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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김씨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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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스크랩 천자문 3절
거북이(김 낙구) 추천 0 조회 68 12.10.03 21:52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3

(?)

部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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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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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 한

서늘할 한

올 래

미래 래

더울 서

여름 서

갈 왕

예 왕

가을 추

때 추

거둘 수

잡을 수

겨울 동

감출 장

숨을 장

音讀

カン

ライ

ショ

オウ

シュウ,ジュウ

シュウ

トウ

ゾウ

訓讀意味

さむい

さむさ

くる

きたる

きたす

そののち

あつい

ゆく

さる

いぬ

いにしえ

さきに

ときどき

あき

としつき

おさまる

おさめる

ふゆ

かくす

くら

おさめる

읽기

かんらいしょおう, しゅうしゅうとうぞう

中國語

ha?n

la?i,la?i

shu?

wa?ng

q?u

sho?u

do?ng

ca?ng,za?ng

ha?n la?i shu? wa?ng q?u sho?u do?ng ca?ng.

 

추위가 오면 더위가 가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온다. 가을에는 수확(收穫)하고 겨울에는 저장(貯藏)한다.

14계절(, 여름, 가을, 겨울)이 순환한다는 이야기를 서술하였다.

 

주역 계사전(繫辭傳) ()에 보면

日徒則月來 月徒則日來 日月相推而明生焉 寒徒則暑來 暑往則寒來 寒暑相推而歲成焉.

(일도즉월래 월도즉일래 일월상추이명생언 한도즉서래 서왕즉한래 한서상추이세성언)

 

해가가면 달이오고, 달이가면 해가 온다. 해와 달이 서로 추진하여 밝은 빛이 생긴다.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오니 추위와 더위가 서로 추진하여 해가 이루어진다.

 

黃帝內經 靈樞 順氣一日分爲四時에 보면

春生夏長 秋收冬藏 是氣之常也 人亦應之以 一日分爲四時 朝則爲春 日中爲夏 日入爲秋 夜半爲冬 朝則人氣始生 病氣衰 故旦慧 日中人氣長 長則勝邪 故安 夕則人氣始衰 邪氣始生 故加 夜半人氣入藏 邪氣獨居於身 故甚也...(춘생하장 추수동장 시기지상야 인역응지이 일일분위사시 조즉위춘 일중위하 일입위추 야반위동 조즉인기시생 병기쇠 고단혜 일중인기장 장즉승사 고안 석즉인기시쇠 사기시생 고가 야반인기입장 사기독거어신 고심야...)

 

봄에는 태어나게 하고 여름에는 자라게 하고 가을에는 거두어들이게 하고 겨울에는 저장하게 하는데 이것은 기후의 정상적인 것이다. 사람도 또한 여기에 응한다. 하루를 네 계절로 나누면 아침은 봄이 되고 한낮은 여름이 되고 해가 질 때는 가을이 되고 한밤중은 겨울이 된다. 아침에는 사람의 정기가 생겨나서 병의 기운이 쇠약해지므로 아침에는 슬기로워지는 것이며 한낮에는 사람의 정기가 자라나는데 자라나면 사기를 이기므로 편안해지며 저녁때는 사람의 정기가 비로소 쇠약해져서 사기가 다시 생하므로 병중이 더해지고 한밤중에는 사람의 정기가 감추어져 들어가고 사기가 홀로 몸 안에 있게 되므로 심해지는 것이다....

 

荀子 王制篇에 보면

春耕夏耘 秋收冬藏 四者不失時 故五穀不絶 而百姓有餘食也...

(춘경하운 추수동장 사자불실시 고오곡불절 이백성유여식야...)

 

봄에는 밭을 갈고 여름에는 김을 매고 가을에는 거두어들여 겨울에 저장하는 등 이 네 가지 일에 그 시기를 잃지 않음으로써 오곡이 떨어지는 일 없이 온 백성이 다 같이 먹고도 남으며...

 

달은 지구(地球)를 중심(中心)으로 달의 중심축으로부터 1˚54 기울어진 채로 자전(自轉)과 공전(公轉)을 하며, 지구 (地球)도 태양(太陽)을 중심(中心)으로 지구의 중심축으로부터 23.26˚기울어진 상태로 자전(自轉)과 공전(公轉)을 한다.

 

달이 지구(地球)를 중심(中心)으로 자전(自轉)과 공전(公轉)을 함으로서 바다의 조수간만(潮水干滿)의 차이(差異)가 생기고, 보름달과 그믐달 상현(上弦)달과 하현(下弦)달이 생긴다.

 

또 지구(地球)가 태양(太陽)을 중심(中心)으로 자전(自轉)과 공전(公轉)을 하면서 2() 2()4계절(季節)이 생기고, 24절기(節氣)가 생기며 밤과 낮의 길이가 달라진다.

 

22:춘분, 추분, 하지, 동지.(春分, 秋分, 夏至, 冬至)

 

동지(冬至)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이때부터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져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春分)이 된다. 춘분(春分)부터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져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는 하지(夏至)에 이른다. 이때부터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져 추분(秋分)에 이르면 다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이때부터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져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冬至)가 된다.

 

尙書 堯典에 보면

日中星鳥 以殷仲春 日永星火 以正仲夏 宵中星虛 以殷仲秋 日短星昴 以正仲冬

(일중성조 이은중춘 일영성화 이정중하 소중성허 이은중추 일단성묘 이정중동)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아 지면 남방의 주작 일곱 별이 황혼 무렵에 하늘의 정남쪽에 나타나는데 이것들에 의거하여 중춘(음력 2)을 확정한다.

 

낮 시간이 가장 길어지면 동방의 창룡 일곱별 중의 하나인 화성이 황혼 무렵에 남쪽에 나타나는데 이것들에 의거하여 중하(음력 5)를 확정한다.

 

낮과 밤의 길이가 똑 같아지면 북방의 현무 일곱별 중의 하나인 허성이 황혼 무렵에 하늘의 정남쪽에 나타나는데 이것들에 의거하여 중추(음력 8)를 확정한다.

 

대낮의 길이가 가장 짧아지면 서방의 백호 일곱별 중의 하나인 묘성이 황혼 무렵에 정남쪽에 나타나는데 이것들에 의거하여 중동(음력 11)을 확정한다.

 

이십사절기(二十四節氣)

태양년(太陽年)을 태양의 황경(黃經)에 따라 24등분하여 계절을 세분한 것으로 시령(時令절후(節候)라고도 한다. 황경이란 태양이 춘분점(春分點)을 기점으로 하여 황도(黃道:지구에서 보았을 때 태양이 1년 동안 하늘을 1바퀴 도는 길)를 움직인 각도이며, 이 황경이 0°일 때를 춘분으로 하여 15°간격으로 24절기의 날짜가 구분된다.

 

절기와 절기 사이의 간격은 대략 15일인데 날짜는 해마다 양력으로는 거의 같게 되지만 음력으로는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가끔 윤달(閏月:윤월)을 넣어서 계절과 맞게 조정해야 한다.

 

24절기는 다시 절()과 중()으로 분류되는데 입춘(立春)을 비롯한 홀수 번째 절기는 절이 되고 우수(雨水)를 비롯한 짝수 번째 절기는 중이 된다. 중기(中氣)는 음력 열두 달의 이름을 정하는 절기이다.

 

예를 들면 춘분이 드는 달인 음력 2월은 중춘월(仲春月), 소설(小雪)이 드는 달인 음력 10월은 맹동월(孟冬月)이라 한다.

 

4계절은 입춘·입하·입추·입동의 4절기(四立의 날)로 시작되는데 1444(세종 26) 간행된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의 기후라는 항목에서 입춘이 든 음력 1월은 동풍이 불어 언 땅이 녹고 잠자던 벌레가 움직이며, 입하가 든 4월은 청개구리가 울고 보리가 익는다 하였고, 입추가 든 7월은 쓰르라미가 울고 벼가 익으며, 입동의 10월은 물과 땅이 얼기 시작하고 폐색(閉塞)되어 겨울이 된다고 하였다.

 

24절기는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양력을 기준으로 한다. 두표(斗杓:소세(小歲)라고도 한다.)가 하루에 1°씩 돌아 15일 만에 1()이 되며 24절기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 달의 처음에 있는 것이 節氣(절기)가 되고, 가운데 있는 것이 中氣(중기)가 된다.

절기:입춘 ? 경칩 ? 청명 ? 입하 ? 망종 ? 소서 ? 입추 ? 백로 ? 한로 ? 입동 ? 대설 ? 소한.

중기:우수 ? 춘분 ? 곡우 ? 소만 ? 하지 ? 대서 ? 처서 ? 추분 ? 상강 ? 소설 ? 동지 ? 대한.

춘계:입춘~입하. 하계:입하~입추, 추계:입추~입동, 동계:입동~입춘.

 

繫辭傳 下에 보면

日徒則月來 月徒則日來 日月相推而明生焉 寒徒則暑來 暑往則寒來 寒暑相推而歲成焉.

(일도즉월래 월도즉일래 일월상추이명생언 한도즉서래 서왕즉한래 한서상추이세성언)

 

해가가면 달이오고, 달이가면 해가 온다. 해와 달이 서로 추진하여 밝은 빛이 생긴다.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오니 추위와 더위가 서로 추진하여 해가 이루어진다.

 

달은 地球(지구)中心(중심)으로 달의 중심축으로부터 1°54 기울어진 채로 自轉(자전)公轉(공전)을 하며, 지구도 太陽(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의 중심축으로부터 23.26°기울어진 상태로 자전과 공전을 한다.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함으로서 바다의 潮水干滿(조수간만)差異(차이)가 생기고, 보름달과 그믐달 上弦(상현)달과 下弦(하현)달이 생긴다.

 

또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하면서 2() 2()4季節(계절)이 생기고, 24節氣(절기)가 생기며 밤과 낮의 길이가 달라진다.

 

22지란:春分(춘분), 秋分(추분), 夏至(하지), 冬至(동지).

 

冬至(동지)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이때부터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져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春分(춘분)이 된다. 春分(춘분)부터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져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는 夏至(하지)에 이른다. 이때부터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져 秋分(추분)에 이르면 다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이때부터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져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冬至(동지)가 된다.

 

1) 입춘(立春)

대한(大寒)에서 15일이 지나 두표(斗杓:소세(小歲)라고도 하며 정월에 인의 방각을 가리키고 달마다 왼쪽으로 돌면서 십이진을 돌며 그 동남쪽에 위치하면 살고 서북쪽에 위치하면 죽는다. 맞이하지 말고 등을 돌리고 왼쪽으로 돌지 말고 오른쪽으로 돌라는 것은 이것을 말함이다.)가 보덕(報德)의 동북을 가리킬 때는 음기를 제압하며 땅에 내린다. 동지(冬至)에서 46일째 되는 입춘은 양기(陽氣)가 동빙(凍氷)을 녹인다고 하며 음()12()의 남려(南呂)이다.

