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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25)는 이번 여름이 몹시 버티기 어려웠다. 야외에서 십분 남짓 걷기만 해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실내에 들어가자마자 쓰러져 체력을 보충해야 했다. 조금 더 오래 걷기라도 하면 어지럼증은 물론 설사 증세로 화장실을 향해야 했다. 건강이 걱정된 A씨는 병원을 찾았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진단받았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는 질환이다.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우리 몸의 대사 속도가 매우 빨라져, 활동량 이상의 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남은 에너지는 열의 형태로 발산되는데, 여름에는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이렇게 생성되는 열까지 더해져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게 된다. 이 외 동반되는 증상으로는 맥박이 빨라지고, 손을 떨고, 많이 먹는데도 체중이 감소하는 현상이 있다.
장운동이 빨라져 화장실을 자주 찾고, 간혹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불안증, 우울증 등을 보이기도 한다. 여성은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질 수도 있다. 증상이 심하면 갑상선 비대로 목이 볼록하게 튀어나오거나, 눈이 돌출될 수 있다. 특히 흡연하는 사람에게 눈 돌출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50~60대에 가장 유병률이 높고,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배 이상 빈번하게 발생한다. 주요 원인 질환은 그레이브스병이다. 그레이브스병은 정상적인 신체 물질과 세포를 면역계가 공격해야 하는 물질로 오인해 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항체가 형성돼 갑상선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병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특히 여름에 잘 발병한다. 일부 자가면역 질환이 날이 덥고 햇빛이 강한 여름에 악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갑상선기능항진증도 여기에 속한다. 이미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았던 환자도 여름에 재발하거나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방치하면 심부전,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르게 질환을 찾아내 경과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게 좋다. 치료하지 않고 더위에 지속해서 노출되다간 탈진, 일사병, 뇌졸중 등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다. 혈액 속 갑상선 호르몬 수치만 확인하면 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 확인되면 갑상선 호르몬 생산을 억제하는 치료를 진행한다. 흔히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통상적으로 2개월만 복용해도 갑상선 기능이 정상화되고 증상이 사라진다. 다만 약물 투여는 1~2년간 지속해야 한다. 복용을 중단하면 재발할 우려가 크다. 1~2년간 투여한 후 약제를 끊고, 재발 여부를 관찰한다. 약물치료 외에는 동위원소(방사성 요오드)로 갑상선을 파괴하는 치료와 갑상선을 아예 절제해 호르몬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수술 요법이 있다. 수술 요법은 과거에 많이 시행됐으나 최근에는 갑상선이 매우 큰 환자 외에는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재발 가능성이 클 것으로 사료되는 환자는 처음부터 동위원소 치료가 고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