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제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는 기회인 동시에 상대방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도 된다. 장유유서가 기본인 한식과 품위 있는 식사법이 중요한 중식 테이블 매너를
숙지해 세련되고 당당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거듭나본다.
비즈니스의 친밀함을 더하는 테이블 매너 Ⅰ
한식 VS 중식
전통의 격식을 지키는 한식 식사 예절
식사만큼 그 사람의 환경을 잘 드러내는 것도 없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는 어릴 적부터 집안 어른께 식사 예절을 배우며 자랐다. 자주 접해서인지
자신의 매너가 완벽하다고 착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한식은 양식과 달리 조금만 예
절이 흐트러져도 먹는 이의 품위가 떨어지기 십상이다. 한식을 먹을 때도 순서와 법
도가 있다. 요즘은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어 식사 매너를 배울 기회
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식사 예절을 잘 알아야 긴장된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는다.
식기구 사용에도 법도가 필요하다
수저, 밥그릇, 국그릇 사용에도 기본 법칙이 있다. 식기구의 용도에 맞게 숟가락으로
는 밥과 국물이 있는 찌개나 국을 먹고, 젓가락으로는 찬 종류를 집어 먹어야 한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므로, 수저를 한 손
에 쥐어서도 안 된다.
또, 젓가락을 사용할 때 숟가락은 상 위에 올려놓아야 하며,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그릇에 걸치거나 얹어놓지 않는다.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는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므로 삼가자. 수저는 입으로 빨지 않아야 하며 먹는 도중에 음
식이 묻어서 남아 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국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씹을 때 소리
나지 않게 하고 수저를 사용할 때도 그릇에 부딪쳐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먹
어야 한다. 식사가 끝나더라도 그릇에 얹어놓지 말고, 수저는 처음 위치에 가지런히
놓아야 한다.식사 순서에 따른 예절을 숙지하자
장유유서가 기본인 만큼, 식사를 하기 전 자리에 앉을 때도 문에서 멀면서 경치가 좋
은 곳에 웃어른이 앉도록 한다. 여러 사람과 식사해야 할 경우 왼손잡이라면 옆 사
람과 부딪쳐서 식사하는 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가장자리에 앉는 것이 좋다.
식사할 때 주어지는 개인용 물수건은 손을 닦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손을 닦은 후
에는 다시 잘 접어 식탁 옆에 놓는다.
식사를 시작할 때 숟가락으로 국이나 김칫국물을 먼저 떠 마시고, 밥이나 다른 음
식을 먹는다. 밥을 먹을 때 자기 앞쪽부터 깨끗하게 먹으며, 국물은 그릇째로 마시지
않는다. 국에 밥을 말아 먹는 것도 예의에 맞지 않는다. 수저로 반찬이나 밥을 뒤적
거리거나 헤집는 것은 좋지 않으며, 먹기 싫은 것을 골라내거나 양념을 털어내고 먹지
않는다. 입 안에 반찬이 남아 있는데도 다른 반찬으로 젓가락을 옮기는 모습도 삼가
야 할 모습이다. 자기 손에 닿지 않는다고 젓가락으로 그릇을 끌어당겨선 안 되며, 멀
리 떨어져 손이 닿지 않는 음식을 먹을 때는 옆 사람에게 집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예의다.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먹어서 음식이 다시 튀어나오는 일이 없도록 한다. 특
히 쌈을 싸 먹을 때 유의하자. 음식을 먹을 때 몸을 뒤로 젖히거나 혀를 내보이지 않
도록 하고, 음식을 입에까지 가져가 먹는 것이 바른 태도다. 밥그릇은 나중에 숭늉
을 넣어 깨끗하게 비우는 것이 좋으며, 식사가 끝난 후에는 “잘 먹었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하도록 한다.
식사 중 대화할 때엔 정치·종교·이념 등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소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덕무의 <사소절> 중 식사할 때 종기, 설사 등 더러운 주제를 크게 경계한 대
목 역시 식사중 대화의 주제가 중요함을 방증한다. 윗사람이 질문했을 때는 먹던 음
식을 삼키고 수저를 내려놓은 후 대답하는 것이 예의다.
흥겨운 잔치처럼! 중식 테이블 매너
중국 음식은 개인별 식사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한 식탁에 둘러앉아 상에 놓인 음
식을 가운데 놓고 각자 먹을 양만큼 덜어서 먹는 방식이므로 동석한 사람들에게 실
례가 되지 않고 기분 좋은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인의
식사 모습을 보면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 먼저 식사를 하는 광경은 왁자지껄하다.
워낙 먹는 것을 즐기는 민족이고 보니 먹는 장소가 가장 즐거운 장소가 되어 이야기
꽃을 피우며 먹는다. 한식은 깨끗하고 정갈하게 먹는 것이 예의지만, 그들은 최대한
벌여놓고 먹어야 초대한 이에게 예의가 된다. 이처럼 식문화가 다르므로 식사 예절 또
한 꽤 다르다.
