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鄭芝溶)-갈매기
돌아다보아야 언덕 하나 없다, 솔나무 하나 떠는
풀잎 하나 없다.
해는 하늘 한복판에 백금 도가니처럼 끓고, 똥그란
바다는 이제 팽이처럼 돌아간다.
갈매기야, 갈매기야, 늬는 고양이 소리를 하는구나.
고양이가 이런 데 살리야 있나, 늬는 어데서 났니?
목이야 희기도 희다, 나래도 희다, 발톱이 깨끗하다,
뛰는 고기를 문다.
흰 물결이 치어들 때 푸른 물굽이가 내려앉을 때,
갈매기야, 갈매기야 아는 듯 모르는 듯 늬는
생겨났지,
내사 검은 밤비가 섬돌 위에 울 때 호롱불 앞에
났다더라.
내사 어머니도 있다, 아버지도 있다,
그이들은 머리가 희시다.
나는 허리가 가는 청년이라, 내 홀로 사모한
이도 있다, 대추나무 꽃 피는 동네다 두고 왔단다.
갈매기야, 갈매기야, 늬는 목으로 물결을 감는다,
발톱으로 민다.
물속을 든다, 솟는다, 떠돈다, 모로 날은다.
늬는 쌀을 아니 먹어도 사나?
내 손이사 짓부풀어졌다.
수평선 위에 구름이 이상하다,
돛 폭에 바람이 이상하다.
팔뚝을 끼고 눈을 감았다,
바다의 외로움이 검은 넥타이처럼 만져진다.
*위 시는 “한국 현대 문학 대표 시인 필사 노트 시리즈 05 정지용, 향수”(원저 정지용, 신미희 엮음)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입니다.
*정지용(鄭芝溶, 1902. 6. 20~1950. 9. 25. 충북 옥천 출생) 시인은 물의 고장 충북 옥천군에서 1902년 6월 20일 태어나 고등학교 교사, 교수 등을 역임하시다, 6.25때 납북되어 1950년 9월 25일 폭격으로 49세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휘문고교 재학 시절에 ‘서광’ 창간호에 소설 ‘삼인’ 발표, 일본 유학시절 대표작인 향수를 썼고, 1930년 시문학 동인으로 본격적인 문단 활동 전개, 구인회 결성, 문장지의 추천 위원으로 활동,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등 청록파 시인을 추천하여 문단에 등단시킴.
*정지용 시인은 서정적이고 토속적이며, 자연을 정교한 언어로 표현하여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듯한 인상을 주어 산수시라고 불리어 왔고,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 구사와 생생하고 선명한 대상 묘사에 특유한 빛을 발하며 한국 현대시의 신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향수는 가요로도 불러진 시인의 대표작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그 외에도 유리창, 석류, 카페 프랑스, 춘설, 고향, 홍춘 호수 등의 아름다운 시를 남겼으며, 저서로 “정지용 시집”, “백록담”, “지용문학독본” 등이 있고, 옥천에는 시인의 생가가 초가집 형태로 조그맣게 남아 사람들이 종종 찾고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신미희-신문방송학과 졸업, MBC문화방송, TBS교통방송, SK사내방송 작가로 활동, 그 밖에 다큐멘타리 제작 및 취재 작가 활동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