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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11
S#1. 방파제 (오후)
자영, 믿을수 없다는 얼굴로 현우 보고 있다.
현우 : (다가온다) 자영아.
자영 : (떨리고) 여기... 어떻게 알구 왔어요?
현우 : 난 그 동안 내가 꽤 괜찮은 놈인줄 알았는데, 나 참 어리석드라.
자영 : ?
현우 : 적어도 박승재 때문은 절대 아니라는걸 알았어야 했는데.
널 처음 봤을때 니 눈빛을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내 조건 때문에 날 만났다는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자영 :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현우 : 너 여기 왜 왔는지 알아. 왜 나한테서 떠났는지, 다 알아.
너 때문에 나 고소 당하고 신문에 나고... 나한테 피해만 준다고 니가 생각했던 거...
그거 너 때문이 아니었어.
자영 : ?
<시간 경과>
자영, 얘기 다 들은 듯 충격 받은 얼굴로 현우 보고 있다.
현우 : 그러니까 나하구 서울로 가자. 니가 여기 와 있을 이유가 없어졌잖아.
자영 : (바다로 시선 돌리며) 신희가 그랬단 말이죠... (화 삭이려 애쓰고)
현우 : 자영아.
자영 : (이윽고 현우에게 돌아선다) 참 다행이네요. 현우씨 어려운 일 겪은게 나 때문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웃는) 정말 다행이야.
현우 : (한숨 돌린 듯 웃는데)
자영 : 근데요, 현우씨... 현우씨 그냥 돌아갔으면 좋겠어.
현우 : 뭐?
자영 : 신희 때문인지도 모르고 많이 힘들었던건 사실이지만... 그래서 현우씨하고 헤어진건 아니야.
현우 :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자영 : 그랬어요, 꼭 남의 옷 입고 있는 기분... 아주 근사하고 좋은 옷이고... 갖고싶긴 하지만 입으면 불편하고 어색한 옷...
그런 사람이야, 현우씬.
현우 : (생각지도 못했던 자영 반응에 당황하고) 자영아.
자영 : 가. 우린 맞지 않는게 너무 많아.
현우 : 너 지금 나 혼자 돌아가라는 거야? 내가 얼마나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왔는데,
니 생각만 해도 나오는 눈물 참느라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데!
자영 : (눈물 참으려 애쓰고) ...
현우 : 난 니가 나한테 제일 잘맞는 옷이라고 생각했는데... 넌 아니었어?
세상에서 제일 편한 사람이 되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불편했니?
자영 : ...
현우 : 그럼 너한테 맞는 옷이 뭔지 말해줄래? 내가 그렇게 되면 되잖아.
자영 : 자꾸 이러지 마요. (못 견디겠는) 현우씨한테 맞는 좋은 여자 만나면 다 괜찮아 질 거야.
그러니까 가라구요! (도망치듯 성큼 가고)
현우 : (보다가 큰 소리로) 하나만 묻자!
자영 : (등 돌린채 멈춰서고)
현우 : 우리가 헤어지는 거... 누굴 위해서니? 날 위해서니?
자영 : (떨고) ...
현우 : 난 너 없이 살 자신 없는데, 너 없인 아무 것도 하기 싫은데...
그게 날 위하는 거야? 니가 바라는게 그거야?
자영 : (대답 못한다. 그냥 가려는데)
현우 : 넌 조금도 미련 없이 살 자신 있어? 평생 내 생각 안하고 살수 있어? 행복할 자신 있어?
자영 : (자신 없다, 눈물 뚝 떨어지고)
현우 : (애절한) 난 자신 없다, 자영아.
자영 : (돌아서는) 제발 이러지마! 나더러 어쩌라구, 왜 날 더 힘들게 해!
현우 : (다가가는) 너, 내 눈 똑바로 보고 다시 한번 말해봐.
니 마음이 나하구 헤어지길 원하는지, 니 머리 말구, 니 마음이 원하는지.
자영 : (움직이지 못하고 현우 본다. 눈물 젖은 현우의 눈)
현우 : 널... 사랑해... 모르니?
자영 : (가슴이 미어지고)
현우 : 너두 날 사랑해... 그것두 모르니?
자영 : (더 이상 현우를 밀어내지 못한다)
현우 : (가만히 자영의 양 뺨을 감싼다) 우리, 서로 사랑하잖아. 근데 왜 헤어져야 돼. (천천히 자영 감싸안고)
자영 : (안기며 눈물 후두둑 떨어지는) 이러면 어떡해...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보고 싶은거 참구 또 참구 그러면서 현우씨 보낸건데...
S#2. 어촌 마을 일각
서행으로 차 몰다가 지나가는 행인에게 연곡마을이 어디냐고 묻는 승재.
행인, 모르겠다고 고개 흔들고.
다시 운전한다. 두고 보자... 오기 서린 얼굴.
S#3. 바닷가 (밤)
파도소리 철썩이는 바닷가 일각에 세워져있는 현우 차안에 앉아있는 자영과 현우.
현우 : 너 그동안 신희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대리시험 얘기... 들었어, 은실씨한테.
자영 : (당황해서 고개 푹 떨군다)
현우 : 진작에 알았으면 신희하구 거릴 더 뒀을텐테. 그럼 너두 덜 힘들었을거구.
자영 : ...신희네만 잘못한 거 아냐. 나한테도 책임 있어요.
솔직히 나 신희 안 좋아해요. 하지만 미우면서도 가끔은 신희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현우 : ?
자영 : 나만큼 신희도 내가 싫었을 거야. 자기 치부를 다 알고있는 나하구 같은집, 같은 학교에서 마주치면서
신희라구 속이 편할린 없잖아... 그래서 현우씨하고 나 사이를 용납 못했는지도 몰라.
현우 : 앞으론 신희 때문에 너 힘들지 않게 내가 다 알아서 할께.
자영 : (끄덕이며 현우에게 기대고)
S#4. 신희방 (밤)
외출에서 돌아온 듯 화장 지우고 있는 신희, 피곤한 얼굴이다.
신희모 : (들어오며) 방학인데 쉬지도 못하구 너 보약 한재 먹여야겠다.
신희 : (화장만 지우고)
신희모 : 참, 너 내일 아침 일기예보 몇시에 끝나니? 점심 전에 끝나지?
신희 : 왜?
신희모 : 왜는? 현우 2월에 졸업하구 같이 유학갈려면 니들 약혼 서둘러야지.
신희 : 아버지가 선거 끝나고 하랬잖아.
