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전체가 바위로 된 희양산(曦陽山)에 올라.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가은읍)
다음 불 로그:-kims1102@
벌써 3월 중순이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을 지나 전원(田園)은 생동의 기운으로
충만해졌다.
겨우내 말라버린 초목에는 다시 물이 오르고 새싹이 돋아난다.
반가운 봄비가 내리더니 어제는 햇살이 곱고 기온은 올라 완연한 봄날이었다.
하기야 내일이면 절기상으로 춘분(春分)이 아닌가!
춘분, 이 날은 밤낮의 길이가 같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진 후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진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1년 중 농사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며,
또한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기도 하면서,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며 농부들의
손길도 한결 분주해진다.
농가에서는 논밭에 뿌릴 씨앗의 종자를 골라 파종 준비를 서두른다.
즉 이때에 비로소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農事)를 시작하는 달”이라는 옛사람들의 말은
바로 춘분(春分)을 전후한 시기를 가리킨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좋은 일이 많으면 나쁜 일도 있기 마련이어서
이때를 전후해 많은 바람이 분다.
“꽃샘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속담이 여기서 나왔고,
“꽃샘추위”라는 말 역시 꽃이 필 무렵인 이때의 추위가 겨울추위처럼 매섭고
차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아침시간을 한 시간 단축한다는 것은 생활에 리듬이 크게 달라진다.
희양山이 있는 충북 괴산은 거리가 멀어 원활한 산행을 위해서는 산행버스가
평소보다 빨리 출발을 해야 했다.
버스를 두 번 갈아 타야하는 나는 산행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택시요금이 7,600원이 나왔다.
오늘도 괴산 희양山산행에 41명의 남녀회원들이 참여를 했다.
오늘은 기존회원보다 신입회원들이 더 많았다.
아침안개가 자욱이 끼었는데 이 안개가 걷히면 날씨는 포근하고 좋을 것 같았다.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 산행기점인 은티마을에 도착했다.
은티마을은 희양山 골짜기에 위치한 깊은 산골마을이다.
콩이나 고추와 같은 밭작물이나 사과와 같은 과수가 주작물이며 농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산골마을이다.
은티마을이 산골이기는 하지만 마을이 형성된 것은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
병자호란 때 김해 김氏들이 이곳으로 피난을 오면서부터라고 한다.
은티마을의 입구에는 작은 남근석(男根石)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남근석은 하나의 돌을 세운 것이 아니라 약 120cm정도의 남근석을 가운데
세우고 그 옆으로 작은 돌들을 세워서 아기자기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300-400년 정도 된 전나무가 몇 그루 세워져 있었다.
마을 입구를 커다란 바위가 지키고 서 있는 것은 이 마을의 형세가 지리적으로
여성의 성기를 닮은 여근 곡(女根谷)이기 때문이란다.
여근 곡에 마을이 있을 경우 여성성이 너무 강해져 음기가 많아지고 여자들이
바람이 나거나 남자들이 사고가 나는 등 시끄러운 사건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산행은 오전 11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은 은티마을에서 시작 -호리골재 -구왕峰(878m) -지름티재 -새미 클라이밍
-희양山(998m) -되돌아와 -희양성터 -은티마을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다.
희양산(曦陽山)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걸쳐 있는 높이 998m 산이다.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위처럼 보이는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문경새재에서 속리산 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줄기에 있다.
산세가 험해 한말(韓末)에는 의병(義兵)의 본거지이도 했다.
이 산 정상 일대는 암릉으로 이루어진 난코스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겨울에
등산하기엔 위험한 반면 일반등산보다 좀 더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등반을 하는
전문 클라이머들이 즐겨 찾는 곳이란다.
(클라이머= 손과 발을 쓰지 않고서는 오를 수 없는 곳을 오르는 사람)
은티마을은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데 농부 한사람이 사과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산행 1팀은 호리골재를 향해 떠났고 10여명의 산행 2팀만 지름티재로 올라갔다.
지름티재에는 문경새재로 넘어가는 길이 있었는데 출입이 통제되어있었다.
담장 밖에는 근무자는 없었으나 경계초소가 세워져있고 안에도 대기실 같은
간이 건물이 있었다.
길고 긴 나무목책들이 특별수도원인 봉암사를 경계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남쪽 자락 봉암용곡에 자리하고 있는 봉암사(鳳巖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 직지사의 말사로 음력 초파일을 전후한 약 한달
가량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조계종 특별수도 도량이다.