 

입춘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저수(?宿)와 만나고 질 때는 위수(胃宿)와 만난다. 24절기에서 첫 번째로 태양의 황경이 315°인 때로서 양력(陽曆) 24, 5일이다. 음력(陰曆)으로는 정월에 들기도 하고 섣달 혹은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들기도 한다(再逢春).

 

입춘은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로 봄이 시작되는 때이다. 봄을 상징하는 입춘은 새로운 해의 시작을 의미한다. 또 동지가 지나고 45일째가 입춘인데 조풍(條風:북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조풍이 불면 경범자를 옥에서 풀어주고 구류해 놓았던 자들은 석방한다.

 

예부터 입춘절기가 되면 농가에서는 농사 준비를 한다. 아낙들은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남정네들은 겨우내 넣어둔 농기구를 꺼내 손질하며 한 해 농사에 대비했다. 소를 보살피고, 재거름을 부지런히 재워두고, 뽕나무밭에는 오줌을 주고 겨우내 묵었던 뒷간을 퍼서 인분으로 두엄을 만들기도 한다. 바야흐로 바빠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 년 농사의 시작이 이제부터이기 때문이다. 또 이날 내리는 비는 만물을 소생시킨다고 하여 반겼고, 입춘 때 받아둔 물을 부부가 마시고 동침하면 아들을 낳는다고 하여 소중히 여겼다. 그러나 입춘한파니, 입춘 추위 김장독 깬다고 간혹 매서운 추위가 몰려와 봄을 시샘하기도 한다.

 

입춘 날 농가에서는 대문이나 집안 기둥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같은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인다. 여기에는 한 해의 무사태평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더불어 어둡고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었음을 자축하는 뜻이기도 하다. 예전에 농가에서 이 날 보리 뿌리를 뽑아 보고 그 뿌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보리뿌리 점(麥根占)을 쳤다. 여주인이 소복을 하고 땅의 신에게 삼배를 올리고 보리뿌리를 뽑아 세 가닥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평년, 한 가닥이면 이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또 부녀자들은 오곡을 솥에 넣고 볶을 때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온 곡식이 그 해에 풍작을 이룬다고 믿었다지만 이제는 다 옛 얘기가 되고 말았다. 제주도에서는 입춘 일에 큰굿을 하는데 입춘 굿이라고 한다. 입춘 굿은 무당조직의 우두머리였던 수신방(首神房)이 맡아서 하며, 많은 사람들이 굿을 구경하였다. 이때에 농악대를 앞세우고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걸립(乞粒)을 하고, 상주(上主), 옥황상제, 토신, 오방신(五方神)을 제사하는 의식이 있었다. 글씨를 쓸 상가(喪家)에서는 하지 않는다. 입춘 축문으로는 입춘대길(立春大吉국태민안(國泰民安개문만복레(開門萬福來자손만세영(子孫萬世榮)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궁중에서는 설날에 내전 기둥과 난간에다 문신들이 지은 연상시(延祥詩) 가운데 좋은 것을 뽑아 써 붙였는데, 이를 춘첨자(春帖子)라고 불렀다. 쓸 줄 아는 사람은 손수 쓰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은 남에게 부탁해서 써 붙인다. 다만사가 행해지는데, 대표적인 것은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대문·기둥·대들보 등에 붙이는 일이다. 이것을 입춘첩(立春帖)이라 하며, 입춘축(立春祝) 또는 춘축(春祝)이라고도 한다.

 

2) 우수(雨水)

입춘에서 15일을 지나 두표가 인()을 가리킬 때는 우수이며 음()12()의 이칙(夷則)이다. 우수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심수(心宿)와 만나고 질 때는 필수(畢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2번째로 음력 정월 중에 있는 절기다.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의 황경(黃經)330°가 될 때로 양력 219, 20일이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우수입기일(雨水入氣日) 이후 15일 동안을 5일씩 나누어 삼후(三候)로 하였는데, 마지막 5일인 말후(末候)에는 봄빛이 완연해진다. 옛 세시기에 입춘이 지나면 동해동풍이라 차가운 북풍이 걷히고 동풍이 불면서 얼었던 강물이 녹기 시작한다고 했다. 더불어 우수·경칩이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했다. 이 말처럼 우수는 눈이 비로 바뀌면서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가 되었다는 뜻이다. 겨울 추위가 가시고 봄기운이 온 산천에 가득하니, 산과 들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동물들도 동면에서 깨어난다.

 

이제 농부는 논밭에 있는 병·충해 예방을 위해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는 등 본격적인 영농준비에 들어간다. ·밭두렁 태우기는 겨울동안 죽지 않고 살아있는 각종 병·충해를 박멸해 농작물의 병·충해를 예방하고, 증산을 꾀한다는 것에서 시작된 하나의 풍습이다. 농약이 변변찮던 시절 병·충해 예방과 논·밭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꼭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그 효과의 의문성, 좋은 농약의 등장, 산불의 위험 때문에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풍속:, 밭두렁 태우기를 하는 등 본격적인 영농준비에 들어간다.

 

3) 경칩(驚蟄)

입춘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갑()을 가리킬 때는 천둥이 지하의 벌레들을 놀라게 하는 경칩이며 음()12()의 임종(林鐘)이다. 경칩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미수(尾宿)와 만나고 질 때는 삼수(參宿)와 만난다. 24절기(節氣) 3번째로 음력 2월로서 겨울잠을 자고 있던 벌레가 날씨가 따뜻해져서 밖으로 나오는 시기라는 뜻이다. 태양의 시황경(視黃經)345°에 이르는 때로 양력 35, 6일이다.

 

경칩은 글자 그대로 땅 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이다. 개구리들은 번식기인 봄을 맞아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는데 그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좋을 뿐 아니라 몸을 보한다고 하여 경칩 일에 개구리 알을 먹는 풍속이 전해 오고 있다. 지방에 따라서는 도롱뇽 알을 건져먹기도 한다.

 

경칩에는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다.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는 지방도 있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면 빈대가 없어진다는 속설이 전한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나오고, 동삼 석 달 땅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버러지도 꿈틀거린다는 경칩 때가 되면 담배모를 심고 과일밭을 가꾸는 등 농사가 본격화된다. 경칩 때는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완전히 겨울잠을 깨는데 이를 식물기간이라 한다. 보리, , 시금치, 우엉 등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들도 생육을 개시한다. 이때부터 농촌의 봄은 시작된다. 씨 뿌리는 수고가 없으면 결실의 가을에 거둘 것이 없듯, 경칩 때부터 부지런히 서두르고 씨 뿌려야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동지로부터 81일이 지나면 추위가 완전히 물러가는데 81일을 9일 단위로 나눠(9*9=81) 농부들은 구구가(九九哥)를 불렀다. 구구가는 긴 겨울동안 농사를 손 놓아 게을러지는 것을 추스르고, 자연현상을 관찰하면서 농사시기를 살피고자 한 것이다. 그 중 아홉째 마지막 경칩 부근의 노래는 밭가는 소의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고 해서 구구경우(九九耕牛)라 불렀다. 이때쯤이면 농가에서는 장 담그기를 한다. 장 담그는 일은 가정의 일 년 농사라 할 만큼 중요하다. 훌륭한 장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 선택(, 소금, )과 주부의 손끝 정성에 있다. 잘 씻어 말린 장독에 메주를 넣고, 체에 받쳐 거른 소금물을 메주가 잠길 정도로 붓는다. 그리고 고추, 참숯 등을 넣는다. 고추의 붉은색은 악귀를 쫓는다고 해서, 참숯은 살균작용을 하기에 꼭 넣는다. 장을 담근 장독에는 잡귀가 들지 못하도록 왼새끼를 꼬아 솔잎, 고추, 한지를 끼운 금줄을 쳐 장맛을 지켰다. 반찬이 변변찮던 시절, 농가에서는 맛의 근원이었던 장을 무척이나 아꼈다.

 

날이 완전히 풀리는 경칩 때가 되면 겨우내 인분이 쌓인 변소를 푼다. 인분은 직접 논밭에 뿌리기도 하지만 집 한 켠에 쌓인 퇴비더미를 파고 묻어서 몇 달간 잘 썩은 거름을 파내어 논밭에 내었다. 퇴비더미를 두엄이라고 하는데 두엄은 인분 또는 외양간에서 나온 쇠똥, 돼지우리에서 나온 돼지 똥, 염소 똥, 닭똥, 누에똥 등 각종 찌끼가 섞인 거름으로 주재료는 역시 똥이다. 금비(金肥)를 양약이라 한다면 퇴비는 한약이다. 농토에 보약 같던 퇴비는 지력을 높이는 성질이 있다. 우리 조상들이 퇴비 만들기에 열을 올린 이유도 바로 지력 증진을 통한 생산량 향상에 그 이유가 있었다. 실학자 연암 박지원도 과농소초(課農小抄)에서 퇴비가 농사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밝히고 있다. 금비는 질소, 인산, 가리로 대변되는데 우리 조상들은 금비가 없었기에 퇴비와 똥, 아궁이의 재() 등을 농사에 이용하였다. 그것도 부족해 땟물조차 거름으로 만들고, 오줌도 아무데서나 누지 말고 꼭 집에서 누도록 했다. 옛 사람들은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였다. 여한미진(餘寒未盡) 후의 계절에 해당되며, ()에 따라서는 남쪽 지방에서도 가끔씩 눈이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봄이 가깝기 때문에 낮 시간은 서서히 길어지는 시기이다.

풍속:개구리 알 혹은 도롱뇽 알 먹기,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 수액 마시기, 은행씨앗 선물하기.

 

4) 춘분(春分)

입춘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묘()를 가리킬 때는 승()에 해당하며 춘분에는 천둥이 울린다고 한다. ()12()의 유빈(?賓)이다. 춘분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미수(尾宿)와 만나고 질 때는 정수(井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4번째로 태양의 황경(黃經)0°에 있을 때이고 태양은 적도를 통과하여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들어간다. 태양은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고 지구상에서는 밤낮의 길이가 거의 같아진다.

 

음력에서 춘분은 2월 중이면 어느 날에나 해당되며 양력은 321(윤년은 320)로 거의 일정하다. 1992년 이후에는 윤년 다음해도 20일이 되며 2088년에 이르러서는 19일이 되지만 2100년이 지나면 원래대로 되돌아간다.