신희모 : 선거 끝나고 하던 어쨌던 날짜하구 장소 정돈 의논해 놔야지.
니들은 더구나 약혼해서 바로 유학가니까 결혼이나 마찬가지잖아.
그래서 내일 현우어머니 갤러리에 갈려구 그러는데 너 같이 갈래?
신희 : (켕기는) 좀 나중에 가, 엄마.
신희모 : 아니, 왜?
신희 : ...현우오빠 마음 좀 정리된 다음에...
S#5. 현우집 거실 (밤)
근심 가득한 얼굴로 앉아있는 현우부모.
현우모 : ...오늘도 안 들어오면 어떡하죠?
현우부 : 그러게 현울 왜 그렇게 몰아댔어?
현우모 : 현우가 집까지 나갈줄 정말 몰랐어요... (울먹하고)
현우부 :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야...
현우모 : 계속 안들어오면 어떡하죠?
현우부 : 오늘도 안 들어오면 내가 한번 만나보지.
현우모 : 어딨는줄 아세요?
현우부 : 박비서 시켜서 현우 친구들 수소문 좀 해보라 그랬어.
S#6. 바닷가 (밤)
자영 뒤에서 감싸 안은 현우.
둘, 밤 바다를 보고 있다.
S#7. 아침 바다 인서트 (아침)
S#8. 고모집 (아침)
현우의 차 와서 서있고 자영, 가방을 들고 나온다.
자영을 배웅하는 고모, 현우를 유심히 쳐다보고.
고모 : 이거 손님한테 뜨신 아침이래두 먹여 보내야 되는데...
현우 : 다음에 자영이하구 같이 와서 먹겠습니다.
자영 : 갈게, 고모.
고모 : 내려올땐 다 죽어서 오더니 아주 팔팔 살아서 올라가는구나.
자영 : 고모는...
현우 : (웃으며) 안녕히 계세요...
S#9. 포구 (아침)
포구에 즐비한 배들.
승재, 배 손질하고 있는 어부에게 길 묻고 있다.
어부 : 황선장집? 알지!
승재 : (밝아지는) 어딥니까?
어부 : 저기 저 길로 쭉 가다가 왼쪽으로 꼬부라져서 물어봐요. 다들 아니까.
S#10. 골목 (아침)
현우차 내려와서 막 꺾어져 사라지면 옆 골목에서 나오는 승재차.
S#11. 고모집 앞
잔뜩 열받은 얼굴로 나오는 승재, 그 위로.
고모(E) : 자영이 좀전에 학교 선배라는 사람하고 같이 서울로 갔어요.
승재, 또 한발 늦었구나... 짜증이 난다. 골목에 세워놓은 차바퀴 팍 걷어차고.
S#12. 포구
포구에 널려있는 잡다한 물건들 중에 뭔가를 발로 툭툭 차며 전화하고 있는 승재.
승재 : 그래, 정현우 그 자식이 벌써 데리구 떴더라구.
신희(F) : 뭐? 현우오빠 거기까지 갈 동안 당신은 뭐한 거야!
승재 : (버럭) 열 내지 마! 나두 하느라구 했으니까!
승재, 핸드폰 탁 끊는다. 어휴!- 하며 주변 둘러본다.
번번히 뒷북치는 게 이갈리는 듯 화를 어쩌지 못하는 승재.
S#13. 신희방
전화를 침대에 내던지는 신희. 앞일이 갑갑하고 불안하고...
S#14. 해안도로 + 현우 차 안
바다를 끼고 달리는 현우 차.
현우, 운전하면서 자영을 자꾸 본다.
현우, 손 내밀면 자영, 현우 손을 핸들에 놓아주고 현우 어깨에 기댄다.
S#15. 휴게소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은 휴게소.
자영과 현우, 아침 대용으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다.
재회가 안 믿기는 듯 먹다가 물끄러미 자영 보는 현우.
S#16. 신희집 앞
현우차 와서 서고 현우와 자영, 차에서 내린다.
자영 : 피곤할텐데 얼른 가요.
현우 : 그래, 오늘은 우리 푹 쉬고 내일 보자.
자영 : ...고마워, 현우씨. 내 고집 꺾어주고 나 잡아줘서...
현우 : 앞으론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자영이 넌 나하는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돼, 흔들리지 말고, 알았지?
자영 : (끄덕이고)
S#17. 신희집 마당
계단으로 올라서는 자영, 의상을 들고 나오던 신희와 마주친다.
신희, 주춤하는데.
자영 : (담담히) 지금 나가니?
신희 : (탐색하는) 어.
자영 : 시간 되면 나하구 얘기 좀 할래?
S#18. 까페 (혹은 공원)
팽팽한 긴장감 도는 분위기에 앉아있는 자영과 신희.
신희, 긴장하고 있고 자영, 차분하다.
자영, 커피 마시고 잔 내려놓고 신희 똑바로 본다.
자영 : 현우씨한테 얘기 다 들었어.
신희 : 현우오빠한테도 분명히 말했지만, 그건 박승재가 하두 널 못잊고 있길래...
자영 : 너한테 변명듣자고 보잔거 아냐.
신희 : (그럼 뭐야? 하는) ?
자영 : 그동안 나, 너한테 조금은 빚진 기분이었어. 현우씨에 대한 니 마음 알고 있었으니까.
신희 : (불안한) 본론만 말해.
자영 : 근데 이번 일로 그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어. 아니, 그동안 미안해 했던게 조금은 억울하기도 해.
신희 : (자영답지 않은 말에 놀라고)
자영 : 그리고 현우씨하고 나, 이번일 겪으면서 많이 힘들긴 했지만, 우리가 서로한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어.
신희 : (약오른) 너 지금 나 약올리니?
자영 : 아니. 우리 사랑이 더 깊어진 거... 너 때문인 건 분명해.
니가 우리한테 시련을 줬고, 그걸 이겨냈고... 그리고 나, 이젠 니가 어떤 방해를 해도 물러서지 않아.
그거 분명히 알아둬라.
신희 : (전혀 새로운 자영 모습을 질려서 쳐다본다)
S#19. 영화 촬영장
영화촬영중인 현장. 방송국 제작팀 촬영준비를 하고 있다.
카메라에 불 들어오고 큐사인 주는 PD.
신희, 사인을 알아보지 못한다.
지켜보던 미자, 안절부절하고.
PD : 이신희!
신희 : (못 알아듣고)
PD : 이신희씨!
신희 : (화들짝) 예!
PD : 뭐하고 서있는 거야?
