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6· 10 항쟁 37주년에 부쳐
김희정
이제 됐다고 생각했다
먹고 사는 데만 신경 쓰고 살아도 된다고
봄이 오면 꽃 앞에 서서
사진 한 장 가질 수 있겠다고
여름이면 가족들 모여
수박 한 덩이 잘라 먹어도 된다고
가을 날,
물든 잎 보며
나를 돌아볼 시간 만들어야겠다고
아니었다! 착각이었다! 순진했다!
민주주의는 매일 가꾸지 않으면
한 순간
부서지는 유리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만 느슨해져도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사람 사는 세상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아침이 그냥 오는 것도
꽃이 계절마다 피는 것도
아니다
계절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계절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계절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이 독재의 칼을 막아섰다
이 사람들이 민주주의 꽃밭을 지켰다
이 사람들이 서슬 퍼런
세상을 품었다
잠깐 사이
봄은 간데없고
잠시 나를 생각했을 뿐인데
민주는, 자유는, 통일은
시든다
카페 게시글
미발표작
잠깐-6.10 항쟁 37주년에 부쳐
김희정
추천 0
조회 1
24.06.11 07:37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6월 10일 우리들 공원에서 낭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