이 사찰은 신라시대 구산선문 중의 하나이기도 하며
경내에는 봉암사 지증대사 적조탑(보물: 제137호)과 봉암사 지증대사 적조탑비
(보물: 제138호), 봉암사 정진대사 원오탑(보물: 제171호),
봉암사 정진대사 원오탑비(보물: 제172호), 봉암사 삼층석탑(보물: 제169호),
함허당득통지탑, 환적당지경지탑, 상봉대선사비, 노주석, 백운대, 마애불좌상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갈 수가 없었다.
우축으로는 구왕峰이 거의 직각을 이루고 있었으며 좌측으로 올라가면 희양山이다.
우리는 지름티재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산울림”과 젊은 회원 한사람이 구왕峰을
다녀온다며 배낭을 벗어놓고 갔다.
“바우”형과 “쇠똥구리”, 다른 세 사람은 정상에서 점심을 먹겠다고 가버렸다.
점심을 먹고 “쇠똥구리”에게 전화를 했더니 “길이 위험하고 미끄러우니 오지 말라”
는 것이다.
모두 망설이고 있었는데 여성회원 “해뜯날”이 “산에 왔으면 정상을 봐야지요!”
하며 앞장서서 출발을 해버린다.
나는 4명의 회원과 함께 희양山으로 향했고 나머지 회원들은 산행을 포기하고
말았다.
얼마를 올라가다보니 본격적인 난코스구간이 전개되었다.
높은 산 응달진 곳에는 눈과 얼음이 아직 녹지 않았으며 흙길은 낙엽에 덮여있어
힘을 받지 못하며 미끄러지고 새미 클라이밍 바위지대가 시작되었다.
상황을 묻는 전화가 부회장한테서 왔다.
나도 “쇠똥구리”와 똑 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10여 미터가 넘은 굵은 밧줄이 층을 이루며 10여개 이상이 늘어져있었다.
어떤 것은 물에 젖어있기도 하고, 흙 범벅이 된 것도 있었다.
되돌아 내려가려면 올라가기보다 더 위험했다.
“밧줄을 꼭 잡고 올라가세요! 스틱은 저한테 주고요.”
“해뜯날”이 뒤에서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나는 어떻게 올라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새미 클라이밍 지대를 벗어났다.
아무리 어둔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베드로시안의 詩 “그런 길은 없다” 전문)
희양山 정상에 올랐다.
문경새재에서 속리산 쪽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의 줄기에 우뚝 솟은 암봉이었다.
그 모습이 우뚝하고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위처럼 보이는 데다 바위 낭떠러지들이
하얗게 드러나 있어 주변의 산에서 뿐만 아니라 먼 산에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산이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장쾌하고 아름다웠다.
봉암사가 자리한 봉암용곡 너머로는 대야산, 속리산 줄기가 거센 파도인 듯
날카롭게 솟아있다.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을 연결시키는 장성봉과 악희峰, 민주지산 등이 바라보인다.
북쪽은 참나무 숲에 가려 시루봉의 일부만 보인다.
그러나 동북쪽으로는 백화산, 운달산, 주흘산 줄기가 막힘없이 조망된다.
봉암사 위의 백운곡은 무성한 숲속에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으로 시원한
계류가 넓은 암반을 흐르고 있다.
하산을 하려는데 산행 1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단하다.
우리는 성터를 따라 은티마을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도 평탄치는 않았으니 거대한 암석과 암괴(바위덩어리)가 버티고
서있고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층층이 올라앉은 바위들이 불안스럽고 넘어질 것만 같았다.
발 빠른 회원들은 시루峰으로 해서 내려가기도 했다한다.
산행은 오후 4시 30분에 종료되었다.
은티마을 주차장에서 간단하게 하산 주를 먹었다.
돼지머리에 찰밥, 소주와 막걸리가 배석해주었다.
이른 봄
풀은 겨우 고개를 내밀고
시냇물과 햇빛은 약하게 흐르고
숲의 초록색은 투명하다
(2,3,4연 생략하고)
이른 봄
자작나무 아래서
그것은 우리 생애의 이른 봄
가슴 가득한 행복, 그 넘치는 눈물
생명이여, 숲이여, 햇빛이여!
자작나무 잎의 연푸른 화사함이여 울라
(톨스토이의 詩 “이른 봄” 일부)
(2015년 3월 20일)
첫댓글 나이 생각을 해야죠! 암벽 등반을하다니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