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1991)
-중학 국어 교과서에 실린 기형도 시-
과거 회상을 차갑고 쓸쓸한 윗목으로 비유한 시
첫댓글 잘 읽음. 좋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