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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 둘레길 길동무 원문보기 글쓴이: 수명산
낙남정맥 종주 11구간(산줄기 174일째)
일 자 : 2003년 7월 2일
구 간 : 딱밭골재 ~ 원전고개 ~ 옥정산 ~ 돌고지재
날 씨 : 흐림
도상거리 : 21.5km
딱밭고개 - 5.1 - 245.5봉(△245.5m) - 2- 원전고개 - 1.6 - 밤재 - 2.2 - 옥정산(×244m) - 3.0 - 안남골재 - 2 - 배토재 - 3.1 - 602봉 - 0.8 - 547봉 - 0.5 - 526.7봉(△526.7m) - 0.7 - 455봉 - 0.5 - 돌고지재
산행시간 : 7시간 45분(휴식시간 포함)
가깝고도 먼 정맥의 끝
장마전선이 잠시 소강상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낙남정맥은 이번 구간으로 또 하나의 정맥을 마무리 지려는 특공대의 각오가 대단하다. 1대간 9정맥 완주의 목표를 세우고 걸어온 지 어느새 4년 5개월, 갈 길은 바쁜데 수많은 일들이 발목을 붙잡는다. 가깝고도 먼 정맥의 끝을 언제나 붙잡을 수가 있을까...
12시 딱밭골재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서다 보면 콘크리트 진입로가 나있다. 정맥길은 감나무과수원으로 들어서면서 소로를 따라 마루금에 붙는다. 이어 만나는 단풍나무 묘목단지를 지나 봉에 올랐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꺾으면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8분 뒤 정맥길은 좌측으로 묘목단지가 들어서 있는 임도를 따라간다. 오늘 가야할 길이 남은 시간에 비해 너무나 멀기에 조금은 서두르는 듯한 특공대원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임도삼거리를 지나 좌측으로 가족묘지가 보인다. 잠시 능선으로 비집고 들어서 보지만 그 것도 잠시뿐이다.
12시 19분 옛 집터자리인 듯한 앉은뱅이 돌절구가 보이는 임도 안부에서 정맥은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으로 들어서면서 오름길이 가팔라진다. 키 작은 소나무 숲길에는 옷깃을 스치는 진달래가지들이 성가시다.
정맥길은 억새밭이 나타나면서 좌측으로 파란색의 물탱크와 조립식 건물 두동이 들어서 있다. 어디선가 숨어있던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봉(12:29)에 올라 내림길이 완만해 지더니 한차례 키를 넘는 진달래군락을 가르며 작은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12시 41분 삼각점(곤양 25, 91년 재설)이 있는 234.9봉에 오른다. 여기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팍 꺾이며 남서쪽을 향하던 정맥이 북서쪽으로 향한다. 안부에서 바위지대를 따라 오르는 길에는 참호가 보인다. 이어 올라선 밋밋한 봉우리는 잡목들이 접근은 방해한다. 완만하던 내리막길이 평범한 오르내림으로 한동안 이어진다.
소나무 숲을 병풍 삼아 자리잡고 있는 곡부공씨 묘지를 통과하며 올라선 능선분기점(13:15)에서 정맥은 왼쪽으로 3분 정도 내려서면 안부가 된다. 오름길은 잡목들이 거치적거리지만 솔잎의 밟히는 감촉만은 마치 양탄자를 밟듯이 부드럽다.
능선길을 놓치고 좌측에 있는 헬기장을 우회하며 만나는 송전탑, 정맥길은 왼쪽으로 허리길로 다시 53번 송전탑을 통과하고 2분 뒤에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로 변한 정맥의 마루금, 두 번째 임도 마루에 올라서기 직전 왼쪽으로 팍 꺾인다.
다시 삼거리 임도를 만나 오르는 길은 진양정씨 쌍묘가 흙무덤으로 변해있다. 억새밭의 묘지가 있는 봉우리, 여기가 245.5봉(13:35) 일 것이다. 정맥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이어간다. 잠시 임도에 내려섰다가 다시 능선에 붙으면서 진달래군락이 극성을 부린다. 그러나 완만한 능선길에 불어주는 바람이 너무나 고맙다.
13시 55분 201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은 서서히 북서쪽으로 방향을 바뀌면서 숲 사리로 오랑동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소로가 되더니 좀더 넓은 임도로 바뀌면서 헬기장을 통과한다.
