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지도
이병률
자주 지도를 들여다본다
모든 추억하는 길이 캄캄하고 묵직하다
많은 델 다녔으므로 많은 걸 본 셈이다
지도를 펴놓고 얼굴을 씻고
머리속을 헹궈낸다
아는 사람도 마주 칠 사람도 없지만
그 길에 화산재처럼 내려 쌓인다
토실토실한 산맥을 넘으며
온 몸이 젖게 강을 첨벙이다
고요한 숲길에 천막을 친다
지도 위에 맨발을 올려보고 나서도
차마 지도를 접지 못해 마음을 베껴두고 잔다
여러 번 짐을 쌌으므로 여러 번 돌아오지 않은 셈이다
여러 번 등을 돌렸으므로 많은 걸 버린 셈이다
그 죄로 손금 위에 얼굴을 묻고
여러 번 운 적이 있다
***
짐을 쌀 때는 늘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보면 늘 남는다
쓰지도 못하고 되가져 오는 것들이 허영처럼 꽤 된다
허영을 내려 놓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님을 번번히 깨닫는다
여럿이 여행을 가게 되면 항상 가방이 제일 크다
일행들은 이사가냐고 물으면서 깔깔댄다
나름 완벽한 준비를 하느라 건강식품까지 넣어가지만
그것들을 챙기느라 여행의 헐렁함을 놓치고 마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가벼운 여행가방을 꿈꾼다...
첫댓글 이병률시인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천상 시인다운 사색적인 미남에 미혼이시라고... 그의 시와 상통하는 분위기를 느꼈더랬습니다...
그치요~!
이병률샘 분위기있어요~ 시인이라고 이마에 써있는 것 같아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