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담 후세인이 처형당했습니다. 뭐, 저도 어제 뉴스를 보고 알았습니다만... 아마 대부분 "지나치게 빠른 시점" 에서 이루어진 후세인의 전격적인 처형 때문에 여러가지 의견들이 오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사 실 이번 처형은 다들 아시다시피 "정치적" 인 요소가 상당히 짙습니다. 일단 미국과 이라크 과도정부의 입장에서는 후세인의 처형을 계기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제 2의 베트남전" 과 같은 수렁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고 싶었을 것이고 이라크 과도정부의 입장에서는 후세인이 있는 한 이라크 순니파를 흡수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테니 어서 후세인을 처리하고 싶었을 겁니다.
물론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내년 4월이 되면 후세인은 만 70세가 넘어갑니다. 만 70세가 넘어가면 이라크 형법 상 사형을 집행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그 이전에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기도 했죠. 후세인 처형은 상당히 중요한 카드인데 이를 너무 아끼다가 쓸 수 없게 되는 시점까지 기다리면 넌센스가 되어버리니까요.
즉, 미국도 이라크 과도정부도 상당히 밀릴만큼 밀린 상황에 현실적인 이유까지 겹쳤으니 더 이상 후세인의 처형을 연기할 여유가 없어졌던 것이죠. 미국에서는 이미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네오콘의 퇴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분명히 차기 대통령은 "이라크에서의 철수" 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부시는 예전 존슨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죠.
이라크 과도정부 역시 "후세인의 존재" 가 사실 큰 부담이었을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라크 과도정부는 후세인이 물러난 후 미국의 도움을 얻어 만들어진 정부입니다. 거기에 치안이 민정 이양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다 수도인 바그다드까지 전기 같은 필수 기반 시설까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 이라크 상황인지라 "후세인 시절이 더 나았다" 라는 말도 슬슬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후세인을 더 이상 남겨뒀다가는 미국이나 이라크 과도정부 입장에서는 꽤 골치 아픈 것이 사실이겠죠. 미국이나 이라크 과도정부나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후세인 처형만큼 극적인 카드는 없었을 겁니다.
그럼 후세인을 처형하면 순니파 저항세력들이 공격해 올 것이 뻔한데 왜 이렇게 서둘러서 처형을 했을까... 하고 생각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이건 좀 반대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격해올 것이 뻔하다... 라는 것은 "공격을 예측 가능하다" 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즉, 이에 대해 "대비 가능하다" 라는 뜻이기도 하죠.
후세인 체포 이후, 아마도 미국이나 이라크 과도정부나 후세인 처형에 대한 타이밍을 열심히 계산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체포 직후에 저항 세력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겠죠. 그리고 그동안 미군도 그에 대한 대비를 어느 정도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리 "갑작스런" 타이밍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라크 과도정부야 이를 기다렸던 것일테고요(이쪽 입장에서는 후세인이 빨리 사라져주면 줄수록 이득이니까요). 준비를 어느 정도 마쳤다 싶은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재판을 열어 세계인들에게 한 방 먹이고, 이에 대해 세계인들이 태세를 정비해 외교나 후세인 구명 여론이 형성 되기 전에 바로 처형함으로서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이라크 문제에 대한 우선권을 되찾은 것이겠죠. 즉, 더 이상 해외 여론 따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할 겁니다.
거기 에 30일을 처형일로 잡은 이유는 100% 도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0일은 이들 아드하, 즉, 희생제의 시작일입니다. 그리고 이날 바로 이슬람 세계 전체에서는 "양을 도살" 합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저항세력에 대한 도발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좋겠죠. 더불어 "희생제" 라는 뉘앙스 때문에 순니파에게 말 그대로 "순교자" 로서 떠받들여질 양념까지 부여해줬습니다. 즉, 이건 할 테면 해 봐라... 라는 말 그대로 순니파 저항세력에 대한 도발일 가능성이 무지 높다고 봅니다. 물론 예전 후세인에게 학살당한 시아파나 쿠르드족의 입장에서는 후세인을 "가축을 도살하는 시점" 에 맞춰서 처형함으로서 원한을 확실히 풀겠다는 의미도 있겠지만요.
즉, 미국은 "이미 준비가 되었을 가능성" 이 높습니다. 후세인 처형이라는 카드를 사용해 지지부진해지고 있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아온 후, 저항 세력을 도발시켜 이를 처리하면서 이라크 과도정부를 통한 유화정책으로 세가 꺾인 순니파를 흡수하겠다... 라는 계산일 겁니다. 실제로 이라크 신정부는 토벌 작전과 겸해서 유화정책을 통해 구 바트당계 인사들을 서서히 복직시키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미국한테 터질래? 이라크 과도정부한테 안길래?" 를 강요하고 있는 모습이 되겠군요.