 

중국 역법에는 동지가 가장 중시되어 달력 계산의 기준점이었으나 서양에서는 춘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유럽의 봄은 춘분부터인데 한국에서는 대개 입춘부터 봄이라고 한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겨울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때이다. 추운 북쪽지방에서도 추위는 춘분까지라고 했다. 조풍이 불기 시작한지 45일째 되는 날이 춘분으로 명서풍(明庶風: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명서풍이 불면 토지의 경계를 바르게 하고 논밭을 정돈한다. 일 년 중 춘분에서부터 약 20여일이 기온상승이 가장 큰 때이다. 이때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난춘(暖春)시기로 일 년 중 농부들이 일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이때를 두고 옛사람이 말하기를 하루 밭을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부르지 못하다고 했듯이 동양에서는 이 날을 농경일로 삼고 씨앗을 뿌렸다. 춘분 때는 이웃끼리 파종할 씨앗을 바꾸어 종자를 정선한다. 겨울철 얼었다 땅이 풀리면서 연약해진 논두렁·밭두렁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말뚝을 박는다. 또 천수답과 물이 귀한 논에서는 물을 받기 위해 도구를 치기도 했다. 옛말에 이월에는 천하의 만민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 했다. 2월의 농업은 대부분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즉 퇴비 만들기, 마늘밭 거름주기, 보리밭 거름주기, 논의 객토, 특용작물 비닐하우스 관리, 비닐하우스용 고추·참외 파종, 과수의 가지치기, 장 담그기, 고구마 싹 틔우기 등 다 외기가 바쁠 정도이다.

풍속:철 이른 화초 파종하기, 식목일을 위하여 씨 뿌릴 준비, 농사의 시작인 초경(初耕)을 엄숙히 행함.

 

5) 청명(淸明)

춘분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을()을 가리킬 때는 청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음()12()의 중려(仲呂)이다. 청명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기수(箕宿)와 만나고 질 때는 정수(井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5번째로 태양의 황경(黃經)15°에 있을 때이고 양력 456일이고 음력으로는 3월 절이다.

 

농가에서는 이 날을 기하여 논농사의 준비 작업인 논둑의 가래질을 시작한다.

 

중국에서는 청명 15일 동안을 5일씩 3분하여 처음 5일에는 오동나무가 꽃피기 시작하고 다음에는 들쥐 대신 종달새가 나타나며 마지막 5일에는 무지개가 처음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한국은 청명을 전후한 45일을 식목일로 정하고 있는데 대개 한식(寒食)과 겹쳐진다. 음력 삼월에는 청명과 곡우가 있다. 청명은 보통 한식과 겹치거나(6년에 한번씩) 하루 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매일반이라 했다. 청명이 되면 비로소 봄밭갈이를 한다. 천수답이나 물이 부족한 논에서는 봄철 논물 가두기를 한다. 논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물이 부족한 모내기 때 요긴하게 쓰자는 것인데, 가두어 둔 물은 대부분 봄 가뭄에 마르기 마련이다. 논물 가두기는 이론적으로 그럴듯했으나 농민들의 호응은 얻지 못했다. 예부터 한식날 논물은 비상보다 더 독하다고 했다. 농가에서는 논물을 가두어 두면 지력이 소진되고, 논갈이에 지장이 있어 이를 기피해 왔다. 그러나 관()에서는 이를 모른 채 일방적으로 봄철 논물 가두기를 강력 추진하는 바람에 논물 가두기는 농민을 무시한 전시행정의 표본이 되었다. 현재는 저수지의 확충, 농업용수의 개발, 양수기의 보급 등으로 논물 가두기는 사라졌다. 청명 때는 삐삐, 또는 삘기라 부르는 띠()의 어린 순이 돋는데 군것질거리가 없던 농가의 아이들이 다투어 뽑아 먹기도 했다. 청명·한식 때가 되면 특히 바람이 심한데 이때 불이나기 쉬우므로 한식날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밥을 그냥 먹기도 했다.

풍속:청명주 답그기, 장 담그기, 조기잡이.

 

한식(寒食)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음력 2월 또는 3월에 들고 양력 45, 6일 무렵에 해당된다. 24절후에 들지는 않지만 습속으로 전해 내려오며 설날·단오·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이다.

 

한식은 해마다 봄에 나라에서 신화(新火)를 만들기에 앞서 어느 기간 동안 구화(舊火)를 일체 금단하던 고대 종교적 예속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하며, 이날 풍우가 심하여 불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다는 중국 풍속에서 유래 한다고도 한다.

 

또한 개자추 전설(介子推傳設)에서 기원한다고도 하는데, 중국 진()나라 문공(文公)이 국란을 당하여 개자추 등 여러 신하를 데리고 국외로 탈출하여 방랑할 때, 허기져 쓰러진 문공을 개자추가 자기 넓적다리 살을 베어 구워 먹여 살렸다 한다. 뒤에 왕위에 오른 문공이 개자추에게 벼슬을 주려하자 면산(綿山)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고 그를 나오게 할 목적으로 불을 질렀으나 끝내 나오지 않고 타 죽었다. 그 뒤 그를 애도하는 뜻에서 불을 금하고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한식이 되면 나라에서는 종묘와 각 능원(陵園)에 제향하고 민간에서는 여러 가지 음식으로 절사(節祀)를 지낸다. 또한 주과(酒果)를 마련하여 성묘하고, 주위에 식수나 사초(莎草)를 한다. 개자추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비가 내리는 한식을 물한식이라고도 하며, 이 때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한식날부터 농가에서는 농작물 씨를 뿌리는 등 본격적인 농사철로 접어든다.

 

6) 곡우(穀雨)

춘분에서 15일이 지나 도표가 진()을 가리킬 때는 곡우(穀雨이며 음()12()의 고선(姑洗)이다. 곡우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두수(斗宿)와 만나고 질 때는 성수(星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6번째로 태양의 황경(黃經)30°에 있을 때이고 양력 420, 21일이며 그 때부터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된다.

 

곡우 때가 되면 봄비가 자주 내리고 백곡(百穀)이 윤택해진다고 하여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는 말이 있다. 옛날 곡우 무렵이면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하기 위해 볍씨를 담갔는데,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속신(俗信)이 있다. 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린다는 곡우는 과거에는 농사에 가장 중요한 절기중의 하나였다. 왜냐하면 곡우 때 못자리를 하기 때문이다.

 

농사 중의 농사인 벼농사의 파종이 있는 날이므로 죄인도 잡아가지 않을 정도였다. 나라에선 농민들에게 곡우임을 알려 볍씨를 내어주며 못자리를 권장하는 행사로 법석을 떨었다. 곡우 때는 나무가 한창 물오르는 시기이다. 그래서 고로쇠나무를 비롯한 나무의 수맥을 받아먹으면 위장병이 낫는다하여 즐겨 마셨다. 곡우 무렵이면 가뭄을 해갈하는 단비가 내리고 그 물로 못자리를 한다. 물이 꼭 필요한 곡우 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곡우 무렵 볍씨를 담그는데, 특히 볍씨를 담글 때는 여러 금기사항이 있었다. 상가(喪家)에 들렀거나 부정한 일을 보았을 때는 집 앞에 불을 놓고 그 불을 쬐어 악귀를 태운 후 정갈히 씻고 볍씨를 담가야 부정이 타지 않는다고 했다. 부정한 채로 볍씨를 담그면 싹이 트지 않아 그해 농사를 망친다고 보았다. 음력 삼월은 강풍으로 인해 비닐하우스가 날아가는 피해를 입기도 하고, 고온 건조한 높새바람이 불어 농작물에 막대한 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산내린 바람(높새바람) 맞으면 잔디 끝도 마른다고 바짝 긴장했다. 또 황사가 날아와 산천을 온통 누런 먼지로 뒤덮기도 한다. 이월 말에서 시작된 농사일이 삼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는 각 농작물의 파종기가 삼월에 집중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볍씨 소독, 못자리 만들기, 고구마 싹 틔우기, 시금치·배추·열무 등 봄채소 파종, 호박·고추·조 파종, 봄보리 갈기(파종), 겨울보리 아시·두벌 김매기, 감자 심기, 마늘 웃거름 주기 등이다.

 

일 년 중 날씨가 가장 변덕스러운 때이므로 농가에선 늦서리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청명·곡우가 낀 음력 삼월은 황사가 많은 계절이다. 몽골건조지대와 중국 황하지방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한반도 곳곳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황사가 끼면 하늘이 누런 먼지로 뒤덮이고 가시거리가 짧아진다. 햇볕을 가려 농작물의 자람을 방해하고 각종 기관지염과 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누런 모래먼지가 만 길까지 뻗쳐 있다 하여 황사만장(黃砂萬丈)이라 부르는 황사는 비가 내리면 누런색을 띤다하여 황우(黃雨)라 하기도 한다. 인간에게 별 이로움 없이 해만 끼치기로 악명 높은 황사, 그러나 황사가 농작물에 좋은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예부터 적조방제나 물고기의 질병치료를 위해 황토를 사용했듯이 황사는 호수의 산성화를 막는 중화제 역할을 한다. 또 토양의 산성화를 막고 식물성장의 촉진제 역할도 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사에는 식물의 영양분인 칼슘, 마그네슘이 평소 대기보다 높게 포함돼 있어 식물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곡우 때는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여서 전라남도나 경상남북도·강원도 등지에서는 깊은 산이나 명산으로 곡우 물을 먹으러 간다. 곡우 물은 주로 산다래나 자작나무 또는 거자수·박달나무 등에 상처를 내었을 때 거기서 나오는 물을 말하는데, 그 물을 마시면 몸에 좋다고 하여 약수로도 쓰인다. 또 곡우 때가 되면 흑산도(黑山島)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하여 충청남도의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 부근으로 올라온다. 그 때 잡는 조기를 특히 곡우사리라 부르는데 살은 아주 적지만 맛이 있다. 풍속:곡우살이, 볍씨 담그기, 나무수액 마시기.

 

7) 입하(立夏)

춘분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상양(常羊)의 동남(東南)을 가리킬 때는 봄철의 경계가 끝난다. 입춘에서 46일째는 입하이며 큰 바람이 멈춘다는 뜻이며 음()12()의 협종(夾鐘)이다. 입하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두수(斗宿)와 만나고 질 때는 장수(張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7번째로 음력 4월의 절기로 양력 55, 6일로 태양의 황경이 45°에 있을 때이고 여름으로 접어든다는 뜻에서 입하라 하며 입하에서 입추 전까지를 여름이라 한다.

 

명서풍이 불기 시작한지 45일째가 입하로 청명풍(淸明風: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부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청명풍이 불면 폐백을 꺼내어 제후들에게 보낸다.

 

입하는 말 그대로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뜻이다. 과거엔 입하가 되면 농작물도 자라지만 해충도 번성하고 또 잡초까지 자라서 이것을 제거하는 행사를 권장하였다. 입하에 이르면 그간 일교차가 크고 변화 많던 날씨는 안정되고, 천지만물은 무성히 자라기 시작한다. 잎 새를 띄운 나뭇잎은 윤기를 더하고 그렇지 않은 나무들은 마지막으로 싹을 띄워 푸르름의 여름으로 넘어가고자 몸부림친다. 이때 마을에는 한두 그루쯤 있는 이팝나무에서 흰 꽃이 핀다. 꽃이 마치 흰 쌀밥 같이 온 나뭇가지를 뒤덮으며 피는데 꽃이 한꺼번에 잘 피면 그해 풍년이 들고, 꽃이 신통치 않으면 흉년이 들 징조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조상들은 쌀밥나무라 부른 이팝나무를 통해 그해의 풍흉을 점쳤던 것이다.

