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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내고향 풍기 원문보기 글쓴이: 배규택
시보네 에세이 52
황금 닭의 눈물,
샘밭골에 흐르다
- 욕심이 부순 것, 사랑이 지킨 것 -
밤마다 빛나던 눈이 있었습니다.
샘밭골 뒷산, 금계바위.
그곳에는 사람의 눈이 아닌,
닭의 눈이 박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돌이 아니었습니다.
밤이 되면 은은하게
빛을 내뿜는 신비한 보석.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금계의 눈'이라 불렀습니다.
그 눈은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굽어살피고,
마을의 평화를 지켜주고,
마을에 풍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한 사람의 욕심이
그 모든 것을 파괴했습니다.
천둥소리와 함께 빛은 꺼졌고,
금계의 눈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수정 조각들.
사람들은 그것을
'금계의 눈물'이라 불렀습니다.
마을을 지키는 황금빛 눈동자
금계리.
이름 자체가 특별한 마을이었습니다.
'금(金)'은 황금을,
'계(鷄)'는 닭을 뜻합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샘밭골 뒷산을
올라가면 알 수 있습니다.
그곳에 우뚝 선 바위 하나.
멀리서 보면 평범한 바위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신기한 모습이었습니다.
꼭대기 부분이 마치
닭의 벼슬처럼 솟아 있고,
중간 부분은 몸통처럼 둥글며,
아래 부분은 다리처럼
땅에 박혀 있었습니다.
"저것은 황금 닭이다."
옛 어르신들은 말했습니다.
"저 바위가
진짜 황금 닭이 변한 것이라네.
옛날 옛적,
하늘에서 내려온 신령한 닭이
이곳을 지키기 위해
바위로 변했다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닭의 눈 부분이었습니다.
낮에 보면 그저
바위의 일부처럼 보였지만,
밤이 되면 달랐습니다.
은은한 빛이 났습니다.
황금빛도 아니고, 은빛도 아닌,
마치 별빛 같은 신비한 광채.
"저것이 금계의 눈이다."
마을 사람들은
경외감을 가지고 말했습니다.
"저 눈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에,
우리 마을이 평안한 것이다."
실제로 금계리는
특별한 마을이었습니다.
다른 마을에 흉년이 들어도
금계리는 비교적 나았고,
다른 마을에 전쟁이 났어도
금계리는 피해가 적었습니다.
"금계님이 지켜주시는 것이다."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사람들은 금계바위 앞에 모여
제를 올렸습니다.
"금계님, 올해도
우리 마을을 지켜주소서."
그리고 금계바위는 대답하듯,
그날 밤 더욱 밝게 빛났습니다.
어느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마을 지형이
'금계포란형'이라네.
황금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지.
그래서 우리 마을 사람들도
알을 품는 닭처럼
서로를 품어주며 사는 거야."
정말 그랬습니다.
금계리 사람들은 넉넉했습니다.
재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넉넉했습니다.
이웃이 어려우면 함께 도왔고,
누군가 슬프면 함께 울어주었고,
누군가 기쁘면 함께 기뻐했습니다.
마치 어미 닭이 병아리를 품듯,
마을은 모든 사람을 품었습니다.
그것이 금계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밤마다 빛나는 금계바위가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온 나그네
소문은 퍼졌습니다.
"금계리 샘밭골에 보석이 있다더라."
"밤마다 빛을 낸다더라."
"그것만 손에 넣으면
평생 부자로 산다더라."
어느 장날,
한 나그네가 금계리에 나타났습니다.
낯선 행색.
초라한 옷차림.
하지만 눈빛만은 형형했습니다.
그는 주막에 앉아 술을 마시며
넌지시 물었습니다.
"이 마을에 신기한 바위가 있다던데요?"
주막 주인이 자랑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그럼요! 우리 금계바위 말이죠?
그것 참 신령한 바위랍니다."
"어디 있습니까?"
"샘밭골 뒷산에 있지요.
가보시면 금방 찾으실 겁니다.
워낙 멋진 바위라..."
나그네는 술값을 내고 일어섰습니다.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나그네는
샘밭골 뒷산을 향해 걸었습니다.
그의 품속에는 정(鑿)과
망치가 들어 있었습니다.
'보석... 보석만 손에 넣으면...'
나그네의 마음속은
욕심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는 가난했습니다.
평생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언제나 부자들을 부러워했습니다.
'왜 나만 이렇게 가난해야 하나?'
'왜 나만 고생해야 하나?'
그런 그에게
금계바위의 보석은 기회였습니다.
'신령한 바위? 마을을 지킨다고?
