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다. 목 마르다.
굴 속이다. 소금밭이다.
빠져 나오니 벼랑이다. 사막이다.
하물며 거센 바람
어쩌다 보게 된 낡은 비망록엔 기와를 이어 가듯 찬찬하고 빼곡하다.
등잔 하나. 물 한 모금. 바람 피하던 토담. 연습 없다는 인생. 실험이 그득하다.
처음 접했던 처용處容의노래에 이어 가시리를 넘기니 청산별곡이 눈 앞에 훤하다.
갑오甲午년 거문고 소리 제대로 나지 않아 낡은 줄 풀어 새 줄로 바꿔 소리 제대로 나게 했던 경장更張은 그리도 가슴을 설레게 했고나.
鄭芝溶을 알고 청록파를 찾아 朴木月 趙芝薰 朴斗鎭을 주야상사晝夜相思하다 서둘지 말아야겠다 입계의완入界宜緩하며 白石 李庸岳 金起林은 숨어서 만났구나.
그나마 金春洙 徐廷柱와 한 시대를 살며 더러는 피그마리온Pygmalion효과를 입었는가
전란이 끝나고 B 29 폭격기 비행운 남기던 하늘에 민항기 뜨고 구호물자 속 펭귄 포켓 북에 끼어 들어 온 로버트 프로스트.에드가 알렌 포우.에즈라 파운드.토마스 스턴 엘리엇.새로 접한 실존의 이념추구자 장 뽈 싸르뜨르. 알베르 까뮤는 스테판 말라르메.뽈 발레리.라이나 마리아 릴케를 건너 뛰게 하는 흥분을 주었지만......그 건너 뜀 아쉬운 지금 엘리엇의 '황무지'에 포우의 '애너벨리' 하루의 틈새에 끼어 지나 가고 있다.
희부연하다.
밖이 보이는 듯
포장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하늘엔 드론이 날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