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개봉 3편 / 블루레이 3편
<컨택트>
Arrival (2016)
A Film By. 드니 빌뇌브
★★★★☆
시선은 혁신과 경이가 아닌, 무고함을 바라보는 처연함
드니 빌뇌브의 멋진 SF 수작 <컨택트>는 저에게 올해 상반기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과학적 접근으로 문명을 파헤치고 소통을 통해 목적성을 탐구하는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야심찬 SF '시(詩)'처럼 느껴지기도합니다. 과연 이방세계의 능력을 공유했을때 비로소 성찰을 통해 개혁이 이루어질수 있을지 그 보편적인듯,보편적이지 않은 묵시록적 주제가 영화의 러닝타임을 담담하게 이끌어가고있죠. 그리고 카메라는 종종 겸허하게 수용하는 인물들의 표정들을 담아내며 관객들을 기발함과 혁신적 테마에만 몰입되게하고있지도 않습니다. 현실적 무고함을 그저 처연하게 바라보고있을뿐이죠. 이렇듯 올해 단연 최고의 SF라고 보장 드릴 수 있는 <컨택트>는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 등의 작품세계를 보여 온 드니 빌뇌브의 또 다른 신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할 것 입니다.
<퍼스널 쇼퍼>
Personal Shopper (2016)
A Film By. 올리비에 아싸야스
★★★★☆
착취의 상징으로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다
아싸야스의 신작 <퍼스널 쇼퍼>는 모순적으로 작용하며 고독과 환멸 속 일탈의 장소를 제공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 영화의 서스펜스는 정말 대단합니다. 정체 모를 누군가에게 계속 귀기서린 연락들이 오고, 극중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분한 '모린'의 감정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죠. 특히 여기서의 모린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착취를 상징하고있기도 합니다. '퍼스널 쇼퍼'는 고객들에게 가장 적합한,알맞는 상품과 물건을 추천해주고 인도해주는 직업입니다. 동시에 가장 소외 돼 있는 직업이기도하죠. 그런 직업을 갖고있는 모린은 내내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해내며 '대리'의 삶을 보냅니다. 그리고 한 인간이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자신도 인지하지 못할정도로 얼마나 고착 돼 가는가에 대한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있죠. 이 영화는 개봉후 적잖은 호불호가 갈렸었지만 저는 <퍼스널 쇼퍼>가 현재까지 좋았던 작품들中 하나라고 말하고싶네요.
<옥자>
OKJA (2017)
A Film By. 봉준호
★★★★☆
인간과 동물,자연과 문명,언어와 소통,역사와 미래. 봉준호 영화세계 1부의 정점
인간과 동물. 자연과 문명. 언어와 소통. 역사와 미래 등 봉준호만의 유토피아 세계와 디스토피아 세계가 결합 된 영화적 운동은 수평.수직적으로 전진하면서 미학적 풍부함과 더불어 활동사진적 쾌락에 젖게 됩니다. 그리고 미자가 옥자를 찾으러 떠나는 모험은 그 자체로 인류사(또는 세계사)의 한 과정을 답습하듯한 체험의 느낌도 받을 수 있었네요. 대한민국 강원도에서 서울, 그리고 미국 뉴욕으로 가는 이미지들은 흘러갈수록 팔레트가 알록달록해지지만, 내제 돼 있는 탄식과 연민을 보노라면 역설적으로 어두운 텍스쳐를 감지하게 됩니다. 3개의 집단이 이루는 카오스는 역동적이지만 구성적으로는 고식적이죠. 아닌게 아니라 <옥자>의 시퀀스별 배합 돼 있는 쇼트들은 모순과 이중성을 동반하고있습니다. 그러면서 미자가 옥자를 찾으러 떠나는 여정과 모험은 그 자체로 그 흐름들을 트래킹 숏도 포함해서 지켜보고있습니다. 아마도 현재까지 올해 가장 시네마틱한 체험을 제공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봉준호 감독의 세계관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플란다스의 개>가 사회의 최소단위인 한 '개인'(국민)에서 출발했다면, <살인의 추억>은 시대, <괴물>은 국가, <마더>는 공동체, <설국열차>는 인류, 그리고 <옥자>는 '세계'를 대상으로서 봉준호 영화세계 1부의 정점을 찍었다는 포인트가 느껴지기도합니다. 다음 작품 <기생충>이 본인도 얘기했듯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 얼른 봉준호 영화세계 2부 그 시작을 함께하고싶네요.
