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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투자 왕도 | ||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의 48시간 동행 | ||
버핏은 올해도 어김없이 그의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핵심은 ‘뚝심과 전술적 변화’. 언뜻 대비되는 이 두 화두를 버핏은 현재의 상황에 딱 맞게 설명했다. ‘한번 산 주식은 좀처럼 팔지 않는다’는 바위 같은 뚝심은 버핏의 트레이드 마크. 올해는 달러화 약세라는 주변 환경을 감안해 외국 기업 인수라는 ‘전술적 변화’를 새 화두로 내걸었다. ‘뚝심을 가져야 하지만 상황이 변하면 그에 맞게 포트폴리오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순발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투자의 귀재’ 버핏이 던진 올해의 투자 메시지다. 48시간 그를 취재하면서 ‘개인 투자자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부자들의 칵테일 파티 벅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날인 5월5일 오후 6시. 오마하 도심인 리전시 파크웨이에 있는 보세임(Borsheim)이란 보석 가게. 1000여 명이 가게 안팎에 몰려 서로의 잔을 부딪치며 반갑게 해후하고 그동안의 안부를 묻느라 들뜬 표정이다. 이윽고 벅셔해서웨이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버핏과 부회장인 찰리 멍고가 등장한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속을 헤집으며 그들은 일일이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인사한다. 그러는 사이 한 주주는 13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현장에서 구입한다. 한 주에 9000만원(9만달러) 하는 주식을 가진 ‘부자들의 주총’은 이미 시작됐다. 주총 날인 6일 새벽 6시 조금 넘은 시간 오마하 컨벤션센터. 아직 이른 시간인 데도 주차장이 차들로 거의 들어찼다. 주총 시작 시간은 오전 8시30분. 컨벤션센터가 문을 여는 시간도 오전 7시다. “왜 이리 일찍 오느냐”는 질문에 “버핏을 가까이 보기 위해서” “마냥 설레어서” 라는 답이 돌아온다. 7시 컨벤션센터의 문이 열리자 주주들이 쏟아져 들어간 곳은 전시장. 벅셔해서웨이의 자회사들이 그들의 상품을 전시하고 주주를 위한 세일도 하는 곳이다. 벅셔해서웨이의 자회사는 68개. 이중 40여 개 정도가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카툰, 거기에 담긴 올해의 화두 오전 8시30분. 2만4000여 명의 주주들이 컨벤션센터 옆에 붙어 있는 실내 체육관을 가득 채운 가운데 주총이 시작됐다. 주총의 처음 시작은 항상 1시간짜리 영화 상영.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한 카툰과 타이거우즈, 빌 게이츠 등이 등장한 영화의 중심은 단연 버핏이었다. 1시간짜리 영화에서 버핏의 올 화두가 던져졌다. 다음은 영화의 줄거리. 우선 ‘뚝심’. 그동안 인터넷주라면 질색이던 버핏은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주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찰리 멍고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투자 의사를 타진했으나 한마디로 거절당한다. ‘한번 아니면 아니다’는 뚝심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다음 화두는 ‘변화’. 미국에서 인기 있는 TV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의 다섯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은 버핏에 대해 논하며 “버핏 정도의 마인드라면 잠자리에서도 놀라울 거야”라고 소곤댄다. 그러나 막판에 한 명이 말한다. “그런데 버핏의 것이 크긴 큰데 그것은 다름 아닌 두뇌다”라고. 놀라운 두뇌를 가진 버핏이 상황 변화에 걸맞게 바로 전날 이스라엘 기업인 이스카 멘탈워킹을 인수키로 결정한데 대한 경탄의 뜻이 담겨 있었다. 버핏과 멍고…투맨 토크쇼 한바탕 폭소와 박수가 지나간 오전 9시30분. 조명이 밝아지자 두 사람이 무대에 등장한다. 바로 버핏과 멍고다. 나란히 앉은 그들의 책상에 놓여 있는 건 코카콜라뿐(두 사람은 벅셔해서웨이가 대주주인 코카콜라를 아예 끼고 살다시피 한다). 서류 한 장도 없다. 