그런 건 미신일 뿐이야.
저것은 그냥 보석이야.
가져가면 내 것이야.'
해가 완전히 졌습니다.
샘밭골은 어두웠습니다.
하지만 금계바위는 빛나고 있었습니다.
은은한 빛.
아름다운 광채.
나그네는 숨을 멈췄습니다.
'저것이... 저것이 바로...'
보석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리고 더 아름다웠습니다.
나그네의 손이 떨렸습니다.
탐욕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두려움 때문이었을까요?
잠시 망설였습니다.
'정말... 정말 가져가도 되는 걸까?'
하지만 욕심이 두려움을 이겼습니다.
나그네는 바위에 올라갔습니다.
보석에 손을 뻗었습니다.
차가웠습니다.
그리고 단단했습니다.
'손으로는 안 되겠군.'
나그네는 망치와 정을 꺼냈습니다.
정을 보석 주변에 갖다 댔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검은 욕심이 불러온 천둥소리
하늘이 갈라졌습니다.
"쾅!"
마른하늘에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아니, 마른하늘이 아니었습니다.
어느새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왔습니다.
번개가 하늘을 갈랐습니다.
"콰르릉!"
천둥소리가 산을 울렸습니다.
나그네는 정을 떨어뜨렸습니다.
"무... 무엇이?"
그때 두 번째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이번에는 바로 금계바위 옆이었습니다.
"꽝!"
땅이 흔들렸습니다.
나무가 쪼개졌습니다.
나그네는 비틀거렸습니다.
"살려... 살려주..."
하지만 천둥소리가
그의 목소리를 삼켜버렸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벼락.
이번에는 금계바위 바로 위였습니다.
"꽝!"
눈부신 섬광.
귀청이 찢어지는 소리.
나그네는 그 자리에 쓰러졌습니다.
정신을 잃었습니다.
마을에서도 그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소리야?"
"천둥소리 같은데?"
"이상하네, 맑은 밤인데..."
몇몇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샘밭골 쪽 하늘을 보았습니다.
검은 구름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습니다.
번개가 계속 치고 있었습니다.
"저건... 저건 금계바위 쪽인데?"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소!"
"금계바위로 가봅시다!"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폭풍우가 점점 거세졌습니다.
"조심하시오!"
"발 조심!"
마침내 금계바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바위 위에 쓰러져 있는 나그네를.
그의 곁에 떨어진 망치와 정을.
그리고...
산산조각 난 금계바위의 벼슬 부분을.
"아... 안 돼..."
누군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금계바위가 부서져 있었습니다.
당당하게 솟아 있던
벼슬 부분이 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슬픈 것은...
빛나던 눈이 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석은 간데없었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는 투명한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작은 수정 조각들.
사람들은 그것을
하나씩 주워 들었습니다.
손바닥 위에 올린
수정 조각은 투명했습니다.
그리고 차갑고 날카로웠습니다.
마치... 눈물 같았습니다.
흩어진 보석, 닭이 흘린 눈물
다음 날 아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금계바위 앞에.
쓰러져 있던 나그네는 깨어났습니다.
하지만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제가 욕심을 부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화를 낼 수도 있었습니다.
마을의 수호신을 파괴한
자를 벌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다만 슬퍼했을 뿐입니다.
한 할머니가 나그네에게 다가갔습니다.
"일어나시오."
나그네가 두려움에 떨며 일어났습니다.
"이것을 보시오."
할머니가 손바닥을 펼쳤습니다.
거기에는 작은 수정 조각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나그네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것은 당신이 찾던 보석이 아니라오.
이것은 금계가 흘린 눈물이오."
"눈물...?"
"그렇소.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상처 입은 금계가
마지막으로 흘린 눈물이오."
할머니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금계는 수백 년 동안
우리를 지켜주었소.
우리가 굶주릴 때 풍년을 주었고,
우리가 두려워할 때 용기를 주었고,
우리가 외로울 때 함께 있어 주었소."
다른 사람들도
하나씩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큰 흉년이 들었다고 하셨소.
하지만 금계리만큼은 괜찮았다고...
금계님이 지켜주셨다고..."
"우리 어머니가 병들었을 때,
금계바위 앞에서 기도했다고 하셨소.
그리고 병이 나았다고..."
"전쟁이 났을 때도,
다른 마을은 불탔지만
우리 마을은 무사했소.
금계님이 숨겨주셨다고..."
나그네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는... 저는 그런 것을 몰랐습니다.
저는 그저 보석만 보였습니다.
돈만 보였습니다."
한 노인이 나그네의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오.
세상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오.
