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전광용의 '꺼삐딴 리', 지금도 존재하는 그들에게 말하다
민병식
전광용(1919-1988)은 1919년 함경남도 북청 출신으로 국문학자이며 신소설을 연구하는 동시에 평생을 교육계에 몸 바친 분이다.1955년 조선일보에 단편 '흑산도'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하였고, 1962년에 시대가 바뀜에 따라 권력에 아부하며 카멜레온처'럼 살아남는 인물을 풍자한 단편 '꺼삐딴 리'로 제7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서울 시내에서 고급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인국 박사는 자신의 병원에서 가난한 환자들은 받지 않고 병원비도 다른 병원의 두 배를 받으면서 부유층과 권력층 등 돈 있는 환자만 받는다. 이박사는 막 수술을 마치고 수술이 성공한 것 같지 않은 개운치 않은 상태에서 미국 대사관의 브라운씨를 만나러 간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가족 모두가 일본말만 쓰는 등 황국신민으로 지내다가 광복이 되고 자신의 친일행각이 밝혀질까 노심초사 중에 소련군이 들어오고 치안대에 잡혀가 문초를 받는다. 그는 감옥에서 매를 맞아 아픈 몸으로도 노어(러시아어) 회화책을 우연히 얻어 러시아어를 공부한다. 감방 안에서 이질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고 간수들에게 알린다. 이후 의술을 인정받아 의무실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의무관이었던 스텐코프의 혹을 치료해주고, 그 대가로 감옥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스텐코프의 주선으로 이인국은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까지 보내지만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아들과 연락이 끊어진다.
이인국 박사는 전쟁 와중에 아내를 잃고 아들의 생사를 모른 채 1.4 후퇴 때 남한으로 내려온다. 이후 서울 시내에 병원을 차리고 자신의 의술로 부유층과 권력층들만을 상대하면서 돈을 번다. 딸 나미는 미국으로 유학가지만, 외국인 교수와 결혼할 예정이다. 미 대사관으로부터 국무부 초청장을 받는 데 성공하자, 그는 자신이 미국에 가서도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비행기표를 사러 반도호텔로 간다.
인공 이인국 박사는 일제 시대에는 철저한 친일파였으나 광복 직후엔 친소파로 돌변, 계속 영화를 누린다. 이북에 있던 그는 광복이 되자 재빨리 러시아를 배웠고 또 소련군 장교를 치료해서 환심을 산다. 한국전쟁 발발 후 1 · 4후퇴 때 월남해서는 어제까지의 갑자기 친미파로 돌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 가면서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국무성 초청을 받기 위한 교섭을 벌인다. 그러니까 이인국은 언제나 시류에 편승해서 현실적 영화를 누리는 카멜레온적 인물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꺼삐딴'은 영어의 '캡틴(captain)'에 해당하는 러시아어다 '캡틴'은 배의 선장이나 항공기의 기장, 스포츠 팀의 주장, 군대의 대위나 대령을 뜻하지만 1945년 광복 직후 소련군이 북한에 머무르면서 '꺼삐딴'은 '우두머리'나 '최고'라는 뜻으로 많이쓰였다고 한다.
우리의 삶에는 여러 군상들이 존재한다. 물질만을 추구하여 이익이 되는 쪽으로만 움직이는 이들, 사상이나 이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 늘 사회에 세상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고 봉사하는 이들 등 다양한 모습이다. 주인공 이인국은 일제 식민지 치하와 한국 전쟁, 그리고 경제발전으로의 도약을 거치면서 그 격동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몸무림친 사람의 처절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극히 개인적이고 출세지향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물 들은 격변의 시대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물불을 안가리는 일부 정치꾼들이 그렇고, 국민이야 어찌되건 말건 지들만 배부르면 끝인 그래서 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쫒아내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지어 높은 분양가로 수백,수천억씩 이득을 취하는 인간이하의 사람 들이있다. 올바른 신념이 아닌 기회로만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는 저 꺼삐딴 들이 잘사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 이들이 판치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판단하지 말자.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너와 내가 없다. 하나의 국민이되어 올바른 판단으로 심판해야 또다시 더럽고 추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