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애리자연생활공원의 인기 프로그램 ‘흑돼지야 놀자’에서 미끄럼 타는 새끼 돼지들을 볼 수 있다.
2019년은 기해년, 돼지해다. 그중에도 60년에 한 번 돌아오는 황금 돼지해라 하여 기대가 남다르다. 십간의 여섯 번째인 기(己)가 오방색 중 황색에 해당하고, 십간과 십이지의 조합인 육십갑자로 연대를 표기할 때 60년 주기로 같은 해가 돌아오는 것.
예부터 돼지는 재물과 행운을 부르는 동물로 여겼고, 돼지꿈은 길몽이라 해서 크게 반겼다.
희망찬 새해를 시작하며 행복을 기원하는 첫 여행에서 복덩이 돼지를 만나보면 어떨까?
‘휴식과 사랑이 있는 곳’, 휴애리자연생활공원 입구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제주 속 작은 제주’라 할 만큼 제주다운 것을 한데 모은 향토 공원이다. 휴애리는 쉴 휴(休), 사랑 애(愛), 마을 리(里) 자를 써서 ‘휴식과 사랑이
있는 곳’이라는 뜻. 봄 매화, 여름 수국, 가을 핑크뮬리, 겨울 동백 등 1년 내내 꽃이 피어 인기다.
제주의 독특한 주거 문화와 재래식 화장실, 물허벅, 묘를 보며 척박한 땅을 일구고 산 이들의 지혜도 배울 수 있다.
공연을 마친 흑돼지에게 먹이 주는 가족
가족 단위 관광객이 즐겨 찾는 이곳에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미끄럼 타는 새끼 돼지를 만나는
‘흑돼지야 놀자’다. 귀여운 흑돼지 20여 마리가 미끄럼틀에 아장아장 올라가 신나게 내려오는 모습이 깜찍해 엄마 미소가 절로 흐른다. 처음엔 아이들이나 좋아하겠거니 심드렁하던 어른도 까맣고
통통한 몸매를 뽐내며 종종걸음 치는 새끼 돼지를 보는 순간, 그 매력에 푹 빠진다. “돼지가 이렇게 귀여운 동물인지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 대부분. 공연장 입구 무인 판매대에서 구입한 당근을 건네자,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모여든다.
흑돼지 다음은 거위 차례
다음 출연자는 거위 떼다. 대기하던 새하얀 거위들이 뒤뚱뒤뚱 올라가 날개를 퍼덕이며 미끄럼 타는 모습이 진풍경이다. 소심한 거위 한 마리가 미끄럼틀 위에서 발을 내디딜까 말까 주춤거리자, 폭소와 응원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공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에 시작한다. 흑돼지 모양 빵을 파는 매실토굴과 곤충테마관을 지나면 흑돼지쇼장이 있다.
제주 감귤을 직접 따고, 맛보고, 가져가는 감귤 체험
감귤 체험 프로그램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1인당 5000원을 내면 달콤한 제주 감귤을 직접 따고,
맛보고, 가져갈 수 있다. 시간제한은 없다. 공원에 입장할 때 매표소에서 체험권을 구입하면 마을
농부의 감귤 밭에서 진행하는 감귤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동백정원 곳곳에 마련된 포토 존
요즘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동백꽃으로 온통 붉게 물들었다. 동백꽃은 제주의 대표적인 겨울 풍경이다. 화려한 꽃이 터널을 이룬 동백올레길을 걷다 보면 한겨울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 동백올레길과 동백정원 곳곳에 마련된 포토 존마다 가족, 연인과 추억을 남기려는 이들이 줄을 선다. 제주 전통 가옥을 활용해 만든 갤러리팡에서는 〈휴애리 동백 사진전〉이 한창이다. 2019년 1월 31일까지
휴애리동백축제가 계속된다.
표
선면 가시리에서 맛볼 수 있는 제주 전통 순댓국
상
추에 고기와 채소, 멜젓을 얹어 먹는 두루치기도 인기
돼지는 재물과 복을 부른다는 상징적 의미 외에 가축으로도 큰 사랑을 받아왔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고 저렴한 돼지고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식재료. 특히 제주 재래종 흑돼지는 개량종 돼지보다 육질이 쫀득하고 풍미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기국수, 돔베고기, 몸국(모자반국) 등 돼지고기를 이용한 향토 음식이 여럿이다.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서 가까운 표선면 가시리에 가면 제주 전통 순대를 넣은 순댓국을 맛볼 수 있다. 육수는 걸쭉하고 검붉은 색을 띠며, 선지에 메밀가루와 밀가루, 쌀을 넣어 만든 순대는 쫀득하고 찰기 있다.
선지로 착각할 만큼 색도 짙다. 두루치기도 인기 메뉴다. 버너에 고기 먼저 익히다가 채 썬 대파와 콩나물무침, 새콤한 무생채를 넣어 마저 익힌다. 상추에 고기와 채소, 함께 나온 멜젓(멸치젓)을
얹어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새해맞이 여행에 제격, 성산일출봉
새해맞이 여행인 만큼 일정에 성산일출봉을 넣어보자. 성산일출봉은 제주의 다른 오름과 달리 해저에서 마그마가 분출해 생성된 수성 화산체다. 생성 당시에는 섬이었는데, 지금은 육지와 완전히
연결됐다. 매표소부터 가파른 계단으로 30여 분 오르면 정상이다. 12월 30일부터 1월 1일까지 3일간 성산일출봉 일원에서 26회 성산일출축제가 열린다.
유민미술관과 성산일출봉, 글라스하우스가 한눈에 들어오는 섭지코지
성산일출봉에서 섭지코지가 가깝다. 코지는 제주어로 ‘곶’이다. 넓고 평평한 코지 언덕에 봉수대가 있고, 드넓은 유채 꽃밭이 펼쳐진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휘닉스아일랜드 글라스하우스와 휘닉스제주섭지코지유민미술관도 함께 둘러보자. 글라스하우스 2층 레스토랑에서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유민미술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미술관 매표소에서 패키지 입장권을 구입하면 전시 관람 후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본태박물관에 가면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작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 2008’을 볼 수 있다.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서 30분 거리에 자리한 본태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역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로,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상설 전시관인 3관이 인기다. 대표작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 2008’과 ‘노란 호박’을 볼 수 있다. 소반, 목가구, 보자기 등 한국 전통 공예품을 전시한 1관도 발길이 오래 머문다.
일본과 중국, 유럽의 아름다운 찻잔을 전시한 오설록티뮤지엄
2001년 개관한 국내 최초 차 박물관, 오설록티뮤지엄에 들러보자.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실제 사용한 다구, 일본과 중국, 유럽의 아름다운 찻잔을 전시한다. 그날 덖은 차를 시음하고, 녹차를 이용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