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동선,
오늘은 저녁 7시부터 시작하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두물머리 미사를 마치고 서둘러 명동성당으로 향했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김정욱 교수님과 황종렬 박사님의 발제와 토론, 질의 응답의 순서로 진행된
세미나는 강우일, 이용훈 주교님과 사제, 수도자 평신도 400여명의 뜨거운 관심과 열기로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실무자들의 숨은 노력이 돋보여 참 좋았습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세미나의 압권은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의 발제에 대한 질의 였습니다. 궁색하고 치졸한 공무원들의 질문에
그 자리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정욱 교수님과 토론자들의 명쾌한 답변에 어찌할줄 모르는 국토부 관계자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스럽고 답답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요즘 들어 더욱 조급해지는 나를 발견합니다. 이런 엉터리 같은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질풍노도처럼
강바닥을 파해쳐 강도 죽고 사람의 마음도 죽어갑니다. 어떻게든 막고 싶은데 속수무책입니다.
밤 늦게 명동을 떠나 돌아오는 길에 문득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자연스럽게 변화와 기다림에 대해 묵상하게 됩니다. 분침이 한칸을 가기위해 초침은 60번을 돌아야하고 시침이 한칸가려면
초침이 60번씩 60번을 더 돌아야 합니다.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는 것은 초침이 60번 도는 노력과 자기변화, 성찰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몇 번의 계기와 한시적 노력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변화 시키지 못함을 깨닫습니다.
분침 한칸의 변화를 위해 초침 60번의 노력과 기다림이 필요함을 마음에 새겨봅니다. 우공이산의 고사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새벽입니다. 한사람의 열걸음보다는 열사람의 한걸음을 지향하며 우직하고 미련하게 나아갈것을 다짐합니다. 왜냐하면 우직한 이들의
미련함이 항상 세상을 변화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순네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는 의정부교구 최재영 신부님이 집전해주셨습니다.
의정부 교구 덕소성당, 토평동 성당, 구리성당, 문산성당을 비롯한 30여명의 신자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미사 후 공지사항 시간에 들려
주신 두물머리 농민인 서규섭님의 끝장토론 경험담이 재미있었습니다.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이곳 젊은 농부들은
농사 실력보다 언변이 더 일취월장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농민들을 투사로 내모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이 불러온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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