버핏의 첫마디는 이랬다. “어제 갑자기 이스라엘 기업 인수를 발표, 여러분을 놀라게 해드려 미안합니다. (중략)그러나 이번 인수가 벅셔해서웨이의 역사에 큰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돌연한 외국 기업 인수 배경과 그에 따른 파장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으로 그 유명한 ‘주주와의 대화’는 시작됐다. ‘전술적 변화’란 화두를 서두에 던진 셈이다. 첫 번째 질문. “캘리포니아에서 온 주주입니다. 올 미국 경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버핏의 답은 이랬다. “괜찮게 보고 있으며 충분한 수익률을 기대합니다. (중략)다만 시큐리티(안전)가 미국엔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찰리(멍고 부회장의 이름), 자네의 의견은?” 버핏의 대답이 길고 화려했던데 비해 멍고의 답변은 간단했다. “시큐리티가 문제입니다.” 버핏과 멍고. 버핏은 일흔여섯 살이고 멍고는 그보다 여덟 살 많은 여든네 살이다. 두 사람은 평생 친구이자 동료다. 의견 충돌도 빚지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환상의 콤비다. 버핏의 말로는 “멍고는 세계 최고의 30초 컨설턴트”다. 어떤 문제고 단 한마디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이날도 그랬다. 주주들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버핏은 특유의 비유와 현란한 단어, 정곡을 찌르는 논리로 관심을 끌어 모았다. 반면 멍고는 짧지만 많은 함의를 담고 있는 답변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버핏의 장황한 설명에 좀 지루하다 싶으면 멍고의 단 한마디가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이런 식이었다. 주주: “요즘 경영대학원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버핏: “동부 지역 경영대 졸업생 중 절반이 투자 은행에 가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중략) 와튼스쿨의 저미 시겔 교수가 잘못 생각한 것 같은데…. 찰리,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멍고: “정신 나간 사람입니다.” 투맨 쇼였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된 일문일답은 12시30분까지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됐다. 오전에만 30명의 주주들이 각종 현안에 대한 버핏의 의견이 어떤지를 알기 원했다. “장기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는 어떤지?” “IT주나 인터넷주에 대한 생각은?” “주택 경기는?” “우리의 미래는 어떨 것 같나?” 등등. 두 사람이 무슨 만물박사인가. 물어보지 않는 주제가 없었다. 76세와 84세의 노인네들은 정성을 다해 답했다. 오전 질문에서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이스카 인수 배경과 달러화 약세 전망이었다. 여기에 버핏의 올 화두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실 버핏은 지난 2002년부터 줄곧 달러화 약세를 예견해 왔다. 상당한 돈을 투자했고 작년엔 10억달러를 잃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달러화 약세 전망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특유의 ‘뚝심’이었다. 그 뚝심은 올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마침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은 듯 버핏은 “2002년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경고했듯이…” 하면서 흥분된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달러화 약세 전망이 뚝심이라면 그에 따른 외국 기업의 인수는 ‘전술의 변화’였다. “달러화 약세가 한동안 지속된다면 달러화보다는 다른 통화로 자산을 갖고 있는 게 유리합니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외국 기업 인수입니다.” 버핏은 전술을 변화시킨 배경에 대해 확신에 찬 어조로 설명했다. 이윽고 오후 1시. 점심을 먹기 위해 30분 쉬는 시간이다. 대부분 주주들은 체육관에서 10달러에 파는 샌드위치와 햄버거로 점심을 때웠다. 올해로 15년째 주총에 참석한다는 브라이언 애덤스는 “버핏의 생생한 육성을 들으면 저절로 신이 난다”며 “1년 중 가장 큰 재미”라고 말한다. 오후 주총 개회시간인 1시30분이 조금 못돼 주총장에선 환호가 일었다. 