신희 : ...죄송합니다.
PD : (다시 큐 사인을 주고)
신희 : (카메라 보며) 안녕하세요? 지금 전 열기를 더해가는 영화촬영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바로 민현기 감독의 두번째 영화... (하다가 멘트를 까먹어) 영화제목이 뭐였죠?
PD : (화 버럭) 이신희 오늘 왜 그래?
신희 : 죄송합니다...
S#20. 신희집 앞 (밤)
차에서 내리는 신희.
차에서 기다리던 승재, 내려서 신희에게 다가온다.
신희 : (주위 살피며) 여기가 어디라구 여기서 죽치고 있는 거예요!
승재 : 강릉에서 오자마자 연락했는데 핸드폰 왜 꺼놨냐?
신희 : 방송하느라 꺼놨지... (승재 무시하고 대문으로 간다)
승재 : (잡아 세우며) 무슨 말이 있어얄거 아냐!
신희 : (승재 손 탁치고) 무슨 말? 겨우 현우오빠 뒷북 치구 와서는 무슨 대책회의라도 하자는 거야?
승재 : 그럼 두손 놓자는 말이니?
신희 : 두손 다 써서 여태 뭐하나 제대로 한거 있어요?
승재 : 또 내탓이라는 거야?
신희 : (짜증난) 돌아가는 상황 좀 알아보고 연락할 테니까, 괜히 여기서 이렇게 서성대지 말아요.
저 대문 안에서 자영이가 우리 얘기 듣고 있을지... (하다가 정말 불안해진다) 빨리 안 가요!
S#21. 현우 오피스텔 (밤)
현우, 전화하고 있다.
현우 : 그래, 형. 우리가 갈만한 학교 안내 책자하구 1년 학비에 생활비, 집세...그런 것들 좀 알고 싶거든?
선배(F) : 현우 너, 우리 학교로 와라.
현우 : 형 학교는 사립이라 비싸잖아.
선배(F) : 야! 니가 돈걱정을 왜하냐?
현우 : (웃는) 만약이라는게 있잖아... 참! 그리구 내가 할만한 일이 뭐가 있는지 그것두 꼭 좀 알아봐 줘...
E : (현관벨 울린다)
현우 : 형, 잠깐만... (일어나 현관으로 가며) 누구세요?...
현우부(E) : 애비다.
현우 : (깜짝 놀라 얼른 문 연다)
<시간 경과>
심각한 얼굴로 마주앉아 있는 현우와 현우부.
현우부 : 현우야, 일단 집으로 들어오너라. 가족끼리 의견 대립이 있어도 집안에서 해결해야지.
현우 : 죄송합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우부 : (의외로 완강한 현우 태도에 놀라고)
현우 : 어머니가 신희에 대한 얘길 안 믿으시는건 절 안 믿으시는 건데,
절 못 믿는 어머니하구 대화할 자신 없어요, 아버지.
현우부 : 니 어머니나 내가 왜 그러는지 그렇게 모르겠냐?
현우 : 예전에... 아버지가 저한테 자주 해주시던 말씀이 있어요.
사람, 겉으로 가진 건 순식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가진걸 믿지 말라고,
그래서 사업도 마음으로 하는 거라고 그러셨잖아요.
현우부 : 흠...
현우 : 태어날 때 자기 환경을 선택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요, 아버지.
현우부 : (틀린 말은 아니고) ...
현우 : 아버지. 자영이를 한번만 만나주세요. 자영이, 좋은 아이예요.
허락은 뒤에 하시더라도 자영이가 어떤 앤지 만나보실 수는 있잖아요.
현우부 : (생각에 잠기고)
S#22. 자영 거실 (밤)
혼자서 식사중인 자영부. 자영모.
영철, 자영, 앞에 앉아있다.
자영부 : 자영이 너 왜 이렇게 일찍 올라왔냐?
자영 : 그렇게 됐어요.
자영부 : 바람을 쐬고 와서 그러냐? 아주 얼굴에 생기가 돈다.
자영모 : 쟤가 그것 때문에 생기가 도는게 아녜요. 얘, 너 데려다 준 애가 맨날 전화하던 애 맞지?
고모가 그러는데 아주 잘 생겼다 그러더라.
자영부 : 자영일 누가 데려다 줘?
자영모 : 웬 남자애가 강릉으로 자영이를 데리러 갔대요.
자영 : 엄만?...
영철 : 야, 누군데 강릉까지 널 데릴러 가?
자영 : 음... 뭐라 그래야 되지? 남자친구?
영철 : 어? 너 말하는 폼이 단순한 남자친구 이상인데?
자영부 : (웃으며)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자영이 저 녀석 난 아직두 어린애로 보고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다 있고.
영철 : 자영이 너 그럼 걔랑 싸웠다가 화해한 거야? 대체 어떤 녀석인데?
자영 : 나중에 다 얘기할게 오빠. 지금은 그냥 좀 봐 주라.
E : (전화벨)
S#23. 공원 (밤)
현우, 기다리고 있고 자영, 뛰듯이 다가간다.
자영 : 할 말 있음 전화로 하지 피곤한테 뭐하러 또 와?
현우 : 니 얼굴 보고 말하고 싶어서.
자영 : 뭔데?
현우 : 아버지하구 너 만날 약속 정했어. 아버지가 너 만나주시겠대.
자영 : (안 믿기는) 정말이야? 정말이야, 현우씨?
현우 : (좋아서 자영 안는) 아버지 가시자마자 바로 달려왔어. 이제 잘 될 거야.
자영 : (안긴채) ...만나주신다구 다 되는건 아니잖아.
현우 : 걱정도 많으시네요, 널 찬찬히 보시면 틀림없이 허락하셔.
자영 : 그걸 어떻게 알아?
현우 : (포옹 풀고) 우리 부모님 아들이니까 알지.
자영 : 그럼, 현우씨두 이제 집에 들어가. 집에 들어가서 부모님 설득해.
나 때문에 화나셔서 현우씨까지 유학 안 보내주신다 그러면 어떡해?
현우 : 걱정마. 내가 아무리 너 하나 못 먹여 살릴까봐?
나한테도 조금 여유있어. 할아버지 돌아가시면서 조금 남겨주신 것도 있고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받은 세배돈, 용돈 모은 통장도 있고...
자영 : 그런 얘기가 아냐, 현우씨. 현우씨가 나하구 결혼하겠다는 것도 충격이실 텐데
집까지 나왔으니 얼마나 서운하시겠어?