 

역시 계절의 여왕은 이때다. 산에는 뻐꾸기 울어 대고 들에는 온갖 나물들이 지천으로 돋아나 입맛을 돋운다. 녹음이 무성해지고 농가에서는 못자리 돌보기 등의 농사일이 한창일 때다. 입하가 지나면 여름이라 했지만 산간지방에서는 우박이 내려 담배, 깻잎, 고추 등 어린 모종이 해를 입기도 한다. 또 높새바람이 불어 농작물의 잎을 바짝 마르게 하는 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때가 되면 농사가 바빠지며, 해충·잡초 제거 작업 등의 일이 많아진다. 서울 송파지역에서는 세시 행사의 하나로서 쑥버무리를 절식으로 마련하기도 한다. 풍속:쑥버무림을 절식으로 마련한다.

 

8) 소만(小滿)

입하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사()를 가리킬 때는 소만이며 음()12()의 태주(太簇)이다. 소만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우수(牛宿)와 만나고 질 때는 익수(翼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8번째로 음력 4, 양력으로 521, 22일로 태양이 황경(黃經) 60°에 있을 때이고 여름의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성장한다.

 

농가월령가에 4월이라 맹하(孟夏) 소만(小滿) 절기로다. 라고 했다. 소만이 되면 보리가 익어가며 산에서는 부엉이가 울어 옌다. 이 때쯤이면 보릿고개란 말이 있을 정도로 너나없이 양식이 떨어져 가난하고 힘겹게 연명하던 시기다. 산과 들은 신록이 우거져 푸르게 변했고 추맥(秋麥)과 죽맥(竹麥)이 나타난다. 음력 3, 4월이면 권농(勸農)의 달이라 하여 매우 바쁜 시기이다. 봄바람과 더불어 모판을 만들면서부터 농사일이 바빠진다. 경운기와 트랙터를 이용한 논갈이, 모판 만들고 볍씨 뿌리기, 올콩심기, 면화·참깨·아주까리 파종, 춘잠치기, 3월에 심은 채소류 관리 및 김매기, ·돼지 등 교미시키기가 그것이다.

 

절기가 소만에 이르면 남쪽 따뜻한 지방에서부터 감자 꽃이 피기 시작한다. 하얀 꽃 핀 것은 하얀 감자가 달리고, 자주꽃 핀 것은 자주감자가 달린다. 자주감자는 일명 돼지감자라 불렀다. 생명력이 왕성해 한국토질에 잘 되었으니, 맵고 아려서 어린애들이 잘 안 먹으려고 했다. 그러니 돼지감자는 자연히 어머니들 몫이었다. 하얀 꽃 피는 흰 감자는 맛이 좋아 아이들이 즐겨 먹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때문에 평지에서 연작하기가 어려웠다. 자연 맛은 떨어지지만 소출이 많은 자주감자를 심었다. 요즘은 고랭지 지역에서 재배한 씨감자가 있지만 옛날에는 씨감자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 대관령, 봉화에서 바이러스에 강한 흰 씨감자가 생산되면서 흰 감자가 대대적으로 보급되었다. 그러자 자주감자는 차츰 사라졌다. 지금은 어디선가 홀로 자주 꽃을 피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를 시작한다. 모판을 만들어서 모내기까지 모의 성장 기간이 옛날에는 4550일 걸렸으나, 지금은 비닐 모판에서 40일 안에 충분히 자라기 때문에 소만에는 모내기로 인해 1년 중 제일 바쁜 계절이 된다. 옛날 중국에서는 소만입기일(小滿入氣日)로부터 망종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등분하여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뻗어 나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하였다.

풍속:모내기, 보리 베기, 김매기 등.

 

9) 망종(芒種)

소만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병()을 가리킬 때는 망종이며 음()12()의 대려(大呂)이다. 망종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여수(女宿)와 만나고 질 때는 진수(軫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9번째로 음력 45, 양력 66, 7일로 태양의 황경이 75°에 있을 때이고 망종이란 벼·보리 등 수염이 있는 곡식의 씨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망종은 보리를 먹게 되고 볏모를 심는 시기다. 망종은 말 그대로 까라기 종자라는 뜻이니 까끄라기가 있는 보리를 수확하게 됨을 의미한다. 망종이 일찍 들면 보리농사가 잘 되고 늦게 들면 나쁘다고 했다. 망종까지는 보리를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 갈아 콩도 심게 된다. 망종을 넘기면 모내기가 늦어지고, 바람에 보리가 넘어져 수확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보리는 씨 뿌릴 때는 백일, 거둘 때는 삼일이라 할 정도로 시간이 촉박했다. 보리를 수확한 후에는 보리 대를 태워야 모내기하기에 편리하다. 그리고 모를 심어도 빨리 사름(뿌리 활착)하게 된다. 그래서 보리수확이 끝난 논마다 보리 대를 태우는 연기로 장관을 이루게 된다. 농가에서는 이때 쯤 이면 보리수확과 모내기가 연이어져 부척 바쁘게 된다. 이때의 바쁨을 일러 발등에 오줌 싼다고 말한다.

 

망종 때는 농사일이 끊이지 않고 연이어져 일을 멈추는 것을 잊는다고 망종(忘終)이라고도 했다. 말 그대로 농번기의 최고 절정인 것이다. 보리수확과 타작이 끝나는 망종 때부터 모내기가 대대적으로 시작된다. 특히 이모작을 하는 남부지방에서는 보리나 밀을 베랴, 논을 갈고 써래질하고 모심으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렇게 바쁘다 보니 자연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 별보고 나가 별보고 들어온다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논에 물이 많으면 심어도 모가 곧 뽑히고, 적으면 구덩이가 쉽게 드러나 뿌리가 마르고 만다. 또 모를 심으면 며칠간 모 끝이 하얗게 마르는 죽사름을 시작한다. 못자리에 있다가 옮겨오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잠시 죽은 듯이 있다가 뿌리를 내리며 다시 기운차게 살아 오르기 위해서이다. 이 시기는 옛날에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알맞은 때였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듯이 망종까지는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할 수 있다. 특히 모내기와 보리 베기가 겹치는 이 무렵의 바쁜 농촌 상황은 보리농사가 많던 남쪽일수록 심해서 이때가 1년 중 제일 바쁜 때였다. 음력 4월내에 망종이 들면 보리농사가 잘되어 빨리 거두어들일 수 있으나 5월에 망종이 들면 그 해 보리농사가 늦어져 망종 내에도 보리 수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풍속:보리수확과 타작이 끝나는 대로 모내기가 대대적으로 시작됨.

 

10) 하지(夏至)

하지일은 음기(陰氣)가 극양(極陽)의 기() 속으로 틈타서 들어오면 만물(萬物)은 그 음기에 의해 사멸(死滅)로 접어들며 낮은 양()으로 양기(陽氣)가 이기면 낮이 길어지고 밤은 짧아진다. 망종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오()를 가리킬 때는 춘분에서 46일째를 하지라고 하며 음()12()의 황종(黃鐘)이다. 하지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위수(危宿)와 만나고 질 때는 항수(亢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10번째로 태양이 황도(黃道)에서 가장 북쪽인 황경(黃經) 90°에 있을 때이고 춘분점과 추분점 중간에 있을 때이다. 지구 북위 23°30북회귀선에서는 태양이 바로 위에 보이며 한국과 같은 북반구는 태양 남중 고도가 가장 높고 해 그림자는 가장 짧으며 태양력으로 621, 22일이다.

 

북반구는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으며 북극권에는 하루 종일 태양이 지평선 밑으로 가라앉지 않는 백야(白夜)현상을 보이는 반면 남반구에서는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며 태양이 지평선 밑에서 위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

 

청명풍이 불기 시작한지 45일째가 하지인데 이때부터 경풍(景風:남쪽에서 북쪽으로 부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경풍이 불면 덕 있는 자에게 작위를 주고 공 있는 자를 포상한다. 하지가 되면 묵정밭과 산야는 희디 흰 개망초 꽃으로 뒤덮인다. 과거 보온용 비닐 못자리가 나오기 전 남부 이모작 지대에는 하지 전삼일·후삼일이라 해서 그때가 모내기에 적기였다. 지금은 보온용 못자리 설치로 모내기가 빨라져 하지 때가 되면 모는 새 뿌리를 내리며 날마다 더욱 굳어진다. 늦모내기가 대체로 끝나는 하지부터는 비료치기와 벼 병충해 방제작업에 들어간다.

 

장마와 가뭄대비도 해야 하는 만큼 이때는 일 년 중 추수와 더불어 가장 바쁜 때이다. 메밀파종, 누에치기, 감자 캐기, 고추밭매기, 마늘 캐기 및 건조, 보리수확 및 타작, 보리수매, 모내기, 모낸 논 웃 비료치기, 제초제 살포 등이다. 그루갈이용 늦콩심기, 또 대마수확이 이루어진다. 대마를 하는 농가는 모내기보다 더 바빠 대마 철은 아예 잠을 못 잔다고 한다. 보리타작한 농가는 할매 단지에 가을추수 후 넣어둔 쌀을 꺼내고 보리를 넣어 잘 모셔둔다. 벼농사의 경우 모내기가 끝나면 김매기(지역에 따라서는 논매기라 한다)가 뒤따른다. 벼가 패기까지(출수기) 두세 번에 걸쳐 김매기가 이어진다. 처음 매는 김을 초벌매기(애벌매기라고도 한다)라 한다. 초벌매기 후 3주 쯤 지나면 두벌매기가 이어지고 잡초가 많은 논이나 알뜰한 농가, 일손이 많은 농가에서는 세벌매기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요즘 김매기를 하는 논은 유기농법으로 농사짓는 논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모두들 손쉬운 제초제로 김매기를 대신 하게 된다. 노동력의 부족으로 인해 땅에 마구 뿌려댄 제초제는 결국 벼로 옮겨가고, 그 벼는 사람이 먹게 됨에 따라 체내에 축적되고, 마침내는 각종 암이나 질병을 일으키게 되는 심각한 상황을 유발하고야 만다. 두레 김매기를 통해 이웃 간의 두터운 정을 나눌 줄 알았던 아름다운 전통은 사라지고 한 사람이 충분한 일손이 되어 제초제를 뿌려대고 있으니 인간이 이기로 인해 머지않아 이 땅덩이와 밥상이 몰락할 날이 도래하고야 말 것이다. 하루빨리 지렁이와 구더기, 각종 벌레들이 우글거리던 옛 땅으로 회복해야 한다. 풍속:감자전 부쳐 먹기, 하지가 지날 때 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낸다.

