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에 ‘공무제’라고 하는 노나라 사람이 있었다. 그는 신부라는 고을의 원님으로 있었는데 덕 있는 다스림 때문에 백성들은 편안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웃 제나라가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온다는 소문을 들렸다. 공무제는 모든 고을 백성들을 서둘러 성안으로 모이라고 하고 성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성 밖 들판에 보리가 누렇게 익어 있는데 그 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만일 그냥 성안으로 피해 들어간다면 제나라 사람들이 다 약탈해 갈 것이 뻔했다.
백성들은 공무제에게 말했다. “무조건 성안으로 피할 것이 아니라 고을 백성들에게 내 것 남의 것 가릴 것 없이 보리를 추수해서 각각 가져가라고 합시다. 그러면 너도나도 달려들어서 재빨리 추수할 것입니다. 한 해 동안 수고한 걸 적에게 내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공무제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다. 보리를 가만히 버려두고 성안으로 피하라고 했다. 결국 백성들은 보리를 버려두고 성안으로 들어가 굳게 성문을 닫았고 제나라 군사들은 그 많은 곡식을 거두어 가버렸다. 이 사실이 급기야는 임금님에게 알려져 공무제는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임금님이 물었다. “너는 적이 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보리를 거두지 않았느냐? 어찌하여 적에게 이로운 일을 했느냐? 거둘 수 없다면 차라리 불을 질러 버려야 하지 않느냐?
임금의 말에 공부제가 정중하게 말했다. “제가 한순간이지만 적을 이롭게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백성에게 남의 것을 마음대로 거두어 먹으라고 한다면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아마도 피땀 흘려 살 생각은 안 하고, 남의 것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공짜로 남의 것을 가지는 것에 맛을 들여놓으면 급할 때는 남의 것이라도 내 것처럼 가져도 된다는 못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공짜를 바라는 버릇을 들여놓으면 이 버릇은 10년이 가도 고칠 수 없습니다. 백성들이 이런 마음을 가진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임금은 공무제의 깊은 뜻을 알고는 대신 도리어 후한 상을 내렸다고 한다.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을 “불한당 不汗黨”이라고 부른다. 한자가 땀 ‘한’ 字이다. 땀을 흘리기를 싫어한다는 뜻이다. 이득은 한 번 맛보면 중독된다. 공짜에 맛을 들여놓으면 공짜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다니게 된다. 일하는 것이 한심해 보인다. 한 번만 잘하면 되는데 뭘 그렇게 어렵게 땀을 흘리느냐고 빈정거린다. 그래서 불한당이 많은 나라는 필연 망하고 만다.
그 한 예를 들어 보자. 아르헨티나는 남미의 보석이라고 통하는 나라였다. 남미의 유럽이라고 불렸다. 개척자들은 근면과 부지런함으로 부강한 나라를 일구었다. 그러나 1946년 페론 정권이 들어서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을 펴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곡물 수출로 벌어들인 엄청난 돈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했다. 갈수록 노동은 적어지고 임금은 점점 많아졌다. 노동자들은 임금이 오를수록 더 많은 임금을 요구했고, 점점 더 일하기 싫어했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 유럽의 선진국처럼 놀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건 잠깐이었다. 얼마 못 가 금고가 바닥나 버렸다. 아르헨티나는 부도가 나고 말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민은 나라가 부도났는데도 생활 방식을 고치지 못했다. 계속 선진국처럼 즐기고 놀기를 고집했다. 일하기는 싫어하면서 국가에는 계속 높은 임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부도난 국가에 무슨 돈이 있겠는가? 아르헨티나는 또 부도를 당했다. 2001년에 네 번째 부도를 만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지금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이다. * 불한당(不汗黨) ①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던 街道(가도)의 무리. 강도떼. ②파렴치하게 남 제물을 마구 빼앗으며 행패 부리는 무리
한자의 뜻을 직역으로 풀어보면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당)'라는 뜻이다. 유래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아무리 나쁘고 포악한 짓을 벌임에도 눈물은커녕 땀 하나 흘리지 않을 정도로 양심이 없고 냉혈한적인 질 나쁜 무리라는 뜻을 표현하는 의미고
두 번째는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족속이라는 의미로 표현한 것이다. <출처: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