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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교토-도야마-니가타-아키타-아오모리-삿포로> 특급 앤 급행열차의 23시간
후쿠오카 인 - 삿포로 아웃이라서 어떻게든 삿포로까지 가야하는데, 홋카이도 방면에 비가 많이 온대서 북쪽으로 가지 않고 오사카에서 이틀을 주저앉는 바람에 하루에 몰아서 갑니다. 비오면 비옷 입고 우산 쓰고 다니면 되겠지만 귀찮습니다. 그래서 날이 아주 맑았던 서일본에서 사쿠라를 타고 다니고 밤새 텔레비전보다가 늦잠도 자고..
결국 귀국 전날이자 패스 사용의 마지막 날인 11일에 드디어 출발하기로 합니다. 가지 않으면 안되는거죠. 오사카 시내에서 필요한 물품(이라 하면 책이라든가, 과자라든가, 아침식사용 마키즈시라든가, 2L짜리 물 한 병 정도)을 사고, 뭐 몇 가지 사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만 짐이 많으면 무거우니까 포기합니다.
늦은 밤 텔레비전에서는 오사카와 효고현 북부 이타미 등지에 100mm이상의 국지성 호우 뉴스가 들립니다. 짐을 싸두고 자려는 차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군요. 간밤에 "꽃보다 남자"를 재방송하고 있습니다. 이노우에 마오가 나오는군요.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잠은 자야하니까 잠을 청하는데 금방 일어납니다. 짐 싸서 로비로 나왔는데 "삿포로에 간밤에 비가 왔다. 많이 왔다." 는 뉴스. "아~ 망했구나!" 싶은데, 국지성 호우라니까 옆동네도 아니고 가는데 하루 가까이 걸리는 곳이니 장마라든가 태풍도 아니고 그 시간 동안이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하고 출발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뉴스를 보느라 시간을 지체한 탓에 오사카에서 7시 9분 발 선더버드는 탈 수 없는 시간이 되고 맙니다.
일단 덴노지역으로, 우쌰~ 최후의 수단인 도카이도 신칸센-도호쿠 신칸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노선만큼 재미없는 노선도 별로 없습니다. 거기에 뎅기열과 방사능도... 아이쿠야!
조금 기다리니 쿠로시오가 옵니다. 낼름 타고나서 신칸센 시각표를 보니 도착 6분 후에 도쿄행 히카리가 있습니다. 차장님하는 검표는 안합니다. 자그마치 등에 하나 어깨에 하나, 목에 하나의 짐(이라고 하기는 그런 패스 홀더 겸 동전지갑)을 매고 재빠르게 통과하여 히카리에 고죠~샤아리가또~고자이마스합니다.
아라시의 오노 사토시를 살짝 닮은 차장이 나이트 삐끼와 같은 액션을 취하며 검표를 합니다. 뭔가 들고 와서 하다못해 메모지라도 가져와서 체크라도 해야하는게 아닐까 싶은데, 건들건들하면서 확인 후 인사하고 스피디하게 진행하는 재미있는 녀석.
신칸센은 재미없으니 어떻게든 천둥새를 잡아타고 싶다. 교토에서 반전을 노려보기로 합니다. 히카리는 교토에 7시 40분에 도착을 한다고 합니다. 짱구를 굴려봅니다. "오사카에서 7시 9분에 출발을 하니 신오사카에서 대략 7시 15분 이후에 출발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교토에는 역시 7시 40분 내외에 도착하겠지. 그러면 0번 플랫폼까지 순간이동을 해보자." 라고 생각했는데 그거슨 38분에 이미 출발. 아침 열차라서 휘리릭 가는가 BoA요!
역 바깥으로 나갑니다. 뭔가 여정을 수정해야 합니다. 일단 하쿠타카와 호쿠에츠의 지정석권을 반납하고 도야마부터 호쿠에츠를 타기로 합니다. 생각해보니 하쿠타카만 던져주고 호쿠에츠는 앞의 구간만 지정해 달라고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카타역의 직원이 신경써서 진행방향 왼쪽의 자리를 주었는데.. 그리고 천둥새 3호의 지정석권을 달라고 조릅니다만 자리가 없답니다. 끄응.. "모~시와케아리마생가 선더버드 1호를 놓쳤으니 이것 받으시오." 하고 다시 역 안으로 들어갑니다. 역무원에게 날씨 뉴스를 보다가 출발이 늦어졌다고 하니 웃는군요.ㅋ 아마 시간대로 보아서 이미 열차는 츠루가 정도에 다다랐을텐데 츠루가~도야마 에서 하나 정도 빈 자리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군요.
