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골령골’
『꽃비 내리던 날』은 초록달팽이 그림책 시리즈 여섯 번째 권으로 한국전쟁 당시 대전형무소 수감자들을 상대로 일어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을 다룬 인권 그림책입니다. 흔히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제주 4·3 사건이나 노근리 사건보다 덜 알려졌지만, 적게는 4천 명 많게는 7천 명이나 되는 민간인이 소중한 생명을 잃은 우리의 슬픈 역사입니다.
’골령골‘은 당시 희생자들이 묻힌 곳으로 한국전쟁 중에 대한민국에서 단일지역으로는 최대 규모의 학살이 일어난 장소입니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되었는데, 희생자들이 묻힌 구덩이를 모두 이으면 그 길이가 1km에 달한다고 해서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3년까지로 계획된 유해 발굴 사업이 종료되면, 2024년부터 골령골에 평화공원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꽃비 내리던 날』은 한국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오빠를 잃은 유순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당시의 비극적 사건을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비록 불편하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평화와 공존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대전에 거주하면서 오래도록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에 관심을 가져온 유하정 작가가 글을 썼고, 역사와 전통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작업해 온 국은오 작가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추천평
산내 골령골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섬뜩한 공간이다. 하지만 봄이면 골짜기를 따라 벚꽃이 피어 꽃길이 만들어지고, 흐드러지게 핀 꽃에 바람이 스치면 꽃비가 흩날린다. 아름다운 풍광 속 떨어지는 무수한 꽃잎처럼, 그해 여름 수많은 넋이 떨어져 나갔던 아픈 역사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가슴 아프고 상처가 깊은 일은 잊으려 해도 잘 잊히지 않는다. 눈 감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려줄 때, 상처 입은 이들은 조금이나마 응어리가 내려앉는다. 전쟁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국민을 지켜야 할 이들이 오히려 국민을 죽였다는 게 가장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죽임당한 이들도 억울하지만, 남아 있는 이들도 고통스러웠다. 당시의 아이가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비극의 불씨는 여전히 안고 있다. 이 그림책은 상처를 아물게 하고,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는 손길이다. 작가의 따뜻한 글과 포근한 그림 덕분에 더 큰 위로가 된다.
- 임재근 (북한학 박사, (사)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연구소장,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집행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