음식에 따른 별다른 식기구 사용법을 알자
렝게(국자 모양으로 생긴 도기 숟가락)는 왼손에 쥐고, 젓가락은 오른손에 쥐는 것이
정석이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요리를 렝게에 정리해 넣듯이 해서 입으로 가져간다. 면
류도 같은 요령으로, 그릇에서 직접 후루룩거리며 먹지 않는다. 수프를 먹을 때는 렝
게를 오른손에 바꿔 든다. 렝게는 탕을 먹을 때만 사용하고 이외에는 밥을 포함해 모
든 음식은 젓가락을 사용한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기 힘들어도 젓가락으로 요리
를 찔러 먹는 것은 실례다. 다 사용한 렝게와 젓가락은 보이지 않도록 뒤집어놓는다.
중국 음식은 한 접시의 음식을 여러 사람이 나눠 먹는 만큼 서버 사용법도 제대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오른손에 스푼, 왼손에 포크를 잡고 포크로 요리를 스푼 위
에 얹어 개인 접시로 가져온다. 이때 개인 접시는 미리 회전 테이블 가까이에 가져다
두자. 사용이 끝난 스푼과 포크는 접시 오른쪽에 세로로 가지런히 놓아둔다.
나눠 먹을 때도 품위를 지켜야 한다
좌석에 앉는 것도 식사를 시작하기 전 확인해야 할 필수 사항이다. 룸에서 식사할 경
우 안쪽이 상석이고, 문 쪽이 말석이다. 하지만 큰 창문이 있는 고층 건물에 자리 잡
은 중식당이라면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입구 쪽을 상석으로 권하기도 한다.
중국의 음식은 우리처럼 음식이 다 차려진 나열형이 아니라 서양식처럼 시간 순서에
따라 하나씩 나오는 시간 배열형 코스다. 음식의 가짓수는 홀수를 불길하게 여긴 문
화 탓에 짝수로 나오며 대체로 진한색에서 연한색, 진한 맛에서 담백한 맛, 해산물에
서 육지 산물 순으로 이어진다. 음식을 주문할 때는 재료와 요리법, 소스 등이 중복
되지 않도록 주문한다.
음식의 양은 인원수에 맞게 주문하는 것이 좋다. 혹시 넉넉하게 먹고 싶다면 인원수
보다 1.5배 많은 양이면 충분하다. 한식이 3첩, 5첩, 7첩으로 나뉘는 것처럼 중국 요
리도 전채, 볶음 요리, 조림 요리, 튀김 요리의 네 가지가 나오면 4개채, 생선이나 고기
중 하나, 후식이 추가되면 6개채, 튀김 요리와 탕이 더해지면 8개채다. 선택하기 어렵
거나, 세트 메뉴가 있는 식당이면 일품요리를 주문하는 것보다 세트 메뉴를 주문하
는 것이 경제적이다. 요리 접시가 놓여 있는 원형의 회전 테이블은 시계 방향으로 돌
리는 것이 기본이지만, 상석부터 돌리도록 한다. 상석에 앉은 사람이 요리를 먼저 덜
고, 회전 테이블 위에 놓인 요리가 자신의 앞에 오면 개인 접시에 적당량을 덜어낸다.
음식을 다 던 후에는 옆 사람을 위해 회전 식탁을 시계 방향으로 돌려주는 것이 예
의다. 요리를 먹을 때 개인 접시는 테이블에 둔 상태로 먹어야 하며, 개인 접시와 수프
그릇을 손으로 들고 먹어서는 안 된다. 요리의 맛이 섞이지 않도록 개인 접시는 새로
운 요리가 나올 때마다 교체해서 사용한다.
음식을 먼저 덜었다고 바로 먹어서는 안 된다. 전원이 다 덜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요
리는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전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처음에는 약간 적은 듯이 담
는다. 한 번씩 다 덜어낸 다음에도 요리가 남아 있다면 여러 번 가져다 먹어도 무방하
다. 물고기 요리가 나오면 어두는 제일 상석에 앉은 이가 먹는다. 특히 생선을 먹을 때
는 절대로 뒤집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는 배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연해 지
역도 그러한데 배가 뒤집어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연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거
의 철칙처럼 통한다. 꽃빵이 함께 나오면 꽃빵만 따로 먹지 않는다. 꽃빵을 찢어서 요
리를 싸 먹거나 소스에 찍어 먹는다.
중국요리에서는 조미료도 회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으며, 음식처럼 자신의 앞 접시
에 조금씩 덜어 먹는다. 조미료는 식초, 간장, 고추기름, 겨자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조의 술자리 예절 술자리에서도 주도(酒道) 또는 주례(酒禮)라 하 여 예절을 중시했다. <의례> 중 ‘연례’ 편을 보면 주인과 손님의 주법을 헌작, 초작, 수작으로 규 정하고 있다. 손님과 주인이 재배(再拜)하고, 주 인이 손님에게 1헌(헌작)을 하면 손님이 주인에 게 1헌(초작)을 하고 주인이 다시 손님에게 1헌 (수작)을 한다. 조선 시대 주도에선 주인이 먼저 술을 맛보고 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사소절>에는 술이 아무리 독하더라도 눈살을 찌푸리고 못마땅한 기색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 으며 술을 빨리 마셔서도 안 되고, 혀로 입술을 빨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박지원의 <양반전>에 는 술 마실 때 수염까지 빨지 말라고 했다. 또 술 을 마셔 얼굴이 붉어져서도 안 되며, 손으로 찌 꺼기를 긁어 먹지 말고 혀로 술 사발을 핥아서 도 안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6 3 may 2 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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