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등장하는 내용이 일본 골프산업 붕괴 현상이다. 한국 경제 역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지만 유독 예외적인 산업이 한 가지 있다. 오프라인에서 골프 라운딩을 즐기는 현실과 사이버 공간에서 진행되는 컴퓨터 게임을 결합해 새로운 하이브리드 세계를 창조한 골프존이다.
2000년 5월 김영찬 사장이 54세 늦은 나이에 창업한 골프존은 창업 이후 불과 5년 만에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어 3년 후인 2008년에는 매출액 1000억원을 기록했고, 2014년에는 매출액 4300억원을 달성했다. 지금은 매출 1조원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골프존 설립은 너무나 간단한 두 가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첫째는 골프가 대중적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한 번 라운딩에 소요되는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추는 것이었고, 둘째는 어떤 기후 조건에서도 야외 스포츠인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런 고민에 대해 완벽한 해답으로 등장한 것이 현재 시장에서 알려진 스크린골프의 출발이었다.
골프존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창조·선점하여 독점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로 혁신적인 신제품들을 계속해서 출시했다. 외관상으로는 그냥 단순한 전자 게임처럼 보이지만 스크린골프는 최첨단 기술의 융합체다. 적외선·고속카메라 기반 첨단 센싱 기술, 실제 골프 코스와 같은 시각적 효과를 구현하는 3D 그래픽 기술, 동작 인식 기술 등을 활용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끊임없이 개선시키고 있다. 골프존 전체 사무직 직원 중에서 약 45% 이상이 R&D 인력이며 2014년 말 기준으로 기술특허를 16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골프존은 단순히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가맹점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혁신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창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쟁사들이 가격 경쟁에 몰입하는 것과 달리 골프존은 2006년 특허 등록한 ‘네트워크로 제어하는 골프 시뮬레이터 장치’와 같은 기술력을 활용해 골프존 라이브 전국 토너먼트 대회 등을 개최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대한 고객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특정 지역에서 효과가 가장 빨리 나타날 수 있는 판매 촉진 활동을 실행하고 있다.
골프존은 스크린골프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골프 레슨, 골프 모바일 게임, 용품 유통, 골프장 운영, 컨설팅 서비스와 같은 골프 중심의 복합 비즈니스 모델을 세상에서 처음으로 창조하고 있다.
그리고 1조5000억원에 불과한 국내시장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시험을 마친 골프존은 이제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2009년 일본, 2011년 중국·캐나다, 2012년 대만에 진출했다. 작은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던 골프존이 세계시장에서 새로운 지평을 창조하는 그날이 바로 눈앞에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