현우 : 알아. 알지만 허락부터 받자. 부모님 마음은 그담에 풀어드리면 돼.
자영 : (걱정스러운)
S#24. 현우집 외경 (밤)
현우모(E) : 아니 당신까지 이러시면 어떡해요?
S#25. 현우집 거실 (밤)
앉아있는 현우부, 현우모.
현우부 : 현우, 웬만해선 수그리고 들어올 기세가 아냐.
현우모 : 그렇다고 당신 혼자 그 아일 만나시겠다 약속을 하면 어쩌냐구요!
현우부 : 당신 현우 때문에 매일 밤 잠도 잘 못자잖소... 자식 이기는 부모 봤어?
현우모 : (생각하다가) 그 아이... 일단 보시기만 하실거죠?
현우부 : 아니, 진지하게 살펴볼 참이오.
현우모 : 네?
현우부 : 어떤 아가씨길래 현우가 저렇게 목을 매는지, 다 이유가 있을거 아냐.
현우모 : 그럼 신희는 어떡해요?
현우부 : 글세... 우선 현우가 원하는대로 그 아가씨부터 보고 생각합시다.
내 생각엔 현우가 전혀 근거없는 말 하는거 같지도 않은데...
S#26. 은실네 반찬가게 (다음날)
영철, 노트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
은실, 아줌마에게 반찬 담아주고 돈 받는다.
은실 : 안녕히 가세요! (돌아서는데)
영철 : (종이 내밀며) 이것 좀 볼래? 홍보 전단인데...
은실 : (보는) 오시라! 영철이 총각네 반찬가게? 좀 촌스럽다. 차라리 '영철네 장아찌'로 해라 오빠. 친근하고 좋잖아.
영철 : '은실네 짱아찌' 하고 자매결연 맺을 일 있냐?
은실 : 오빠가 뭐 언제까지 총각이야? 결혼하면 뭐라 그럴래?
영철 : 야, 넌 내가 평생 반찬가게만 할 거 같냐? 몇 년 열심히 해서 업종 전환해야지.
그리구 언제 할지도 모르는 결혼 걱정을 뭐하러 벌써 하냐?
은실 : (은근히) 갑자기 눈에 콩깍지 팍 씌워지면 하는게 결혼이래드라.
영철 : 맨날 아줌마들한테 반찬 팔건데 콩깍지 씌울 여잘 만날수나 있으까?...
은실 : (난 뭐 여자 아닌가? 뿌해서 영철 보고)
영철 : 개업두 며칠 안 남았구... 은실이 너 나 없으면 입 심심해서 어떡하냐?
은실 : 나, 병원 몇군데 면접 보기루 했어. 난 뭐 언제까지 여기 있을줄 알어?
영철 : 다 지방 병원이라며? 너 지방으론 안 간다 그랬잖아.
은실 : 몇 년 배운 공불 썩힐수 있어? 그냥 여기서 반찬 팔자니 청춘이 아깝지,
그렇다구 누가 나 잡아주는 사람두 없는데...
영철 : (무심한) 그래서 갈려구?
은실 : (버럭) 가지 말라구 잡는 사람두 없는데 가야지 그럼!
영철 : (눈치 못 채고) 야 근데 왜 나한테 소릴지르냐?
E : (전화벨)
은실 : (무안함 감추려 얼른 받는) 여보세요?
S#27. 까페
나란히 앉아있는 현우와 자영.
은실, 구르듯이 달려 들어온다.
자영 : (반가운) 은실아!
은실 : (자영 손 덥썩 잡고 좋아하는) 야, 왔구나, 이자영!
(앉으며) 현우씨 수단 좋긴 좋다? 얠 어떻게 설득해서 데리고 왔어요?
현우 : 빌고, 사정하고 울고 불고 죽어버리겠다고 떼쓰고... 난리도 아니었죠, 뭐.
자영 : (기막힌 듯) 정말인줄 알겠다.
은실 : 으유 기집애. 결국 이렇게 될 거면서 그렇게 현우씨 애를 태웠냐!
종업원 : (다가오면)
은실 : (급하게) 아무 거나, 아니 유자차 주세요.
(다시 현우에게) 갔더니 자영이 뭐하고 있어요? 질질 짜구 있죠? 안그랬어요?
바닷가에 멍하니 나와 앉아서 현우씨... 현우씨... 그러구 있었죠?
현우 :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놔두면 금방 바다에라도 빠질거 같드라구요.
자영 : 으유! 정말 둘이 만나게 두면 안되겠어.
은실 : 아, 알았어, 그만할게... 좋아서 그러지.
현우 : 어쨌든 이번에 은실씨 공이 제일 커요. 고마워요.
은실 : 또 말로만요?
자영 : 안 그래도 너부터 만나서 고맙다고 인사해야 된다구, 현우씨가 너 맛있는 점심 사준다고 그랬어.
현우 : 뭐 먹고 싶어요?
은실 : (망설이고)
자영 : 왜, 가게 바뻐? 오빠 있잖아.
은실 : 아니... 오빠 혼자 점심 먹어야잖아... (하다가 변명하는) 남자 혼자 가게에서 밥 먹는거 좀 처량하지 않냐?
자영 : 너?
은실 : 아냐, 나 니네 오빠 좋아서 그러는거 아냐. 그리구 니네 오빤 나 여자루보지두 않어 야. 얼마나 구박인데...
자영, 현우 : (마주 보고 푹 웃고)
은실 : (더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는)
S#28. 갤러리
긴장한 얼굴로 들어오는 신희, 팜플렛 보고있는 현우모에게 다가간다.
신희 : (조심스러운) ...저 왔어요, 어머니.
현우모 : 어, 어서와! 바쁜데 오라 그런거 아냐?
신희 : 아니예요... (하지만 불안한)
<시간경과>
마주앉아 있는 신희와 현우모.
신희, 현우모가 무슨 말할까 긴장해 있다.
현우모 : 지난번에 우리 현우 때문에 어머니 많이 서운해하시지?
신희 : 아니예요. 제가 엄마한테 현우오빠 맘 정리될 때까지 좀 여유있게 기다리자 그랬어요.
마음 정리라는게 시간이 필요한거잖아요.
현우모 : 이렇게 맘 넓은 줄도 모르고... 아니 내가 오늘 신흴 보자 그런건 말야,
신희 : (좀 불안하고) 네.