하 지만 순니파 저항세력들이 이것을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순니파 역시 시간을 끌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이라크 전쟁 이후, 이라크의 브레인들은 대부분 이라크를 빠져나간 상황인데다 미국이나 서구의 전문가들도 이라크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인지라 이라크의 전후 복구 작업은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 실 재건 사업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무기 수출 다음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가장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이기도 했고요. 방법은 비록 안 좋았다고 해도 결과가 좋으면 그나마 묻혀버릴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후세인이 물러난 상태에서 재건 사업을 통해 이라크 민중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좀 좋아지는 면이 있었다면 아마도 미국이 이렇게까지 몰리지는 않았을 겁니다만... 뭐, 치안은 점점 안 좋아지고 전기 같은 기본 자원에 대한 향유 역시 후세인 시절에 비해 거의 나아진 것이 없는 상황이니 여러모로 답답할 수 밖에요.
어쨌든 이번에는 미국으로서도 이런 정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확실히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봅니다. 준비도 어느 정도 갖췄겠죠. 아니면 이런 도발은 쉽게 하지 못했을 겁니다. "다소의 희생" 을 각오하고라도 이번에야말로 이라크 문제에 대한 해결을 보겠다는 도전이겠죠.
한편 이라크 과도정부는 미국이 순니 저항세력의 기를 완전히 꺾어버리면 그런 순니파를 포용해 앞으로의 이라크 정세를 안정시켜 정부로서의 "정당성" 과 "위기 해결능력", "포용력", 즉, "이라크 정부로서의 능력" 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목적일테고요. 사실 그동안 이라크 과도정부는 다소 "유약하다", "미국에 너무 기대있다" 라는 이미지가 많았으니까요. 따라서 이라크 과도정부의 입장에서도 이건 큰 모험입니다.
그 이유는 이번 시도가 실패하면 이라크는 국가 분할의 길을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죠. 순니파 지역, 시아파 지역, 쿠르드 지역으로 말이죠. 사실 이라크 분할안은 이미 전쟁 초기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어 왔던 일입니다. 이는 이라크 전후에 이라크의 이동통신 국제 입찰이 정확하게 "이라크 분할안" 을 염두에 둔 형태로 낙찰이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죠. 정확하게 세 사업자에 쿠르드 지역, 순니파 지역, 시아파 지역이 분배가 되었습니다. 이라크인들은 이를 "미국이 원하는 진짜 속셈" 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라는 나라를 아예 없애버릴 계획... 이라는 것이죠.
그 런데 사실 국가 분할로 갈 경우, 그것도 꽤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이란과 터키가 끼어들 것이 바로 눈에 보이니까요. 이란은 시아파 보호라는 명분으로, 터키는 쿠르드족의 발호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말이죠. 후세인이 사형 직전에 이란을 믿지 말라... 라고 말한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기도 합니다.
미국도 이를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끝을 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라크 분할안 역시 하나의 방법이겠죠. 그렇지만 그래서야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됩니다. 더불어 이란이 이라크에 영향력을 끼치게 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게 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후세인 처형을 계기로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그것도 아주 도발 타이밍 잘 맞춰서 말이죠.
어쨌든 미국은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순니 저항세력들은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과거 학살당한 원한을 갚았지만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번 싸움에서 확실한 승자가 등장하지 않으면 이라크라는 나라는 분할 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 후세인의 죽음은 이라크 사태의 최종막을 여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이라크" 라는 나라의 존망을 건 최종 라운드 말이죠. 벌써 이라크 현지에서는 테러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서서히 전투가 시작될 기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첫댓글 '단상' 이라고 하시고 이렇게 길게 쓰실줄은 ㅠㅠ 암튼 잘읽엇습니다^^
2007년만이 아니라 향후 10년 이상은 이라크에 결코 순탄한 시기가 되지 않을 듯......
질문이요//[펌]이라고 쓰여있느데 출처가 없으면 본인이 직접 쓰신건가요?;;
컨트롤+C 로 가져오신게 아닐까요...;;;
어떻게든 이라크 문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미국으로선 후세인의 전격적인 처형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최선의 선택인 것 같네요..미국의 의도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나겠죠.. 잘 읽었습니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는다
날카로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