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현석이의 비박 장비를 사기 위해
충장로 오케이아웃도어에 들렀다.
충장로 축제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두 번 다녀 오면서 사람 많다고 느꼈다.
사람이 많구나, 내가 아는 사람은???
지나버린 생일 축하를 받느라 혼자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은
일어나기 쉽지 않지만 친구 짐까지 챙겨 나서려면 일어난다.
근무시간보다 조금 늦지만 8시 무렵 집을 나서 벌교에 간다.
역전 식당에서 같이 짱둥어 점심을 약속한 동귀는 못오고 둘이 먼저 먹는다.
낙안 오금재 선암사 앞을 지나 쌍암에서 솔치를 넘는다.
2시가 조금 넘어 백무동 주차장에 닿는다.
너홉들이 소주를 한병 더 산다.
친구는 담배를 피우며 가족에게 전화하며 날 놀린다.
난 그냥 웃는다.
술 한잔 하고 오르고 싶은데 조금 서둘러 올라 일몰을 볼 욕심으로 바로 오른다.
친구가 앞서는데 예전처럼 달아나지 않는다.
날마다 술을 마신 나지만 주마다 산행을 빼먹지 않은 탓인지 잘 따라간다.
노랗고 빨갛게 단풍이 들었다.
도토리 몇 개를 줍다가 그만둔다.
쉬지 않고 오르기 대장이던 친구가 멈춘다, 20분 정도 왔을 뿐인데.
50여분 올랐을까? 하동바위에서 쉰다. 참샘에서 떫은 단감에 소주 한병을 마신다.
술을 마신 친구는 힘을 내어 오른다.
성미 급한 친구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으니 나의 발길이 여유가 있다.
소지봉 오르는 길은 돌길로 바뀌었다.
그는 언제 망바위 나오느냐고 땀을 닦으며 묻는다.
예전에 먼 길이었는데 오늘은 그냥 닿는 듯하다.
내 다리가 가늘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망바위에서 반야봉 위를 가린 구름 사이의 햇살을 찍어본다.
하얀 빛살 아래로 노랗게 물든 지리 산록이 밝다.
바람이 세차다.
능선을 비스듬히 건너다 보는 바위에 먼저 올라 구경한다.
반야봉은 구름에 가리고 노고단은 지는 햇살을 받아 붉게 익어간다.
장터목에 이르러 지는 해를 보는데 카메라는 흐리기만 할 뿐 잡아내지 못한다.
안개비 탓인가?
세찬 바람에 취사장 안을 들여다보니 발 디딜 틈이 없다.
잔반 버리는 통 앞에 발로 돌을 고르고 옹색한 자리를 만든다.
버너의 불꽃이 옆으로 흔들려 배낭으로 막는다.
털옷 점퍼를 꺼내 껴 입는다.
친구가 사 온 돼지고기를 김치에 넣고 익힌다.
소주를 한 병씩 나눠 각기 마신다.
마시다 취기가 오르니 웃으며 서로 따라준다.
내가 더 많이 먹기 위해서 준다. ㅎㅎ
해가 지고 사방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 세찬 바람이 분다.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
취사장에 들어가니 얼굴이 붉은 젊은이 몇이 선 채로 큰 소리로 말하고 있다.
새로 받은 침낭 등을 받은 친구는 소풍 선물 받은 것처럼 설렌단다.
너 홉 한 병 술이 바닥에 가까워진다. 아깝다.
항상 산에서는 술이 모자란다고 받아들이면서도 더 살 걸 후회가 된다.
친구가 잠자리로 들며 끌어당긴다.
번데기처럼 각자의 커버 속으로 들어간 우린 히히덕 거린다.
취기가 오른 친구는 눈을 감고 난 주변을 살펴 술 얻어마실 궁리를 한다.
다행이 이웃에 키 큰 사내 하나가 반쯤 누운채 물병에 색깔있는 술을 따라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