유리창이 박살날 때도 있었다. 가만히 서 있는 데 다른 차들이 툭툭 건드려 골병들게 하고, 긁히고 상처 났다.
이 자동차로 나의 고향 다녔다. 처갓집에 갔다. 성남 성묘도 갔다. 양평 시우리 충경공 사당에도 갔다. 남도 여행, 보길도 여행 부텀은 동생 엑센트에 물려 주야 했지만, 가다 서는 몇 차례 아픔도 겪었다.
비올 때, 눈 올 때 나를 태워다 주었다. 사랑을 못했는데 많이 나중에는 아팠다. 너를 떠나 보내던 날, 나는 울어야 했다. 스카우트 연수 받다 물난리 통에 지갑 잃어버렸다고 마음 속에서 안절부절하고 난동을 부렸다. 그 난동 통에 정신 없게 해서 너를 보내며 아픈 가슴을 잊고, 조금이라도 더 잊게 하려고 그랬나 보다고(?). 그런데 그건 오버가 아니라 생 쇼 한다고 우리 애 둘은 그런다. 우리 어머니와 에미도 잊으라고 자꾸 그런다. 그런데 나는 다르다. 너 때문에 더 좋은 기억이 더 많다. 그 동안 너를 보며 나의 인생을 보았다. 나와 동행한 12년, 많이 늙은 것 같다. 아픈 데 생기고, 힘에 부쳐 가다 서고, 지금 요기 쪼끔 조기 쪼끔 아픈 나의 인생과 너는 같다. 올해까지는 너와 같이 있고 싶었는데, 너의 아우 소나타3(1996년 5월식, 11만키로미터, 충남31가8480/32서4111)이 생기게 되었다.
이제 너를 본다. 너를 떠나 보내기 전 너를 얼마나 많이 기억하려고 사진을 찍었는지, 나의 애마야, 너 떠나던 날, 이별의 순간이 서럽게 정말 비가 내린다. 널 보내며 정신 하나 없었다, 나는……. 잘 가거라, 그리고 영원히 같이 사는 데서 만나자.(200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