3분 뒤 콘크리트포장길을 가로지른다. 개망초군락이 펼쳐지면서 오물냄새가 코를 찌른다. 주범인 축사에는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코를 골고있는 돼지들의 삶이 보인다. 이내 경전선 철길이 앞을 가로막는다.
14시 11분 철길을 가로지르며 올라선 곳이 2번 국도가 지나는 원전고개다. 정맥길은 왼쪽으로 시멘트 소로를 따르게 되고, 이내 절개지가 가로막는 언덕에 올라서니 발아래 도로공사 현장이 나타난다. 오른쪽으로 절개지 상단을 따라 내려선다.
내리막길에는 절개지에 식재한 양잔디가 조금은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신설도로를 가로지르며 다시 마루금(14:16)에 붙어 잠시 허기를 메꾼다. 우리의 분대장,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바짓가랑이가 마치 오줌을 싼 것 같이 젖어있는 모습이 우습다. 무엇이 나온다고 고생을 사서할까?
14시 25분 임도를 따라간다. 폐가를 지나 넓은 공터를 만난다. 끝나는 지점에 묘지가 보인다. 묘지에 올랐다가 오른쪽으로 한동안 희미한 솔밭을 헤치다보면 임도를 만날 수가 있다. 정맥의 능선은 왼쪽이다.
밤나무 지대를 지나 이어지는 임도, 한동안 임도를 따라간다. 그러나 웬일인지 선답자들의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방향은 맞지만 고도가 100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희미한 야릉에서 이럴 때면 한번쯤 혹시나 잘못된 길이 아닐까 의심을 해보는 일은 당연한 것...
14시 50분 임도를 따르다가 봉에 올라서기 전 정맥길은 임도를 버리고 왼쪽으로 희미하게 소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좀 더 왼쪽으로 꺾으면서 내려서다 보면 절개지가 가로막는다. 왼쪽으로 내려선 곳이 봉계리 원전마을과 곤명면 마곡리를 잇는 2차선 도로가 지나는 밤재다.
도로를 가로지르며 왼쪽으로 안전시설이 끝나는 지점에서 올라서니 어지러울 정도로 가마득한 절개지가 내려다보인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완만하게 올라선 곳이 155봉이다. 중키의 소나무숲길은 묘지를 지나면서 우측으로 밤나무단지가 나타난다. 소나무숲의 갈림길 삼거리에서 능선길을 따라 간다.
15시 22분 한차례 경사길로 197봉을 올랐다가 억새풀이 무성한 임도가 되면서 풀밭을 마치 헤엄을 치듯 두 팔로 가르며 간다. 임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57번 철탑을 통과한다. 임도는 소로로 바뀐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흙 묘지를 지나 올라선 곳이 옥정산이다. 자칫 우회길로 따르다보면 놓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5시 36분 사천시와 하동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244m의 옥정산은 중키에 소나무 숲으로 시야가 막혀 그저 정맥의 능선길과 다를 바 없다. 곧이어 내려서면서 우회길과 만나는 사거리에서 정맥길은 왼쪽길로 이어간다. 호남정맥의 명물 청미래가 옷깃을 붙잡는다. 넓은 풀밭에 해주오씨 묘지를 지나 3분 뒤 Y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올라선다.
15시 53분 237봉 능선분기점에 오른다. 왼쪽으로 리본 하나가 보이는데 왼쪽으로 조금 들어서야 삼각점이 있는 정상일 것 같다. 그러나 확인을 못한 채 오른쪽으로 간다. 그리고 내리막길로 내려서면서 시야가 트이는 농장지대를 만나게 된다. 우측으로 사천시 곤명면의 은사리 일대가 조망된다. 평화로운 농촌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여기서 10분간의 휴식은 달기만 하다. 어느 정도 먹어버렸으니 배낭의 무게도 가벼워진 느낌으로 일어설 수가 있다. 농장 좌측으로 밤나무단지 그리고 우측으로 묘목단지를 따라 내려서는 길에 잘 가꾸어진 소나무 묘목들이 눈길을 끈다.
멀리서 경전선을 달리는 열차의 기적소리가 허공을 가르고 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임도안부에서 비포장 임도로 오름길이 되면서 우측으로 관상수 묘목단지에는 목련과 단풍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임도는 공터에서 끝이 나고 왼쪽으로 숲길로 들어서면 녹색의 구물망이 볼썽사납게 널려있다.
