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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사드 정상화 선언, 환경영향평가 밀어붙이기 시도
공사 자재 육료 수송 막기 위한 주민들의 고군분투...."일도 잠도 어렵다"
2017년 4월 경북 성주 소성리에 미군에 의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임시 배치된 지 만 5년하고도 3개월이 지나고 있다. 사드를 막기 위한 주민들의 싸움은 6년째. 70가구 15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 소성리는 그야말로 ‘장기 투쟁장’이 되고 있다.
사드 기지 공사 자재 육로 수송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싸움. 매주 3일 주민 집회에 대한 경찰 작전이 진행된다, (사진 제공 = 사드철회소성리종합상황실)
일주일에 3번, 사드 기지로 반입되는 공사 자재를 막아내야 하는 날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관으로 ‘소성리 평화 미사’가 봉헌된 8월 1일. 소성리에서 만난 원불교 강현욱 교무(사드철회소성리종합상황실 대변인)는 사드 배치 관련 근황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 주민들은 매일 사드 기지로 물자와 군인들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내기 위한 전쟁을 치러야 했다. 뒤로 미뤄 뒀던 생업인 농사가 유지될 수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사드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가 미뤄지고, 코로나19로 집회를 열지 못하게 되면서 그나마 주민들은 밭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말, 매주 2회 마을 앞 육로로 사드 기지 공사 자재, 유류, 식수 등이 반입되면서 주민들은 다시 이를 막아서야 했다. 그렇게 지낸 1년 뒤,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사드 기지 정상화’ 방침을 내세웠다.
국방부는 대통령 의지에 따라 7월 5일 성주군에 '사드 기지 정상화' 협의를 위한 주민참여를 요청하는 한편, 주 2회 진행되던 경찰 작전을 주 5일로 바꿨다. 주민들이 일주일에 5번 경찰과 대치하고 싸워야 한다는 말이다.
강현욱 교무는 “중간에 하루 쉴 틈도 없이, 불안함에 밤잠을 설치는 주민들이 더 이상 견뎌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살아갈 수가 없다며 합의를 요청해 주 5일 작전을 주 3일로 줄였지만 그 역시 힘든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8월 1일 평화미사 참석자들이 강현우 교무의 상황 설명을 들었다. ⓒ정현진 기자
윤석열 정부의 사드 정상화 선언에 따라 김천역 앞에서도 중단됐던 촛불집회가 시작돼, 5월부터 매주 일요일 진행되고 있다.
사드 기지가 위치한 곳은 소성리지만, 사실 기지로부터 직접 피해를 받는 지역은 김천까지다. 특히 김천시 노곡리는 사드 기지로부터 1킬로미터 남짓인 거리에 있는 인구 100여 명이 사는 마을로, 지난 2년 사이에 주민 9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강현욱 교무는 전자파에 의한 건강 문제, 특히 무기의 전자파 문제는 피해를 밝히기 무척 어렵다면서, “청정한 환경에서 그전에는 건강상 문제가 없었던 주민들이 암으로 사망했다는 것과 상관관계가 없을 수도 없지만, 보안을 이유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교무는 기름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고, 전자파 측정을 형식상으로나마 하고 있기 때문에 사드가 계속 가동되고 있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정작 피해를 받는 주민들에게는 측정 방식이나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영향평가다.
국방부는 사드 기지 정상화를 위해서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위원회’가 구성돼야 하지만, 소성리 주민들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방부가 주민 대상을 성주군 전체로 확대했고,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주민이 위원으로 나설 것이 예상되지만, 소성리 주민들은 위원회에 참여하는 주민 집 앞에서 집회를 열어서라도 막겠다는 방침이다.
소성리 사드 부지 70만 제곱미터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는 사드 6기 추가 배치를 위한 사전 작업이다. 2017년 4월 임시 배치 당시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미국 측에 부지를 분할해서 편법성으로 제공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시행했었다.
이날 미사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이 주관해 사제단과 신자 등 14명이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한편,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은 매주 월요일 소성리를 찾아 ‘평화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날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에서 미사를 진행했으며, 정평위, 빈민사목위 사제단과 신자 등 14명이 참석했다.
하성용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강론을 통해, 사드 배치를 둘러싼 정부나 국제관계, 관료 등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명분이 아니라 자기다움을 잃지 않았다면 이런 안타까움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모두 각자의 자리, 일상에서도 사제다움, 신자다움을 잃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성리 평화미사는 매주 월요일 오후 2시 마을회관 앞에서 봉헌된다.
미사 뒤, 기지 앞에서 평화의 기도를 바치는 참석자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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