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경기도 양평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원(양평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에서 90여 명이 참가한 제 5회 ‘2010년 창조보전축제’가 열렸다. 이 축제는 천주교 창조보전연대(대표 황상근 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가 후원했다.
주제성구를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이야기하고, 창공은 그분 손의 솜씨를 알리네.”(시편 19,2)로 정한 이번 축제는 지구와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기 위한 마당을 열었다. 하느님 창조질서에 따라 모든 자연, 뭇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돌봄의 의무 역시 지니고 있지만 오늘날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해 강과 생명들이 죽어가는 현실에 대해 자각하고 대안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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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을 피우고 가마솥을 걸어 밥을 지었다. 촛불하나에 의지한 밥상이었지만 더 가깝고 정겨웠다. (사진/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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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식사와 일정을 마치면, 따뜻한 방이 아닌 텐트에서 잠을 청하게 된다. 아이들은 여러모로 불편했을 텐데 낯선 상황에 빨리 적응해갔다. (사진/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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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겆이는 각자의 그릇을 각자 씻는다. 세제대신 베이킹소다를 썼다. (사진/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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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다가가는 ‘즐거운 불편’을 2박 3일간 체험하기 위해서 모든 참가자들은 승용차를 제외한 대중교통, 자전거, 도보 등으로 모였다. 장작으로 불을 지펴 밥을 짓고, 촛불만 사용해 주위를 밝히며, 평소에 사용하던 샴푸와 치약 등 화석연료와 관련된 모든 제품은 사용하지 않았다.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사무처장 양기석 신부는 “창조보전축제는 5년째 지역을 돌며 진행하고 있는데 수도권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4대강이 이슈가 되면서 축제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졌다.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생기는 것은 물질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손을 놓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지킬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화석연료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창조보전은 아무것도 하지말자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창조하신 뜻에 맞게 환경을 잘 가꿔나가자는 것이다.”라고 이번 행사의 취지를 전했다.
행사가 시작된 첫날 기조강연을 맡은 황종렬 박사(두물머리 복음화 연구실)는 “온 우주, 모든 자연이 우리의 집이며 밥이고 몸이며 또한 하느님의 집이다. 이러한 존재를 함부로 파괴하면 우리 인간 역시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하면서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삶의 방향, 존재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하느님은 하늘에도 바닥에도 계신다. 사람은 언제나 바닥을 딛고 살며, 그 바닥 위에 하느님이 세워준 존재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그 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한다.’ 우리가 밟고 있는 바닥, 우리에게 밟혔던 존재들에 대해 감사해야 하며, 집이 되어 준 모든 존재에 감사해야 한다. 하늘과 땅 어디에나 있는 하느님, 그리고 집이 되는 존재에 대해 새로이 체험하고 생명의 기운을 새롭게 체험하기를 바란다”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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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종렬 박사는 '하느님의 집 안에서'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은 일명 '배추벌레의 영성'이었다. 집-밥-몸이 따로가 아님을 배추벌레의 삶을 통해 배웠다. (사진/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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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보전축제는 둘째 날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아침 절기도를 시작으로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에 참석, 오후에는 ‘화석연료없이 살아보기 직접행동’이라는 제목으로 천연염색, 효소만들기, 대안브라 만들기, 손두부 만들기 등의 대안체험을 하고 저녁에는 팔당 농민들과 함께 ‘살림과 섬김잔치’를 벌였다. 마지막 날에는 강연과 창조질서보전미사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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