<돈>
L'argent (1983)
A Film By. 로베르 브레송
로베르 브레송은 인간보다 배경을, 감정보다 반응에 더 집중하고 집착하는듯한 세계관을 갖고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인물의 피사체는 담지만 얼굴을 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사실 거시적으로 불친절해보이는 기법으로 펼쳐지는듯 형상 되죠.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브레송의 시선이 보는이들로하여금 무례하다고 볼 순 없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브레송의 세계관이자 스타일이고, 그가 떠올리는 이미지들의 컷들이기 때문이죠. 브레송은 늘 인간이 관심을 두지 않는 즉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그리고 <돈>에서는 '손' 클로즈업을 많이 잡습니다. 하나의 손,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두개의 손, 지폐를 잡고있는 손 등 확실히 인물보다 손과 지폐에 중점을 두고있죠. 아마도 브레송은 가장 거짓이 존재할 수 없는 '손'을 통해 돈과 인간의 관계에서 떨어질 수 없는 욕망과 위선 그리고 환락과 파멸을 포착하려고했을지도 모릅니다.
<안녕하세요>
お早よう (1959)
A Film By. 오즈 야스지로
일본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가 '오즈 야스지로'는 가족이라는 테마를 꾸준하게 투영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쌓아왔던 감독입니다. 그는 허다한 걸작들을 창작해냈지만 <동경 이야기>라는 자신의 최고걸작을 낸 이후 6년만에 만들어낸 <안녕하세요>는 그의 작품들中 가장 저평가 또는 저언급 되고있는 작품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말한대로 <동경 이야기>라는 위대한 걸작이후에 나온 작품이다보니 상대적으로 홀대 받을 수 밖에 없는 울타리에 걸린 작품이기도하죠. 그러나 이번에 Blu-Ray로 관람하면서 오즈는 최전성기 이후에도 여전히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오즈 야스지로의 또 다른 걸작 <꽁치의 맛>은 그의 유작이기도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오즈는 가족이라는 본질, 그 공동체적인 테마에 몰두해 끊임없이 탐구해 영화 속에 녹여내며 '그대로'의 자화상을 비춰주고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미노루와 이사무 형제의 관계로 이어지는 흐름들이 플롯이라고 볼 수 있는데 동생 이사무는 늘 형을 따라하고 형이 되고싶어한다. 그러나 여기엔 모순이 있습니다. 형 미노루는 부모님, 과외 선생, 이웃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아이이고, 그것을 따라하는 동생 이사무 역시 닮고싶어합니다, 그렇다보니 알게 모르게 단절 돼 가장 보편적인 인삿말 조차 오가지 않는 환경이 조성 됩니다. 심지어 미노루와 이사무는 영어 과외 선생에게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왜하냐며 반문하기까지 하죠. 그렇지만 오즈는 가장 보편적인 사안에서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고 싶어했을지도 모릅니다. 인삿말 한마디가 결국 소통구를 연결하고 유대감이 조성되며 공동체의 사이를 더욱 가깝고 유려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푸 : 길의 노래>
Pather Panchali (1955)
A Film By. 샤트아지트 레이
올해 새로 단장해 출시 된 인도의 위대한 거장 '샤트아지트 레이'의 걸작 <아푸>트릴로지 컬렉션을 Blu-Ray로 관람했습니다. 올해 개봉/출시 돼 나온 작품들中 단연 최고였습니다. 태생적 한계 속에서 태어난 아푸의 내면적,육체적 여정은 씁슬하면서 역설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현실에 부적응하며 존재 가치의 부재를 드러내는 아버지와 소중한 형제 누이의 죽음, 나무 기둥에 기대어 생을 마감하는 할머니를 외면하는 어머니 등 자신을 둘러싼 모든 구성원들의 행동들은 어린 아푸에게 그저 어둡고 쓸쓸한 만가입니다. 그렇게 아푸는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여 자신을 의지합니다. 더불어 강물소리, 빗방울소리는 음악과 어우러져 한 아이의 성장과 역사를 담담하게 따라가고있습니다. 처음으로 Blu-Ray로 관람한 영적이면서 시적인 위대한 걸작 <아푸>는 왜 제가 영화를 사랑하고 사랑해야하는지 보여줬습니다.
첫댓글 오 찾아보니까 오즈 야스지로 100주년 기념판으로 블루레이 나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