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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9월이다. 가을이 왔다. 어린 시절에 입력된 지식에 따르면 9월부터 11월까지 세 달 동안은 가을이다. 일 년 12달을 세 달씩 황금 분할하여 겨울부터,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까지 사계(四季)를 이룬다. 언제부턴가 한여름 30-35일 기간을 따로 떼어 제5계절로 치기도 한다. 이 기간 중 15-20일 정도 비가 내리는데, 이를 장마라고 부른다.
이런 셈법은 7계절로 나누는 교회력에도 해당된다. 겨울에 해당되는 ‘대림절-성탄절-주현절’, 봄은 ‘사순절-부활절’, 여름에는 ‘성령강림절’ 그리고 가을의 경우 ‘창조절’이다. 감리교회 전통은 8월 마지막 주일부터 왕국절로 지키는데, 성부 하나님을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창조절과 의미가 통한다. 9월 첫주일부터 대림절 직전 주일까지 ‘성령강림 후 주일’과 병행하여 창조절을 지키는 교회가 늘어간다.
색동교회는 창조절을 고집한다. 그만큼 창조질서에 대한 위기의식이 웃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창조절 배너를 마련하였다. 경건한 작가(서상남)는 누런 광목 바탕 위에 하나님의 두 손을 표현한 후, 그 안에 요모조모 창조 세계를 담았다. 해 달 별은 물론 동물과 식물 그리고 어린아이까지 지극히 상징적인 인형들을 땀땀이 빚고 일일이 꿰매었다. 제작의 모든 과정이 환경친화적이다.
창조절 예배 때마다 부를 입례송도 준비하였다. 시편 85편(11-13절)의 말씀을 찬송시로 삼아, 여기에 신실한 음악교사(김민경)가 곡을 붙였다. “땅에서는 진실이 새순처럼 돋아나고 하늘에선 정의가 굽어내려 보시리라...”(1절). 작곡자는 이미 성경공부 노래 ‘그물짜기 송’을 만들었고, ‘주님의 선한 권능에 감싸여’(본회퍼 시)를 합창용으로 편곡한 적이 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3>(규장)은 한국교회 첫 위기분석 보고서로 알려졌다. 10대 트렌드를 소개하면서 그중 10번 째로 ‘기후교회’(Climate Church)를 포함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열 가지 트렌드 중 9가지가 현상 분석이라면, 마지막 하나는 유일한 대안 진단이었다. 기후교회란 ‘창조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앞장서는 교회’를 의미한다. 실은 몇 해 전에 ‘녹색교회’ 가입을 의결하였지만, 아직 우리 자신이 준비되지 못했다고 여겨 신청을 미루고 있다. 모두들 생활의 녹색화를 다짐하지만 실천하기는 참 어렵다.
색동교회 설립 10주년을 맞아 고백한 7가지 비전 기도문에 ‘창조질서’ 항목을 두었다. 교회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내일의 집’이 되려는 고백이었다. 언감생심, 아직은 입술의 기도에 그칠 뿐이다.
“이제는 달라지게 하옵소서. 나 홀로 누리려던 헝클어진 욕망을 줄이고, 모두가 함께할 단단한 희망을 키우게 하옵소서. 전전긍긍 해온 목표지향적인 삶이 아닌, ‘보시기에 좋은’ 가치지향적인 삶을 결단하게 하옵소서. 더 검소하고 절약하며, 나누고 배려하며, 이웃과 더불어 미덥고 소박한 일상의 관계를 이루며 살게 하옵소서. 무엇보다 자연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 세계 앞에서 겸손하게 하소서.”(<색동기도> 24-25쪽, 십년의색동)
그리스도인은 입버릇처럼 선한 영향력을 말하지만, 무엇이 선한가에 대한 성찰이나, 끼쳐야 할 영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이를테면 2022년도 구글 국내 트렌드 종합분야 검색어 순위 1위는 ‘기후변화’였다. 언론사마다 집계하는 연말 10대 뉴스에도 기후문제는 어김없이 손꼽힌다. <한겨레>가 선정한 2022년 국외 10대 뉴스는 ‘가파른 기후변화, 답 없는 기후총회’였다. 말을 앞세우기 전에 선한 영향력의 흐름과 지향을 어림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8월 말에 지리산 피아골 입구 외곡교회에서 열린 지역NCC 전국협의회 회장단 회의에 다녀왔다. 유일한 의제는 7월 17일, 부산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출발한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반대 순례’를 각 지역에서 어떻게 이어왔고,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일이었다. 부산 해운대에서 시작한 걸음은 무더위와 폭우 속에도 계속 이어져 이제 경기중부 지역인 군포-의왕-안양을 거쳐 9월 7일에는 일본 대사관 앞으로 집결할 예정이다.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는 어떤 가짜뉴스로도 미화할 수 없는 중대한 창조질서 파괴행위다. 방사능은 바다에 버린다고, 희석시킨다고, 총량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과학은 아직도 원자력 폐기물의 완벽한 처리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였다. 앞으로 30년 이상 지속될 바다 오염에 따라 자칫 생태계 파괴와 에코사이드까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결코 과한 우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