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래길(제2코스) 앵강다숲길을 걷다.
(경남 남해군 가천 -월포, 두곡- 미국마을 -원천)
다음 불 로그:-kims1102@
어제까지만 해도 해 맑은 날씨에 포근한 햇살이 좋았는데,
생뚱맞게도 저녁 TV일기예보에서는 내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다행한 것은 많은 양의 비는 아닐 것이란 말에 위안이 되었다.
특히 내일 우리가 산행할 지역인 남해안지역에도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것이다.
온다는 비를 어찌하랴, 하늘에 맡겨야지!
지난 주 서울여행 때문에 한 주를 쉬고 나니 기다려지는 산행인 것을-
오후에 민들레총무에게 전화를 해보았더니 예약좌석은 만석(45명)이고 회 파티를
위한 제반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반가운 대답이었다.
재무인 “해뜰날”이 가정사로 불참한다며 회 파티에 필요한 돈의 일부(30만원)를
나에게 계좌이채 해주었다.
호모 에렉투스(직립원인, 선사람)!
걷기는 앉아 있기보다는 불편하지만 달리기에 비해 격렬하지 않아서 좋다.
생각보다 걷기가 더 본능적임에도 우리는 왜 걷지 않는가.
그것은 걷기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우리 몸을 이동시킬 수 있는 대중교통, 자가용,
자전거 등 문명의 이기(利器)가 많기 때문이다.
불쑥 시위하듯 달려오는 자동차와 자전거, 불편한 도로, 넘어지지 않으려는
보행자의 몸놀림은 걷기에 대한 우리의 본능적인 도전이다.
우리나라의 걷기 인프라는 최적이란다.
둘레길, 올레길, 마실 길, 바래 길에다 최첨단 기능성 신발이 시장에 쏟아진다.
문제는 우리가 결행(決行)하려는 의지이다.
걷기를 운동으로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원시적인 몸동작이라고
여겨야 한다.
새싹에 새 기운이 가득한 봄 길을,
지금 걷지 않는다면 우린 다시 또 다른 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남해바래길(2코스) 앵강다숲길을 걷기로 했다.
“바래”는 남해 사람들의 토속어로,
옛날 남해 어머니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파래나 미역, 고둥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생업)을 뜻하는데,
그때 다니던 길을 “바래길”이라고 한다.
남해바래 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에 선정된
남해군 해안의 특별한 자연환경을 가슴에 담으며 즐겁게 걷는 8개 코스에
총 120km거리이며, 40시간 30분이 소요되는 바래길 도보여행길이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비는 오지 않아도 하늘은 개운치가 못하다.
밤사이 사정이 생긴 회원들이 산행을 취소해 오늘은 남녀 42명의 회원들이
남해바래길 “앵강다숲길”걷기에 참여를 했다.
“앵강다숲길”은 남해바래길(2코스)로 가천마을에서 원천마을까지 14.6km를
길 따라 걷는 바래코스이다.
지난 달 걸었던 1코스인 “다랭이지겟길”의 종점이었던,
가천마을에서 출발 -홍현해우라지마을 -숙호 숲 -월포, 두곡해수욕장 -미국마을
-신전 숲 -원천마을까지이다. (백령마을까지는 아직 미 개통구간이다.)
“들길부부”가 학생인 아들을 데리고 가족끼리 참여해서 고마웠고,
무릎관절 때문에 불참했던 “꽃 사랑”이 그 동안 미안했다며 제과점 빵을 사와
모든 회원들이 골고루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태왕비의 부군(夫君)께서 이번 농협조합장에 당선되어 축하전화도 해주었다.
이제는 고정회원이 되어 버린 젊은 “로즈”, “카라”의 활동이 산악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꾸준히 참여해주시는 조교장님, “보름달”도 모처럼 나왔다,
그리고 부부애의 대명사 “방랑자부부” 너무 부럽고 행복해 보인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방식대로 행복을 발견한답니다.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당신을 생각합니다. (풀 고갱의 詩 “행복한 마음으로 당신을 생각합니다.”에서)
산행버스가 남해대교를 건너간다.
곡성부근에서 비가 약간 내렸지만 다행이 남해는 흐린 날씨에 비 소식은 없다.
아메리카타운을 지나 출발기점인 가천마을에서 내렸다.
트레킹은 오전 11시부터 시작되었다.
설흘山이 바다로 내리지르는 45도 경사의 비탈에 석축을 쌓아 108층이 넘는
계단식 논을 일구어 놓은 곳이다.