현우모 : 현우가 이상한 소릴하드라구. 그 현우 폭행고소사건이며 뭐며 그게 다 신희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신희 : (말했구나! 깜짝 놀라 찻잔을 내려놓다 현우모 찻잔과 부딪힌다)
현우모 : (당황하는 신희가 좀 이상하고)
신희 : (수습하는) 그렇잖아도 그거 때문에 속상해 죽겠어요.
자영이,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현우오빠한테 이상하게 말을 한 모양인데... (눈물 글썽)
현우모 : 물론 나두 곧이 듣진 않았어. 현우는 신희랑 그 박승재란 사람이 얘기하는걸 직접 들었다고 그러던데...
신희 : 그 사람이 집 앞에서 자영이 기다리다가 저하구 몇마디 한건데, 몇번 집앞에서 마주쳤거든요.
현우모 : 그랬구나...
신희 : (속상한 듯 고개 푹 숙이면서 현우모 기색 살피고)
현우모 : (신희가 조금 이상하고)
S#29. 갤러리 앞
신희 : (차로 가면서 핸드폰으로) 오빠, 나 신흰데, 나 잠깐만 좀 만나줘, 응?
S#30. 현우 차 안
운전하는 현우. 조수석의 자영.
현우 : 너하구 할 얘기 없어. (핸드폰 전원 끈다)
자영 : ...신희야?
현우 : 어, 신경쓰지 마.
S#31. 갤러리 앞
신희, 짜증스럽게 핸드폰 끈다. 초조하고 불안한...
S#32. 신희집 앞 (저녁)
현우와 자영, 실강이 벌이고 있다.
자영 : (난처한) 현우씨 자꾸 왜 이래? 아빠두 안계시구... 나중에 오라니까.
현우 : (막무가내로) 원래가 여자 부모님한테 먼저 허락받는 게 순서야.
우리 부모님 만나기 전에 내가 먼저 자영이 주십시오, 해야지.
자영 : (할수 없이) 정말 고집 세다, 현우씨.
현우 : 먼저 들어가. 난 뭐좀 사갖고 갈게. 참, 어머니 뭐 좋아하시니?
S#33. 신희집 거실 (저녁)
TV 보는 정희.
신희모, 주방 쪽에서 온다.
신희모 : 얘, 저녁 먹자니까 신희 얜 뭐하고 있길래 안 내려와?
정희 : 누워있던데?
신희모 : 애가 요새 아주 풀이 팍 죽어서... 너래두 언니 기분 좀 맞춰줘.
정희 : 비왔나 하면 개구, 갰나 싶으면 흐리구... 으유 그걸 어떻게 맞춰.
신희모 : 대체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약혼도 미루자 그러면서 현우 눈치만 보는거 보면 내 속이 다 짠하드라.
정희 : 엄만 암튼 언니한텐 유난이야.
신희모 : 얼른 다시 올라가서 내려오라 그래. 밥이라도 제때 먹어야지.
정희 : 알았어요. (일어서고)
신희모, 다시 주방 쪽으로 가다가 무심히 창밖 본다.
막 내려오고 있는 신희.
신희모 : (반색하는) 어머, 현우가 왔네?
신희 : (깜짝 놀라 다가와 본다)
정희 : (따라 일어나서 보는)
신희모 : 어머? 현우가 왜 저리 들어가니?
S#34. 마당 (저녁)
꽃다발과 과일 바구니 든 현우, 계단 올라오고 있다.
자영네 집 쪽으로 돌아간다.
S#35. 신희집 거실 (저녁)
창밖 내다보는 신희모와 정희, 신희.
신희모 :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야? (신희 보면)
신희 : (처참한 얼굴로 보고 서있다)
S#36. 자영 거실 (저녁)
자영모, 어색해하며 현우 절 받고 있다.
자영과 영철, 서있고.
자영모 : 근데 이거 이렇게 절을 받아도 되는건지 모르겠네...
현우 : (절 마치고 일어서는)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 정현우라고 합니다.
(돌아서 영철에게)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인사하고)
영철 : 어, 나 자영이 오빠요.
자영모 : 아, 앉아요... (하다가) 근데 낯이 익네?... 어디서 본 듯 싶어요...
현우 : 전에 신희네 집에서 한번 뵌적 있습니다. 찌갤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
자영모 : (그제야 퍼뜩 생각나는) 어머나! 세상에, 그 재성그룹 외아드님?
영철 : (깜짝 놀라고)
S#37. 신희방 (저녁)
신희모, 밖에서 '신희야, 문 좀 열어' 하면서 방문 두드리고 있고
신희,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화도 나고 눈물도 나고,
자기 감정을 어쩔줄 모르는 신희, 깍지 낀 두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이윽고 일어나서 잠긴 문 연다.
S#38. 자영집 거실 (저녁)
둘러앉아 있는 자영모, 영철, 자영, 현우.
현우 : 아버님 계실 때 왔어야 하는데 계속 늦으신다 그래서 그냥 왔습니다.
영철 : (퉁명스런) 우리 자영이랑 어떤 사입니까?
현우 : ...자영이하구 같이 유학가고 싶어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자영모 : (깜짝 놀라는) 유학?
영철 : 그럼 뭡니까, 우리 자영이하구 결혼이래두 할 생각이란 말예요?
현우 : 네, 그러고 싶습니다.
자영모 : (또 깜짝 놀라고)
영철 : 재성 그룹 외아들이라면서... 집에서도 알아요?
현우 : ...솔직히 아직 부모님 허락을 받진 못했어요.
하지만 저나 자영인 결심이섰으니까 어떻게든 허락을 받을 겁니다.
영철 : 당연히 허락을 안 하시겠죠.
자영 : 오빠...
영철 : 우리 자영이, 가진건 없어도 어따 내놔도 빠질게 없는 동생인데...
현우 : 형님이 무슨 걱정하시는지 압니다. 저, 절대로 자영이 마음 아프게 안할 자신 있습니다.
자영모 : 아니, 난 이게 통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네.
저기 말예요, 저기 내가 알기론 신희하구 약혼할 사이라든데...
현우 : 그건 부모님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지 전 그럴 생각없습니다.
영철 : 혼자서만 그러면 뭐합니까? 난 솔직히 정현우씨 별로 반갑지 않네요.
자영 : 오빠 그러지 마.
영철 : 그쪽 부모님이나... 신희네서두 가만있을 리가 있겠어요?
S#39. 신희방 (밤)
신희 등 철썩 때리는 신희모.
신희모 : (화난) 아무리 현우가 좋아도 그렇지, 누구한테 사주를 해? 너 어디서 그런 거 배웠어!