눈앞의 이익만 보고,
진짜 소중한 것은 보지 못하지."
"하지만 금계는 당신을 용서했소."
"용서...?"
"그렇소. 금계는
벼락으로 당신을 칠 수도 있었소.
하지만 당신 옆을 쳤소.
당신을 죽이지 않았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금계는 마지막 순간에도
우리에게 선물을 남겼소."
할머니가 수정 조각을 높이 들었습니다.
"이 눈물을 보며
우리는 배우게 될 것이오.
욕심이 무엇을 파괴하는지.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나그네는 무릎을 꿇고 울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제가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나그네를 일으켰습니다.
"우시오. 울어서 후회를 씻어내시오.
하지만 울기만 하지 마시오.
이제는 다르게 사시오."
나그네는 마을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떠나기 전,
금계바위 앞에 무릎을 꿇고
오랫동안 절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은자 몇 냥을 꺼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진 전부입니다.
마을을 위해 쓰십시오.
금계님을 위해
제를 올리는 데 쓰십시오."
마을 사람들은 그 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금계바위 앞에
작은 제단을 만들었습니다.
부서진 바위, 살아있는 정신
금계바위는 부서졌습니다.
벼슬은 깨졌고,
눈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마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
사람들은 깨달았습니다.
금계바위가
마을을 지킨 것이 아니라,
금계바위가 상징하는 정신이
마을을 지켰다는 것을.
서로를 품어주는 마음.
욕심을 부리지 않는 절제.
함께 나누는 넉넉함.
그것이 진짜 금계의 힘이었습니다.
한 할머니가 손자에게 말했습니다.
"저 바위를 보거라.
부서졌지만 여전히 서 있지 않느냐?"
"네, 할머니."
"우리도 그래야 한다.
상처를 입어도, 어려움이 와도,
우리는 서로를 지켜주며
서 있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할머니."
"그리고 저 수정 조각들을 보거라.
작지만 투명하고 맑지 않느냐?"
"네."
"우리 마음도 그래야 한다.
욕심으로 흐려지지 않고,
언제나 맑고 투명해야 한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금계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비록 부서졌지만.
그리고 가끔, 햇빛을 받은
수정 조각들이 반짝입니다.
마치 금계가 여전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듯이.
오늘, 금계가 우리에게 묻는 것
오늘날, 금계리를 찾아가면
여전히 금계바위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작은 수정 조각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주워 들고 말합니다.
"이것이 금계의 눈물이구나."
하지만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금계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요?
단순히 나그네의 욕심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우리 모두에게
경고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생각해보십시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진짜 소중한 것을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눈앞의 이익만 보고 있습니까?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있습니까?
공동체를 지키고 있습니까?
아니면 나만의 이익을 지키고 있습니까?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서로를 품어주며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서로를 밀쳐내며 살고 있습니까?
나그네는 보석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지 못했습니다.
그 보석은 단순한 보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마을의 정신이었습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상징이었습니다.
그것은 함께 살아가는 지혜였습니다.
그것을 파괴한 순간,
나그네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정말 소중한 것을
파괴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을 희생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성공하기 위해
우정을 버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앞서가기 위해
이웃을 짓밟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것은 나그네가 한 것과
똑같은 짓입니다.
보석을 얻으려다가 모든 것을 잃는 것.
금계리의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보석을 잃었지만,
더 중요한 것을 지켰습니다.
서로를 품어주는 마음을.
함께 나누는 정신을.
공동체의 가치를.
그래서 금계리는 여전히 금계리입니다.
바위가 부서져도,
보석이 사라져도,
금계의 정신은 살아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금계포란형입니다.
어미 닭이 알을 품듯,
우리가 서로를 품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부(富)입니다.
오늘도 샘밭골 뒷산에서는
작은 수정 조각들이 햇빛에 반짝입니다.
금계의 눈물.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르침의 눈물입니다.
"욕심을 버려라.
진짜 소중한 것을 보아라.
서로를 품어주어라."
금계는 부서진 몸으로도
여전히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보석을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 보석이 담고 있는
정신을 보고 있습니까?
당신은 무엇을 원하고 있습니까?
눈앞의 이익을 원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함께 사는
행복을 원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보석을 훔치려던
나그네가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서로를 품어주는
금계리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선택은 당신의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욕심은 결국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사랑만이 진정으로 지켜냅니다.
금계바위는 그것을 증명합니다.
부서졌지만 여전히 서 있는 그 바위가.
흩어졌지만 여전히 빛나는 그 눈물이.
오늘도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알을 품듯 넉넉한 마음을 잊지 말라."
2026.4.28.
배규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