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미아 삼거리로 통하는 길목에
복지국가의 복지가
죽음 앞에서야 푯말로 서있다
산 입에 거미줄 칠까
맨몸으로 밥벌이 하던 사람이
머리 속 핏줄이 터지는 날에는
거센 비바람이 친다
아스팔트를 기어다니던
벌레 같은 목숨
폐에 구멍을 내고
뱃속에 가득 부어버린 알코올로
썩을 염려가 없다고
웃어대던 누런 이
수치심도 빠져나간
가시 같은 몸뚱이가 마지막 다다른
하얀 시트 속으로
이승 옷을 벗어던지고
수녀님들 기도 속에
시구문(屍軀門)을 나서는데
병원 화단 노란 팬지가
나풀나풀 앞장선다
* 성가복지병원 - 카톨릭재단에서 운영하는 복지 병원으로 오갈데 없는 행려병자들이 마지막 머물다 저승길로 가는 곳이기도 하다. 종암사거리에서 미아삼거리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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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창작방
성가복지병원
목필균
추천 0
조회 91
04.07.12 00:2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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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작품 잘 감상하였습니다.
좋은길 마련하여 떠내보내는 고마운 분들에게 좋은 시가 되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일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행복하세요..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