 

11) 소서(小暑)

하지에서 15일이 지나 두표(斗杓)가 정()을 가리킬 때는 소서이며 음()12()의 대려(大呂)이다. 소서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실수(室宿)와 만나고 질 때는 저수(?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11번째로 음력으론 6, 양력으론 77, 8일경으로 태양의 황경이 105°에 있을 때이고 장마 전선이 오래 자리 잡아 습도가 높은 장마철을 이룬다.

 

예전에는 논매기를 하였으나 지금은 제초제를 뿌리고, 하지 무렵에 심은 팥··조 등을 김맨다. 또 이때 퇴비(堆肥)를 장만하고 논두렁의 잡초를 깎기도 한다.

 

소서로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며 과일·채소류가 풍성해지고 밀과 보리가 새로 나온다. 작은 더위라는 소서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 이때가 되면 벼는 출수기를 맞는다. 벼논에서는 잎 도열병과 멸구를 방제하기 위해 1차 농약을 친다. 물약을 치기도 하고 손으로 뿌리는 농약을 치기도 한다. 농가에서는 장마기와 가뭄기가 겹치는 이때 논물관리와 무너지기 쉬운 논둑 관리, 그리고 가뭄에 대비해 양수기를 설치해 놓는다. 요즘은 다양한 제초제와 기계화로 인해 손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러나 과다한 제초제와 농약살포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땅을 죽이고 자연을 죽이는 농법에서 벗어나 자연에 순응하며 벌레와 지렁이와 공생하는 생태농법, 유기농법이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풍속:김매기, 퇴비 장만과 논두렁의 잡초 깎기 등.

 

12) 대서(大暑)

소서에서 15일이 지나 두표(斗杓)가 미()를 가리키면 때는 대서(大暑)이며 음()12()의 태주(太簇)이다. 대서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벽수(壁宿)와 만나고 질 때는 방수(房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12번째로 음력 6, 양력 722, 23일경으로 태양의 황경(黃經)120°에 있을 때이고 대개 중복(中伏) 무렵이며 더위가 심한 시기이다.

 

큰 더위인 대서는 겨울인 대한(大寒)으로부터 꼭 6개월이 되는 날이다.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로 특히 대서 이후 20여일이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시기이다. 불볕더위, 찜통더위도 이때에 해당된다. 밤에도 열대야 현상이 일어나며 더위 때문에 염소 뿔이 녹는다고 할 정도다. 특히 무더위를 초··말 삼복(三伏)으로 나누어 소서·대서라는 큰 명칭으로 한 것도 무더위의 경종을 농민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대서 때는 뜨거운 태양과 많은 비로 인해 벼를 비롯한 모든 작물이 잘 자라 오뉴월 장마에 돌도 큰다고 한다. 이때는 더운 날씨 때문에 많이 발생하는 병인 문고병과 이화명흑나방 등을 예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논두렁의 웃자란 풀들이 벼를 덮어 생육을 방해해 논두렁 풀도 베어준다. 논두렁에 심어둔 두렁걸이 콩, , 고구마 밭의 풀 등도 메고 북돋아 주어야 한다. 농가에서는 대서가 낀 삼복에 비가 오면 대추나무에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여름철 잦은 비와 고온 다습한 날씨는 벼에 바람 한 줌 통할 수 없게 되고 벼 줄기가 썩어 들어가게 되는데 이 병을 문고병(또는 몽고병)이라 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많은 벼들이 서로의 어깨를 맞댄 채로 함께 있으면서도 썩지 않고 잘 자란다. 그것은 벼들 스스로 최소한의 자기 존재를 지켜나갈 수 있는 거리와 여유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사회를 구성하고 살 듯, 벼들도 자기 세계를 지키며 그렇게 사는 것이다.

 

음력 6월은 보리, 밀을 위시해 노지용 수박, 참외 등 각종 과일들이 생산되는 시기이다. 벼를 비롯해 그동안 경작한 농사는 가을의 수확을 기다리는 시기로서 농군들의 일손도 다른 달보다 한가한 때이다. 오월에 이어 유월에도 이모작 지대와 특수작물을 수확한 논에서는 늦모내기가 이어진다. 연이어 그간 심어둔 호박, 고추, 콩 등을 솎아내고, 김을 매고 흙을 북돋워 준다. 잎담배도 따로 건조시킨다. 퇴비 만들기, 삼베하기, 논 물 빼기와 물대기도 소서·대서 절기의 중요한 일이다.

 

7, 8월은 본격적인 장마시기로 쌀 생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특히 집중적으로 오는 태풍과 비도 문제이지만 장기간 계속되는 장마는 냉해와 병충해 등을 유발해 벼의 생육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7, 8월이 벼와 옥수수, , 감 등 작물의 알곡이 열리는 시기이기에 더욱 그러한 것이다. 가뭄이 심해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벼논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다. 벼들이 누렇게 타들어 가면 농민들의 마음도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장기간 한발이 계속되면 마을 단위로 기우제를 지낸다. 그것도 신통치 않으면 장을 옮겨 섰다. 비가 내리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인 것이다. 농민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단지 안에 도마뱀을 잡아넣고, 병에다 버들가지를 꽂아두며 비가 오길 원했다. 쌀농사에 가장 무서운 복병은 가뭄과 냉해이다. 과거엔 가뭄이 가장 큰 피해를 입혔으나 오늘날 저수지의 축조로 천수답이 많이 사라지고, 양수기 등 농기계의 발달로 가뭄은 그다지 심각한 해를 입히지 못한다. 그보다는 장기간 날씨가 차가워지고 비만 내리는 냉해는 현대과학으로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 그저 구멍 뚫린 하늘을 쳐다보며 원망의 삿대질을 해댈 뿐이다. 여름철 때 이른 잦은 강우와 냉해는 잎도열병, 이삭도열병 등 각종 병·충해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옛날에는 논김을 매어주었으나 지금은 제초제를 뿌리고 매지 않는다. 그러나 밭김은 매어주고 퇴비장만 등이 이 무렵에 계속된다.

 

옛날 중국에서는 대서입기일(大暑入氣日)로부터 입추까지를 5일씩 끊어서 삼후(三候)라 했는데, 초후(初候)에는 썩은 풀이 변해 반딧불이 되고, 중후(中候)에는 흙이 습하고 무더워지며, 말후(末候)에는 큰비가 자주 내린다고 했다. 이 무렵은 몹시 덥고 소서 때부터 장마 전선이 한반도 동서에 걸쳐 자주 큰 장마가 진다.

풍속:, 밭두렁의 잡초 베기와 퇴비장만 등.

 

13) 입추(立秋)

대서에서 15일이 지나 배양(背陽)의 남서(南西)를 가리킬 때는 여름철의 경계가 끝난다. 입하로부터 46일째에는 입추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고 하며 음()12()의 협종(夾鐘)이다. 입추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규수(奎宿)와 만나고 질 때는 미수(尾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13번째로 음력 7월의 절기로서 양력 88, 9일로 태양의 황경이 135°에 있을 때이고 가을로 접어든다는 뜻에서 입추라 하며 입추에서 입동 전까지를 가을로 여긴다.

 

경풍이 불기 시작한지 45일째는 입추로 양풍(凉風:북풍. 또는 남서풍.)이 불기 시작한다. 양풍이 불면 대지의 은혜와 독에 감사하고 사방신을 제사지낸다. 찌는 듯 한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것이 입추이다. 입추라 해도 더위는 여전하여 잔서(殘暑:늦더위)가 계속된다.

 

이때쯤이면 김장용 무·배추를 심기 시작한다. 벼논에서는 목도열병과 벼멸구를 막기 위해 농약을 친다. 특히 이 시기에는 태풍과 장마가 오면 자주 발생하는 목도열병과 고온이 지속되면 주로 발생하는 벼멸구의 피해가 심하다. 목도열병은 일반 벼에 더 심하게 나타난다. 이 시기는 출수기로 쌀 감수와 직결되기 때문에 신경을 써서 방제해야 한다. 잠깐 실수로 잘 지은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뜻밖의 복병인 사리가 도사리고 있다. 사리는 한 달에 음력 24일과 1719일 두 차례 생기며 사리 가운데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때가 음력 7월 보름 전후인데 백중 전후에 사리현상이 드높다하여 백중사리라고 부른다. 바다의 수면이 올라가는 사리현상은 태양과 달의 위치가 지구--태양 또는 태양--지구일 때 태양과 달의 인력이 합쳐져 지구의 바닷물을 끌어당겨 생긴다. 이로 인해 바닷물의 수위가 최고가 되어 낮은 지대 농작물에 피해를 끼친다. 이때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해수면 상승으로 인천, 안산, 평택, 보령, 군산, 목포, 여수, 광양, 통영, 부산 등 저지대는 침수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평택지방은 바닷물 높이가 9M 53까지 올라가 애써 가꾼 농작물이 온통 잠겨 농민을 깊은 시름에 빠뜨리기도 한다.

 

볍씨는 크게 일반 벼와 통일벼가 있었다. 일반 벼는 기존 재래종을 약간 개량한 것으로 밥맛이 좋고 매우 차졌다. 또 볏짚의 길이가 길어 소의 사료로부터 초가지붕, 가마니나 거적, 새끼, 노끈 재료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출이 떨어지고 병충해에 약한 것이 흠이다. 여기에 비해 통일벼는 볍씨가 일반 벼에 비해 크고 소출도 많으나 쌀이 푸석푸석해 밥맛이 없고 밥을 해 놓으면 찰기가 적어 우리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았다. 또 볏짚의 길이가 짧고 억세며, 쉽게 서리에 고꾸라져 사료용과 장작 대용의 연료 이외에는 잘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존 농가에서는 일반미, 그 중에서도 속칭 아끼바리(원명은 아끼바레)라 불린 쌀을 많이 심었다. 차지고 밥맛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에 의해 추진된 녹색혁명·산미증산 계획에 따라 신품종 볍씨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일대 혁명이 있었다. 이때부터 가을 채비를 시작하는데, 특히 김장용 무·배추를 심는다. 김매기도 끝나가고 농촌도 한가해지기 시작하여 흔히 이때를 어정 7, 건들 8월이라 일컫는다.

풍속:김장용 무, 배추 심기, 목도열병과 벼멸구를 막기 위해 농약을 줌.

 

14) 처서(處暑)

입추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신()을 가리킬 때는 처서이며 음()12()의 고선(姑洗)이다. 처서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위수(胃宿)와 만나고 질 때는 미수(尾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14번째로 음력으로는 7월의 중기(中氣)이고, 양력으로는 823, 24일로 입추와 백로(白露) 사이의 서퇴기(暑退期)이며 태양은 황경(黃經) 150°에서 15°사이인 처서의 구역을 지난다.

