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문학의숲 시화작품
빈자리가 더 커져
故)정희수
하루가 지쳐
서녘 하늘에 어둠 끌어 덮으면
내 허허로운 옆구리는 한숨이네
바람 따라 눈빛 주면
그 속에서 살아나는 설움이던가
오늘밤도 몇 백 리 길
쓸쓸하고 아린 바람이 춥다
잎보다 먼저 피는 상상화
그 붉은 꽃술에 묻은 그리움 더 짙어져
터무니없이 커지는 외로움
빈자리 더 커진다
일렁이던 고통의 눈빛 너무 깊어
짙어가는 탄식만 허무하게 출렁거립니다
세한도 그리기
故)정희수
하늘과 바람, 구름을 위하여
수시로 추임새도 날리며 세한도를 그리기도 한다
밤낮을 울며 흐르는 강물도 그리고
시샘은 다독거리며 물위에는 돛배도 한 척
내 마른 옷자락 펄럭이게 하고
기러기도 한 마리 날개 펼치면
강 언저리 어딘 가에는 내 오두막 한 채
뜰에는 먹황새 다리 쉴 노송도 한그루
그 옆으로는 바람의 숨결 갈잎도 조금
가을날 눈시울 붉히는 그림자도 함께
편지
故)정희수
어제 받은 엽서에는
향기 나는 하늘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 푸른빛이 너무 좋아
하얀 무명천을 하늘에 날리며
떠오르는 미소들도 빛나고 있었습니다
참, 어제는 바다를 향해
노란 손수건을 걸어 두고 돌아왔습니다
밀려오던 바다에 취해
꺼억꺼억 울음도 울었습니다
문득 일어나는 오기가 새벽을 깨워
그대 향한 기도를 외우고 있습니다
아직은 아물지 않은 상처
날마다 더 깊이 덧나도
떠도는 바람 붙들고 애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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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가 더 커져외 2편故)정희수외 2편
미소이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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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5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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