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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권덕리 벼랑및에서 낚시할 때의 이야기다. | |||||||
새벽5시에 기상하여 밑밥준비하고 도보로 벼랑및에 도착하니 6시였다. | |||||||
넓은 바위 곶부리에 낚시하고 계신분이 있다. | |||||||
허름한 낚시복에 머리가 새하얀 노조사가 계신다. | |||||||
장비도 10여년을 사용하였는지 낡고 볼품없어 보였다. | |||||||
동네노인 정도로 생각하고 옆자리를 양해하고 낚시에 임했다. | |||||||
채비를 보니 1호찌에 순간수중 1호, 목줄 3M, 바늘위 50cm에 B봉돌하나 물리시고 | |||||||
아주 신선 같으신 모양새로 대를 후리시는 게 보통이 넘는 듯 보였다. | |||||||
조금이라 물도 별로 안가고 수심도 7M 안팎이라 채비를 가볍게 했다. | |||||||
들물이라 물이 우에서 좌로 홈통을 끼고 돈다. | |||||||
5B찌에 부피큰 수중찌 5B, 바늘위 1M에 G3봉돌하나 물리고 | |||||||
전방 20M에 수심은 7M주고 흘렸다. | |||||||
첫입질은 40전후의 잔 씨알이다. | |||||||
그후로 12시까지 30~49까지 10수하고 점심도시락을 충분히 갖고 왔기에 | |||||||
노조사님과 점심을 같이하려고 풀었다. | |||||||
노조사님께서는 일찍가시려 그냥 오셨다하여 같이 점심을 들며 나눈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 |||||||
"어르신은 여기를 자주 오시나봐요?" | |||||||
"응…40여년 청산도를 베개삼고 있지…" | |||||||
"네에…여기 바닥은 전부 읽으시겠네요." | |||||||
"아니 바닷속은 여자와 같아 해마다 다르지..허허허허." | |||||||
그리곤 침묵속에 젖가락만 오갔다. | |||||||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끓여 한잔드리니 어르신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쟁쟁하다. | |||||||
"젊은이 낚시대가 거 비싼거지?" | |||||||
"네…상품으로 탄겁니다." | |||||||
"그래? 난 또 산건줄 알고…" | |||||||
커피를 한모금 드신후 조용하고 강한 어조로 | |||||||
"요즘 젊은이들이 비싼 낚시장비를 선호하고 허접한 장비를 들고있는 나같은 | |||||||
노인은 깔보고, 밑밥을 엉뚱한데로 쳐서 옆에 있는 나도 피해를 많이 본다네.." | |||||||
"그런 경우가 가끔은 있죠. 어르신…" | |||||||
"근데 말이야. 집에갈땐 늘 젊은이들이 놀라더군." | |||||||
"왜요?" | |||||||
"잡아놓은 고기보고 말이여…허허허. 저기 끄네끼 잡아당겨 보시게." | |||||||
말씀이 끝나자 나는 얼른 옆에 묶어놓은 끈을 당겨 보았다. | |||||||
2M도 안되게 고기들이 갯방구에 바짝 매달려 있다. | |||||||
허거덕~~5짜 감시가 5마리다. | |||||||
줄자로 재어보니 51~57cm까지 굵다못해 빨래판이다. | |||||||
새벽 초들물때 30분가량 다 잡으신거란다. | |||||||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 |||||||
권덕리 벼랑에서 53cm한마리 해본후로는 5짜가 거의 없었다. | |||||||
그래도 90년 중반부터 구멍찌를 만져본 후 꽤나 잡았다 자부했었다. | |||||||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노조사임을 바라볼뿐… | |||||||
고기를 꿰미에 끼는 방법 또한 특이했다. | |||||||
굵은 나이론줄에 쇠갈고리를 달아 일반 꿰미에 끼듯하고 | |||||||
마리마다 매듭을 굵게 만들어 놓은 것이 전부다. | |||||||
"바다를 알지못하고 장비로 고기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많지… | |||||||
물은 거짓말을 하지않아… | |||||||
바닷물을 알려하지 않고 좋은 자리, 장비만 고집을 하지… | |||||||
고기도 항상 물에따라 다니는 길이 고정되어 있지… | |||||||
조금때, 사리때…그때따라 다니는 통로랄까 그런게 있어." | |||||||
말문이 막혔다. | |||||||
고기를 걸어 갯방구로 끌어내는 동작도 정막할 정도로 | |||||||
차분하게 남들이 일부러 고개를 돌리지 않는 이상 모른다. | |||||||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여지껏 나는 무엇을 했나 싶었다. | |||||||
그렇다. | |||||||
물은 물이다. | |||||||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광주에서 홀연단신 상경하여 | |||||||
몇천억이 훨씬 넘는 재산을 가지신 분이란다. | |||||||
"내 장비 다 팔아야 10만원도 안될거야.허허허허…" | |||||||
가마대,시마노 낚시복…그 당시 내가 가지고간 장비,소품만 몇백만원… | |||||||
몇년간 그자리를 가지 못했다. 자격지심이랄까? | |||||||
그 이후로 낚음질의 패턴이 바뀌었다. | |||||||
낚음질의 정답은 물이지 인간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 | |||||||
조과 또한 물을 얼마나 읽어내느냐의 차이라 생각한다. | |||||||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여유가 없어 낡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나 | |||||||
낚음질의 본질은 물을 보는 눈이지 결코 사람의 잣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 |||||||
기본적인 것만 있으면 그만이다. | |||||||
낚시대는 많지만 비싸야 전부 국산 10여만원대가 전부다. 그날 너무나 큰 조과를 얻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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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좋은 복장, 좋은 장비만이 최고인 요즈음을 생각하며 | |||||||
다시한번 저 자신이 각성하고자 쓸데없는 넋두리를 해 보았습니다. | |||||||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시고 어복에 짓눌려 항상 | |||||||
신음하시는 2008년도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 |||||||
첫댓글 어떻게 읽은지도 모르게 재밌고 한편의 꽁트같네요...좋은 이야기와글 넘 재밌게 봤읍니다. 그리고 2편은 언제쯤.........
아! 나도 반성해야지... 언젠가부터 고가장비에 폼만잡고...
저런분이 정말 계시는 군요..저도 외할아버지가 쓰시던 장비를 다 물려받았는데..정작 중요한건 장비가 아니라 바다이야기(?) 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