삿갓배미라는 작은 “달갱이 논”으로부터 세마지기 “가웃 논”까지 층계를 이룬
논배미들이 대 장관(壯觀)을 이루고 있다.
바다를 끼고 있지만 배 한 척 없는 마을, 마늘과 벼가 주요 소득 작물이다.
탤런트인 “박 원숙카페”가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골목길은 시멘트로 포장되었고, 마을은 관광지가 되어 거의 숙박과 음식점으로
변해있었다.
가천마을을 내려가는 길은 경사도가 급해서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내려간다.
미륵불 “암수바위: 경남민속자료 제13호)”가 있었는데,
남자성기를 한 높이 5,9m의 수 바위와 그 옆에 4.9m의 임신한 여인의 형상을 한
암 바위가 전설을 안고 있다.
다랭이마을 아래 해변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바닷가로 빨강색출렁다리가 보이고,
왼쪽으로 좁다란 바래길로 이어진다.
곧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두 개가 나오고, 이후 약간의 숲과 해안절벽,
지금은 폐기된 군부대초소, 다시 숲으로 길이 연결된다.
숲을 빠져나오면 바다를 우측에 낀 임도가 나오고 좁다랗고 경사가 급한 비좁은
바래 길이 계속된다.
옅은 구름이 낀 바다는 하늘과 바다가 구분이 되지 않아 망망대해처럼 보인다.
해변바다에는 바위에 부딪쳐 깨지고 부서지는 하얀 포말이 아름답다.
작은 발동선이 푸른바다를 가르며 긴 꼬리를 만들어 비행雲(운)처럼 끌고 간다.
숲 사이로 어마어마하게 큰 갯바위가 구경 한번 하라고 샛길을 만들어 놓았다.
곧 석방렴으로 유명한 홍현해라우지 마을에 닿는다.
체험마을답게 현대식숙소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지붕을 깨진 옹기조각과 편석(片石)
으로 덮은 것이 특색이다.
길은 시금치와 마늘 등이 심어진 밭 사이로 이어지고 멸치구판장건물이 나온다.
석방렴도 두 곳이나 보았고, 전복양식장과 횟집도 한가하게 있다.
다시 월포, 두곡해수욕장으로 가 닿는다.
산행 2팀과 잔류인원을 태운 산행버스가 해수욕장 숲속에 있었다.
이후에는 차량 통행이 잦은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걷다 왼쪽 숲으로 접어든다.
미국마을을 발아래 두고 흐르던 길은 마을 옆을 통과해 바다로 이어진다.
이 바다는 여지의 치마폭처럼 펼쳐진 앵강灣(만) 바다이다.
설흘山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깊숙하게 들어온 앵강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다.
앵강다 숲에는 남해바래길 사무국이 위치해있다.
오늘 앵강다 숲길 트레킹은 오후 4시가 못돼 끝이 났다.
오늘 하산 주는 광어회 파티였다.
삼천포에서 광어 30만원어치를 주문해 배달받았으며 회를 뜨고 남은 머리와 뼈로
“지리”를 끓였다.
오늘은 하산酒 장소도 조용한 바닷가 정자가 있고 놀이터가 있는 곳이었다.
점심 먹을 때 약간의 비가 내려 불편했지만 바람도 없고 포근한 날씨 덕에
맛있는 하산酒를 여유 있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이른 봄
풀은 겨우 고개를 내밀고
시냇물과 햇빛은 약하게 흐르고
숲의 초록색은 투명하다. (중략)
이른 봄
자작나무 아래서
그것은 우리 생애의 이른 봄
가슴 가득한 행복, 그 넘치는 눈물
생명이여, 숲이여, 햇빛이여!
자작나무 잎의 연푸른 화사함이여 울라
(톨스토이의 詩 “이른 봄”중에서)
(2015년 3월 13일)
첫댓글 팡팡 회장님! 한주 쉬셔서 무척 서운하셨지요?
건강한 모습으로 후기 꼭 올려주세요.
흙속의 진주같은 산행후기 속의 詩.
너무나 잘 읽고 있습니다.
풀 고갱의 詩~~ 너무나 좋으네요.
금광의 살아있는 활력소, 풍부한 영양제인 "로즈"님은 너무-너무 아름다워라!
그 아름다운 빛에 금광은 영원하리라!
회장님더많은노고에감사합니다.작년10월부터가정형편상~~좋아하는여러분들과등지고이제뵙게되어서반가웠습니다~회복도되고자주참여하겠습니다^^♡♡
건강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행복하시고, 건강 꼭 챙기세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