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양 신부(서울대교구 10지구장 겸 공동사목 오금동본당 주임)
예수님께서 사두가이의 말문을 막아버리셨다는 소문을 듣고 통쾌해진 바리사이가 몰려와 예수님 속을 떠보려고 묻습니다.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마태 22,36)
예수님께서는 신명기 6장 5절 말씀을 들어 답하시지요. "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마태 22,37-38).
그리고 이어서 레위기 19장 18절의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마태 22,39). 그렇습니다.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이웃과는 상관없이 혼자서만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은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또 신앙생활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웃 사람들에게서 손가락질 당하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면 그 사람은 뭔가 부족한 사람입니다. 지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이웃 사랑이 결여돼 있다는 이야기일 뿐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사랑도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관계를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마태 5,23-24).
요한1서 4장에는 오늘 복음이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누가 '나는 하느님을 사랑한다'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1요한 4,20). 이웃 사랑 방법은 참으로 많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도 이웃 사랑입니다. 나에게 잘못한 이웃을 용서해 주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도 이웃 사랑일 것입니다.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 이 또한 하나의 이웃 사랑입니다. 오늘 저는 이웃 사랑의 한 방법으로 내 입장보다는 상대방 입장을 먼저 생각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자전거를 경매하는 장터의 맨 앞자리에 2달러 지폐를 한 장 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경매 진행자가 첫 번째 자전거를 내 놓으면서 "값을 부르세요"하니까 그 꼬마가 "2달러요"하고 외쳤고, 다음 사람이 10달러, 그 다음 사람이 20달러를 불러서 자전거는 팔려 나갔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자전거가 경매에 나왔습니다. 꼬마는 다시 "2달러요"하고 외쳤으나 그 자전거 역시 다음 사람이 15달러, 그 다음 사람이 25달러를 불러 팔려나갔습니다. 꼬마 옆에 있던 아저씨가 꼬마에게 넌지시 말했습니다.
"얘야, 자전거를 사려면 적어도 20달러는 가지고 와야 한단다." 꼬마가 대답했습니다. "우리 아빠가 실직을 해서 돈을 벌지 못해요. 그리고 우리 엄마는 아파요. 오늘은 제 동생 생일인데 제 저금통을 깨서 자전거를 사주기로 약속을 했단 말이에요."
세 번째 자전거 경매가 시작됐습니다. 그것은 새 자전거였습니다. 꼬마는 다시 "2달러요"하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아무도 값을 부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웃 사랑은 내 이익보다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아껴주는 마음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율법과 예언서 골자가 하느님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말씀하시고 좀 더 구체적으로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사랑 실천을 통해 이웃 안에 계신 하느님을 체험하는 한 주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