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텃밭 가는 길섶에 울긋불긋 백일홍과 살사리꽃이 활짝 피어 가을바람에 흔들립니다.
가을에 피는 꽃 하면 코스모스 꽃이 생각나는지 언론에서 '코스모스 만개'라고 하네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해 원래부터 이 땅에서 자라난 우리 꽃처럼 생각됩니다.
이 코스모스의 순 우리말이 '살사리'라고 하는 걸 모르나 봅니다.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거리고 살살대는 모습에서
'살사리(살살이→살사리)꽃'이란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분은 순 우리말이라고 하고, 또 다른 분은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라고도 하고...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살사리꽃'을 뒤져봤습니다.
매정하게도, "'코스모스(cosmos)'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네요.
한 마디로 잘못된 말이니 쓰지 말라는 겁니다.
그럼, 해바라기는 왜 그냥 뒀죠?
"썬플라워(sunflower)의 잘못'이라고 해야 하고,
토끼풀은 "클로버(clover)의 잘못'이라고 풀어야 하지 않나요?
외래어나 한자어에 밀려 순 우리말이 없어진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국가기관,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살려 쓰고, 없는 말도 만들어내야 할 국립국어원에서
오히려 우리말을 죽이고 있는 이 꼴을 어떻게 봐야 하죠?
우리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살사리꽃'을 쓰지 못할 까닭이 없습니다.
살사리꽃이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라서 쓰면 안 된다고요?
정말 남세스러운 일입니다.
'코스모스 만개'라는 꼭지를 뽑는 기자들이 남우세스럽습니다.
'코스모스 만개'라고 제목을 뽑지 마시고, '살사리꽃 활짝'이라고 뽑아야지요.
만개(滿開, まんかい[망가이])가 일본말이란 것을 다 알고 계시잖아요.
제가 속한 단체들은 대개 문학 관련이다보니 맞춤법과 띄어쓰기 같은 데 신경을 씁니다.
그런데도 종종 맞춤법이 틀린 곳이 드러납니다.
누가 보고 틀렸다고 고개를 갸웃할까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남세스러운 겁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될 텐데...
남세스럽다는 말도 그렇습니다.
원형은 ‘남우세스럽다’로,
“남에게 놀림과 비웃음을 받을 듯하다.”라는 뜻입니다.
이 말을 ‘남사스럽다’라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나 남세스럽습니까?
우리말부터 똑바로 알아야 다른 일을 하더라도 제대로 할 수 있죠.
그렇지 않나요? ^^*
말끝마다 “OOO해 주십시요”라고 쓰고,
“OOO 할께요”라고 쓰며,
“홍 길동”이라고 쓰는 것...
문학인이라면서 몹시 부끄럽고 우세스러운 행동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첫댓글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피어나 마냥 생글생글 마음 열어주는 살사리꽃!
소녀의 꿈처럼 한 번도 지저분하지 않은 채 여덟장의 꽃잎이 지는 줄도 모르게 한 잎씩 날아가지요.
누가 가꾸지 않아도 누군가를 기다리며 한 판 꿈의 축제를 벌이는 살사리꽃길을 걷고 싶어지는 가을입니다.
선생님 유익한 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