신희 : (가만히 있는다. 눈물 방울방울 떨어지고)
신희모 : (그런 딸을 보니까 마음이 짠해지는, 한숨 푹 내쉬고) 그래, 그 갖은 난리를 다 쳤는데도
현우가 지금 자영이네 집에 갔단 말이니?
신희 : (눈물 젖은) 엄마 나 좀 도와줘. 나 정말 내가 할수 있는건 다 해봤어.
이제 더 이상 내가 할수 있는게 없어, 엄마밖에 없어 이제...
신희모 : (분 누르며 생각에 잠기고)
신희 : 엄마... 나 정말 자영이한테 현우오빠 못 보내겠는데 어떡하지?...
신희모 : (생각할수록 자존심 상한) 현우도 현우지만... 자영이 고거 괘씸하네...
아니 너하구 약혼 얘기 오가는 거 뻔히 알면서 현울 넘봐?
기껏 월세방신세 면하게 해줬더니 감히 내 사윗감을 탐내?...
신희 : (훌쩍 훌쩍 울고)
신희모 : (정색하는) 우선 넌 현우한테 잘못했다구 걔 화부터 풀어. 나머진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까.
S#40. 신희집 앞 (밤)
현우 배웅하러 나오는 자영.
자영 : 오빠 때문에 불편했지?
현우 : 아니? (농담처럼) 나두 그런 오빠 하나 있었으면 좋겠던데?
자영 : 뭐?
현우 : 난 형제가 없잖아. 오빠 사랑이 팍팍 느껴지던데 뭘.
자영 : 그래 현우씨, 우리 오빠 나 생각하는거 끔찍하거든. 그래서 그래.
나 상처받을까봐 걱정되서 그런거지 현우씨가 싫어서 그런건 아냐.
현우 : 걱정마, 그런 오해 안해. 솔직히 나두 여동생 있었으면 형님처럼 할거 같드라.
어떤 도둑놈인줄 알고 여동생을 막 내주니?
자영 : (고맙고)
S#41. 신희집 외경 (아침)
S#42. 자영 거실 (아침)
자영모, 빨래 개고 있는데 인터폰 울린다.
자영모, 뜨끔해서 일어나 받는다.
자영모 : 여보세요?... 네, 사모님... (켕기는) 지금요?...
S#43. 신희네 거실 (아침)
자영모, 어색하게 앉아서 신희모 얘기 듣고 있다.
신희모 : 처음에 의원님이 이기사네 들이자 그랬을 때 나 솔직히 별로 내키질 않았어요.
단촐하게 네식구 오손도손 살다가 객식구 들이는게 어디 쉬웠겠어요?
그래두 의원님 편하구, 자영이네 어려운 사정 얘기 듣고 서로 돕고 살자, 그렇게 생각해서 들인건데,
우리 신희 신랑감을, 이럴수는 없죠.
자영모 : 아유 저두 깜짝 놀랐어요, 사모님. 갑자기 재성 그룹 아드님이 즈이 집에 오시는데...
신희모 : 나, 아직 의원님껜 자영이 얘기 안 했어요.
의원님도 현울 신희 사윗감으로 믿고 계시는데 이런 일 아셔봐요, 얼마나 화가 나시겠어요?
자영모 : 그러시겠죠...
신희모 : 그래서, 어떡할 거예요? 설마 자영엄마까지 애들 말 믿고 있는건 아니겠죠?
자영모 : 글세 그게요...
신희모 : 자영엄마가 재성그룹 사모님이라면 자영일 허락하겠어요?
자영모 : (맞는 말이지만 자존심 상하고)
신희모 : (달래는) 현우 어머니, 자영이 때문에 아주 골치를 썩고 있어요.
자영일 절대 며느리 삼을수 없다고 그러시는데 이게 될 일이예요?
설사 우겨서 어떻게 결혼이 된다 하드라도, 그 시집살일 자영이가 어떻게 견뎌요?
평범한 집안도 아니고, 재벌집 시어머니가 맘먹고 시집살이 시킬려고 작정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거 알죠?
자영모 : (덜컥 겁나는 얼굴)
신희모 : (달래는) 자영이, 심성 곱고 똑똑하고... 그런 애가 뭐하러 지하고 안맞는 집에 들어가서 맘고생 하면서 살아?
똑똑하니까 지길 가면 될걸.
자영모 : 예?
신희모 : 자영이 똑똑하니까 공부 계속하면 좋잖아요.
유학 가 봐요, 집안 웬만큼 튼튼하고 괜찮은 남자들 만날 기회가 얼마나 많은데.
자영모 : 유학이요?
계단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신희, 슬그머니 2층으로 올라간다.
S#44. 자영방
자영, 옷장에서 옷 고르고 있는데
자영모, 슬그머니 들어온다.
자영모 : 뭐하냐?
자영 : (기분 좋은) 엄마 나 뭐 입을까?
자영모 : ...얘 자영아. 너 꼭 거길 나가야겠니?
자영 : (돌아보는) 그게 무슨 말이야?
자영모 : 아 나가봤자 퇴짜 맞을게 뻔한데 거길 뭐하러 나가!
자영 : ?
S#45. 자영 거실
자영, 화난 듯 방에서 나오고
자영모, '얘, 자영아!' 하며 따라 나온다.
자영 : (홱 돌아서며) 엄마 정말 너무하는거 아냐?
자영모 : (자영 손 잡아 앉히며) 얘, 솔직히 그집이 너하구 맞질 않잖아.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랬다구 어차피 인사야 아들이 박박 우기니까 못 이기는채 봐주는 거지
그 집에서 진짜 널 며느리감으로 보는게 아냐, 이것아.
자영 : ...유학 말구 또 얼마준대?
자영모 : (뜨끔하고)
자영 : 내가 현우씨 포기하면, 엄마한테 또 얼마 주신대냐구!
자영모 : (화난) 너 지금 내가 사모님한테 받을 돈이 탐나서 이러는줄 알어?
내가 현우 부모래두 너 허락안해. 어차피 낙동강 오리알 신세 되느니,
못이기는 채 유학가는게 너한테 좋은 길이니까...
자영 : 엄마, 정말 나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면 다신 저한테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
나, 현우씨하고 절대 못 헤어져, 아니 안 헤어져요.
자영모 : 아이구 답답해... 그러다 너만 상처 입어, 이것아!
자영 : 아니, 나 현우씨 믿어요. 그러니까 엄마두 현우씨하구 나 믿어줘, 응?
S#46. 현우 오피스텔 (저녁)
현우, 미국 유학 관련 책자 보고 있는데 핸드폰 울린다.