점심 식사를 마친 버핏과 빌 게이츠(그는 벅셔해서웨이의 등기 이사다) 등이 다른 주주들과 어울려 카드 게임인 브리지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 도대체 저 노인네의 괴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1시30분이 되자 주총은 재개됐다. 역시 계속되는 주주들의 질문이다. 질문도 더 다양해졌다. “이민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에서부터 “갬블링 업종은?” 등등. 이렇게 일문일답은 정확히 3시15분까지 계속됐다. 질문에 나선 주주는 50여 명. 버핏과 멍고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그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했다. 내로라하는 억대 부자들이 왜 ‘버핏의 신도’를 자처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외국인 주주, 그리고 바비큐 파티 주총이 끝났지만 버핏과 멍고의 업무는 끝나지 않았다. 벅셔해서웨이는 올해 처음으로 ‘외국인 주주와의 만남’의 시간을 마련했다. 미국과 캐나다 이외 나라에서 온 주주들을 버핏이 특별히 초청한 것. 올 주총엔 모두 585명의 외국인 주주가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100여 명이 버핏과의 만남에 참석했다. 오후 5시30분. 버핏은 곧바로 벅셔해서웨이의 자회사인 네브래스카 퍼니처마트로 달려갔다. 주주 초청 바비큐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파티 장엔 흥이 있고, 신뢰가 있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 신뢰와 확신을 뒤로 하고 버핏이 무대 아닌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직접 노래를 불렀다. 주주에 대한 완벽한 서비스였다. 주총은 끝나지 않았다 주총은 6일로 끝난 게 아니었다. 다음날인 7일 2만4000여 명의 주주들은 오마하 시내로 흩어졌다. 이날은 ‘벅셔해서웨이 주주의 날’이다. 자회사인 네브래스카 퍼니처마트(가구 회사)와 보샤임(보석 회사)에서는 주주들만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세일을 실시했다. 버핏은 여기에도 빠지지 않았다. 가구 회사와 보석 회사에 들러 틈나는 대로 사인도 해주고 사진도 같이 찍었다. 주주들이 열광할 수밖에. “25년 전 처음 주총을 열었습니다. 그때 참석 인원은 12명이었죠. 그나마 버핏의 친척과 벅셔해서웨이의 직원을 빼면 주주다운 주주는 거의 없었죠. 그후 매년 참석자가 늘고 있습니다. 작년엔 2만 명에 달하더니 올해는 2만4000명이 왔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25년 전과 같은 마음으로 주총에 임하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의 설명에서 버핏의 뚝심은 비단 투자에서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그대로 나타남을 느낄 수 있었다.‘뚝심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전술적 변화를 가미하는 것. 그것이 투자의 왕도요, 인생의 왕도’라는 게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던지는 화두였다. | ||
출처 : 한국경제신문 하영춘 기자 |
첫댓글 제레미 시겔 교수에 대해서 멍거와 버핏의 대화가 궁금합니다. 혹시 이 (중략)의 내용을 아시는 분 있나요? 제레미 시겔 교수의 버핏에 대한 존경은 이미 알려져 있는데 멍거와 버핏이 이렇게 말한 것은 어떤 부분을 두고 한 말일까요?? ^^
제가 볼 때는, MBA 이후에 학생들이 자꾸 투자은행 쪽으로만 치우친다는 편향성을 얘기하면서.. 그 쪽 교수로 있는 (그리고 버펫과 친한) 제레미 시겔 교수님을 얘기한 것 같습니다. '교수로 있으면서 왜 학생들이 자꾸 한 쪽으로만 몰리는 것을 놔두느냐?'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요? 제레미 시겔 교수에게 직접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학의 수장으로서 비유해준 좋은 뜻 같습니다만..
곰군님의 설명 덕에 무슨 말씀인지 알것 같습니다. ㅋㅋㅋ 시겔 교수의 평소 의견을 생각해보면 대충 감이 오네요. 시겔 교수라면 "놔두느냐"의 정도가 아니라 "권장"이 아닐까요? 항상 장기투자의 대상으로서의 주식이 다른 투자대상에 비해 월등하다는 것을 주장해온 것을 생각하면 그 밑에 있는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 이해가 갑니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겠죠. 그나저나 멍거의 단순명료한 대답을 듣고 있으면 언제나 속이 시원합니다. ^^
영감님이네요..한국에서는 어르신...벌써 두분 나이가 상당합니다.언제까지 책을 안쓰실건지...빨리 책한권 나왔으면 합니다.특별히 초판을 소장하는 굉장한 기분을 느꼈봤으면 합니다.ㅋㄷ
퍼갑니다 감사합니다^^