원래는 선더버드 1호(도야마 착)-하쿠타카 9호(나오에츠에서 하차)-호쿠에츠 3호(니가타 착)-이나호 7호(아키타 착)-츠가루 7호(아오모리 착)의 순서. 그 다음에는 말 하나마나하는 하마나스. 니가타에서 아키타까지는 약 1시간 남짓의 시간이 빕니다.
이것이 "선더버드 3호(도야마 착)-호쿠에츠 3호(니가타 착)-그 뒤로는 같음" 이 됩니다.
선더버드는 인기가 좋은 노선이지요. 지정석은 만석이요, 자유석에도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기도 합니다. 출근 시간이라 더 그렇겠지요. 다행히 출근하는 듯한 어떤 아저씨 옆에 앉아서 갑니다. 간밤에 비가 내린 곳은 어디었던가 날씨가 좋습니다. 열차는 코세이선을 달리며 스피드를 끌어올립니다. 츠루가, 후쿠이를 지나도 여전히 사람은 많습니다. 이들이 가는 곳은 어디인가.. 가나자와입니다.
대부분이 내린지라 빈 자리 찾아서 옮겨 갑니다. 열차는 가나자와에서 조~금 오래 쉬고 도야마로 가지요. 옆에는 곧 타게 될 호쿠에츠도 플랫폼에 들어와 있습니다. 출발~ 그런데 눈 떠보니 이런 도야마!
눈을 비비고 느릿느릿 열차를 나옵니다. 안 그러면 열차와 함께 회송당하는 수가 있습니다. 얼렐레~ 천둥새는 아예 사진조차 찍지 않았네.. 읔
원래는 선더버드를 타고 도야마에서 하쿠타카로 나오에츠에서 호쿠에츠로 갈아타는데 약 20~30분 정도 여유를 두어 잠깐 바람도 쐬고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먹고 그러려고 했는데... 선더버드 1호가 아닌 3호를 타고 오다보니 43분이나 그 시간이 줄어버린 것이죠. 11시 5분 도착 후 눈비비고 늦게 나오니 11시 8분, 일단 나가볼까 가다보니 플랫폼을 건너가서 개찰 앞에 가니 11시 12분, 호쿠에츠 출발은 11시 16분. 아~ 이런 도야마 역을 나가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야 합니다. 힝~
아직 플랫폼에 내려가지 않았는데 열차가 저 멀리서 오고 옵니다. 아~ 도야마 역 명판 사진 촬영은 커녕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고!
아~ 예상대로 연식이 있는 485계 열차입니다. 외부보다 관리를 적당히 한 듯한 내부의 모습이 더 실망. 그래도 펼쳐지는 전망이 좋습니다. 호쿠리쿠본선의 마지막인 나오에츠에서 환승은 못하게 되었지만, 승무원이 교대가 되지요. 수지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동일본 소속의 차장이 탑니다. 숮이 차장의 방송하는 말투가 상큼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이 애교가 깃든 목소리와 억양. 이제부터는 신에츠본선이군요. 역시 잠시 후부터 해안선을 따라 달리고 풍경이 좋습니다. 열차의 자리는 아주 넉넉합니다. 가시와자키에서 신에츠본선과 에치고선이 분기가 되는군요. 에치고선을 타도 니가타에 갈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관계로 이 열차를 타고 니가타까지 갑니다.