현우 : (받는) 여보세요?
신희(F) : 오빠 나 신흰데 전화 끊지 말구 내 말좀 들어줘.
현우 : 너하구 할 얘기 없다 그랬잖아. 다신 나한테 전화하지 마라.
신희(F) : 오빠! 나 오빠한테 사과하고 싶어서 그래.
현우 : 그럴 필요없어. 자영이, 우리 부모님한테 인사드리기로 했으니까 신희 너 더이상 이러지 마. 끊는다. (끊는)
S#47. 방송국 앞 (저녁)
충격받은 얼굴로 핸드폰 귀에서 못 떼고 서있는 신희.
S#48. 술집 (밤)
양주병 앞에 놓고 앉아있는 신희와 미자.
신희, 술잔 그대로 채워진 채고 미자만 취해서 흥얼거리고 있다.
미자 : (취한) 야, 이신희... 너두 이제 맘 비워라 응?... 벌써 비울때가 지났지.
신희 : (미자 힐끗 보고)
미자 : 솔직히 말야... 내가 남자래두 너보단 자영일 좋아할거 같긴 해.
신희 : (미자 확 쳐다보고) 야! 백미자!
미자 : 승질내지 마... 솔직한게 죄냐? 그리구 너두 자영이 덕 많이 봤잖아.
자영이 덕에 내신도 오르고... (하다가 팍 엎드리는)
신희 : (기막힌 듯 미자 물끄러미 보며) 내가 그렇게 자영이 덕을 많이 봤니?
미자 : (음야 음야, 웅얼웅얼)
신희 : (처음으로 술잔 들어 마신다. 혼잣말) 너 모를거다. 나, 중학교때까진 꽤 행복했어.
무섭지만 근사한 아빠, 나라면 꺼뻑 죽는 엄마...
미자 : (흐릿하게 눈떴다가 다시 감고)
신희 : 근데 자영이네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울 아버지, 처음으로 성적푤 집어던지드라?
너 이걸 성적이라구 보여주는 거냐! 자영일 봐!... 그때부터 사사건건 자영이 하구 비교하는데...
처음엔 해봤어... 근데 내가 아무리 해봤자 자영일 어떻게 따라잡니? 그래서 아예 포기했지.
미자 : (무겁게 머리드는) 야... 나 왜 이렇게 졸립냐...
신희 : (계속 혼잣말) ...현우오빠가 나 싫다면 할수 없어... 그래, 그건 어쩔수 없지...
그치만 자영이한테 보내진 않아. 내가 못 가져도 자영인 안돼...
S#49. 승재집 (밤)
용석, 각종 청구서와 통장 보며 계산하고 있고
승재, 수건에 얼굴 닦으며 들어온다.
승재 : (서랍에서 돈봉투 꺼내 내밀고)
용석 : 너 이러다 합의금으로 받은 돈 다 까먹겠다. 시골집에 보내구 생활비 쓰구... 얼마 안 남았지?
승재 : ...
용석 : 그래두 그때 꽤 받았는데 차라리 그때 나두 가게 관두고 내 적금 깨구 그래서
너랑 쪼끄만 구멍가게라도 차릴걸 그랬어.
승재 : 구멍가게 할려고 아등바등 부전공까지 한줄 알아?
용석 : 너 보면 답답해서 그러지 임마. 그 된다, 된다하는 회사두 통 소식이 없잖냐.
승재 : (은근히 불안해지고)
S#50. 옥탑 마당 (밤)
핸드폰 들고 나온 승재, 막 핸드폰 걸려는데 벨 울린다.
승재 : (얼른 받는) 여보세요?... (밝아지지만 담담한 척) 어, 이신희?
S#51. 술집 (밤)
앉아있는 승재와 신희.
승재, 말없이 앉아있는 신희가 이상하고.
신희 : (이윽고) 우리, 참 더럽게 만난 인연인데 우리 인연도 여기서 끝이야...
앞으로 나한테 다시는 전화하지 마요. 물론 찾아오지두 말구.
승재 :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신희 : 다 끝났어요. 자영이, 현우오빠 부모님한테 인사드린대. (승재 눈치보고)
승재 : (놀라는) 뭐? 그래서, 너 지금 포기하겠다는 거야?
신희 : 포기가 아니구, 내가 졌다구, 자영이한테.
승재 : 그럼 나하구의 약속은? 난!
신희 : 맞어... 박승재한텐 이자영이가 마케팅부 팀장으로 가는 티켓이었지?
설마 그 티켓을 달라는건 아니겠죠?
(의미있는 시선) 그건 자영이를 현우오빠한테서 떼놓으면 주기로 한 티켓이었으니까, 안 그래요?
승재 : 그래서, 나한테 아무 것도 못해주겠단 말야?
신희 : (비아냥대는) ...마케팅 쪽은 어림없지만 창고 관리쯤은 해줄수 있어.
승재 : (이가는) 어림없는 소리 마. 내가 그까짓거 보구 여기까지 온줄 알어?
신희 : 그럼 뭐야? 난 아무 것도 얻은게 없는데 당신은 마케팅부에 넣어달라? 그게 말이 되요?
승재 : (초조함 감춘) 이신희, 난 널 알아. 넌 니가 원하는걸 절대로 포기 못하는 애야.
더구나 정현우? 정현울 자영이한테 주고 니가 살수 있을거 같애?
신희 : 글세 그 정현울 되찾을 방법이 없잖아. 난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데, 박승재씨한텐 무슨 수가 있어요?
승재 : (미치겠고) ...
신희 : 난 처음에 박승재씨한테 부탁할 땐 그래두 당신이 확실하게 일을 해결해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영이가 당신한테도 꽤 강적이야, 그쵸?
승재 : 난 여기서 포기 못해. 포기 안해!
신희 : 포기 안 하면 어쩔건데? 자영이가 당신 발목 꽉 잡고 있는한, 마케팅부 취직은 어림없어.
당신도 자영이한테 진 거야.
승재 : (일그러지는)
S#52. 승재 옥탑 마당 (밤)
온몸이 땀에 젖어 샌드백 치고 있는 승재,
분노, 울분... 미칠 것 같은 기분으로 이 악물고 샌드백 치는 승재의 눈에 오기가 가득하다.
이윽고 숨 헐떡이며 멈춘 승재, 허공 노려본다. 이대로 그만둘줄 알아... 다지는.
S#53. 노인정 (아침)
노인정에 차려진 아침 상.
