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대산 비로봉 산행길 오대산 단풍을 보고싶어 어두 컴컴한 새벽길을 나섰다. 오늘따라 제법 날씨가 몸을 움추리게 한다. 한 시간 넘어서야 산행버스 출발지에 도착하고 보니 무릎이 시원치 안아 '파스'를 사서 미리 붙였다. 며칠 전에 설악산 천불동 산행길이 무리였나 보다. 와! 상원사가 가까워지자 길 바닥엔 차량이 양쪽으로 빽빽했다. 비좁은 길을 지나면서 드디어 상원사 주차장에 어렵게 도착하니 아침 9시 본격적인 산행길을 나선다. 아 ! 번뇌가 사라지는 계단 길을 오르며 의미를 생각해 본다. 많은 산행인들이 와작지껄 상원사 문을 들어선다. 경내 이곳저곳에 모두들 스마트폰으로 사진 담느라 부산하다. 중대 사자암에 도착했다. 비로전 안을 드려다보니 불공 드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문득 비로전 내부가 궁금했다. 평소애는 관심없이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따라 자세히 보고싶어 부처님 불상 앞에 섰다. 신도들이 절하는 모습울 눈여겨 보면서 따라했다. 세번를 하고나니 . 땀이 나는 듯 비로전이 핑 돌았다. 애써 몸을 가다듬고 바깥을 나왔다. 앗차 법당 내부를 봐야지 염치 불구하고 다시 들어가서 슬그머니 사진을 담아냈다. 왠지 죄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양심이 자꾸만 부채질 한다. 복전함에 다가 갔다. 복전금을 넣고나니 한결 속이 시원하여 발걸음 가볍게 적멸보궁을 향하여 웃으면서 걸을 수 있었다. 아 ! 인간에게는 양심이란게 있었구나. 다시 계단 길을 오르며 양심. 양심에 대해 인생을 반추해 본다. 그래.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 중의 하나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오름길에 만난 '용안수' 나이든 스님이 지나다 한마디 던져준다. 용의 눈에서 나온다는 '물이' 라고 그리고 '적멸보궁이 용의 머리' 라고 더했다. 그러니까 용의 왼쪽 눈이 아니던가 신비의 물이구이나 생각하며 냅다 한 바가지 들이키고 나서야 남은 물로 눈을 씻어냈다. 내딴엔 망막이 좋지 않아 이 짓을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왼쪽 눈이 분명 밝아 지자 아이구 ! 오른쪽 용안수가 어디 있는지 여쭈어 볼 걸 애절한 후회가 막심했었다. 이제는 맹목적 산행만 하는게 아니라. 뒤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와 ! 드디어 비로봉 고생 끝에 낙이란 말이 딱 들어 맞는다. 그야말로 확 트인 시야가 환호와 함께 펼쳐진 기묘한 오대산이 천하의 명당 오대를 품고 있어 그 조화가 보는 내내 감흥이 남달랐다. 아니 비로봉 표지석애는 인증을 담아 내려고 줄지어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 먼 발치서 대충 찍고 내려왔다. 사자암에 당도하니 12시 10분 혹시 점심 공양이 되나하고 식당에 들어서려니 등산객은 '츌입금지' 라고 분명한 입간판이 있었다. 신자는 아니지만 조금 전 오름길 비로전에 보시를 했었으니 당당하게 들어가서 점심을 먹어보는 귀중한 체험울 했었다. 물론 양심상 '조금 먹었다.'고 하면 어울리는 변명이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막연한 착각에 마음은 편했다. 그래서 그런지 하산 약속 시간이 많이 남아서 마루카페에 들렸다. 예전에 들려서 그런지 익숙한 미소로 오미자 차가 나왔다고 차방에 곱게 들린다. 고맙다는 인사를 목례로 답 하면서 차를 가져와 한 시간 남짓 음미하면서 여유로움에 깊고 오묘한 맛. 그 맛은 쓴맛. 단맛.신맛. 짠맛. 매운맛이 인생의 삶과 닮았다고 하면 그 누가 몽상이라고 단언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