내리막길은 잡목 숲을 뚫고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다가 안부에서 완만한 오름길이 된다. 완만한 오르내림, 군데군데 잡목이 성가시다. 봉우리에(16:19) 올라서니 임도가 나타난다. 밤나무단지를 끼고 간다. 잠시 탱자나무울타리를 지나 내리막길이 되면서 시야에 올라야할 602봉이 높기만 하다.
대나무밭을 통과한다. 넓은 임도를 만나면서 곧이어 내려선 곳이 안남골재(16:25)다. 좌측으로 안남골의 하늘색 지붕의 민가와 컨테이너 한 채가 보인다. 콘크리트포장길 안부를 뒤로 비포장 임도로 오름길이 시작된다.
16시 44분 오름길에 잠시 다리 쉼을 하고 밋밋한 묘지를 통과하며 올라서면 237봉이 된다. 대나무에 흰 깃발이 서있는 밤나무 단지다. 소나무 숲길이 되면서 산비들기의 울음소리가 조금은 귀에 거슬린다. 대나무군락이 나타난다. 그리고 다시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정맥길...
16시 53분 한차례 가파르게 오르면 247봉이다. 우측으로 넓은 풀밭에 묘지가 보이고, 정맥은 왼쪽으로 약간 방향을 바꾸며 내림길이다. 밋밋한 묘지를 지나 낙엽송이 마치 울타리를 친 듯하고, 역시 정맥의 주종인 소나무 숲으로 이어간다. 그러나 가끔은 음침한 소나무 숲이 누렇게 죽어 가는 모습이 애처롭다.
오르내림으로 이어지다가 십자로 안부에서 밤나무단지를 끼고 올라선다. 228봉에 오르니 배토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우측으로 거대한 원형의 납골묘가 보이고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공장의 기계소리를 들으며 묘지를 통과하며 내려선 곳이 1005번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배토재다.
17시 13분 도로 건너편 화단에 커다란 자연석에 고향옥종(故鄕玉宗)이라 음각 되어 있다. 그리고 옥종면 경계표지판도 볼 수가 있다. 잠시 순간을 남긴다. 배토재는 이 일대에서 고령토(백토)광산이 유명한 곳이다. 배토재란 이름은 백토재를 쉽게 발음하다보니 배토재가 되었다나...
정맥은 우측의 세창광산의 거대한 공장이 들어서 있고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가 볼썽사납다. 왼쪽으로 도로를 따르다가 (주)범우의 입간판이 서있는 오른쪽의 콘크리트포장길로 들어선다. 조립식건물과 중장비가 서있는 넓은 공터를 끼고 비포장길로 들어서면서 통신중계탑 앞에서 걸음을 잠시 멈춘다. 여기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올라서야 할 것 같다.
17시 27분 놀매팀 또 한차례 휴식을 하고 코가 닿을 듯한 미끄럽고 가파른 급경사의 오름길을 힘겹게 3분 정도 올라서면 능선마루가 된다. 잠시 왼쪽으로 잡목 숲을 뚫다보면 곧이어 다시 가파른 오름길이 되더니 광주이씨 묘지를 통과하며 올라선 곳이 259봉(17:37)이다.
259봉을 뒤로 잠시 내려서서 임도를 만나면서 왼쪽길로 조금 내려서니 임도 사거리가 된다. 정맥은 오른쪽으로 황토길의 임도를 따라야 한다. 한동안 올라서다가 Y자 갈림길에서 왼쪽이다. 밋밋한 묘지를 지나며 올라선 능선분기점(17:51)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니 간 벌이 되지 않아 누렇게 죽어 가는 소나무 숲이 나타난다.
평탄하게 이어가던 정맥길이 흙 묘지를 통과하며 서서히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진달래 군락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한차례 힘겹게 오르고 나니 바위지대(18:08)가 나타나며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상촌마을 들녘이 정겹게 다가온다. 놓칠세라 한자리씩 차지하고 눌러 앉을 채비다.