이의원, 준엽, 문비서 등과 노인들 사이에 섞여서 아침 먹고 있다.
기자들 뒤쪽에 서 있고 그중 양기자도 보인다.
이의원 : 이거 노인정 안이 좀 썰렁합니다?
노인 : 기름 값이 너무 적게 나와서 그래요. 오전 오후 잠깐씩 밖에 보일러 못돌려요.
이의원 : 그렇잖아도 노인정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이 너무 적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의원, 다른 노인에게도 불편한 점은 없느냐... 말 시키고.
S#54. 봉사활동장
커다란 작업대에 앉아서 미싱 돌리며 파카 만드는 고관 부인들.
신희모, 열심히 파카 만들고 있다.
S#55. 영철 가게
작고 아담한 가게.
영철과 은실, 페인트용 앞치마 두르고 벽에 페인트칠하고 있다.
은실, 영철 옆에서 동작을 맞추고 있다.
영철이 롤러를 밀어올리면 은실도 올리고 내리면 따라 내리고.
영철 : 야, 너 지금 뭐하냐? 너 여기가 유치원 놀이턴줄 알어?
은실 : 재밌잖아, 오빠. 환상의 듀엣, 몰라?
영철 : 듀엣? (말도 안된다는) 너 지금 우리가 듀엣이라는 거냐?
은실 : (머쓱하고) 아닌가?...
영철 : 어유 걸리적거려, 절루 좀 가. 넌 왜 니네 가겐 놔두고 귀찮게 여기와 이러냐?
은실 : (섭섭한) 오빠 내가 귀찮아?
영철 : 귀찮지 그럼? 꼭 딱정벌레처럼 붙어있는데 너 같으면 안 귀찮겠냐?
은실 : ...귀찮았구나... (슬그머니 물러난다)
영철 : (너무했나? 돌아보면)
은실, 페인트 통 들고 영철과 반대편 벽으로 간다.
입 꾹 다물고 다시 페인트칠하는 은실 보던 영철, 마음이 쓰이는지 롤러 놓고 은실에게 간다.
영철 : 야, 화났냐?
은실 : (일하면서) 딱정벌레가 화내는 거 봤어?
영철 : 야 그거 농담이야, 농담. 은실아, 너 출출하지? 우리 시장에서 떡볶이 먹고 올래?
가자, 오빠가 순대도 사주께.
은실 : (더 힘주어 롤러 밀면서) 떡볶이 먹는 딱정벌레가 어딨어?
영철 : (화가 많이 났구나... 난감해서 머리만 긁적이고)
S#56. 미용실
미용사, 자영 머리 드라이해주고 있다.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눈으로 거울보는 자영.
S#57. 자영방 (저녁)
단정한 투피스 입고 거울 보는 자영. 이리 저리 옷맵시를 살펴본다.
거울에 대고 한번 씩 웃어본다. 미소 짓고, 활짝 웃고, 공손히 인사도 해보고...
S#58. 자영집 거실 (저녁)
자영, 방에서 나온다.
저녁 준비하던 자영모, 못마땅한 듯 자영 본다.
자영 : 다녀올께요... (현관으로 가고)
자영모 : 무슨 기댈랑 말고... 어쨌든 잘 갔다 와.
S#59. 신희집 앞 (밤)
자영, 집에서 나오다가 멈칫 선다.
차 세워놓고 기다리는 승재.
승재 : (진지한) 잠깐 얘기 좀 하자.
자영 : (외면한채 가는데)
승재 : (막아서며) 자영아.
자영 : 이렇게까지 뻔뻔한 사람이었어요?
승재 : 너 뭔가 잘못 알고 있어. (자영 차림새 훑어보는) 차린거 보니까 어디, 그 친구 부모라두 만나니?
자영 : (대꾸도 안하고 지나가려는데)
승재 : (자영 잡는) 나, 너 만날려고 강릉 바닥을 며칠간 다 뒤지다 온 사람이야.
갑자기 사라진 너 찾으러 발이 닳도록 찾아 헤매다 갔더니 너 없드라.
자영 : 이번엔 신희가 무슨 부탁을 하던가요?
승재 : 타라, 너 가는데까지 가면서 얘기하자.
자영 : 싫어요.
승재 : (위협하는) 너 어디 가는지는 모르지만, 자꾸 이러면 너 가는데 까지 따라갈 수밖에 없어. 어서 타!
자영 : (은근히 겁나고)
승재 : 너 끝까지 나한테 말할 기회조차 안주고 이러면... 나 오기있는 사람이야, 그거 몰라? (거칠게 자영팔 잡아끈다)
S#60. 호텔 일식당 (밤)
부모와 들어오는 현우, 둘러보면 아직 자영은 안 왔다.
세사람, 자리에 앉는다.
현우 : (좋아서 다시 한번) 어머니, 감사합니다.
현우모 : 나 허락한 거 아니니까 자꾸 그런 소리 마라.
S#61. 거리 + 승재 차안 (밤)
운전하던 승재, 다른 방향으로 핸들 꺾는다.
자영 : (놀라는) 어디 가는 거예요? 직진인데 왜 차를 돌려요!
승재 : 나한테... 목숨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거든.
자영 : (갑자기 아차! 싶어) 왜 이러는 거야? (문 열려) 내려 줘!
승재 : (자영 팔 확 잡아당긴다) 죽고 싶어? (더 속력내고)
S#62. 일식당 (밤)
초조한 얼굴로 시계 보는 현우.
현우모, 불쾌한 듯 현우 쳐다보고 있다.
S#63. 일식당 앞 (밤)
자영에게 삐삐치는 현우.
현우(E) : 자영아, 어디쯤 오고 있니? 집에선 벌써 나갔다는데,
혹시 차 막혀서 늦는거면 잠깐 내려서래두 전화 좀 해줄래?
S#64. 외곽도로 + 승재 차안 (밤)
인적 드문 외곽도로.
승재차, 으슥한 길로 들어선다. 후미진 곳에 멈춰서는 차.
자영, 공포에 질린 얼굴로 승재 본다.
승재, 말없이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 연다.
승재 : 내려.
자영 : (겁에 질린) 여기가 어디야? 왜, 왜 이래요!
승재 : (차에서 자영 잡아끌어 내리며) 할 얘기가 있댔잖아.
자영, 승재 손에 끌려 내려온다. 주위 둘러보면 불빛 새나오는 인가 하나 없다.
저만치 어둠에 묻혀있는 폐가 보인다.
승재 : 이리 와! (자영 손 팍 잡아끄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