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동짓달 열이틀 오후,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집 뒷산을 오르고 있었다. 천년이나 족히 되었을 죽은 고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고목의 오른쪽으로 뻗은 큰 가지 하나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검은 새의 머리 모양과 날개 모양을 한 채 낮달을 물고 있었다. 아니 낮달을 물어 나르고 있었다.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니 그 달이 내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달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해 보았다. 그러자 내 안이 말을 뱉어냈다. "산 것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몸이 삐끗거리도록 달을 물어 나르더라."라고, 그렇다 지금까지 걸어온 생의 길을 뒤돌아보니 정말 필요 없는 일과 행동 그리고 수많은 고민과 갈등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런 것들을 죽을 둥 살 둥 몸이 망가져 가는 줄도 모르고 많은 사람들은 앞만 보고 살아 간다. 그런데 이 고목은 그에게 필요 없을 것 같아 보이는 달을 죽어서도 저렇게 물어 나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죽어서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