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생활 : 산골에서 준비할 수 있는 귀한 선물이란
산마늘. 3년 키워야 한 촉에서 두잎 올라와 그 중 한 장 채취. 개천에서 사금채취하기와 비슷
자식들과 밥 한 끼 함께 먹으며 얼굴 한 번 보려고 서울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시골의 느림과 단순함에 적응돼서인지 자연친화적 본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서울나들이할 생각만 하면 그 빠름과 복잡함이 먼저 떠올라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가슴은 답답해집니다. 그렇다고 뭔가를 이고지고 왕복 두 차례에 걸쳐 대여섯번씩 낯선 교통편 갈아타는 것을 감당하기엔 전 이미 시골사람이기 이전에 자동차에 길들여진 현대인입니다.
서울에 가면 반가움이나 고마움을 표시하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뭐가 좋을까 하는 고심은 저에게만 해당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주변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의미가 반감되기보다 무성의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집 주변을 돌아봅니다.
수제 머루와인이 최고일 듯 싶은데 아직은 숙성이 덜되어 순하지 않습니다. 곤드레가 지천이지만 흔한 느낌이 들어서 성에 차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것이 산마늘입니다. 두릅도 있네요, 가시오가피 순도 알맞게 자랐습니다. 결정했습니다. 산마늘, 두릅, 가시오가피순 3종세트입니다.
두릅
두릅이 위 사진처럼 알맞게 자란 것도 있고 웃자란 것도 있고 아직 피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여기서 알맞게 자랐다고 하는 기준은 시장 기준입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아직'입니다. 좀더 커야 향도 강해지고 식감도 좋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기준이 농산물의 출하기준이 됩니다. 결국 진정한 두릅 맛을 모릅니다.
가시오가피 순
가시오가피 순을 채취했습니다. 특유의 향이 진동을 합니다. 쓴 맛이 강해 장아찌로 담가 쓴맛을 뺀 후 먹을 수 있습니다. 인삼보다 더 쓴 것 같습니다. 가시오가피 잎과 인삼 잎은 판박이입니다. 쓴맛도 같습니다. 같은 두릅나무과이지만 두릅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혹시 가시오가피는 나무인삼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인삼의 효능이 좋아 유명한 게 아니라 유명해서 효능이 있다고 믿는 건 아닐까요? 유명지역 산물을 담는 포장박스나 푸대가 전혀 다른 지역으로 납품되는 것을 눈으로 여러번 본지라 의심이 많습니다^^;
가시오가피 잎입니다.
집 뒤 응달에 심어놓은 장뇌삼입니다.
육안으로 봐서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예전에 곰배령 산행길에 길가 철쭉 잎을 열심히 뜯는 분들이 있어 물어봤습니다. 오가피 잎 따는 거랍니다. 아닌게 아니라 철쪽 잎도 쪽잎 다섯장이 돌려났습니다. 인삼이나 오가피 잎 끝이 뾰족하고 철쭉 잎은 둥그스럼한 편입니다. 오가피 때문에 철쭉이 난데없는 횡액을 당합니다. 곰취 뜯는다고 동이나물 뜯는 것에 비하면 그래도 낫습니다. 동이나물은 독성이 있거든요.
산마늘과 데쳐낸 엄나무순
엄나무 순도 알맞게 자랐습니다. 제 입맛에는 두릅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두릅 맛이 환상적인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엄나무가 삼겹살이라면 두릅은 뒷다리살입니다. 채취 양이 많지 않아 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막걸리 안주로 했습니다.
채취한 산마늘, 가시오가피, 두릅을 종류별로 습기 증발 방지를 위해 신문으로 돌돌 싼 뒤 비닐백에 담았습니다. 이제 얼른 달려가고 싶어집니다.
첫댓글 산마늘 그립네요 ㅎ
그치?^^
@원푸리 네 ㅋㅋ 고깃집가면 산마늘이 있는데 그거 보면 풀꽃 생각나고 그래요 ㅋㅋㅋ
@김민지 우리는 상추밖에 안 주던데 부럽다.
저도 엄나무 순이 더 맛있었어요. 물론 두릅도 정말 맛있구요. 반출금지 품목 ㅋㅋ 감사히 먹겠습니다~
엄나무 산에서 캐다 심을까?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