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개봉 5일만에 왜 400만 넘었나… 다양한 연령 아우르는 이순신 다뤄
세월호 참사 후 떠오른 리더십 부재… 7월말 8월초 성수기 잘 노린 이유도
무서운 기세다.
이순신과 명량해전이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영화사(史)를 다시 쓰고 있다.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 개봉(7월 30일) 닷새 만인 3일 오전 누적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개봉 영화 중 최단 기간 기록이다.
'명량'은 개봉일부터 기존의 흥행 기록을 숨 가쁘게 넘어섰다.
개봉일 관객 수 68만명. 역대 개봉일 최고 기록이다.
개봉 37시간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00만 영화'인 '아바타' '괴물' '도둑들'은 사흘,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은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첫 토요일(2일)엔 123만명을 모으면서 국내 영화 시장에서 처음으로 일일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기존 기록은 2011년 개봉한 '트랜스포머 3'(일일 관객 95만6500명)가 갖고 있었다.
이 기세라면 개봉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 500만명은 가뿐히 넘길 것이다.이순신이 바다를 평정했듯 '명량'은 극장가를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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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명량’대형 포스터를 보고 있다. 이 영화관에서는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6시 40분까지‘명량’이 총 8회 상영됐다. 모두 매진이었다. /김연정 객원기자
①전(全) 세대를 아우르는 인물
영화가 기록적인 흥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순신이란 인물 자체가 갖고 있는 힘 덕분이다.
너무 잘 알려진 위인이란 약점은 오히려 장점이 됐다. 10대부터 70대까지 이순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명량' 관객의 성별·나이별 비중은 극장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CGV에선 20대가 36.5%로 가장 많고, 남성이 53.7%를 차지한다.
반면 롯데시네마에서는 40대 이상 관객이 51%로 가장 많고 여성 관객이 62%로 남성 관객을 앞선다.
특정 세대나 성별의 관객이 몰리는 영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CJ E&M영화사업부 윤인호 부장은 "나이대나 성별에 상관없이 관객층이 고르게 퍼져 있다.
진지한 사극이라서 일단 중장년층이 선호하지만, 이순신에 대해서 잘 몰랐던 10~30대의 반응도 의외로 뜨겁다.
영웅을 재발견했다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팩트의 힘은 강하다. '명량해전'에 관한 역사 기록은 여느 판타지보다 흥미진진하다.
'명량'은 극화를 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이 일부 들어갔지만, 비교적 역사 기록에 충실한 편이다.
'광해'나 '왕의 남자' 등 역사적 인물·사건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 영화'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극명하다.
'명량'의 61분짜리 해전 장면이 감동을 주는 이유도 역사적 고증에 충실했기 때문.
포털 사이트 관객 평이나 온라인 영화 게시판에서는 "영화에서 본 게 믿기지 않아 명량해전에 관한 사료를 찾아봤다"는
반응이 많다. 이 영화를 본 10~30대 관객들은 인터넷과 SNS에서 '갓순신'('신'과 '이순신'의 합성어)이란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②이순신에게 리더십을 찾다
올 상반기 한국 영화는 침체기에 빠졌다. 지난 3년간 동기 대비 한국 영화 관객 수가 가장 적었다.
특히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개봉한 '우는 남자' '하이힐' 등은 두 편 합쳐 100만 관객도 못 넘을 정도로 흥행에 참패했다.
총과 칼이 난무하는 이 영화들은 위안이 필요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반면 '명량'은 웃음기 하나 없이 건조하다.
개봉 전에는 '여름 영화치고는 너무 무겁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대중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진지한 영화를
원하고 있었다.
'명량'은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나온 '리더십'에 관한 영화다.
세월호 사건으로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이순신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명량'에서 이순신은 "충(忠)이란 백성에 대한 의리"라고 했다. 위기에 처한 나라와 백성을 구한 그는 현대의 관점에서
볼 때 '수퍼 히어로'나 다름없다. 국가와 리더십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 많은 것도 이 영화의 흥행 요소다.
③7말8초(七末八初) 효과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설과 추석을 제외한, 극장가의 극성수기다.
'명량'이 개봉한 7월 30일은 본격적인 휴가와 폭염이 시작되는 7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었다.
여름 성수기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들은 모두 7월 넷째 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을 개봉일로 택했다.
'괴물'(2006년 7월 27일 개봉), '해운대'(2009년 7월 22일), '도둑들'(2012년 7월 25일)이 그 예다.
'명량'도 '7말8초'(7월 말~8월 초의 줄임말) 효과를 톡톡히 봤다.
게다가 '명량'의 개봉일은 5000원으로 영화 한 편을 관람할 수 있는 '문화의 날'이었다.
원래 평일 영화표 값은 평균 9000~1만원(2D 성인 기준) 정도다. 개봉 날에 호재가 겹친 셈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