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에 한국 대중 문화를 학생들에게 강의합니다. 수강 신청을 원하는 학생들이야 많지만, 저로서는 너무 힘듭니다. K-팝만 해도, 아마도 상당수의 수강생들은 저보다 훨씬 더 많이 듣고 그 아이돌에 대해서는 훨씬 더 많이, 자세히 알 겁니다. 그런데 제 본래 전공이 아니라서만 힘든 게 아닙니다. 한류 문화를 접하면 접할 수록 그 본질에 대해서는 더 불편한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한류 스타" 반열에 드는 사람 중의 한 명은 싸이, 즉 박재상씨입니다. "강남스타일"을 거의 지구인의 절반 정도가 봤다고 해서 "세계사적 기록"이 되는 셈이죠. 그 당시에 박근혜씨로부터 문화 훈장을 받아 "국가 유공자"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는 그렇지만 며칠 전에 박재상씨가 콘서트를 벌인 "국군의 날" 영상을 봤을 때에는 저는 정말 온 몸에 소름 끼치는 것을 스스로 느꼈습니다. 문 대통령이 즉위 (?)하여 군사 열병식 없이, 팝 콘서트로 좀 쿨하게 행사를 하자고 해서 박재상씨를 부른 셈인데, 박씨는 노래하기 전에 참 의미심장한 말 몇 마디를 던졌습니다. "우리는 다 군인입니다! 현역 아니면 예비역, 아니면 군인 가족입니다!"라고. 그 말을 던지고 나서 군인들과 함께 아주 쿨한 (?) 음악을 내뱉기 시작했는데, 저는 그 말을 듣고 그냥 아주아주 불편한 생각에 잠겼습니다.
"우리는 다 군인, 아니면 군인 가족이다"...그러면 군대의 살인 교육을 거부하는 평화주의자들은 일단 "우리"와 별 인연이 없는 셈이죠? 갈 수 없는 장애인도요? 보통 안가는 여성 같으면 "가족", 즉 "주변인"이라는 부차적 범주로 자리매김되겠죠? 물론 "우리는 다 군인"이라지만, 각자마다 군 복무의 형태는 각각 다릅니다. 박씨 본인처럼 서초구 반포동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먼저 특례로 가고 그다음에는 연예병사 (?)로, 좀 쿨하게 (?) 갔다올 수도 있는데, 그의 아버지가 운영했던 반도체 공장에서의 그 노동자나 기술자들 같으면 진짜 복무를 전혀 쿨하지 않는 (?) 방식으로 해야 되겠죠? 그들이 반포동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그들이 제대를 한다 해도 말 그대로 평생 군인으로 살아야 할 셈입니다. 공장도 실은 군대와 그다지 다를 게 없으니까요. 한데 공장 주인의 아들인 박재상씨의 군과의 인연은, 군복을 걸쳐 입고 군이라는 전체주의적 조직을 "홍보"하는 데에 그칠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우리"라 하지만, 그 "우리" 안에서의 계급적 차이 내지 차별에 대해서는 과연 어디까지 감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솔직히 그에게 그런 감각이 별로 없는 듯합니다. 그를 "세계사적 인물"로 만든 "강남스타일"에 대해서는 젠더 스테레오타이프에 대한 패러디라 하지만, 솔직히 어디까지 패러디고 어디부터 바로 그 스테레오타이프의 반복인지 저로서는 전혀 분명치 않습니다. 청일점 (?)이 되어 반라의 여러 여성 사이에서 홀로 춤추는 것은 '페러디'보다는 차라리 성상품화에 더 가까운데 말입니다. 그리고 패러디든 아니든 간에 박재상씨의 도미 유학이나 여유로운 연예 활동을 가능케 한 그의 아버지 반도체 공장의 노동자 같은 사람들은 그 비디오에 그다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어차피 강남에서 살지도 않고 '강남스타일'과 무관하니까요.