분대장 미안하지만 나는 갑니다. 이참에 한 것 고도를 높여보자 생각하고 힘껏 발걸음을 옮긴다. 뒤따르는 한용수씨, 밋밋한 봉을 지나 연이어 봉을 넘으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한차례 힘겹게 올라서면서 우측으로 하산길이 보이는 묘등이 날아간 넓은 풀밭에 서니 뾰족한 옥산(614.2m)이 선 듯 다가선다.
17시 30분 억새와 싸리나무가 어우러진 능선길로 봉에 올랐다가 내리막길이 되면서 시야에 이제 602봉이 더욱 가깝게 다가선다. 어느새 따라붙은 분대장, 꽉 들어찬 진달래밭이 길을 막는다. 호남정맥 첫 구간인 국사봉에서 혼쭐났던 생각이 언 듯 스치고 지나간다. 지긋지긋한 진달래군락...
18시 42분 바위능선 그리고 다시 한차례 진달래군락을 헤치며 우측으로 청룡제를 보며 올라선 곳이 억새밭의 602봉이다. 옅은 구름 속에서도 서쪽으로 광양시의 백운산 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북서쪽으로 지리산 천황봉이 중봉과 함께 우뚝하다. 하늘금을 긋고 이는 백두대간 능선, 감회가 남다르다. 이제 목표가 보인다고 생각하니 지나온 수많은 발걸음이 한없이 대견해 보인다.
진주 페러글라이딩의 활공장 안전수칙이 쓰여진 안내판에는 옥산 천황봉이라 적혀있다. 굽이치듯 흘러가는 547봉과 526.7봉을 확인하고 붙잡는 발걸음을 힘겹게 옮기며 진달래와 억새밭을 헤치며 내려선다. 덩달아 발목을 붙잡는 청미래...
18시 49분 공터를 만나면서 임도가 나타난다. 삼거리에서 정맥길은 왼쪽이다. 2분 뒤 임도를 버리고 작은 소나무숲길로 들어서다 보면 억새와 잡목이 대단하다. 다시 만나는 임도, 이어 임도 안부를 가로지른다. 완만한 오름길이지만 이제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발걸음이 더디어진다.
키 작은 솔밭을 헤치며 오른다. 진달래 그리고 억새가 발아래 가득하다. 꽃을 피운 찔레나무도 한 목을 한다. 걸음을 재촉하며 547봉을 향한다. 547봉은 하동군 옥종면과 북천면 ․ 횡천면 ․ 청암면의 경계가 되고, 낙동강과 섬진강의 수계를 이루고 있다. 이 곳에서 남으로 497봉, 황토재, 황치산(339.2), 477봉을 지나 이명산(570.1)으로 이어져 140.1봉으로 낮아져 남해바닷가 소모마을에서 끝을 맺는다고 한다.
19시 07분 힘겹게 올라선 곳이 밋밋한 547봉이다. 예전에 산불이 났던 지역이라 그런지 큰 나무 하나 없이 잡목만 무성하다. 여전히 지리산 천황봉과 중봉이 손짓을 한다. 호남정맥의 백운산, 뒤돌아보는 602봉이 또 다른 추억거리로 남을 것 같다. 잡목들로 빼곡이 들어선 정맥의 능선길은 좌우로 탁 트여있어 날씨만 좋았더라면...
능선길이 내리막길이 되면서 잡목들이 얼굴을 스치며 가지 말라 붙잡는다. 안부에서 오름길도 역시 힘겨운 진달래군락과의 한판 전쟁을 치러야 한다. 다시 한차례 올라선 능선분기점인 526.7봉(19:21), 삼각점은 숲에 가려 찾기를 포기한다. 정맥은 왼쪽으로 이어진다.
19시 32분 우측으로 임도가 보이는 십자로 안부에서 잡목 숲을 뚫고 잠시 올라선 곳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455봉이다. 이제 돌고지재가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다. 내리막길에는 억새가 키를 넘는다. 돌고지재가 보인다. 앞서가는 분대장과 뒤따르는 나선배가 차례로 미끄러지며 내려서니 임도가 나타난다.
19시 45분 절개지가 가로막아 커다란 창고와 민가가 있는 공터를 지나 내려선 곳이 돌고지재다. 횡천면과 청암면의 도로표지판이 서있는 59번(1003번)도로가 지나는 삼거리다. 어느새 사위는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번 구간으로 낙남정맥을 마무리 지려던 꿈은 밤새도록 내린 비와 남부지방에 내린 호우경보로 접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