나가오카에서는 죠에츠신칸센으로 환승이 가능합니다만 그냥 재래선으로 달립니다. 보통 열차를 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신칸센이라는 치트키를 쓰면 풍경 감상이 어렵죠.(이미 오사카 대신 신오사카에서 교토로 치트키를 썼는데 폭망했습니다만) 이제부터 볼만한 광경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니가타에 도착. 아키타행 열차까지는 약 1시간 10여 분의 시간이 있습니다. 현이 아닌 시의 규모로 본다면 니가타는 사이타마 등 수도권을 제외한 동북 지방에서 센다이 다음의 큰 도시입니다만 멀리 갈 수도 없고 짐도 무거워서 역 주변을 돌아봅니다. 니가타역은 7년 전에 한 번 살짝 발만 딛고 간 적이 있는데 역이 상당히 깔끔해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시간대에는 신칸센 토끼 녀석도 별로 다니지 않는군요. 타니가와는 에치고유자와까지만 다니니까 별개고, 아마도 출퇴근 인력 수송에 초점을 두었다 싶군요. 니가타가 공업도시인 것도 영향이 있겠죠. 앗~ 숮이 차장 사진이라도 찍어둘걸 싶군요. 아~ 이름이 생각났다!
배가 부르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뭔가 먹고 싶지도 않고 그냥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재래선 출구 쪽 상점가를 돌아보다가 역으로 복귀. 그리고 이번에는 여유있게 승강장으로 가서 아키타행 열차를 탑니다. 아키타역은 3년 반 전에 갔던 것이 마지막입니다. 눈이 많이 오던 때였고, 아키타에 갔다가 다자와코나 가쿠노다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죠. 다자와코에서 빌린 우산을 온천에 놓고 오기도 하고 그랬었는데요, 그 때 다자와코 여행안내소의 한국 분이 아직도 계신지는 모르겠네요. 좋았던 곳이라서 다음 겨울에 가족들과 아키타에 다녀올까 했는데 아무래도 방사능 그런 문제가 있어서 유야무야되었지요. 저 역시도 서일본 쪽만 계속 오가게 되어서, 최근 3년 반 동안 가장 동쪽으로 간 것이 나고야였지요.
상점 구경을 하다가 이것저것 살까도 했는데 일단 짐이 무거워지면 고생이니 아무것도 안 사고 역으로 돌아옵니다. 일단 미리 사두었던 마키즈시는 호쿠에츠에서 다 먹었지만, 코알라노마치 케이크가 4개 남았고, 뭐 아키타에서 좀 사면 되겠지 싶었는데 나중에 후회하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자~ 열차는 출발하고, 차내 판매 아줌마도 있고 괜찮습니다. 요즘 시대에 재래선에 보기 드문 신형 열차가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E653계가 있군요. 깔끔하고 깨끗합니다. 시바타까지 하쿠신선, 이후에는 우에츠본선으로 갑니다. 좋은 전망이 있는 노선이군요.
이렇게 바닷가를 달립니다. 달리고 달려서 어두워진 뒤에 아키타에 도착!
해가 지고 있어요. 야마가타의 평야지대라서 해지는 것이 잘 보입니다.
아키타역입니다.
그리고 건너편에는 아오모리로 가는 츠가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시 아키타역을 구경하고 나서 쪼로로 돌아옵니다. 시간이 얼마 없어요. 사진이고 뭐고 모릅니다. JR패스가 끝나는 날이라 이 열차 놓치면 곤란해집니다. 24시 이전에 아오모리까지 갈 수는 있지만 다음 날에 삿포로까지는 제 돈을 주고 가야하는거죠.
아~앗! 뭔가 먹을 것을 안 샀네요. 이 열차의 아오모리 도착은 22시 08분, 하마나스는 22시 18분 출발. 아니 이런 금식을 하게 되었군요. 강제 금식이라.. 엉엉 ㅠ.ㅠ
혹시 운휴가 되지는 않았을까 걱정을 했습니다만 꽤 운이 좋습니다. 하마나스는 계속 자리가 없어서 심지어 리클라이닝이 되는 지정석도 별로 없고 간신히 구한 것이기는 합니다만 자유석은 자리가 넘칩니다. 그냥 자유석에 앉아서 가는게 나을 뻔했어요. 이상하게 리클라이닝이 되어도 이 좌석은 그다지 편하지 않더라고요. 거기에 옆에 앉은 아저씨가 간밤에 야키니쿠라도 드시고 오셨는지 악취가.. 으악! 일단 하코다테를 지나서도 잠을 못 자다가 도마코마이 정도에서 중간중간 졸다 깨다 합니다. 비도 오는군요. 앞서가던 화물열차에서 뭔가 떨어졌는지 문제가 있었다고 하여 잠시 지연이 되어 13분 정도 늦게 삿포로에 도착. 어떻게든 삿포로에 왔군요.