 

옛날 중국에서는 처서 15일간을 5일씩 3()로 세분하여 매가 새를 잡아 늘어놓고, 천지가 쓸쓸해지기 시작하며, 논벼가 익는다고 하였다. 여름이 지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불렀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다.

 

농부들은 익어가는 곡식을 바라보며 농기구를 씻고 닦아서 보관 할 준비를 한다. 옛 조상들은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밭두렁이나 산소의 벌초를 하였다. 여름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말리는 일도 이 무렵에 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처럼 파리·모기의 성화도 면하게 된다.

 

한편 처서에 비가 오면 십 리에 곡식 천 석을 감한다든가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곡식이 준다는 속담처럼 처서의 비는 곡식이 흉작을 면치 못한다는 믿음이 영·호남 지역에 전하여져 온다. 그만큼 처서의 맑은 날은 농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옛 부터 처서 날이 잔잔하면 농작물이 풍성해진다 했다.

 

입추·처서가 든 칠월은 논의 지심을 맨다하여 세 벌 김매기를 한다. 피 뽑기, 논두렁 풀베기를 하고 참깨를 털고 옥수수를 수확한다. 또 김장용 무·배추 갈기, ·밭 웃 비료 주기가 이루어진다. 농가에서는 칠월을 어정 칠월이요 동동 팔월이라 부르기도 한다. 칠월은 한가해 어정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팔월은 추수하느라 일손이 바빠 발을 구르며 지낸다는 말이다.

 

그러나 칠월도 생각보다는 일거리가 많다. 특히 태풍이 오거나 가뭄이 오면 농민의 일거리는 그만큼 늘어난다. 논물도 조정해야 하고 장마 후에는 더 극성을 부리는 벼 병·충해 방제도 빠뜨릴 수 없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처서에 비가 오면 흉작이 든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처서가 지나면 벌초를 하고, 여름철 장마로 습기가 찬 옷이나 책을 말리는 포쇄를 하며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을 느끼게 되고 파리·모기도 사라지게 된다. 또한 백중의 호미씻이(洗鋤宴)도 끝나게 되어 농촌이 한가해지는 때이기도 하다. 풍속:청벌초를 하거나 장마에 습기 찬 옷, 책 등을 말리는 일.

 

15) 백로(白露)

처서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경()을 가리킬 때는 백로이며 음()12()의 중려(仲呂)이다. 백로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묘수(昴宿)와 만나고 질 때는 기수(箕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15번째로 음력 8, 양력 98, 9일로 태양의 황경이 165°에 있을 때이고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또한 장마도 걷히고 중후(中候)와 말후(末候)에는 쾌청한 날씨가 계속된다. 간혹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이 곡식을 넘어뜨리고 해일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백로가 음력 7월 중에 드는 수도 있는데 제주도와 전라남도 지방에서는 그러한 해에 오이가 잘 된다고 한다.

 

경상남도 섬 지방에서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十里) 천석(千石)을 늘인다고 해서 백로에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생각하였다. 백로는 들녘의 농작물에 흰 이슬이 맺히고 가을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때이다. 이때가 되면 고추는 더욱 붉은 색을 띠기 시작한다. 맑은 날이 연이어지고 기온도 적당해서 오곡백과가 여무는데 더없이 좋은 날이 된다.

 

백로에 비가 오면 오곡이 겉여물고 백과에 단물이 빠진다하여 오곡백과가 여무는 데 지장이 있음을 걱정했다. 초가을인 이때는 가끔 기온이 뚝 떨어지는 조냉(早冷)현상이 나타나 농작물의 자람과 결실을 방해해 수확의 감소를 가져오기도 한다. 백로에 접어들면 밤하늘에선 순간적으로 빛이 번쩍일 때가 더러 있다. 농부들은 이를 두고 벼이삭이 패고 익는 것이 낮 동안 부족해 밤에도 하늘이 보탠다고 한다. 이 빛의 번쩍임이 잦을수록 풍년이 든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가운데 한낮에는 초가을의 노염(老炎)이 쌀농사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벼 이삭이 여물어 가는 등숙기(登熟期:양력 8월중순9월말)의 고온 청명한 날씨는 벼농사에 더없이 좋고, 일조량이 많을수록 수확량도 많아지게 된다. 이때의 햇살과 더위야말로 농작물엔 보약과 다름없는 것이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내리 쬐는 하루 땡볕에 쌀 12만섬(1998년 기준)이 증산된다고 한다. 중위도 지방의 벼농사는 그간 여름 장마에 의해 못자란 벼나 과일들도 늦더위에 알이 충실해지고 과일은 단맛을 더하게 된다. 이때의 더위로 인해 한가위에는 맛있는 햅쌀과 햇과일을 먹게 되는 것이다. 풍속:여름 농사를 끝내고 추수 때까지 일손을 놓는 때로 가까운 친척을 방문함.

 

16) 추분(秋分)

백로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유()를 가리킬 때는 승()에 해당한다. 추분에는 천둥치는 것이 그치고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북쪽을 향한다고 하며 음()12()의 유빈(?賓)이다. 추분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삼수(參宿)와 만나고 질 때는 두수(斗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16번째로 태양의 황경(黃經)180°에 있을 때이고 태양은 적도를 통과하여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들어간다. 음력으로 8, 양력으로 923, 24일이다. 이날 태양이 추분점(秋分點)에 이르러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고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의 길이가 길어진다.

 

양풍이 불기 시작한지 45일째는 추분일로 창합풍(?闔風: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창합풍이 불면 매달아 두었던 종()과 경()을 정돈하고 금()과 슬()의 줄을 느슨하게 한다. 시기적으로는 수확기가 되며 이때부터 여러 산채를 말려 나물을 준비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추분 기간을 3부분으로 나누어 처음 5일간은 우뢰가 그치고, 다음 5일간은 동면할 벌레가 구멍을 막으며, 나머지 5일간은 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의 들녘에 서면 곡식들 여물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수수와 조가 늘어 뺀 고개를 숙일 대로 숙이고, 들판의 벼들은 강렬한 태양, 천둥과 폭우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의 고개를 숙인다. 머잖아 쌀알로 열매 맺게 될 저 알곡들이 황금빛 바다를 이루어 빛나는 시기이다. 없는 이웃 논바닥을 피바다로 만드니, 이웃집 농부들의 수군거림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피사리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이때는 여름내 짙푸르기만 하던 들이 하루가 다르게 누릿누릿 익어 물들어 간다. 또 고추가 익기 시작하므로 수시로 따서 말린다. 가을 누에치기, 건초 장만하기, 반찬용 콩잎 따기도 한다. 논물 빼고 도구치기, 마지막 논두렁 베기, ·충해 방제, 논에 피사리 등 수확을 앞두고 관리에 들어간다.

풍속: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목화를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리는 등 잡다한 가을걷이를 한다.

 

17) 한로(寒露)

추분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신()을 기리 킬 때는 한로이며 음()12()(林鐘)이다. 한로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정수(井宿)와 만나고 질 때는 두수(斗宿)와 만난다. 24절기 가운데 17번째로 음력으로 9, 양력으로 108, 9일이고 태양이 황경 195°에 있을 때이고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서 서리가 맺힌다. 또한 단풍이 짙어지고, 여름새와 겨울새의 교체가 이루어지며, 농촌은 추수가 한창인 시기이다.

 

중국에서는 한로 15일간을 5일씩 3(三候)로 나누기도 하였다. 찬 이슬 맺히는 한로에 접어들면 농부들은 잠시 머뭇거릴 겨를도 없다. 새벽밥 해먹고 들에 나가 밤늦도록 일을 한다.

 

한로에는 찬 이슬 머금은 국화꽃 향기 그윽하고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 이즈음 기온이 더욱 내려가니 늦가을 서리를 맞기 전에 빨리 추수를 끝내려고 농촌은 바쁘기 그지없다. 벼이삭 소리 슬슬 서걱이고 곡식과 과일이 결실을 맺는 때. 북에서부터 남으로 내려오는 벼들의 황금빛 물결에 맞추어 벼 베기가 시작되고 단풍은 춤추듯 그 붉은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높다. 벼가 여물어 들판이 황금물결로 출렁일 때 농부들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벼를 베거나 타작하는 날은 무슨 잔칫날처럼 부산하고 고될망정 수확을 하는 농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친다.

 

예전엔 길손이 지나면 꼭 불러 새참이나 점심을 함께 권했고,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돌려 먹을 줄 알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주인은 논둑에서 어정거리는 동안 콤바인이 굉음을 울리며 순식간에 논을 오가며 벼를 담은 가마니를 떨어뜨린다. 특별한 민속 행사는 없으나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 술을 담그며 여러 모임이나 놀이가 성행한다.

풍속:국화전을 지지고 국화 술을 담그며 여러 모임이나 놀이가 성행.

 

18) 상강(霜降)

한로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술()을 가리 킬 때는 상강이며 음()12()의 이칙(夷則)이다. 상강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정수(井宿)와 만나고 질 때는 두수(斗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18번째로 음력 9, 양력 1023, 24일로 태양의 황경이 210°에 있을 때이고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며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지므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의 계절이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상강으로부터 입동 사이의 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세분하여, 초후(初候)에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고, 중후(中候)에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며, 말후(末候)에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가 모두 땅에 숨는다고 하였다. 말후에 가서 벌레가 이미 겨울잠에 들어간다고 한 것으로 보아 계절적으로 추울 때이다. 이는 농경시필기(農耕始畢期)와도 관련되어, 9월 들어 시작된 추수는 상강 무렵에 마무리가 된다.

 

된서리가 내려 천지가 눈이 온 듯 뽀얗게 뒤덮이는 때다. 이때쯤이면 각 시·군의 엽연초조합에서 잎담배 수매가 시작된다. 과거 수입담배가 들어오기 전 잎담배가 제값을 받을 때는 담배수매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그 지역은 흥청거렸다. 담배 등급을 판정하는 심사관들이 묵는 여관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판정 가를 받으려고 술 접대가 한창이었고 수매가 시작되는 날이면 목돈을 쥔 사람들을 유혹하는 장사꾼이 도처에서 모여들어 흥청거렸다. 목돈을 손에 쥔 농민들은 할 일없이 어슬렁거리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더러는 제 기분에 취한 나머지 일 년 고생해 지은 담배 값을 기생집이나 사기꾼에 홀라당 털리기도 했다.

