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전반적으로 이런 미친 퀄리티의 음악회를 열기 위해 힘써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듣는 내내 "티켓 가격 10만원으로 해서 매주 토요일에 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굿즈 사는 시간을 생각 안하고 35분에 봉은사역에 도착해서 길을 잃은 소리꾼처럼 방황하다 겨우 겨우 오디토리움을 찾았습니다.
가자마자 스태프 분들이 "굿즈 판매 마감합니다~"라고 외치셔서 버저비터로 굿즈를 산 맨 마지막 사람이 되었습니다 ㅋㅋ;
이미 sold out된 굿즈도 많았고, 굿즈를 두는 곳을 봐도 남은 굿즈가 손에 꼽을 정도로 횡했습니다.
조금 빨리 올껄,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꼬마 공주님 & 기사 배지 GET!)
음악회가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지휘자님이었습니다.
제 머리 속에 그릴 수 있는 가장 멋진 지휘자 이미지를 그대로 현실에서 구현하시는 것 같았어요.
깔끔한 복장과 머리, 고급스러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음악에서 만큼은 굉장히 열정적으로 지휘를 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졌습니다.
성인이 되고 처음 현장에서 보는 음악회라 그런지 그런 부분이 더 느껴졌습니다.
첫 곡인 메인 테마곡부터 미친듯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압도적인 것을 보거나 느끼면 전율이 목까지 치밀어 오르면서 눈물이 맺히는데,
이미 첫 곡부터 목까지 올라오는 전율에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습니다.
소리 지르고 기립 박수 치고 싶던거 겨우 겨우 참았습니다.
이후 곡 구성이 정말 알차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면서도 각 월드의 테마가 확실하다 보니 곡이 굉장히 다채로워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초중반에서는 특히 티탄마을, 마법학교의 개성이 특히 강한데다 곡이 너무 좋아서 음악에 취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티탄 마을에서는 마티, 마법 학교에서는 희생의 서약이 자연스럽게 생각나면서 울컥했습니다.
하지만 전 울지 않았습니다.
진짜 울어야 할 타이밍이 곧 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쉬버링 테마가 끝나고 쉬는 시간 이후에 드디어 후반에 접어들었습니다.
라 제국 테마도 정말 진국이었죠.
하지만 기록되지 않은 세계는 정말 넘사였습니다.
11월드 들어서자마자 느꼈던 "뭐야, 여기 왜 꿈도 희망도 없어" 라는 느낌이 곡을 통해 다시 느껴졌습니다.
앞 곡들과는 사뭇 다른 음침함에 몸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라 제국 비공정이 돌아왔을 때 저는 비로소 울 수 있었습니다.
직접 플레이 할 때도 여기서 엄청 울었는데, 음악과 큰 스크린으로 다시 보니 더 벅차더군요.
이후 베스 보스전 음악은 너무 너무 좋았지만!
아아아아주 쪼오오오오금 아쉬웠던 것은 게임의 분위기가 완벽히 살지 않은 느낌이라 살짝 슬펐습니다.
게임에서 베스가 변신하며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천둥치며 조금씩 보여주는 연출이 음악과 어우러져 아주 기깔났었는데,
아쉽게도 베스 프로필 사진만 장시간 보여져서 이 부분은 쪼끔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길게 아쉬워할 틈도 없이 대망의 Little Princess가 옵니다.
실제 게임을 할 때 이 부분에서 얼마나 여운이 남던지...
일주일 간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애먹었습니다.
여운이 조금 가신 이후로는 이 곡 한번 쳐보고 싶어서 당근에서 전자키보드 7만원에 주고 사기도 했습니다.
예상하셨다시피 들으면서 울었습니다.
제가 곡들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 기사가 포탈을 탈 때 나오는 크레딧곡은 안 하는 줄 알고 아쉬울 뻔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 띵곡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가사를 붙이니 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헬리콥터 전투 노래는 정말 놀랐습니다.
편곡을 엄청 잘해서 이게 헬리콥터 전투 음악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려주면서도 클라이맥스를 터트릴 때까지 빌드업이 예술이었습니다.
덕분에 클라이맥스에서 카타르시스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렇게 모든 음악이 끝나고 "하, 좋았다" 하고 마음을 추스리는데
"여러분, 에델바이스의 꽃말이 뭔 줄 아세요?" 라는 질문에
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번 곡 선정을 보면서 "아, 꽃의 마을 헬레나는 외전이라 빠졌구나! 아쉽넹..." 이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던,
내 유튜브 노래 모음에 당당히 있는 가테 브금 3개 중 공부할 때 들으면 단연 최고인,
바리 테마가 은밀하게 준비되어있었습니다.
이런 미친 센스쟁이들을 봤나
역시 게임이나 음악회나 사람 미치게 하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2시간 분량의 현실 외전은 막을 내렸습니다.
제가 울거라는 것을 알았기에 손수건을 가져가려 했으나,
댕같이 까먹고 마스크로 눈물을 받아내야 했습니다.
라 제국 비공정 회항,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라나 마지막 달리기가 제가 가장 많이 울었던 순간들이었는데,
이 중 2개가 알차게 들어가는 바람에 실컷 울 수 있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벌써부터 다음 음악회가 기다려지네요.
몇 십년 동안 별 탈 없이 운영하면서
던전링크부터 나온 떡밥도 전부 회수하고
음악회 한 8번 더 열고
모바일 게임계의 전설로 남게 되었으면 합니다.
콩스 스튜디오와 모든 관계자 여러분
사... 사... 사...
사랑합니다
첫댓글 진짜 이게 옆동네 메○플 보다 낳은듯 거긴 들을것도 없고 굿즈도 많이 없고
완전 공감ㅠㅠ
다들 헬레나 브금 없어서 아쉽다고 했는데 이렇게 깜짝으로 하다니ㅋㅋㅋㅋ 진짜 다 깨진 대가리 더 깨는 기분ㅠㅋㅋㅌㅌㅋ
앨범에.. 오케스트라 버전 헬레나가 있어요.. 꼭 구하십쇼
파이널 판타지처럼 음반도 많이 내고 공연도 많이 하고 많이 알려져서 뮤지션들도 커버도 많이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최고의 리뷰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계 음악이 오케스트라로 들으니 정말 좋더군요. 뭔가 확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