일단 역내 화장실에서 세면과 면도를 하고, 살펴보니 사람이 거의 없어서 머리도 감아줍니다. 예의가 아니겠지만 나중에 같은 열차를 탈 사람들에게 냄새풍기는 것도 미안하고 해서, 머리카락을 주워서 버리고 깨끗이 주변을 정리하고 나옵니다. 아직 개찰구를 나가지 않았으니 오타루나 무로란, 아사히카와 방면의 보통열차는 탈 수 있습니다만, 갔다가 돌아오는 것도 귀찮을 것 같고 그냥 삿포로역 주변이나 둘러보려고 역을 나옵니다. 이제 JR패스는 한 장의 종이 조각이 되었습니다. 아~
비가 내립니다. 역에 갇힙니다. 스타벅스에 가서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며 여행일정을 주욱 정리해봅니다. 10일까지 6일 동안 산요신칸센2왕복+상행1회, 그 외 히로시마, 오카야마 등지 1~2회 왕복, 특급열차는 수퍼 하쿠토, 쿠로시오, 하루카 정도를 탔군요. 보통열차는 나라선, 간죠선 정도. 도카이도 신칸센은 신오사카-나고야 왕복 정도. 와이드뷰 히다를 타고 싶었는데 이것은 다음 기회로..
이 날까지 쉬는 것이지만, 거래업체와 연락할 일이 있어서 와이파이를 켜고 메일을 받고 보내고 그럽니다. 한 시간이나 걸리는군요. ㅠ.ㅠ 그러다보니 10시가 넘어갑니다. 잠시 가까운 곳에 온천욕장이 있대서 가려는데 아이 또 메일이 옵니다. 오가는데 적어도 30~40분은 걸릴테고, 공항에 가려면 늦어도 12시에는 가야할테니 포기해야 할 것 같군요. 조용히 앉아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카무이 녀석도 오조라 녀석도 호쿠토 녀석도 있고, 도카치는 어디있냐? 오호츠크는?
일단 스이카를 3000엔 충전합니다. 70엔이 남아 있더군요. 스이카는 세 장을 샀는데, 모두 스이카넥스였지요. 두 장은 디자인이 같아서 잔액을 0으로 만들어서 보증금 500엔 그대로 받고 환불받고 나머지 두 장이 있습니다만 그 중 하나지요. 소비세 인상으로 여기저기서 물건 사다보면 1엔짜리가 너무 많아지는게 불편하더군요. 11시 25분 열차를 타러 갑니다만, 에이~ 사람이 많습니다. 대신 11시 40분 열차 맨 앞에서 줄을 서서 앉아서 갑니다. 그리고 귀국.
"삿포로에 간 것은 집에 돌아오기 위함이었다."
다음에는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가지고 각 도시에서 여행책자에 나오지 않은 구루메 투어를 해볼까 합니다. ㅎㅎㅎ
첫댓글 날닭님과 님의 하마나츠는....그야말로 극악이라는....솔직히 조반선.토후쿠 하야부사는 방사능을 싣고가는 싸이안스 베슬...(퍽)
하마나스야 뭐 알고 탔습니다만, B침대칸을 살까 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그 좁은 곳에서 엉켜서 가기도 싫고, 오히려 자유석에서 앞뒤 의자 붙여서 다리 뻗고 가는 것이 더 나을 듯요.
전 가신 것과 역방향으로 특급호쿠에츠-하쿠타카-선더버드 콤보에서 호쿠에츠를 놓쳐 쾌속 쿠비키리를 탔는데 특급과 같은 차량이었군요. 플랫폼 내려가 쿠비키노 지정석 차량 안내판을 봤을때 아차, 싶었는데 다시 지정석 잡으러 올라가기도 늦었었..TT 다행히 자리는 잡고 갔습니다.
네~ 쿠비키노도 같은 차량인데 쾌속으로 운행하죠. 시간도 크게 차이는 나지 않을 거에요. 호쿠에츠에도 차내판매는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