 

상강은 보리파종의 적기이다. 가을 추수가 끝나기 무섭게 이모작 지대인 남부지방에서는 보리파종에 들어간다. 보리파종이 늦어지면 동해(凍害)를 입을 우려도 있고 수확량도 급감한다. 또 보리파종이 늦어지면 이듬해 보리 숙기가 늦어져 보리 베기가 지연되고 보리 베기가 지연되면 모내기가 늦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이 시기를 놓칠까봐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명을 다한 잎 새들이 마무리하며 겨울 맞을 준비를 한다. 보름간의 준비가 겨울을 얼마나 알차게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느냐를 좌지우지한다. 얼마 후면 입동, 농촌은막바지 가을걷이로 바쁘다. 농부에겐 길고 힘든 한 해였지만 그래도 거둠의 기쁨이 있으니 어떠랴. 농사를 잘 지었으면 잘 지은 대로, 못 지었으면 못 지은 대로의 수확이 있으니. 가을 동안 잘 익은 호박 따랴, ·감 따랴, ·수수 수확하랴, 서리 오기 전 고추 따랴, 깻잎 따랴, 고구마 캐랴, 콩 타작하랴, 농부는 고단한 몸을 추스를 사이도 없이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들판에서 살게 된다. 논갈이 및 가을보리 파종, 마늘 심기와 양파모종 이식도 이때가 절정이다. 일손이 많이 가는 마늘농사는 집집이 모여 품앗이 형태로 심게 된다. 최근엔 농촌 일손이 달리면서 도회지에서 품을 팔러 온 이들이 몰려 늦가을 들녘은 사람과 단풍의 물결로 출렁이게 된다. 풍속:보리 파종을 한다.

 

19) 입동(立冬)

상강에서 15일이 지나 제통(?通)의 서북(西北)을 가리 킬 때는 가을철의 경계가 끝이 난다. 입추에서 다시 46일 때에는 입동으로 초목은 모두 시들어 죽는다고 하며 음()12()의 남려(南呂)이다. 입동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성수(星宿)와 만나고 질 때는 여수(女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19번째로 음력 10, 양력 117, 8일로 태양의 황경이 225°에 있을 때이고 겨울로 접어든다는 뜻에서 입동이라 하며 입동부터 3개월을 겨울로 여긴다.

 

창합풍이 불기 시작한지 45일째는 입동일로 불주풍(不周風:서쪽과 북쪽의 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불주풍이 불면 궁실을 수리하고 변경의 성을 수리한다. 찬 서리는 내리고 집 한 쪽 감나무 끝엔 까치밥만이 남아 홀로 외로운 때가 입동이다. 바야흐로 겨울의 시작이다. 일순간 몰아치는 바람은 짧았던 가을의 끝임을 알리고 벌써 긴 겨울이 시작됨을 고한다.

 

이때 쯤 이면 가을걷이도 어느덧 끝나고 바쁜 일손을 털고 한숨 돌리는 시기이다. 농부들은 자연의 변화를 직감하고 기나긴 겨울 채비에 들어간다. 입동은 겨울을 앞두고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시점이다. 농가에서는 서리 피해를 막고 알이 꽉 찬 배추를 얻기 위해 배추 묶기에 들어가고, 서리에 약한 무는 뽑아 구덩이를 파고 저장하게 된다.

 

회남자(淮南子) 천문훈(天文訓)에 추분에서 46일이면 입동(立冬)인데 초목이 다 죽는다고 하였다. 바야흐로 겨울의 문턱이요 시작이다. 월동동물들은 동면에 들 준비를 하고, 푸르게 자라나던 풀이며 무성하던 나무들은 왕성한 자람을 멈추고 잎을 떨군 채 겨울의 채비에 들어가는 것이다. 나무들이 잎을 떨구는 것은 긴 겨울을 대비해 영양분의 소모를 적게 하기 위함이다. 이때면 수확을 끝낸 들판에선 소들의 중요한 겨울먹이인 볏짚을 모은다. 모든 볏짚은 농가 마당에 보기 좋게 쌓아 두기도 하고 논배미에 모아두기도 한다. 농가의 큰 일꾼이자 초식동물인 소에게 볏짚 같은 풀 사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먹이인 것이다.

 

입동은 천지만물이 양에서 음으로 변하는 시기이다. 이제 길고 고통스러운 겨울의 시작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입동을 전후하여 김장을 하며, 전라남도 지방에서는 입동 때의 날씨로 그해 겨울 날씨를 점친다. 경상남도 도서 지방에서는 입동에 갈가마귀가 날아온다고 하며, 밀양(密陽)에서는 갈가마귀의 배에 흰색 부분이 보이면 이듬해 목화가 잘 된다고 믿었다. 제주도에서도 날씨 점을 볼 때, 입동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바람이 심하게 분다고 생각했다.

풍속:김장을 담그고 겨울채비를 하며 입동의 날씨를 보고 그해 겨울 날씨를 점친다.

 

20) 소설(小雪)

입동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해()를 가리 킬 때는 소설이며 음()12()의 무역(無射)이다. 소설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장수(張宿)와 만나고 질 때는 허수(虛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20번째로 음력 10, 양력 1122, 23일로 태양의 황경이 240°에 있을 때이고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기분이 든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한 햇볕이 있어 소춘(小春)이라고도 불린다.

 

중국 사람들은 소설로부터 대설까지의 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구분하여, 초후(初候)에는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천기(天氣)가 올라가고 지기(地氣)가 내리며, 말후(末候)에는 폐색되어 겨울이 된다고 하였다. 입동이 지나면 첫눈이 내린다하여 소설이라 했다.

 

소설에는 눈이 적게, 대설에는 많이 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소설 추위는 빚내서라도 한다고 했듯이 첫얼음과 첫눈이 찾아 드므로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 호박오가리, 곶감 말리기 등 대대적인 월동준비에 들어간다. 월동준비 가운데 뭐니 뭐니 해도 김장이 가장 큰 일이다. 오죽하면 김장하니 삼동 걱정 덜었다고 하겠는가? 김장독은 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 구덩이를 파고 묻는다. 천지가 잠들고 생명이 얼어붙는 겨울철, 김치는 싱싱한 야채 대용으로 장기간 저장이 가능한 훌륭한 음식이었다. 김치는 새나물이 돋아나는 이듬해 봄까지 더할 수 없는 영양분이자 겨울철 가장 사랑받는 반찬이 되는 셈이다.

 

음력 시월은 농공(農功)을 필()하는 달이다. 추수를 끝내고 아무 걱정 없이 놀 수 있는 달이라 하여 상달이라 했고, 일하지 않고 놀고먹을 수 있어 공달이라 했다. 농가에서는 배추와 무를 절여서 김장을 담그고, 들나물도 절여 담그며 겨울을 준비한다. 이때는 벼 건조 및 저장하기, 추곡 수매와 담배 수매를 제외하고는 큰일이 없다. 소 사료용 볏짚 모으기, ·배추수확·저장, 시래기 엮어 달기, 목화 따기 등 조촐한 일이 있을 뿐이다. 소설 무렵, 대개 음력 1020일께는 관례적으로 심한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갑다. 이 바람을 손돌(孫乭)바람이라 하여 외출을 삼가고 뱃길을 조심한다. 풍속:외출을 삼가고 특히 뱃길을 조심한다.

 

21) 대설(大雪)

소설에서 15일이 지나 두표가 임()을 가리 킬 때는 대설이며 음()12()의 응종(應鐘)이다. 대설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익수(翼宿)와 만나고 질 때는 위수(危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21번째로 음력 11, 양력 127, 8일로 태양의 황경이 255°에 있을 때이고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대설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것은 원래 재래 역법의 발생지이며 기준 지점인 중국의 화북 지방의 상황을 반영하여 붙여진 것이므로 이 시기에 반드시 적설량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중국에서는 대설로부터 동지까지의 기간을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범이 교미하여 새끼를 치며, 말후(末候)에는 여지가 돋아난다고 하였다. 이 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 풍년이 들고 푸근히 겨울을 난다고 한다.

 

소설 뒤 대설을 놓은 것은 동지를 앞에 두고 눈다운 눈이 이때쯤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마다 눈이 고르게 오는 것이 아니어서 대설이라고 해도 어느 해는 소설보다 적게 오기도 한다. 눈은 보리의 이불이라는 말이 있다. 눈이 많이 내리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하므로 동해(凍害)가 적어 보리가 잘 자라기 때문이다.

 

농사일을 끝내고 한가해지면 가정에선 누런 콩을 쑤어 메주를 만들기 시작한다. 메주를 잘 만들어야 한 해 반찬의 밑천이 되는 장맛이 제대로 나기에 갖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잘 씻은 콩을 고온에서 단시간 익히는 것이 중요한데 손으로 비벼보아 뭉그러질 때까지 충분히 익힌다. 삶은 콩은 소쿠리에 담아 물을 뺀 후 둥글넓적하게 혹은 네모지게 모양을 만든다. 모양을 갖춘 메주를 그대로 며칠 방에 두어 말린 후, 짚을 깔고 서로 붙지 않게 해서 곰팡이가 나도록 띄운다. 알맞게 뜨면 짚을 열십자로 묶어 매달아 둔다. 메주 달 때는 대개 짚을 사용하는데 이는 짚에 효소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좋은 나일론 끈이 많지만 메주를 달 때 유독 짚으로 묶어 다는 이유는 푸른곰팡이의 번식을 양호하게 하기 위함이다.

 

메주를 띄울 때도 곰팡이가 잘 번식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불 같은 것을 덮어 주는데 이때도 천연섬유로 된 이불이어야 좋지 나일론 등 합성섬유로 만든 이불은 좋지 못하다. 곰팡이 균도 자연 친화를 좋아함을 알 수 있다. 풍속:누런 콩을 쑤어 메주를 만든다.

 

22) 동지(冬至)

동지일에 양기(陽氣)가 극음(極陰)의 기() 속으로 틈타서 들어오면 만물(萬物)은 그 양기(陽氣)를 힘입어 삶으로 접어들며 음기(陰氣)가 이기면 낮이 짧고 밤이 길어진다. 두표(斗杓)가 자()를 가리킬 때는 동지이며 음()12()의 황종(黃鐘)에 해당한다. 동지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진수(軫宿)와 만나고 질 때는 실수(室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22번째로 음력 11, 양력 1222, 23일로 태양의 황경이 270°에 있을 때이고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불주풍이 불기 시작한지 45일째는 동지일로 광막풍(廣漠風: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광막풍이 불면 관문(關門)과 교량을 폐쇄하고 형기(刑期)에 결단을 내린다. 고대인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여기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하였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설이라 하였다. 이는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의 대접을 받은 것이다.

 

동지는 글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져 밤의 길이가 일 년 중 가장 긴 날이다. 이 날이 지나면 하루 낮 길이가 1분씩 길어지는데 옛 사람들은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동지를 설날로 삼기도 했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다. 동지 팥죽은 먼저 사당에 올리고 여러 그릇에 나누어 퍼서 장독, 곳간, 헛간, 방 등에 놓아둔다. 그리고 대문과 벽, 곳간 등에 뿌리기도 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팥죽의 붉은 색이 잡귀를 몰아내는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고 팥죽은 잔병을 없애고 건강해지며 액을 면할 수 있다고 전해져 이웃 간에 서로 나누어 먹었다.