박재상씨만 가지고 따지기도 어려운 일이죠. 비 (정지훈) 등 수많은 한류 스타들이 때가 되면 군복을 입고 "국군"을 홍보합니다. 뭐, 본인들이 군이라는 살인 준비 조직을 그리 좋아하신다면 이렇게 하는 거야 본인들의 자유지만 문제는 그들로서는 아마도 "군국" 홍보를 거절할 자유란 그다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국방부의 압력도 있지만, 소속사의 압력도 얼마든지 있을 수도 있고 계약에서 명시돼 있을 수도 있죠. 사실 이거야말로 군대 내지 국가와의 유착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문제이기도 합니다. 주식 시장에서 그 주식이 거래되는, 즉 이익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소속사에 법적으로 예속돼 있는 연예인에게는 과연 자본주의의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인적 자유를 강조하는, 순응주의적이지 않는 행실을 기대할 수가 있을까요? 그런 행동이 소속사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아마도 좀 어렵겠죠? 그리고 소속사는 그렇다 치고 수입의 상당부분이 CF에서 발생되는 본인의 광고시장에서의 "주가"도 걱정해야 할 터인데요...자본의 복무자, 아니면 자본의 공범이 되는 연예인에게는 우리는 과연 자유의 실천이나 해방적인 예술을 기대할 수 있겠어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찾사나 안치환, 정태춘의 음악과 노래를 국제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일본이나 중국의 운동권 정도입니다. 이와 달리 "한류 가수"들의 멋진 - 아주 어렵게, 오랫동안 연습한 - 춤동작이나 캐트치하고 뇌에 새겨지는 듯한 음악, 번지르르한 무대 등은 특히 아시아의 신흥중산계급의 선호 대상에 오릅니다. 자본에 대한 회의나 저항의 국제화는 힘들고 자본의 국제화는 쉽고 간단합니다. 그래도 저는 개인적으로 여전히 안치환의 노래에 열광하면서 "한류 가수"들의 팬이 되지 못할 겁니다. 영혼이 없는 음악 듣기가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저걸ㅈㄴ까자면 세상은 계속 변해가는데 민중가요 틀어재끼며 순수니 소박이니 찾으며 구태의연함을 지향하는 그쪽네 자아비판이 먼저아닐까요?
존나 웃기는게 싸이경우 신해철&넥스트와 협업하던 시절엔 혹평이 많은 넥스트5집 Dear America와 04년 박노해 시인 '노동의 새벽' 20주년 노래 피처링했었습니다. 그당시 앨범,공연 에선 외노자문제도 공연했는데 그쪽네에서 그런거 왜 공연하냐? 순수성에 대해 의심하는 편협함 보였는데 무슨자격으로 까는건지ㅋㅋ
노조얘기까지 하자면 노친네들이 박통 향수뽕 맞듯이 본인들도 80년대 투쟁의 역사를 그리워하는게 보입니다. 탄핵집회때 반짝했지만 대중성은 개나줘버리고 순수함만 외치는 민중가요는 민중가요 아닙니다ㅋㅋ
물론 영혼없는 현K팝 저도 맘에 안들지만 사람이 늘 진중하고 의미있는 노래만 들을순 없거든요. 암만 봐도 이글은 좌빨적 꼰대가 쓴 쓰레기입니다.
프로불편러. 이 아재들도 문제가 많습니다. 결국 옛날에 자기네가 욕했던 꼰대가 된거죠.
뭐 이제 마냥 젊지않은 30대지만 저런 인간들보며 자아성찰하는 의미로 생각합니다.
'나이 처먹고 저러지 말아야지'
보기만 해도 꼰대스러움이 뚝뚝 묻어나는군요. 진짜 대학가에서 운동권이 왜 다 망했는지 알 것 같음
그리고 저런 진정성있는 노래도 결국 상업적인 성공이 있어야 나올 수 있는데 그런시장은 MP3등장과 저작권 개나줘로 끝났고.. 광화문 집회때 운동권색채뺀 집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못써먹잖아요ㅋㅋ ㅂㅅ들
근데 재밌는게 이분 최근에 정부에서 https 검열하겠다고 한거에는 그거대로 또 비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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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ron 박노자입니다. 정정좀.. 오랜팬분이 그러시던데 04년 헌정앨범당시 좌측에서 새천년 술집사건 들먹이며 까던데 그건그거고 시로 봤을땐 기념비적인 업적인데 ㅎㅎ 님아녀도 뫙 살아있었으면 차르붐바급 팩폭탄을 날릴텐데
저 분 말로 할 것 같으면 1920-30년대 카프파 문학이야말로 진정한 문학이고 예술이겠내요 ㅎㄷㄷ
이론은 그럴싸한데 막상 개별 현실에 직면하면 보통 사람의 직관에 완전히 배치되는 선택과 행동을 하는 지식인들이 꽤 많습니다.
읽다가 교조적인 마인드에 기겁했네요 ㅎㅎ 대단.
이게 뭔 개소리여
박노자가 박노자했네요
이 정도면 일상생활 가능하신지 묻고 싶어지네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