 

동지 때는 동지한파라는 강추위가 오는데 이 추위가 닥치기 전 보리밟기를 한다. 이때는 땅속의 물기가 얼어 부피가 커지면서 지면을 밀어 올리는 서릿발로 인해 보리 뿌리가 떠오르는 것을 막고 보리의 웃자람을 방지하기 위해 과거엔 겨울 방학을 앞두고 학생들을 동원해 대대적인 보리밟기를 하기도 했다.

 

동짓날 한겨울 기나긴 밤에는 새해를 대비해 복조리와 복주머니를 만들었다. 복조리는 산죽을 쪄와 사등분으로 쪼개어 햇볕에 말리고 물에 담근 뒤 그늘에서 건조시켜 만든다. 쌀에 든 돌이나 이물질을 가려낼 때 사용하는 복조리는 새해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복을 사라며 복 조리 사려를 외치며 다녔다. 대보름이 지난 뒤 팔러 다니면 상놈이라 욕을 먹기도 했다. 복조리를 부엌 부뚜막이나 벽면에 걸어두고 한해의 복이 그득 들어오기를 기원했다. 음력 십일월부터는 농한기로 이때는 가장들보다 아녀자들이 할 일이 더 많다. 간장, 된장, 고추장을 만들기 위한 메주 쑤기로 부산할 때다. 무말랭이, 토란 줄기, 호박오가리 등 각종 마른나물 말리고 거두기에 겨울 짧은 해가 아쉽기만 할 때다. 비닐하우스 농가에서는 비닐하우스 골조설치, 비닐 씌우기, 거름내기, 논갈이 등 중노동이 잇따른다.

 

과거엔 농한기로 쳤지만 비닐하우스의 등장으로 모내기철보다 더 바쁜 농번기가 되었다. 그래도 우리네 기억 속엔 정겨운 화롯가의 추억이 남아 있다. 겨울밤이면 농부들은 동네 사랑방에 모여 내년 농사에 쓸 새끼를 꼬기도 하고 짚신이며 망태기를 삼기도 했다. 더러 손재주 좋은 이들은 윷놀이와 곡식을 말릴 때 쓰는 멍석, 음식을 보관하는 봉새기, 재를 밭에 뿌릴 때 쓰는 삼태기, 배낭의 일종인 조루막, 풀 베어 담는 꼴망태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졸음이 몰려올 쯤 이면 쌈지담배를 피우다가 이내 아낙네들이 삶아온 고구마를 먹으며 마을 소식들이 오갔다. 이처럼 겨울나기는 눈 오는 밤 질하로에 묻어둔 불씨요 밤알처럼 훈훈한 것이었다. 그러나 산업사회라는 험한 상황이 아름다운 겨울의 낭만을 사라지게 했다.

 

동짓날에는 동지팥죽 또는 동지두죽(冬至豆粥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는 오랜 관습이 있는데,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團子)를 만들어 넣어 끓인다. 동짓날의 팥죽은 시절식(時節食)의 하나이면서 축귀(逐鬼)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즉 집안의 여러 곳에 놓는 것은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내기 위한 것이고,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薦新)의 뜻이 있다. 동짓날에도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동짓날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역신을 쫓기 위하여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는 것이다. 동짓날에 궁 안에 있는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소의 다리를 고아 여기에 백강(白薑정향(丁香계심(桂心청밀(淸蜜) 등을 넣어서 약을 만들어 올렸다. 이 약은 악귀를 물리치고 추위에 몸을 보호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관상감(觀象監)에서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궁에 바치면 나라에서는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御璽:옥새)를 찍어 백관에게 나누어 주었다. 각사(各司)의 관리들은 서로 달력을 선물하였으며, 이조(吏曹)에서는 지방 수령들에게 파란 표지의 달력을 선사하였다. 동짓날은 부흥을 뜻하는데 이날부터 태양이 점점 오래 머물게 되어 날이 길어지므로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새 달력을 만들어 가졌던 것이다. 동짓날 부적으로 사()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이면 악귀가 들어오지 못한다고도 전해지고 있다. 또 동짓날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한다.

풍속:책력 나누어 주기, 청어천신, 동지불사, 고목제, 동지부적.

 

23) 소한(小寒)

동지(冬至)에서 15일을 지나 두표(斗杓)가 계()를 가리킬 때는 소한이며 음()12()의 응종(應鐘)이다. 소한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항수(亢宿)와 만나고 질 때는 벽수(壁宿)와 만난다. 24절기 중 23번째로 음력 12, 양력 16, 7일로 태양이 황경 285°에 있을 때이고 절후의 이름으로 보아 대한 때가 가장 추운 것으로 되어 있으나 사실 소한 때가 가장 춥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든가 소한 추위는 꾸어 다가라도 한다는 속담은 소한이 절기 중 가장 춥다는 데서 연유한다. 소한은 해가 양력으로 바뀌고 처음 나타나는 절기다. 소한 때는 정초 한파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이다. 소한 땜이 아니라도 이때는 전국이 최저기온을 나타낸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든가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고 할 정도로 추웠다.

 

농가에서는 소한부터 날이 풀리는 입춘 전까지 약 한 달 간 혹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에서는 문 밖 출입이 어려우므로 땔감과 먹을 것을 집안에 충분히 비치해야 했다. 벼가 없어진 빈 들판에 눈이 내리면 특히 동짓달과 섣달에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그래서 눈은 보리 이불이다. 사람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 눈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 함박눈 내리면 풍년 든다고 반겼다. 눈을 풍년의 징조로 본 것이다. 또 눈은 첫눈 먹으면 감기에 안 걸린다. 장사 지낼 때 눈 오면 좋다. 첫눈에 넘어지면 재수 좋다며 눈을 상서(祥瑞)롭게 보았다. 겨울 농사의 중요한 몫은 보리 차지다. 보리하면 경상도 특히 경북을 연상한다. 오죽하면 경상도 하면 보리 문디라고 까지 했을까? 경상북도의 대다수 농지는 보리 재배의 적지이자 논보리 이모작이 가능해 일찍부터 보리 재배가 성했던 곳이다. 한시라도 땅을 놀리면 벌 받는 줄 알았던 부지런한 우리네 부모들은 보리를 심어 자식들을 부양하고 그것을 팔아 농가의 농사밑천으로 사용하곤 했다. 그런데 겨울에 쌀을 먹고 여름엔 보리를 먹어야 보양(保養)이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철따라 나는 곡식을 맞추어 먹다 보니 자연 그렇게 되기도 했지만 보다 큰 이유는, 엄동에 쌀밥을 권하는 것은 천지가 음기(陰氣)에 든 겨울에, 따가운 땡볕 속에 영근 쌀에서 양기를 취하여 음양 조화를 지니려는 것이며, 한여름에는 엄동의 눈밭에서 자란 보리의 냉기를 취하여 모자라는 음기를 보강하려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가을보리 씨를 이듬 해 봄에 심으면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가을보리는 혹독한 겨울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데 따뜻한 봄에 파종하니 자신의 성질을 잃어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다. 가을보리를 봄에 심어 열매 맺게 하려면 춘화처리라는 것을 해 주어야 한다. 춘화처리란 가을보리가 추운 대지에 뿌리내려 겨울을 나듯 보리씨를 추운 곳에 일정기간 보관했다 뿌려야 정상적으로 열매가 맺힌다. 이렇듯 하찮게 보이는 보리도 하나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추운 흙 속에 묻혀 자신을 죽이고 삭이는 인내의 굳은 시련을 겪은 후 비로소 황금물결로 춤추는 보리가 되는 것이다.

풍속:초후에는 기러기가 북으로 돌아가고 중후에는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하며 말후에는 꿩이 운다.

 

24) 대한(大寒)

소한에서 15일을 지나 두표가 축()을 가리킬 때는 대한이며 음()12()의 무역(無射)이다. 대한에 해가 뜰 때는 28수 중 저수(?宿)와 만나고 질 때는 규수(奎宿)와 만난다. 24절기의 마지막 절후(節候)로 양력 120, 21일로 태양의 황경이 300°에 있을 때이고 대한은 음력 섣달로 매듭을 짓는 절후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시작하여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추워지며 대한에 이르러서 최고에 이른다고 하지만 이는 중국의 경험에 입각한 것이고 한국에서는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가 115일쯤 이므로 다소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든가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도 있다. 즉 소한 무렵이 대한 때보다 훨씬 춥다는 뜻이다. 대한은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이다. 소한 추위는 대한에 오면 절정에 달한다.

 

대한은 일 년 중 가장 추운 시기이다. 시베리아 기단의 맹위로 인해 몹시 추운 날이 계속된다. 이때는 또 건조한 날씨로 불이 일어나기 쉽고, 가뭄이 들 때가 많아 보리 등 겨울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며 불이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 과거엔 소한·대한 때는 꿈쩍도 않고 집에만 있었지만 요즘은 비닐하우스 일을 비롯한 여러 특용작물 재배로 인해 바쁘기는 매 한가지이다. 대한 때면 눈 덮인 겨울 들판에 황량함만이 남아 있다. 이 죽어 있는 땅에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올 것 같은 희망 따위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무릇 농경 사회에서 겨울 석 달은 농한기로 다음 해 농사를 하기 위한 휴식·준비의 시기였다. 그러나 농촌에 휘몰아친 변화의 바람은 결코 농한기로 안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농한기를 부지런히 움직인 이가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벼농사 중심의 농가는 본격적인 농한기에 해당된다. 기껏해야 보리밭의 월동 거름 덮기, 농기구 손질, 겨울 땔감준비 등이다.

 

예전엔 가마니 짜기, 새끼 꼬기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겨울에는 크게 힘쓸 일도 없고 나무나 한두 짐씩 하는 것 말고는 대부분 놀고먹기에 삼시 세 끼 밥 먹기 죄스러워 겨울 점심 한 끼는 반드시 죽을 먹었다. 이는 쌀을 아끼려는 눈물겨운 노력이자 일하지 않고는 밥을 먹지 않겠다는 투철한 노동정신이 스민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양식 있는 겨울에 아끼지 않으면 돌아오는 보릿고개에 모두가 굶어 죽게 되니, 있을 때 아끼자는 깨어있음의 청정한 정신이었다. 제주도에서는 이사나 집수리 따위의 집안 손질은 언제나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의 1주일간에 하는 것이 관습화되어 있다.

풍속:해넘이, 콩을 방이나 마루에 뿌려 악귀를 쫓아내고 새해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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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10.04 09:13

    첫댓글 절기 문자를 보내고 있는 저에게는 각별한 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 하루일마치고 들어와 좋은글 잃고 있으면 피로가 풀리네요 감사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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